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시 내줬으면 좋겠다고 페이퍼도 몇 번 쓰고 그랬는데, 이 책이 다시 나왔다. 어젯밤 친구로부터 이 책의 복간 소식을 듣고 얼마나 흥분하고 기뻐하였는지. 너무너무 씐났다. 기다렸던 책이니만큼 이 책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지정하자 싶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내년 2월까지 쫙 정해져있고, 3월로 미루기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를 어쩐다? 그래, 11월로 새치기하자, 라고 생각하고 멤버들에게도 일러두었더랬다. 이걸 새치기 하면 어때, 하고.


이 책의 복간 소식을 알게돼서 너무 흥분하면서 확인한 이 책의 출판사가 <쌤앤파커스>였다. 그 순간 어라? 하면서 찜찜함이 올라왔다. 왜 찜찜하지? 여기 혹시 ㅇㅈㅅ가 대표로 있는 그 출판사인가? 거기 맞나? 만약 맞다면 혹시 이 책도 자기가 번역한 거 아니야? 이러면서 몹시 짜증이 나는거다. 꿈에 케이트 밀레트 찾아와서 번역하라고 했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일단 번역가를 확인하니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 이름을 넣고 출판사가 어디였더라, 확인하니 쌤앤파커스는 아니었다. 아, 내가 헷갈렸나 보구나, 하고 다시 기쁜 마음이 되었는데, 아아... 어제 새벽에 잠깐 깼다가 SNS 를 확인하고, 내가 왜 찜찜한지 이유를 알게 됐다. 몇년전 수습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임원이 성추행한 사건이 있던, 그 출판사였다. 가해자인 임원을 다시 복직시켜 문제가 됐었고 결과적으로는 다시 사직 처리하기는 했다.



내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진행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여성주의 책을 자주 노출하자는 데 있었다. 그래서 멤버들에게도 계속 글을 쓰게 독려를 했었고. 책을 언급하고 글을 쓰면 알라딘에 자주 노출이 된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도서가 있다는 것을, 여성주의 도서를 한 권이라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그리고 멤버들이 잘 해주어서 여태 그렇게 내가 원하는대로 잘 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는 이상, 이 책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정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책이고 읽고 싶었던 책이니만큼 읽긴 하겠지만, 그간 '자주 노출시키자!'고 했던 그 의도대로 같이읽기 도서로는 지정할 수 없겠다. 어젯밤의 흥분은 오늘 아침의 아쉬움으로 돌아왔다. 나는 멤버들에게 이 책은 자유롭게 알아서 읽자, 고 했다. 공식적으로 이 책을 같이 읽기 도서로 정하지는 않겠다, 고.



그동안 이 출판사에서 책 낸 걸 보면(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지...)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은 되게 무맥락인데.. 최근에 페미니스트 직원이 입사해 강한 주장이라도 한걸까, 아니면 시대의 흐름을 읽어보노라니 지금 나오면 이 책이 잘 팔릴 것 같았을까. 번역자는 구판과 같던데, 구판과의 시간차이만큼 재번역을 하긴 한걸까. 하아-



어제 분명히 책 여러권 샀다고 사진 올렸는데, 으앗, 또 책을 사고 싶어서 미치겠다. 장바구니 채워두고 어제 결제하려다가, 제발 진정해, 하고 간신히 멈췄는데, 내가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봄알람의 신간 소식을 듣고는 어머, 이건 사야해! 하게 되었단 말야?




<알라딘 책소개>

한국 남성 절반이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성들의 유흥, 사회생활, 접대문화에 성 산업은 빠짐없이 연루되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를 빼고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없다. 성매매는 한국 사회에 실재하는 거대한 상식의 블랙홀이며,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상식을 집어삼키는 이 ‘시장’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말하고, 바꾸어야 할까.

성매매와 성폭력은 동일한 어법을 갖고 있으며 성 구매자 역시 이 경계를 알지 못한다. 성매매가 ‘가능’한 사회는 이 경계를 흐리며, 그 결과가 어떠한 폭력으로 나타나는지는 이미 수많은 성착취 범죄와 사례들에서 보았다. 이런 세계에서 입장 없음의 입장을 견지한다면 결국 현 상황의 방관자가 될 뿐이다. “성매매가 존재해도 되는가?” 이 질문에 저자는 현장에서 수없이 대답해왔다. 이제 듣고, 변화에 함께할 차례다.





엘레나 페란테의 신간도 나왔다. 신간들과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차곡차곡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결제는 가급적 미루고 미루고 미뤄보자. 아, 성정치학은 이미 내게로 오고 있다. 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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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16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기다렸던 책인데 출판사 사정 이야기 들으니... 독자들이 이렇게까지 세심히 신경쓰고 있다는 거 출판사들이 알까요? ㅠㅠ 안타까운 마음 뿐이에요...

다락방 2020-09-16 09:55   좋아요 1 | URL
이 일을 계기로 어느 조직에서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면 단호한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길 바랍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0-09-16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좋은 출판사에서 내주는게 가장 좋지만 모든게 내맘처럼 되는건 아니니까요. 이런 책을 낸걸 보면 그 출판사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ㅎㅎ 좋은 책을 놓치는건 아싸우니까요

다락방 2020-09-16 10:09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어차피 이 책 읽을 거라서 실망만 하기보다는 어쩌면 분위기가 바뀌는 건 아닐까..하는 희망을 가져보려고 해요. 분위기가 바뀌는 것일지 아닐지는 아마 이 출판사의 앞으로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겠지요.

바람돌이 2020-09-16 10:10   좋아요 1 | URL
어쨌든 다락방님은 좋은 독자이기도 하다는 것이 오늘위 제 결론입니다. ^^

다락방 2020-09-16 10:11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의 결론이 어쩐지 쌩둥맞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결론은 마음에 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9-16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튼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이 드는 책입니다. 이전에 출간했던 ‘이후‘에서 계속 나왔거나, 여타 페미니즘 책 꾸준히 내고 있는 출판사에서 내줬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샀을 텐데........ 이 출판사에는 이상하게 제 돈 2만 8천 8백원 주기도 싫으네요;

안 그래도 이 책 다락방 님이 여성주의 도서로 선정해서 같이 읽기 하면 노출 엄청 많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게 좋으면서도 싫더라고요. 암튼 제가 찬물을 끼얹은 거 같기도 해서 죄송합니다.ㅎㅎㅎㅎ 전 이 책이 재출간된 덕분에 그동안 엄청난 가격에 팔리던 구판 중고가 힘없이 터덜터덜 나오면 그걸 노리기로 했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0-09-16 11:26   좋아요 2 | URL
저도 내심 삼인 에서 내줬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했어요. 이 출판사는 너무 무맥락이라서.. ㅠㅠ
너무 읽고싶었고 그래서 읽을 거긴 하지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은 차마 못하겠더라고요. 뭔가 더 큰 영향을 주고싶지는 않은 마음... ㅠㅠ

저는 출판사 보고 찜찜한 이유가 ㅇㅈㅅ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뭐에요. 하아. 여기가 거기였다니... ㅠㅠ
출간 소식에 흥분했다가 너무 아쉬워지고 말았어요.


그나저나 제가 지금 [10kg 빼고 평생 유지합니다] 페이퍼를 작성중이랍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0-09-16 11:3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전 처음에 ㅇㅈㅅ이라고 해서 순간 에이트인가 뭔가 낸 ㅇㅈㅅ? 생각했었다죠. ㅋㅋㅋㅋ 아 근데 ‘이 책도 자기가 옮겼다고 했나‘ 하셔서 아 그 ㅇㅈㅅ 했습니다. 둘 다 ㅇㅈㅅ이라서 넘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오 그 책 페이퍼! 기대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9-16 12:00   좋아요 0 | URL
저 성 정치학을 ㅇㅈㅅ 가 번역했을까봐 너무 쫄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아무리 성정치학이라도 읽지 않았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그 ㅇㅈㅅ 인데, 잠자냥 님이 언급하신 ㅇㅈㅅ 도 ... 네, ㅇㅈㅅ 이네요... 흠흠.

그 페이퍼 다 썼습니다, 잠자냥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