'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이 어제 퇴근 전 도착했는데, 아아, 펼치면 안되는 것을, 너무 재미있다! 이번달 같이읽기 책인 《프로이트 패러다임》을 아직 시작 안한터라 얼른 그걸 읽어야하는데, 여성 괴물 왜이렇게 재미있어? 어제 회사에서 스트레스 대박 받아가지고 동료랑 순댓국에 소주를 마셨는데,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래, 술 마셔서 어차피 기억 못할지도 모르니까, 집에 가는 동안 여성괴물 읽자, 하고 펼쳤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뒤로 넘어질 뻔. '바기나 덴타타' 궁금해서 이 책의 1부보다 2부를 먼저 펼쳐 읽었는데, 오오, 너무 재미있고 삽화들도 놀랍다.
위의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한 번 물리면, 두 번 조심한다>는 바기나 덴타타에 대한 해석 이라고 되어 있다. (p.166)
이 작품은 <이스타르>. '치명적인 바기나 덴타타를 묘사하는 19세기 미술의 한 작품으로 메두사의 악몽의 재현' 이라고 책에서는 표현하고 있다. (p.165)
만화가 루닉의 작품도 검색해서 넣고 싶었는데 도무지 찾아지질 않아서 책에 있는 걸 그냥 찍었다.
여성 괴물에 대해 말하면서 바기나 덴타타를 어떻게 언급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기나 덴타타에 관해 2부에서 집중적으로 쓰고 있지만, 이 책을 시작하는 첫머리에도 여성괴물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빨 달린 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초현실주의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바기나 덴타타(이빨 달린 질)의 이미지는 신화에서도 매우 일반적이다.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기는 하지만, 신화는 대체로 질에 이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포를 유발하는 여성들과, 그들이 안전한 성교를 위해(대체로 남성 영웅에 의해서)길들여지거나 그 이빨이 어떻게든 제거되거나 부드러워진다는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p.22)
이 책은 1993년 작인데, 2008년 한국에 번역되면서 <한국의 독자들께>라고 책의 처음을 시작한다. 거기에는 이 책이 처음 쓰여질 당시에는 없었던 영화 <티스>(2007)에 대한 언급이 있다. 바기나 덴타타, 이빨 달린 질에 대한 남성들의 거세 공포가 여러 예술 작품들을 만들어냈고, 위에 22쪽의 문장을 인용했듯이 신화에서는 그 이빨이 다스려지고 길들여지고 제거되거나 부드러워진다는 것이 그간의 신화였다면, 영화 티스에서는 그 신화 조차도 우습게 내다버린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포스터 타이틀이 아주 잘못됐다. '그녀를 사랑하면 짤린다?!'는 이 영화와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녀가 동의하고 서로 원하는 상황에서 들어오는 성기에 대해서라면 그녀는 잘라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들어오는 성기(강간)는 그녀의 이빨 달린 질이 아주 끊어내버린다.
티스의 주인공 '던'은 바기나 덴타타에 대한 결국은 부드러워지는 신화를 거부한다. 그건 그녀가 끝내 다스려지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녀를'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들어가려는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강제적으로 싫다는데도 넣거나, 혹은 부드럽게 다정하게 넣었으나 넣기 전에 그녀에게 넣을 거라고 친구들끼리 내기를 한 남자가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에도 그녀에게 차를 태워준 할아버지가 그녀를 강간할 것을 암시하고, '던'은 자신이 가진 무기를 떠올린다. 이빨 달린 질. 신화는 신화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길들여지거나 제거해줄, 사랑할 줄 아는 남자는 없다. 다만 성적으로 그녀를 침범하려는 남자들만이 있을 뿐. 그녀의 질에 달린 이빨은, 이빨 달린 질은 그 존재가 매우 유용해 보인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처럼, 한 번 그렇게 당한 남자라면 아마 그 다음 침범에 대해서는 뒤로 물러서지 않을까.
이 책의 2부만 읽은 현재, 내가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원초적 본능》을 다시 보고 싶어서 지금 다운 받는 중이다. <진저 스냅>,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등도 보고싶은데 넷플릭스에 없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바바라 크리드'가 그것이 강간당한 여성의 강간범에 대한 복수이긴 하지만 그러나 영화 자체가 상당히 여성 혐오적임을 얘기해줘서 보는 게 두렵긴 한데, 이 책에 언급된만큼 이 책을 읽고 보는 영화는 또 많은 걸 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책에서는 영화 <캣피플>도 '야수'로서의 여자라고 살짝 언급하는데, 오만년전에 보고 완전 대충격 먹었던 영화라서 이번 기회에 다시 보고 싶지만, 역시 넷플릭스에 없다.. 그리고 이런거 다 보고 싶다고 보면, 나 무서워서 잠 못잘 것 같아.
아무튼 여성괴물 이 책 너무 재미있다! 내가 보았던 영화들이 언급되고 또 보지 않았던 영화들이 나오는데 다 너무 재미있어서 다 보고 싶어! 이 책 얼른 읽고 싶은데 프로이트 패러다임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고, 그런데 이 책의 2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또 이런 식으로 다 연결되는 구나 싶다. 거세공포와 페티시즘 이런거 가져오는데, 2부의 시작 거세공포에서는 프로이트의 환자 '한스'라는 꼬마를 데려와 진행한다. 역시 프로이트는 읽어두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여성괴물 너무 재미있다! 아 얼른 읽고 싶다. 바기나 덴타타, 강제로 들어오는 것들을 다 물어뜯어버려서 뎅강 잘라내버리는 일들이 현실이면 좋을 것 같다. 여성들에게 랜덤으로 주어져도 좋을 것 같다. 그렇기만 해도 남성들이 강간하기 전에 겁먹는 건 충분할 테니까. 아, 얘 이빨 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공포가 뒤로 주춤하게 만들테니까. 한 번 물리면 두 번 조심한다, 는 살바도르 달리의 말은 너무 좋지만, 그런데 티스의 '던'이라면 아예 뎅강 잘라내버리기 때문에 두 번은 없을 것 같긴하다. 한 번 잘리면 끝이야, 끝!
아 여성괴물 너무 재미있다 ㅠㅠ
프로이트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거세자로서의 여성을 다루는 신화의 일반적인 본질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신화들에서 여성 성기의 위협적인 면모는 바기나 덴타타, 즉 이빨 달린 질로 상징화되어 왔다. 바바라 워커에 따르면, 야노마모족의 신화는 지구상에 처음으로 존재했던 여성들 중 한 명이 애인의 페니스를 먹어치우는 이빨 달린 입으로 변신하는 질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한다(1983, 1034). 필립 러손은 『동양의 성의 기술』에서 중국의 가부장은 여성의 성기로부터 즐거움을 얻으면서도, 그것을 ‘남성의 처형자‘라고 믿었던 것에 대해서 언급했다(1968, 260). 에드워드 기포드에 따르면 이슬람교의 교의는 남성이 질을 들여다보면 질이 그늬 눈을 뜯어내어 장님을 만들어버린다고 단언한다(기포드, 1974, 143). - P202
거세자로서의 여성에 관한 미신은, 남자들을 집어삼키고 조각조각 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함정이가 검은 구멍인 여성 성기에 대한 그들의 공포와 판타지를 분명하게 지시하고 있다. 이빨 달린 질은 지옥으로 통하는 입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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