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종종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고 말하곤 한다. 주말만 해도 그렇다. 나는 토요일 저녁에 고요히 훈제오리를 구워 먹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찾아오겠다는 여동생 식구들 덕에 모든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오리와 와인 대신 삼겹살이 찾아들었달까. 오리 대신 삼겹살인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러나 조카들이 찾아왔기 때문에 '고요한' 저녁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동생과 조카들이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지만, 그 식구가 찾아들면 내가 바라는 고요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 아아, 역시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야..... 내가 혼자 살면 내가 계획한 대로 되겠지만 내가 혼자 사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예측불가한 것으로 바뀌고 또 바뀐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난 예상하지 못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확 바뀌어 버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가 타인을 만나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관계가 흘러가게 되는 것은 내 예상대로 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보다는 아, 이럴 줄은 몰랐는데, 하게되는 경우가 더 빈번하지. 사랑에 빠지는 것도 그렇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도 그렇다.



외교관인 '저스틴(랄프 파인즈)'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강연하러 간 자리에서 인권운동가 '테사'(레이첼 와이즈)를 만나게 된다. 지루한 강연이 끝나고 테사가 질문을 퍼부은 것. 저스틴은 거기에 모두 대답하지 못했고 테사는 질문과 비난을 이어간다. 강연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테사에게 그만하라고 하지만, 테사는 외교관과 정부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결국 모두가 떠난 자리에 저스틴과 테사, 둘만 남게 된다.


테사는 자신이 무례했다며 사과하고 둘은 그렇게 차를 한 잔 마시기로 하는데,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저스틴은 케냐로 발령받게 되는데 이에 테사는 자신도 데려가라고 한다. 정부이든 아내든 뭐든, 어떤 자격으로도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둘은 결혼해서 함께 케냐에 가고 공적인 자리에 함께 가기도 하지만, 저스틴은 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테사는 그곳에서 영국의 큰 제약회사와 영국 정부가 케냐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약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약한 환경에 놓인 케냐 사람들은 먹을 음식도 충분하지 못하고 당연히 병에 대한 치료약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신약실험에 동의한다는 조건에 서명해야 한다. 그렇게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앓고 있는 병으로부터 치료받기 위해서라도 신약 실험에 이용된다.

그런데 이 신약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었다. 이 부작용 때문에 사람들이 사망했으나, 그러나 아무도 이 시신을 제대로 처리해 주지도 않고 그들의 사망 원인도 알려지지 않는다. 그저 이름없이 죽어갔을 뿐. 사후에 그들에 관한 기록은 남겨지지 않는 거다. 이 과정에서 테사가 알게 되고 그래서 제약회사와 정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게된다. 테사는 정부에 계속해서 재차 얘기한다. 부작용이 있으니 실험을 중지하고 새 약을 만들라고. 제약회사는 이 결핵에 대한 신약이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판매만 시작하면 큰 돈을 쓸어담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새 약을 만들라는 인권운동가의 경고가 달갑지 않다. 부작용에 대한 걸 해결하고 새로운 약을 만드는 과정은 2년 정도가 소요될텐데 그 2년을 더 투자할 수가 없는 거다. 이미 들어간 비용도 상당한데다, 그 2년동안 경쟁사에서 더 좋은 치료약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사망할 수도 있는 약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제약회사와 정부는 판매하려고 하는 거다.


이 과정을 추적하고 진실을 알게된 테사는 그래서, 살해당한다. 그녀는 살해당하고, 그녀와 함께 그 과정을 추적하던 케냐의 흑인 의사는 린치당한다. 그 장면이 얼마나 처참한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저스틴은 취미와 특기가 식물가꾸기인 다정하고 조용한 남자였다. 아내는 혁명전사 같았고 뜨거웠지만, 저스틴은 실내에서 화분에 물을 주는게 가장 큰 기쁨인 사람이었던 거다. 그런 저스틴은 아내를 잃고 힘들어하다가 아내가 살해당했고 거기에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추적한다. 추적하는 과정에서 살해 협박을 당하면서 저스틴은 자신이 진실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제약회사와 정부의 추악한 관계를 폭로할 방법을 찾아낸다.




이 영화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래서 DVD 를 사둔지 꽤 되었지만 보지 않고 얌전히 꽂혀만 있었다. 그런 참에 며칠 전에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를 읽다가 이 영화가 생각나는 거다. 책에서는 남자에게 생기는 질병들에 대해 연구하고 그 질병의 대표적 증상들이 교과서에 실리는 걸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약의 임상시험도 남성들에게만 행해지는 것까지. 그렇게 그들을 대상으로 만들어낸 약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증상의 발현부터가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남성들의 것과 달랐는데, 여성의 것은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비전형적인' 증상이라 처음부터 제대로된 진단을 받기도 어려웠다. 어쨌든 약은 남성들 위주로 만들어졌고, 여성들에게 그 약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러나 임상시험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여성 호르몬 치료법에 대한 것도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에 여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




남성만을 기본값으로 설정한 연구는 모순에 빠지기도 했다. 1960년대 초에 ‘에스트로겐 농도가 낮아지는 폐경기가 오기 전까지는 여성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관찰한 연구자들이 여성 호르몬 치료법이 심장질환에 효과적인 예방법인지를 연구했는데, 연구에는 남성 8,341명과 여성 0명이 참여했다. (의사들은 폐경 후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을 무더기로 처방해서 1970년대 중반에는 여성의 1/3이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치료의 임상연구를 최초로 실시한 것은 1991년 이후였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P45




위의 부분을 읽다가 케이스가 다르긴 하지만, 신약 실험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이용'했던 백인들이 생각났던 거다. 그래서 자연스레 오래전부터 보려고 별렀던 영화를 보게된 셈이다.

케냐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어떤 처지인지.

그들은 아프리카는 이미 없는 사람들 취급을 당한다고, 영화 속에서 말한다. 백인들은 흑인들을 무시한다.


마침 오늘 시작한 《흑인 페미니즘 사상》에서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차별을 당하는지부터 언급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백인들과 함께 살면서 인종분리정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나뉘어있고, 게다가 허락된 직업 자체가 정해져있는데, 그 안에서 분투하는 여성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백인들과 섞여 사는 사회에서 그토록이나 차별을 당한다면, 그렇다면 백인들과 함께 살지 않는 곳에서는 상황이 더 나아야 하는게 아닐까. 같은 인종만 있다면 더 나아야 하지 않나, 라는 의문을 당연히 가질 수 있는데,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흑인들만 살고 있는 곳에 백인들이 침투하니까. 선진국의 백인들은 그들이 가진 풍부한 물적자본을 가지고 들어온 이방인이면서,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한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는 네이버 굿다운로드 '대여 1,200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참고하시길.




자, 그러면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청결, 에 대한 얘기다.

청결.

청결이란 무엇인가.

깔끔함이란 무엇인가.

깨끗함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그것은 오직 각자의 몫이라서 타인의 눈으로 보기엔 이상한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자기 손은 비누로 삭삭 닦으면서 컵을 씻을 때는 그냥 물 틀고 휙 한번 휘두르고 끝나는 사람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컵은 그렇게 닦으면 안된다고, 입이 닿는 부분을 수세미로 박박 닦아주라고 얘기했지만, 알았다고 대답만할뿐 전혀 달라지지도, 달라질 생각도 없는 사람을, 나는 보았다. 너무 대충격이었어.

아무튼 청결.


그러니까 영화속에서 저스틴과 테사가 처음 만나고 격렬하게 싸우고 차를 한잔 마시기로 하면서 그들은 테사의 집으로 향한다. 아니, 까페에서 마시면 되지 집으로는 대체 왜 데려가. 영화는 2005년 개봉한 영화인데, 그 당시에는 처음 본 남자를 집으로 데려가는게 괜찮은건가..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런 식의 행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테사와 저스틴은 그 날 처음 만나서 어쨌든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차를 한 잔 같이 마시기로하고, 그렇게 테사의 집에 가게 되는데, 그러고나서는 섹스로 이어진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만나서 서로에게 호감을 품게 되고 만난 바로 그 날 섹스를 하게 된다는 것은, 그들이 아침에 눈을 떠 각자의 일터로 가면서 상상하거나 기대했던 일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일어날 수 있다. 아무렴. 첫 눈에 반할 수도 있고, 또 욕망을 가질 수도 있고, 서로의 욕망이 일치해 섹스를 할 수도 있지. 그런데, 일을 하러 나왔을 때 테사는 가디건에 치마를 입고 있었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 말이다. 그 상태로 일터에서 만난 저스틴과 함께 테사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그 때 그 차림 그대로, 장면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갔으니 손은 씻었겠지? 아무튼 그차림 그대로 섹스를 하게 되는거다. 섹스라는 게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렇게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니까 놀랄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경악했던 것은, 아아, 테사여...저스틴이여... 그러니까, 저스틴이 테사의 부츠를 벗겨주는 거다. 무릎까지 오는 부츠. 지퍼가 있는 부츠. 그 지퍼를 내리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벗겨냈단 말이야.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에 집에서 나서면서 신었던 신발을 저녁에 집에 돌아와 벗는데, 그게 섹스바로 직전이라니. 부츠 안에 갇혀있던 발...을 나는 남자에게 보이고 남자는 그런 내 발을 만지고.... 냄새 어쩌나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냄새가 많이 나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안나지는 않을텐데, 일단 지금 우리 둘이 섹스를 하기에 앞서 바로 직전에 내 신발을 네가 벗겼다 하는 것은, 내가 발을 씻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잖아. 아 세상 불결하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물론 청결에 대한 각자의 기준이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밖에 있다 들어와서 손도 안씻은 사람이 내 맨 살을 만지는 게 진짜 지독하게 싫다. 가서 손씻고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딜 만져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데 씻지 않은 발을... 만지잖아. 만지기만 해? 그 발은 남자의 온 몸 곳곳에 닿을텐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싫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씻고 합시다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현기증난다. 너무 ㅠㅠ

그러니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미래는 예측불허니까 오늘 갑분섹스가 있을 수 있지. 오케이. 아이 가릿. 그렇지만..발은 씻고 와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둘다 참았는지도 모르겠다. 왜, 미셸 파이퍼와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어느 멋진 날]을 보면 둘이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키스를 하고 그래서 섹스로 이어질 때쯤 미셸 파이퍼가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욕실로 가서는 씻을 데는 좀 씻고 매무새를 정돈하고 그런 후에 나와서 남자 앞으로 다시 간단 말이야? 그런데 남자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뭐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긴 부츠를 신은 발을 남자와 여자는 모두에게 허락했는지도 모르겠다.

난...글쎄 ..... 아무튼....좀 그렇다.

이건 각자의 기준 문제일 것이다.

그런 냄새를 참아가며 섹스를 선택할지, 그런 발로는 섹스하기 싫은지. 이건 각자의 몫이겠지. 그렇지만 이것도 둘이 좀 맞아야지, 나는 발냄새 섹스 못견디는데 상대는 분위기 깰까봐 그냥 고고씽 하자고 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암흑이여...미래 오브 다크니스.....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며칠 전에 <나 혼자 산다> 송승헌의 제주살이 편을 잠깐 보게 됐다. 역시 정말 잘생겼지만, 너무 잘생겼지만 매력 없는 놈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는데, 송승헌이 자신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한거다. 그래서 친구들이 오기 전에 자기가 차려낼 음식들을 준비하는데, 그가 하려고한 요리는 '돼지고기김치찌개'였고...나는 보았네, 송승헌이 한 손으로, 그러니까 맨 손으로 고기를 잡고 가위로 슥슥 고기를 잘라 냄비에 넣는 것을. 그 손으로 그대로 또 김치도 잡아서 가위로 슥슥.... 내가 여기서 잠깐 뭐랄까...약간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거든? 그런데 다음은 더 놀랐다. 아니, 그러니까 마트에서 회를 사온거다. 그리고 자기가 잡아서 내놓은 것처럼 하려고 포장된 용기에서 꺼내 접시에 담는데, 아아, 그것을 맨손으로 담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너무 기절했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아무도 그걸 지적을 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손님에게 접대할 회를 맨손으로 옮겼다니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거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잘생긴 거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아무리 잘생겨도 저렇게 행동하면 나는 매력을 1도 느낄 수가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힘들다....... 싫어......회를...... 맨손으로 옮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남자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나 하나 싫어한다고 그의 인생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킁킁.





나는 손잡는 걸 너무 좋아한다. 손은 내게 아주 중요한 신체 부위다.

이십대 시절 여러명의 여자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남자친구와 하는 스킨쉽중에 가장 좋은게 무언지 각자 묻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다들 19금 얘기를 하는데 나는 '손잡는 거'라고 얘기했다. 친구들이 모두 놀라며 19금 행동들을 하나씩 언급하면서 '그걸 했는데도 손잡는게 가장 좋다고?' 라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끝까지 믿을 수 없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손잡는 게 제일 좋다.


손잡는 건 그 관계의 가장 시작임과 동시에 끝 또한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나의 경우는 섹스는 사랑 없이도 할 수 있지만, 손 잡는 건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손도 어떤 경우 사랑 없이 잡을 수 있기는 하지만, 잡을 때의 감정이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사귀면서도 손 잡기가 싫었던 남자들이 분명히 있었고, 손 잡은걸 누가 볼까봐 신경쓰였던 적도 마찬가지로, 있다. 섹스한 남자랑 손잡기 싫은 게 뭔지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한편 손잡았던 게 너무 좋았던 적도 있다. 심장이 바깥으로 나오진 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그런 사람들과는 손잡고 있었던 그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고 또 떠올리게 된다. 그 사람과 손잡고 걷는 나를 좀 누가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옆의 이사람 좀 봐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좀 봐줘.

그래서 나는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들과 손잡았던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은 손잡는 행위다.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 많은 비율도 역시 손잡는 게 차지한다. 손잡고 걸었으면 좋겠다, 손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것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가장 하고 싶은 건 손잡는 것이니까. 이렇게 손 잡는 행위를 떠올리고 상상하는 건, 비단 연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나는 조카에 대해서도 그렇다. 조카들의 그 작은 손을 잡고 걸었던 순간들을 많이 떠올리고 또 앞으로 그럴 것에 대해서도 떠올린다. 아주 많이, 아, 조카 손 잡고 싶다, 같은 걸 정말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말에 조카들이 왔다!

조카들과 일요일 아침 일찍 동네 허브공원엘 갔다.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바깥에 나가 놀지도 못하니, 이번에 야외 공원에서 뛰어 놀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우리 엄마와 나, 그리고 조카1 조카2가 허브공원으로 향했는데, 일찍부터 산책 나온 어른들이 몇 분 계시긴 했지만 가는 길도 사람이 없었고 도착해서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놀았다. 우리가 준비해간 수박과 참외를 먹다가 뛰다가, 그렇게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 나는 손수건으로 아이들의 이마와 목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공원에서 허브향 맡으며 뛰던 조카들과 나는 다시 손을 잡고 이번엔 일자산으로 향했다. 그간 관심있게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공원이 작게 있었고 그곳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카들은 거기에서 또 신나게 뛰어놀았다. 산으로 들어가서는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고 했지만, 야호~ 하고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정상까지 간 건 아니지만 우리는 산을 제법 오래 걸었다. 아이들은 중간에 철봉에 올라타서 나무늘보가 되어보기도 하고 움막집에 들어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걷는 내내 조카들은 나와 손을 잡았다. 조카1이 잡고 걷다가 조카2가 잡고 걷다가 했는데, 그렇게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애네들하고 손잡고 걷고 싶었는데 지금 그러고 있네' 하면서 가슴속 가득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런 게 바로 충족일 것이었다.



예상외로 우리는 많이 걸었고 그래서 힘들었다. 조카들이 온 토요일 오후에 <나 혼자 산다>재방송에서는 손담비가 자기 어머님과 함께 길동 복조리시장을 찾는 장면이 나왔다. 조카들은 흥분했다. 우리집에 오면 가는 시장이 바로 거기였다. 게다가 손담비 모녀는 그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게 아닌가. 일요일, 조카들과 신나게 산책을 하고 뻐근해진 다리도 쉴겸, 또 배도 채울겸, 우리는 손담비가 갔던 떡볶이집을 찾아 갔다. 떡볶이와 순대, 어묵을 시켜서 차려두고는 조카들과 함께 먹었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조카들은 떡볶이도 매울텐데 잘 먹었고 순대도 잘 먹었다. 어묵도 잘 먹었어! 엄마와 나는 먹다가 몇 번이나 조카들이 잘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았고, 다 먹은 뒤에 조카들은 '정말 잘먹었다'고 했다. 조카들이 제 집으로 돌아갔고, 여동생은 조카2에게 '주말 동안 뭐가 제일 좋았어?' 라고 물으니, '다같이 힘들게 걷고 떡볶이 함께 먹는 순간 행복했어. 그런 거 좋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조카들과 내가 손을 잡고 걸었다. 정말이지 완벽한 순간이었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너무 고단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들이 간 다음에 청소를 하고나서 씻고 뻗어버렸다. 주말 내내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시작하고 진도 좀 나가야겠다 생각했지만, 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다. 책은 또 오늘부터 부지런히 읽으면 되니까. 조카랑 손잡고 걸었던 순간을 아마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조카들을 만나고나면 내가 사랑을 줘서 너무 행복하지만 또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기도 하다. 가슴 가득 뭔가 채워지는 그 느낌이 있어. 여동생은 조카들이 우리집에 왔다가고 나면 '사랑받고 왔다'고 하는데, 나 역시 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내 손을 꼭 잡고 걷는 순간들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워줬다. 정말이지, 더 좋은 이모가 되어야지. 더 사랑을 주는 이모가 되어야지. 히히. 아이들하고 손 잡는 거 진짜 좋아 짱 좋아!! >.<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는 사람,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물론, 나는 이미 그러한 사람이지만.

:)




(매슬로는)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예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 《여성성의 신화》, 베티 프리단,  P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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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1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요히 훈제오리를... 에서 크크 한 사람! 따따 따따따! 🖐🖐 🖐🖐🖐

다락방 2020-05-18 11:22   좋아요 0 | URL
고요히 훈제오리를 먹는 계획은 다음주로 어쩔 수 없이 미뤄야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20-05-1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향이 나고, 관심없는 사람에게 냄새가 나는것 같아요.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들도 그래요. 저는 카푸와 은비가 목욕오래동안 안했을때 꼬순내가 너무 좋아서 털에 코를 박고 좋아라하는데... 가족들이 자꾸 목욕시키라고 성화라서 어쩔수 없이 시켜요... 절대 절대 목욕시키는것이 힘들어서가 아니여요.

다락방 2020-05-19 07:32   좋아요 0 | URL
회사 직원이 퇴근하고 애인 만나러 가면 자기 정수리 냄새가 그렇게 신경쓰였대요. 그런데 애인은 ‘열심히 일하다 온 증거 아니냐, 나는 니 정수리 냄새 좋다‘고 했다더라고요. 전... 이런 정서에 공감은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사랑하니까 더 확장 범위가 넓어지고 견디는 것도 더 많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냄새가 향기가 되진 않더라고요. 냄새는 냄새고 향기는 향기... 저는 남자들 땀냄새도 그게 누구든 싫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향기나는 사람이 좋아요. 여자든 남자든. 정말 향기요. 사랑한다고 냄새가 향기가 되진 않더라고요? 냉정한 인간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