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코요테 떼를 만났고 무서웠다. 이 자리를 어떻게 피하나 고심하다가 꿈에서 깼고 어휴 무서워... 했다. 그 시간이 자정쯤 되었더랬다. 다시 바로 자려고 시도했지만 한동안 무서운 마음이 너무 커서, 아 이 무서움을 가라앉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워하다가 한참 후에 다시 잠이 들었다.


코요테 무리가 뜬금없이 꿈에 나온 건 내가 읽은 이 책 때문이었다. '딘 쿤츠'의 《사일런트 코너》.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제인은, 전혀 그럴 리 없는데 남편인 닉의 자살을 맞닥뜨리고 급작스레 자살자가 늘어난 것에 의문을 갖고 수사하기 시작한다. 전혀 그 사람 답지 않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다른 사람들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점점 더 여기에는 어떤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그녀는 누군가가 그들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을 주사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계적인 부자이자 천재적인 과학자가 사람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 세상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일 것 같은 사람을 미리부터 없애고자 하는 거다. 그렇게 그는 자기가 바라보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지 않는 사람에게 자살을, 자기의 뜻을 이루기 위해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복종을 프로그래밍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여자다. 그는 아주 아름다운 여자들 몇도 프로그래밍해 가둬둔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텅 빈 눈으로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고객인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의 성행위와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코요테 역시 이 천재 과학자가 프로그래밍했다. 자신의 드넓은 자연 속의 집을 지키는 데 사용하는 것.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더 읽어보고자 두 권쯤 더 사놨는데, 이 《사일런트 코너》를 읽고 나니 더이상 딘 쿤츠를 애써 읽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의 눈에서도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그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여자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또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을 맡긴다. 여자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작가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자들이 어느 지점에서 무얼 느끼는지도 최대한 성의껏 그리려고 했다. 그렇다한들 그는 본인이 남자임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내고 만다. 전직 FBI 요원인 제인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만나는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는 거다. 진짜 어처구니 없어서. 예쁜게 죄는 아니지만 예쁜 여자 포기 못하는 이 남자다움 어쩔거야... 하아- 게다가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는 군인인데 군인으로서 얼마나 충실하고 의리 있는지, 이미 제대한지 오래인데도 그 군인을 돕고자 다른 전직 군인들이 힘을 써준다. 군인에 대한 판타지 역시 대단하다. 이 책은 그러니까 졸라 예뻐서 모든 남자들로 하여금 반하게 만드는 미모의 FBI 와 졸라 의리 있는 전직 군인이 힘을 합치는 아름답고 정의로운 이야기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총에 대해서도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그리고 몸을 피하고 싸우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아는 제인이지만, 우연히 맞닥뜨리는 남자들은 그의 미모에 반해버려...



세상에는 악한 사람이 있고 선한 사람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악을 그리고 선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 자라면서 그렇게 된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놓고 봤을 때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저기에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 수도 있고 여기에서 좋은 행동을 한 사람이 뒤에서 또 치명적인 단점으로 누군가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딘 쿤츠는 나쁜 사람들이 나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악을 드러내면서, 그런 악을 막고자 하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선한 인물을 대입시킨다. 물론 그 선한 인물은 사람을 죽이면서 갈등을 한다. 이래야 했을까? 이래야 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죽게 하는 일에 있어서 갈등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딘 쿤츠는 좋은 사람을 돕는 좋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지나치게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제인의 시아버지가 제인에게 가진 절대적 신뢰라는 것은, 과연 이렇게까지 누군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싶었으니까. 어쩌면 그 절대적인 신뢰가 부러워서 그러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는 제인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걱정스러워서 왔습니다."

실버먼에게 옆모습을 보이며 마당과 저 너머 들판을 응시하던 앤설이 말했다. "무슨 일을 벌이든, 옳은 일일 거요. 끝장을 보고 말 거고.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않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실버먼이 말했다. "아들은 여기 데려다 뒀습니까?"

"아니, 여기 없소. 내 말이 안 믿기겠지만, 사실입니다."

"제인은 아들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마 그럴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 거요."

"아이가 왜 위험에 처해 있을까요? 누구에게서?"

"우리 모두 이 세상에서 위험에 처해 있소, 실버먼 씨. 세상은 대체로 평화로운 곳이 아닙니다."

"제인이 법을 어긴다면 제가 뒤를 봐줄 수 없습니다, 호크 씨."

"그애가 그걸 바라고 있지도 않을 거요."

실버먼은 내용물이 반쯤 남은 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저는 제인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그러시겠지. 나야 그런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모르면 제가 도울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녀가 먼저 연락할 거요." (P.320-321)



한결같이 그 사람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다, 필요하다면 그 애가 필요한 일을 할 거다, 그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옳은 일일거다, 라고 절대적 신뢰를 보일 수 있다는 건 판타지가 아닌가. 아니, 누구나 살면서 인생에 단 한명쯤은 그렇게 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절대적 신뢰를 받을만한 사람인가? 나는 언제나 털면 털릴 게 많은 사람이라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말해오곤 했는데, 내 과거를 알면서도 나를 계속 좋아할 순 없을거라고 말해오곤 했는데, 그런데 누군가 만약 나를 저렇게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면, 나는 그 신뢰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나는 내가 욕하던 행동을 내 스스로 한 적도 있는걸. 나 무단횡단 해서 딱지도 뗐던 사람이야.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옳은 일이라고 어떻게 신뢰할 수 있어. 나도 나를 신뢰 못하는데. 나 더한 짓도 많이 했어. 만약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나를 칭하며 '다락방이 하는 짓이라면 그럴만한 짓일거야', '다락방은 항상 옳은 일만 하지', '다락방이 필요하다면 그건 필요한 일일거야' 라고 한다면, 아아, 그 절대적 신뢰가 고맙기 보다는 너무 양심에 찔려가지고 ㅠㅠ 반사해야 할 것 같아. 저..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에요. ㅠㅠ 저 불법도 저질렀고 ㅠㅠ 도덕적으로도 올바르지 못한 짓도 저질렀고요 ㅠㅠㅠ 그리고 또 앞으로도 사적인 이익에 더 눈이 멀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저도 제 자신을 몰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결같이 꼿꼿하고 싶지만 그러나 한결같이 꼿꼿할 수 있을까. 아니야, 그럴 수 없어. 물론 나는 심하게 의리가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럴 때는 좀 맹꽁이 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면을 가지고 있다고! ㅠㅠ




넌 너무 이상적이야 니 눈빛만 보고 네게 먼저 말 걸어줄 그런 여자는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그리고 자존심..자존심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위에서 이미 말했다시피, 천재적인 과학자는 다른 인간에게 약물을 주입해 그 사람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코요테도 통제한다. 코요테의 본능과 의지는 아무 상관없이 자신이 코요테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통제해서 성적으로 순응하게 만들고, 인간을 통제해서 자기에게 복종하게 만든다. 이거, 너무 자존심 상하지 않냐. 그게.. 정말 좋으냐? 나는 이거 진짜 자존심도 없는 새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싫다는 사람에게 폭력을 써서 내 옆에 있게한 거랑 그게 뭐가 달라. 싫다는 사람에게 폭력을 써서 노예로 부려먹는거랑 뭐가 달라. 주먹 대신 약을 썼다는 것 말고는 똑같은 거잖아. 내 옆에 있겠다는 것, 나를 사랑하겠다는 것, 내 말을 잘 듣겠다는 것, 나를 지켜주겠다는 것..그게 뭐가 됐든 그것이 순순히 본인의 뜻이 아닌, 자신이 죽을까봐 무서워사 하는 행위라면, 자신이 괴롭힘을 당할까봐 겁먹어서 하는 거라면, 그런 복종과 사랑을 가장한 행동들 앞에.. 행복하냐? 나는 그 자존심 없음이 너무 불쌍하다. 천재적인 과학자면 뭐해, 그래봤자 약으로 사람이든 동물이든 통제하려고 하는데..그게 뭐야 너무 쪽팔리지 않아? 무릇 사람이란 자기 자신에게 쪽팔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여... 휘성이 그러잖아. 그 사람 사랑하면서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그게 뭐냐.. 쪽팔리지 않냐. 그러면 행복하냐. 그 사람의 마음과 정신은 다른데 가있는데 억지로 내 옆에 붙들어 두는거, 그게 진짜 좋냐? 그 사람의 뇌를, 눈빛을, 생각을 텅 비게 만들어서 말 듣게 하는 거, 그게 좋아? 진짜 자존심도 자존감도 좆도 없는 새끼... 너무 시르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꿈속에서 코요테를 만났고 넘나 무서웠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어휴.. 코요테 무서워요 ㅠㅠ





빨리 점심시간 됐으면 좋겠다.



바로 여기에 오버턴 같은 남자의 문제가 있다. 제인은 생각했다. 그는 부로 인해 타락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부를 이용해서 하겠다고 선택한 일로 인해 타락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보통 인간의 경험에서 단절시켰고, 이어 자신을 대중보다 우월한 존재로 격상시켜 윤리는 물론이고 전통의 속박을 거부했다. 심지어 양심까지 미신 같은 정신의 무가치한 인공물로 치부해서 폐기하는 행위를 정당화해버렸다. 자신을 인간 공동체의 악성 종양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 P255

살아 있을 때 이 금발 여자는 루링처럼 아름다웠고, 완벽한 얼굴, 에로스가 조각한 것 같은 몸매를 자랑했으리라. 외모에 관한 한 루링과 마찬가지로, 제인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미모였다.
제인은 생각했다. 이건 내가 될 수도 있었다. 이건 나다. 이런 권력을 지닌 자들을 이길 방법이란 없으니. 이건 내일의, 다음 주의, 한 달 후의 나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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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8-1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는데... 딘 쿤츠는 여기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나쁘지 않으나 또 아주 좋지도 않아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 근데 미국 사람들은 딘 쿤츠를 많이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 책보다 리뷰가 좋아서 한마디 남긴^^

다락방 2020-08-19 13: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비연님. 나쁘지 않은데 딱히 좋은건 아니에요. 이 책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있는 상업영화 나올것 같아요. 뭐랄까, 두루두루 다 좋아할 것 같은 책이긴 한데 저는 그만 읽어도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8-1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 코요테는 그 코요테 아니 잖아요 ㅋㅋㅋㅋ 반칙이야.

다락방 2020-08-19 13:41   좋아요 0 | URL
이 코요테에 저 코요테를 끌고온 다락방은 정말이지 귀엽고 깜찍하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0-08-19 14:06   좋아요 0 | URL
오늘 혹시 참치전 상했었어요? 후다닥=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8-19 14:08   좋아요 0 | URL
아뇨?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