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샤를리즈 테론은 불멸의 존재다. 새로운 불멸의 존재를 발견하고서는 "나는 불멸 조직의 리더지" 라고 말할 때는 그 포스가 장난아니다. 두 눈이 하트가 된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부상을 당한 앤디(샤를리즈 테론)가 붕대며 약품을 사러 갔을 때, 약국 직원이 도와주겠다며 치료를 자처한다. 이때 앤디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네요, 라고 말하고 직원은 "오늘은 내가 당신을 치료해줄테니 내일은 당신이 넘어진 누군가를 일으켜줘라"고 말한다.
오래오래 살아온 사람들, 결코 어떤 일이 있어도 죽지 않는 그들은, 역사의 매 현장마다 있어왔다. 불멸의 조직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이들을 구했고 동시에 인류를 구하는데 앞장섰던 셈이다.
샤를리즈 테론의 숏컷은 너무나 근사한데, 그렇지만 한쪽 머리가 좀 길어서 눈을 자꾸 가린다. 싸울 때는 별로 좋지 않은 헤어스타일이 아닐까. 오른쪽 긴 머리도 짧게 치면 언제나 늘 잘보일텐데...
《올드 가드》를 보고 '응오 타인 반'이라는 배우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올드 가드에서는 단역인데, 누가 '그 배우다'라고 말해주지 않았으면 몰랐을정도로 역할이 미미한데, 그러다 마지막에 그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이 영화에 후속편이 있겠구나, 추측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모르는 배우였는데 궁금해 찾아보니 베트남 영화 《분노》의 주연이더라. 넷플릭스에 있어 보게 됐다. 그리고 매우 놀랐다.
일단 응오 타인 반 단독 주연의 영화이며 액션이 대단한데, 그 액션이 대부분 맨몸 액션이다. 이 배우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무술 수업을 받았었던게 아닐까 싶다. 와, 엄청 대단해. 내용은 사실 딱히 새롭지 않다. 클럽에서 일했고, 미혼모로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사채업자가 되고... 그러다 장기매매 조직에게 딸이 납치 당해 그 딸을 구하는 내용.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녀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애시당초 있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 가게 될 일, 시장에서 딸아이를 납치당하는 일, 납치 당했지만 혼자 싸울 수밖에 없는 일. 만약 그녀가 이미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고 돈도 있는 사람이었다면 혼자 동동 거리고 애태우고 칼을 맞고 총을 맞는 대신, 이 일들을 마땅히 해야 할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나서주지 않았을까.
극중 그녀를 돕고자 하는 남자 형사가 나오는데, 영화속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잘생기고' 능력있는 형사였다. 음.. 잘생김이란 것은 주관적이지만, 저마다의 것이지만, 베트남의 잘생김 취향......나랑 많이 다르네요.......
아무튼 '잘생긴' 형사는 아주 조금 도울 뿐, 범죄조직가 싸워서 납치된 여러 아이들을 구하는 모든 액션은 응오 타인 반 혼자 다 한다. 그리고 그 액션은 진짜 아주 끝내준다!!
보통 나는 폰에 다운 받아 영화를 보는데, 이 영화를 가장 최근에 다운 받았더라. 자, 이걸 볼까, 하고 다운 받아둔 영화의 줄거리를 읽어보니, 뭐라고? '납치당하'는데,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뭐 이런 뷁스러운... 아니, 내가 대체 이걸 뭣 땜에 다운 받아놨지? 저 포스터의 야함..을 보고 다운 받은건가? 어쨌든 다운 받았으니 한 번 보자, 하였고, 와..... 하아- 이건 뭐, 《여자는 인질이다》의 영화 버전이라 보면 되겠다. 이런 무슨 미친 아놔..
'라우라'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대머리의 배나온 남자친구인데 그 남자는 여자친구인 라우라에게 딱히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고 인생에 있어 여자친구가 우선순위도 아니다. 그렇게 남자친구에게 지칠때쯤 납치를 당하는데, 납치범은 키 190t센치에 식스팩을 가지고 있고, 툭하면 헐벗고 다니고, 엄청 잘생겼고, 악마가 빚은 좆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가 납치된 집은, 벽난로가 성인 남자 대여섯명을 품을 만큼 커다란 어마어마한 저택이다.
납치된 라우라는 당연히 자기를 풀어달라 하는데, 우리의 납치범 '마시모'는 5년전부터 너를 알게 됐고 너를 찾아 전세계 방방곡곡을 헤맸다고 한다. 미친놈의 망상에 다름 아닌데, 그런 그는 그녀에게 '네 남자친구에게 너는 과분했'고 다른 여자랑 섹스하는 사진을 건넨다. 네 남친은 널 찾지 않아. 한마디로 불법촬영을 하고 유포한것이다. 십새끼 아닌가 진짜. 그리고는 그녀에게 자신을 사랑할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널 속박하지 않아, 너가 나를 원할 때까지 기다릴거야, 나를 사랑할 시간을 365일 주겠어, 라고 해서 영화의 제목이 365일인데. 아니 미친놈이 납치를 했는데 무슨 속박하지 않아야. 게다가 이새끼 직업이 폭력조직이라 마약을 밀수하고 그런단 말야? 첫날 탈출하려던 라우라는 이 조직들이 살인하는 것도 목격한다. 그런데 나는 너에게 강요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원할때까지 기다릴거야, 너를 강제로 갖지 않아, 라고 한다. 이게 무슨 미친소리냐. 납치해서 감금해놓고 강요하지 않는다니.... 상빠가인가.....
아주 오래전에 회사 동료가 재미있다며 로맨스 소설을 빌려준 적이 있다. 국내 여자작가가 쓴 책인데, 여주가 남주에게 납치가 되는 내용이었다. 납치해놓고는 너무 잘해줘서 결국 여주도 납치범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 나는 그걸 읽고 돌려주면서 아니 납치해서 가족도 못만나게 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재미있냐고 동료에게 물었고, '납치는 좀 그렇지만 남주 멋지다'고 하는게 아닌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납치라는 게 그러면 잘생긴 놈이 하면 괜찮은 게 되는건가. 이거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하냐. 답답하기 짝이없다.
얼마전에도 로맨스 하나 읽을까 하고 둘러보다가 이거 살까, 하고 줄거리 읽어보니 '납치되었는데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길래 이런 미친...하면서 안샀는데, 영화를 다운 받아 두었었네.. 어이 상실..아무튼, 이 영화는 그 때 보았던 로맨스 소설을 떠오르게 했는데, 도대체 왜 납치범과 사랑에 빠지는 걸 그리는걸까? 책이든 영화든 납치에 명분을 주지마라..
남자가 오래전부터 그녀를 우연히 본 적이 있어 찾아 헤맸다는 건 그 남자의 개인적 사정이다. 너무 다시 보고 싶고 그 여자의 애인이 되고 싶어서 그녀를 찾는 것 역시 그의 사정이다. 그리고 남자는 이탈리아에서 너무나 큰 부자이고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이니 그녀를 찾는게 보통의 다른 사람들 보다 쉬웠을 터. 어쨌든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꿈에 그리던 그녀를 만났다면, 납치 대신 다른 식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도 충분했을 거다. 왜냐하면, 위에도 언급했지만, 그는 보통의 다른 남자들보다 훨씬 우월한 조건들을 너무나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 겁나 잘생겼지, 키 190이지, 악마가 빚은 좆, 어마어마한 부자.. 그러면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 앞에 나타나서 다른 식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하면 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말을 다정하게 들어주고 좋은 대화상대가 되어준다면, 다른 남자가 6개월 걸릴거, 이 남자는 6주면 됐을 거란 말이다. 그런데 왜 굳이 납치를 해서는 '너를 강제로 갖지 않겠어' 라고 하는가. 이미 납치가 강제 아닌가.
여주는 당연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식으로 나를 소유할 수 없어, 난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야, 라고 한단 말이다. 그렇지만 납치되어 있는 동안 그가 옷과 선물을 가득 안기고 자상하게 대해준다. 그러다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을 때 뜬금없이 이 여자가 바다에 빠져버린단 말야? 그 때 이 남자가 구해주는데, 그 요트위에서 "당신이 내 생명을 구해줬어" 하고는 감사해하며 그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우리는 《여자는 인질이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오히려 구해주러 오는 경찰을 원망한다는 사실을. 애시당초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에 대해 혹여라도 경찰들이 인질범들을 화나게 해 자기들이 잘못될까봐 경찰을 원망한다는 것을. 잡혀 있는 동안 잘해주었다면서 인질범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마시모가 라우라를 납치하지 않았다면 그 바다에 요트 타고 가서 빠질 일도 없었는데, 납치된 동안 빠져서는 '네가 나를 구했어'라며 사랑에 빠진다니...... 라우라여, 그거 아니야......
"아직도 왜 신호가 안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리에만 쏘겠다니 올손은 너무나 친절하다고 감격했던 게 아직도 떠오른다. 당연히 올손은 강도였고,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목숨을 위협했던 범법자였으며, 언제든 우리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꾸 그 사실을
잊게 됐다." (p.53)
이후 폭발물에서 멀어지려던 올손은 바닥에
함께 웅크리고 있던 엔마르크와 올드그렌에게 다가왔다. 둘은 손으로 귀를 막고 머리 위로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올손은 참을성
있는 말투로 둘에게 벽에서 움푹 들어간 곳까지는 폭발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기처럼 폭발물에서 더 멀리 떨어질 것을
충고했다. 귀를 막을 필요는 없지만 입은 열고 있는 게 좋을 거라는 팁도 주었다. 올드그렌은 인터뷰에서 "전 그때 경찰은 왜
저이만큼 배려심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p.59)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 상황 2는 피지배 집단에 속한 개인이 지배 집단에 속한 친절한 특정 개인에게 보이는 반응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배
집단-피지배 집단은 예컨대 부자-빈자, 백인-흑인, 남자-여자, 이성애-동성애 집단이 맺는 관계다. 개인은 소속된 집단에 따라
특정한 종류의 트라우마를 겪거나, 친절을 베푸는 처지가 된다. 이건 예측 범위 내에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친절한 지배 집단
일원과의 접촉 자체는 무작위적이다. 즉, 피해 집단의 특정 일원이 지배 집단의 특정 일원과 접촉하게 될지 아닌지는 우연이
결정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라는 집단이 여성이라는 집단에게 폭력적인 상황에서 특정 남자가 특정 여자에게 친절을 보인다면, 여자 개인은 이 친절한 남자 개인에 대해 스톡홀름 증후군 일반화를 겪게 된다. '남자는 안 믿는다', '남자는 믿을만한 족속이 못 된다'라고 말하는 여자가 내 남편이나 남자친구는 예외라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p.124)
여자는 남자가 보호해준다는 데에 감격해서 애초에 보호가 필요한 이유가 남자의 폭력 때문이라는 점을 잊는다. (p.190)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친절은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 사람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신변이 안전한 상황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사소한 친절도 신변이 위협받거나 심신이 약해졌을 때는 크게 느껴진다. 앤절라 브라운Angela Browne의 책에 따르면 파트너의 구타에 시달리는 여자 중에는 파트너가 폭력을 중지하는 것을 친절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p.95)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기는 과정은 이렇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타인과 고립되어 있으며,
가해자/인질범의 사소한 친절을 목격한 개인이 있다. 이 개인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는 것임을
깨닫고, 실제로 가해자/인질범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하고 그 사람에게
유대감을 느껴야 하므로, 스톡홀름 증후군 발생은 상당한 인지 왜곡 없이는 불가능하다. 피해자는 무의식적으로 학대 부정이라는 인지
왜곡을 통해 위험과 트라우마 가능성을 잊으려 하고, 학대 부정은 가해자와의 유대감 형성을 촉진한다.- P128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유대감은 결코 건강한 사랑일 수 없다. 유대감을 조장하는 환경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가 공포 상황에
부닥쳐 자기 감각을 마비시키려는 환경에서 유대감이 생기는 만큼, 유대감은 중독적인 성격을 띤다. 여자가 절박하게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는 말이다. (이 주제는 5장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건강한 사랑은 이렇게 절박한 성격을 띠지 않는다. - P239
라우라는 결국 마시모와 사랑에 빠진다. 마시모는 그녀의 나라 폴란드에 집을 얻어준다. 내가 평생 일해서도 결코 살 수 없는 큰 집을 그녀에게 마련해준다. 이 모든 이야기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판타지일까. 지독하게 잘생긴 부자 남자한테 납치당하고, 그 남자는 나를 꿈꿔왔고, 나도 그 남자를 사랑한다, 는건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판타지야.
영화에서 자꾸 오럴섹스 나오는 것도 역하다.
아무튼 이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잠도 안자고 섹스에 섹스에 섹스를 거듭한다. 여자는 이제 29살이고, 남자도 뭐 비슷하다. 몇 살인지 모르겠다. 남자배우를 검색해보니 1990년 생이라는데,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단 한가지라 부러웠다. 큰 집 사주는 거 말고, 옷가게 들어가서 옷 사주는 거 말고. 개인적으로 너무 부러운 게 딱 하나 있었지만, 그것이 뭔지는 나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건 빔일!
영화 음악은 다 너무 좋은데 남주가 직접 부른 곡들도 섞여있단다. 검색해서 알아낸 결과, 이 영화는 책이 원작이고 시리즈로 제작될 것이며 '폴란드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란다. 어련하시겠어. 굳이 덧붙이자면, 그레이 보다는 마시모 쪽이 외모적으로 너무나 압도적으로 우월한데, 그러나 그레이는 기업의 대표이고 마시모는 마약파는 조직의 우두머리. 영화에서는 '우두머리 수컷'이라고 표현된다. 극중 라우라가 납치범에게 빡쳐서 '이 이탈리아 잡놈새끼야!'라고 하는데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탈리아 잡놈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