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여러가지 육체노동을 하고 땀에 쩔은 냄새를 실컷 맡은 뒤에 샤워를 하고 밥을 먹었다. 엄마가 새로 담그신 열무김치는 세상 맛있어서, 점심엔 엄마가 그거 넣고 냉면 해주셔서 천국을 맛봤고, 다시 열심히 육체노동 한 뒤에 저녁엔 열무김치,고추장,콩나물,참기름 넣고 슥슥 비벼 신음소리 내면서 먹었지. 게다가 떠먹는 국물은 삼계탕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땀을 내고는 술 한잔이 얼마나 달콤하겠는가. 나는 와인을 한 잔 가득 따라 아빠가 사온 체리를 씻어서는 거실에 자리잡고 앉아 방송중인 <도전 골든벨>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는 일요일에 꼭 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전국 노래자랑>, <동물의 왕국>, <도전 골든벨>이 그것이다.


평소에는 나는 텔레비젼을 보지 않지만, 어제만큼은 휴식이 너무나 간절해 아빠랑 같이 도전 골든벨 보면서 답 맞히고 있는데, 내가 의외로 술술 맞히는거라? 그렇게 36번 문제가 나오는데 철학문제였다. '사르트르'가 주장한 것이고, 인간의 주체적 존재성을 강조한 철학이라고 했다.


아직 문제를 다 얘기하기도 전, 철학문제, '사르트르'라는 단어만 듣고, 나는 아직 [소피의 세계]를 읽지 않은 나를 원망했다.
















아아, 이거 예전부터 계속 장바구니에 있다가 늘 뒤로 밀렸던 책, 읽으면 철학을 알 수 있는 책, 나는 학교때 공부도 못해서 철학이 뭔지 몰라, 그러니 답을 맞힐 수 없겠구나, 생각하면서, 얼마전에 나의 친애하는 syo 님도 이 책을 언급한 터라, '이번엔 반드시 질러야지' 해두었지만, 아직 결제 전이었단 말야. 아아, 진작 사서 읽을 걸, 그러면 나는 철학을 맞힐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대학 때 학사경고 받고 다녔던 사람이 철학은 무슨 철학, 아아 그렇지만 사르트르라니, 내가 맞힐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보부아르, 사르트르..아아, 이러면서 자책과 후회를 하던 가운데, 어라? 내가 나도모르게 정답을 말하고 있는거라?


"실존주의!"



이렇게 말하면서 그런데 설마 내가 맞힌 게 답일까, 만약 이게 맞는다면, 이것은 순전히 독서의 힘이다, 공부 못하는 내가, 철학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내가, 그런데 이 답을 맞힌다면.. 그것은 그동안 읽어온 이 책 저 책의 힘이다!!!



최후의1인인 학생은 찬스를 쓰겠다고 했고, 그렇게 다른 아이들은 한 글자씩 적힌 공을 던져줬고, 그 공에는 '실'과 '존'이 들어있었고. 얼라리여, 나는 답을 맞히겠구나, 했는데.... 답을 맞힌 것이다!!


내가

철학 잘알못이던 내가

실존주의를

맞혔어!!


이것은 학교 공부가 아닌, 나의 독서의 힘! 내가 지식을 차곡차곡 쌓기 위해 독서를 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독서는 내 학창시절의 공부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나에게 주었다. 여러분 독서하자!!



그렇게 41번 문제가 나왔는데, 역사문제였다. 나는 아직 문제를 듣기도 전부터 '아아, 역사는 내가 진짜 못하는데', 하였고, 문제는 '왕의 일상을 기록하는 관직이 무엇이야'는 거였고..나는 '서기'라고 답했다. 답은 '사관'이었고...... 똑 떨어졌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골든벨을 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41번에서 똑 떨어졌어...


인생..



역시 독서로 골든벨 까지는 무리였나..아니면 더 많은 독서가 필요한 것인가...



내가 이 일을 기뻐서 얘기하자 친구가 말했다. '보부아르 읽는 네가 실존주의를 못맞힐 리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여러분 책,책,책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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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8-07-1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만화)을 읽으시면 사관도 맞힐 수 있지요ㅎㅎㅎ 역사알못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책이어요~

다락방 2018-07-16 11:51   좋아요 0 | URL
제가 그걸 본다고 맞힐 수 있을까요? 그거 한 권 본다고 맞힐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아마도 숱한 독서가 반복이 되어야 맞힐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무언가 책 한 권 읽고 실존주의를 말할 수 있었던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제가 암기는 형편없어서 ㅠㅠ 한 번 본다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반복해서 쌓이고 쌓여야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쨌든! 독서는 좋은 것입니다. 저도 조선왕조실록 읽어봐야겠어요. 역사알못.. 그게 바로 접니다!!

철학알못 역사알못...
그러고보니 제가 잘 아는 건 없네요. -0-

비로그인 2018-07-1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숱한 독서가 있어야 되는 건 맞는 것 같아요ㅠㅠ 한 번 읽는다고 다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크흑
다만 저걸 읽으면 ‘사관’은 맞힐 수 있다고 한 이유가요.... 암기는 반복학습 아니겠습니까? 저 책이 한 권이 아니거든요~~ㅎㅎ 10년 만에 완간된 20권 짜리여요- 물론 읽고 나도 조선 역사가 다 기억에 남진 않지만...(저도 역사알못... 이미 거의 기억이 안나요 ㅠㅠ 왜냐면 기본 배경지식이 적다보니... 더 빨리 휘발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두 개 정도는 남더라고요 ㅎㅎ 여튼 저 시리즈는 진짜 강추요^^

다락방 2018-07-16 15:37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검색해보고 20권 셋트가 나와서 화들짝 놀랐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역사를 잘 모르는 저이니만큼 도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만화로 되어있다니 좀 더 읽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고.. 1권부터 천천히 사서 결국엔 20권 완독에 이르겠스니다!

아아 세상은 넓고 읽어야할 책은 왜이렇게 많은걸까요 ㅠㅠ 좋은건지 싫은건지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8-07-1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아스테릭스>와 더불어 저희집의 애정 만화로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박시백의 관점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어요. 조선왕조실록을 꼼꼼히 읽고 기존의 해석 또는 당대의 야사도 살짝 정리해주면서도 자신의 판단을 보여주었거든요. 특히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의 그림이라 더더욱 감탄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아~~ 물론 전 내용이 기억난다는게 아니구여. 왕의 얼굴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정조랑 성종이 잘 생겼었다는게 기억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실존주의~~~ 오우~~~!!!

다락방 2018-07-18 11:26   좋아요 0 | URL
아스테릭스는 또 뭐람... 아아, 세상은 왜이렇게 책이 많은건가요. 제가 건드리지 못한 책, 존재도 모르는 책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건가요.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서 좋으면서 싫으네요. 이렇게나 읽을 게 많다니 너무나 좋구나 했다가 그걸 다 언제 읽는단 말이야 하면서 싫었다가... 아아 변덕스런 독서인의 마음..

조선왕조실록은 이번에 책 살 때 꼭!! 넣겠습니다.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도록 한 권씩 사서 읽어야겠어요. 필승!


(으쓱) 저 실존주의 맞히는 여자에요! (으쓱으쓱)

비연 2018-07-1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책, 책을 읽자..^^

저도 <소피의 선택> 사놓고 아직 안 읽고 있네요. 후회. 읽자. 책장에서 빼둡니다..
그러고 머리맡 탁자에 놓으니... 헉. 읽겠다고 빼둔 책이.. 쌓여... 있... 휘릭 =3 =3

다락방 2018-07-18 11:26   좋아요 1 | URL
비연님은 일단 사두기는 하셨군요. 저도 이번에는 꼭! 사두기는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사긴 해야죠. 사야 읽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