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하게 많아지는 바람에 지금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바깥에서 만나는 약속은 잡지 말자, 출퇴근 후에는 바로 집으로 오자 생각했는데 출퇴근 길의 대중교통은 내가 어쩔 수 없었다. 코로나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중교통이나 외출시에 그리고 누군가를 만날 때에는 한결같이 KF94 마스크를 썼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좀 더 가벼운 마스크로 바꿔줬고.
할 수 있는만큼 더 조심하자, 라고 생각하자 매일 회사에서 먹는 점심식사가 문제였다. 그동안 혼자 나가 밥을 먹곤 했는데 이젠 식당 출입도 가급적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한 게 도시락이었는데, 그렇다면 도시락을 어디서 먹을까?
다른층 탕비실 옆에 아주 작게 휴게실이 있고 보통 도시락을 싸온 직원들은 거기서 먹곤 한다. 내가 거기서 먹어도 되긴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너무 답답하잖아. 하루종일 한 번도 바깥에 나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답답하다. 그런데 도시락은 먹고 싶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아아, 역시 사람은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어. 나는 우리 회사 빌딩의 옥상을 떠올렸다. 으하하하. 옥상에는 테이블도 의자도 있었고 커다란 파라솔도 준비 되어 있다. 좋다, 여기다! 나는 그렇게 화요일부터 회사 옥상에 가 점심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베트남에 갔을 때 혼자 걷던 그 때와 같다. 등뒤로 또르르 흐르는 땀 느끼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덥다. 정말 덥다. 진짜 덥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감히 추천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씐난다. 등 뒤로 흐르는 땀이 짜증나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이 너무 씐나. 밥 다 먹고 복숭아를 먹으면서는 등 뒤로 흐르는 땀을 느끼면서 내 앞에 날아 다니는 잠자리와 새들을 보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는데 크- 지상낙원 이었다. 정말 더웠지만, 에어컨 바람이 없는 곳이지만, 나는 근데 그게 너무 좋은거다. 이렇게 하루중에 얼마만큼, 사무실에 있는 게 아니라 바깥에 나와서 더위와 가끔 부는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땀을 흘리면서, 그렇게 오롯이 혼자 있다는 것. 원하는 노래를 듣고 따라부른다는 게 너무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는거다.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없지만(겨드랑이에서 냄새난다), 이렇게 앉아 밥을 먹고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나무들을 바라보노라면 웃음이 난다. 이것은 어쩌면...미친 웃음일지도 몰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만세!
정말 너무 더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덥고 뜨거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열이면 열 모두다 잠시도 이 공간에 있고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 순간이 왜이렇게 즐겁고 신나는건지 모르겠다. 출근하면서 기다리고 기대하는 시간이고, 닥치면 온 마음을 다해 즐거워한다. 나는 가끔 내가 너무 혼자인 순간을 행복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혼자인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 더운 것도 좋아하는 게 아닌가.... 내가 여름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순간을 더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무실에 돌아왔고, 일을 하다가, 책을 주문했다. (네?)
아래 네 권은 좀전에 주문한 책들이고,
아래 네 권은 오늘 함께 지르려다가 꾸욱- 참고 다음에 지르려고 남겨둔 책들이다.
어제는 코요테 글 썼으니까 코요테 어글리 OST 들었고(응?)
오늘은 more than words 따라 불렀다. 2002도 들었고, love me like you do, ME! 도 들었어. 히히히히히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