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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평점 :
전체적으로 다 힘든 내용이었지만 특히 마지막에 계속 강간에 대해 다룰 때는 더했다. 평화유지군이 미성년자 성매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너무 충격이었는데, 이런 걸로 충격받는 나는 아직도 남성이란 성별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가, 라고 스스로 되묻게 만들었다. 순진하게도, 평화유지군이라면 평화에 더 힘쓸 줄 알았지 뭐야. 고통에 가담할 줄은 몰랐어. 아, 나는 아직도 너무 순진했구나.
그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통해 다뤄온 도서들, 특히 《페미사이드》,《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와 연결되는 내용이 많다. 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저 책에서 나오는 내용과 겹치는데, 마찬가지로 이 모든 것들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겹친다. 페미사이드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에서는 사례들이 다 나온 후에 마지막 결론으로 희망에 찬 부분을 얘기했다면, 《여자, 전쟁》은 매 꼭지마다 이 모든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벌어지는 일들에 대하여 취재하고 거기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옳지 않다고 말하며 고통받는 편의 서려는 여자들의 노력이 그러나 언제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고통을 주고자 하는 남성 세력이 워낙에 강했으므로. 소위 알탕 카르텔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 저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지만, 미성년 강간을 비롯하여 전쟁 강간까지 봐주기에 힘을 쏟는다.
'문화'라는 것이 대체 뭘까에 대해서도 한참 생각해야 했다. 내가 생각한다고 결론 내려진 건 아니지만, 문화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성기를 잘라내는 일들, 어린 아이를 신부로 팔아버리는 일들이, 그러나 그 나라를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도 여전히 그들 사이에 단단한 중심이 되어 유지되어 왔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것은 마땅히 그러해야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학대라면, 그것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용인해야 하는걸까? 여성의 성기를 잘라내는데? 어린 아이를 신부로 팔아치우는데? 수 로이드 로버츠는, "우리는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관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때때로 닫힌 문 뒤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학대를 허용하기도 한다" 고 자신의 책을 빌어 말한다.
어제 SNS 를 통해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아동 구조 연합> 관련 연설을 보게됐다.
영상을 보면 알게되겠지만,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아동 포르노에 관련된 괴로운 일들을, 말하기도 듣기도 고통스러운 그것을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현실을 직시해야 그 다음 과정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내가 저 연설을 듣는 자리에 있었어도 그러했겠지만, 영상을 보면서도 '그 사실을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듣고 싶지 않다고. 아동 포르노라는 말만 들어도 괴로운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을 듣는 것은 또 얼마나 괴로울까. 그러나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미안하지만 여러분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여성주의 책을 읽는 것, 페미사이드와 강간에 관한 이 고통스러운 일들에 대해 읽는 것으 바로 여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읽는 것은 물론 괴롭지만, 아는 것 역시 괴롭지만, 알아야 한다. 알아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벌어지는 문제들에 대해 알고 또 거기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고 하기보다 두 눈 부릅뜨고 알고자 하는 것. 그것이 그 다음으로 갈 수 있는 길이며 또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읽을 것이다. 계속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