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툼레이더]를 봤다. 라라가 액션을 신나게 보여주는데, 중간에 엄청난 폭포를 밑에 두고 다 낡아빠진 헬리콥터의 일부분에 이렇게 매달린 장면이 있었다.



다 낡아빠진 헬리콥터라 금세 부러지려고 했고, 만약 그대로 밑으로 떨어진다면 저 어마어마한 폭포에 휩쓸려갈 상황인 것인데, 그래서 라라는 저 상태에서 힘을 주어 상체를 끌어올리고 다리를 들어 올려 몸을 들어올릴 수 있게 된다. 와- 저기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팔의 힘이 좋아야 되는 것이지만, 저 상태에서 팔에 힘을 주어 저 밑의 다리를 위로 끌어올리고, 그 힘으로 몸통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은 코어의 힘!!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코어에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어의 힘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죽을 상황에서도 살기 위해서는 코어의 힘이 필요한 것이야. 코어에 힘을 기르자! 그래, 매일 플랭크 하는 삶을 살겠어!! 막 이런 결심을 했는데,



아아, 이번 휴가의 키워드는 코어인 것인가... 나는 코어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되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그러니까 며칠 전에 알라딘 페이퍼에서 샤갈전에 다녀온 ㅇㅂㅁㄷ 님의 글을 보고는, 아아 샤갈전이 열리는구나, 이건 가야해! 하고 부랴부랴 길을 나선 것. 사실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딱히 좋아하는 화가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부지런히 그림을 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참에 샤걀은 내게 퍽 특별한 화가였는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노팅힐]에 샤갈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샤갈에 대해 헤어진 애인과도 얘기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샤갈의 그림체라고 해야 하나, 그런것이 어떤 것인지는 대충 알지만, 사실 샤갈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는 상태로 샤갈전에 갔는데, 와, 역시 전시는 가고 볼 일이다. 


샤갈은 벨라와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했고 그래서 벨라랑 결혼을 했고, 그런 벨라와의 사랑을 영감으로 연인에 대한 그림을 많이도 그린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샤갈의 연인에 대한 그림은 다 벨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부터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그걸 그림으로 표현한 게 너무 좋은 거다. 


또한 샤갈은 고골의 책에 실릴 삽화를 그리기도 했고, 성서에 대한 그림, 유대교에 대한 그림도 여러차례 그렸더랬다. 이런것도 나는 미처 몰랐네. 이런 건 다 전시에서 알게된 것. 그림을 다 보고 저쪽에 있는 커텐을 열면, 샤갈의 러브와 라이프를 주제로 짧은 영상을 보여준다. 그 영상 속에서는 샤갈이 그린 연인 그림을 몇 점 보여주고 섦명을 하는데, 그 영상을 보고 나는 <the birthday> 란 그림이 진짜 너무 좋아졌다.





그냥 평범한, 아무것도 아닌 생일에 벨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생일이 특별해진 것. 벨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더니 자신이 공중에 뜨는 느낌이었다고 이렇게 그림을 그려놓은 거다. 아...나는 샤갈이 그린 연인 그림 몇 점을 연달아 천천히 보면서 눈물이 막 ㅠㅠ 


아아, 그림을 모르는 다락방은 자라서 이렇게 그림 보고 우는 다락방이 되었습니다 ㅠㅠ


그러니까 예술은 사랑을 아는 자의 몫이 아닌가 싶었다. 사랑은 뭐니뭐니해도 예술에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 한 여자를 계속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그 감정으로 그림을 그리다니. 너무 좋지 않은가! 아아 샤갈 ㅠㅠ 너무 좋고 ㅠㅠㅠ 노팅힐에 샤갈의 그림이 나온 건 정말이지, 너무나 당연한 거구나 싶었다. 내가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보고 울다니 ㅠㅠ 나 뭐지 ㅠㅠ 샤갈이 그렇게 만들었다. 아아 ㅠㅠ 너무 좋아 ㅠㅠ



아무튼 그러다가 이 그림을 보게된 것.





앗!! 이것은!! 코어의 힘!! 코어에 힘이 있어야 된다!!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한것이다!! 아아 코어의 힘이여!. 저 한 손으로 들어올리기 위해서, 그리고 저 위에서 한 손으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팔의 힘만으로는 안돼! 코어, 코어에 힘이 필요하다!! 플랭크를 하자꾸나!! 코어여, 플랭크여!!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피트니스 스캔들]이라는 영화를 봤다.




이거...뭐랄까....그냥...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 영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지..'이럴 것 같은 영화이고, 나 역시도 '으음, 만든 의도는 몰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서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트레버'는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면서 영혼과 정신과 육체..또 뭐라더라 아무튼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피트니스 센터를 늘리고 싶고 열심히 운동하고 운영하는데, 그 센터에 고용된 트레어너중 한 명이 '캣'이다. 피트니스 센터가 나오는만큼 운동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되게 자극되고 좋은데, 캣이 계속 조깅하는 거 보는 거 너무 의욕 뿜뿜되고 좋다. 게다가 트레버 역시 계속 운동하고 둘 다 막 치커리였나 뭔가 갈아서 마시고 그러는데, 계속 운동하는 거 나오는 거 보는 걸 내가 이렇게나 즐거워하네. ㅎㅎ 운동하는 여자, 남자 보는 거 진짜 너무 좋은 것 같다. 


그 와중에 이혼한 지 얼마 안되고 돈만 많은 남자가 비루한 몸으로 운동시작하겠다고 나와서 식단 사진 찍어 보내는 거 보는 것도 뭔가.. ㅋㅋ 아무튼 그런데, 아니,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인줄로만 알았던 트레버와 캣이 그러니까, 과거에 짧게 연인 관계였던거다? 


니네 애인이야? 묻는 질문에,

"엑스보이프렌드"라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면서 둘이 투닥투닥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 싸움에서 알 수 있는 건, 트레버가 여전히 캣을 사랑하고 있고 캣 역시 트레버를 사랑한다는 것. 그런데 둘은 서로에게 사귀자거나 결혼하자거나 하지도 않고, '나는 꿈을 이뤄야해, 이룰 것이다' 이렇게 살려고 하고 다른 사람하고 데이트를 하고 섹스를 하고 그런다. 그러니까 꿈을 이뤄야해서 부지런히 살고 다른 사람하고 데이트하고 섹스도 하고 그래서 나는 둘이 사귄 걸 전혀 몰랐잖아. 어쩜 그렇게 감쪽같은지..


그렇게 투닥대다가 캣이 트레버에게 그러는거다.


"사람에게 최선이란 게 있고 차선이란 게 있잖아. 나는 너에게 차선이었어."

"나도 너에게 차선이었잖아."


이렇게 싸우는거다. 딱히 싸웠다기 보다는, 투닥투닥. 그렇게 투닥대는 걸 보던 다른 사람들은 


"뭐야, 쟤네 부부같은데?" 이러는 거다.



이 장면에서는 캣이 트레버에게 한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당신의 감정이 어떤지 몰라."


나는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들여다보지 못하고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이 사랑을 잃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그들은 오랜만에 다시 섹스를 하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트레버는 침대에서 떨어져 앉아 자꾸만 눈을 감았다 뜬다. 캣이 저기에 저렇게 자고 있는 지금, 저 모습이 사라질 환영은 아닌지. 그런데 눈을 감았다 떠도 있고 눈을 감았다 떠도 있고 눈을 감았다 떴더니 눈 뜬 캣과 마주쳤다. 



뭐랄까, 딱히 누군가에게 뭐라고 얘기해줄 사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음, 줄거리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기억에 남네. 특히나 차선과 최선에 대해서는, 베트남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꾸만 생각했다. 


최선

차선

최선

차선



내가 최선이길 원했던걸까.

그런데 차선이었던걸까.

내가 차선인걸 나는 견디지 못했던건가.

그는 나에게 차선이었나.

그는 나에게 최선이 아니었나.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최선이지 못했던건가.

어느 한쪽만 최선이어서는 유지가 될 수 없는 거 아닌가.

나는 내 감정을 정확히 안다.

그는 모른다. 트레버처럼.

나는 안다. 캣처럼.

내가 졸 똑똑하구먼.

트레버도 캣도 서로에게 차선이 아니었는데 왜 서로에게 차선이라고 느끼게 만들었을까.

트레버는 캣을 사랑하면서 왜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고 섹스하고 다녔는가.

그러니까 자꾸 헤어지잖아 밥통아.

니 감정을 똑바로 봐야지.

그리고 최선을 선택해야지 이 멍충아.

이상한 영화였는데 계속 생각난다.

운동이 짱이구먼.






위의 사진 너무 웃기다. 케틀벨 올려놓고 밥먹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깅하는 캣 여러차례 나오는데, 아 내가 이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더라..분명 어디서 봤는데.....하고 좀전에 필모 검색했더니 [잭 리처:네버 고백]에 나왔더랬다.


캐릭터로 치면 잭 리처에서 소령으로 나온것보다 이 영화에서 트레이너로 나온 게 훨씬 근사했다. 아무튼 근육 멋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줄 몰랐다. 자러 가야지. 엑스 보이프렌드도 잘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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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0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서민적책읽기에서 님 이야기 나오대요 억씨 반가웠다는 ㅎㅎ

다락방 2018-08-06 05:1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 책 읽었어요. 반가우셨다니 다행입니다!! :)

단발머리 2018-08-06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전, 검색해 봤더니 전시회 이름이 <샤갈 러브 앤 라이프>네요. 저도 함 가봐야겠어요.
제게도 샤갈의 그림과 사랑이 새롭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코어의 힘이 중요하다는 다락방님 말이 옳아요. 그러나, 플랭크는 나에게 너무나 ㅠㅠ

참, 웰컴투코리아 다락방님!! 한국과 베트남 중 어디가 더 덥나요?

다락방 2018-08-06 09:21   좋아요 1 | URL
샤갈전 그림 다 보고나면 마지막에 영상 보여주는 곳이 있거든요. 그곳에서 영상 꼭 보세요. 영상 두 군데서 상영해주는데 왼쪽이 <러브 앤 라이프>의 영상이거든요. 짧은데 연인에 대한 그림이 흐르면서 설명 나오는데 진짜 너무 좋아요! 이 영상보고 연인 그림 다시 보러 가고 싶었는데, 다음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 나와야 했어요. 저는 시간되면 한 번 더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덕분에 나오면서 샤갈 엽서 잔뜩 사왔어요. 전재산 탕진.. ㅎㅎ

플랭크는 앱이 있더라고요. 한달 부지런히 하는 앱인데, 처음에 15초로 시작해요. 저는 이걸 한 번 해볼까 해요... 그렇지만 일전에도 시도하다 포기한 적이 있어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0-


단발머리님, 한국이 훨씬, 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 덥습니다!!!!!!!!!

유부만두 2018-08-06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어의 힘!!!! 공감하고 있습니다!

샤갈이 벨라를 대하는 섬세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들, 너무 마음에 들어요!

다락방 2018-08-06 09:22   좋아요 1 | URL
코어에 힘을 키우기 위해서 플랭크를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실천에 옮기지를 못해서 그렇지 ㅋㅋㅋㅋㅋ

네, 저도 샤갈과 벨라의 사랑을 이번 기회에 알게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덕분에 좋은 전시 잘 봤어요, 유부만두님!!

비연 2018-08-0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의 그림에서 코어를 발견하는 다락방님! 넘 멋지십니다!
(전 요즘 요가 하느라 거의 파김치..ㅜ 제 몸이 제 몸이 아니었던 거죠)

다락방 2018-08-06 17:57   좋아요 0 | URL
코어에 힘만 있어도 웬만한 것들을 다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제가 요가하면서 안되는 동작 대부분이 코어의 힘이 부족해서인것 같았어요. 그래서 코어의 힘을 키우는 게 요즘 저의 목표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요가를 빠질 예정... 하하하하하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