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외 남자 작가들의 책을 두 권 내리 읽다가 이 책을 읽으니, 와, 세상에 그렇게 잘 읽히는 거다. 걸리적 거리는 게 없이 술술 넘어가는 게 너무 좋은데, 그렇다고 내용이 가벼우냐 하면 그렇지가 않아. 가스라이팅에 자기 중심 잃은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읽어가는 건 정말 힘들었다. 아니야 그거 아니야 이 여자야, 중심 잡어! 나는 얼마나 그렇게 속으로 외쳤던지.



마당이 있는 좋은 집에 사는 여자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던 가난한 여자의 이야기가 교대로 펼쳐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이 얽히고.

그리고 이 이야기는 가난한 여자가 폭력적인 가난한 남편을 죽이면서 시작한다.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로워서 다음장이 어떤 장면이 나올지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여성혐오의 현실을 세련되게 박아두었다. 아마 주인공은, 나중에, 그러니까 책이 끝나고 나서도 훨씬 나중이 되어서야, '아, 그 때 내가 멍청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겠지. 나 역시 현실에서 '그들이 멍청했다'고 깨닫기까지 아주 오래 걸렸으니까.



이 소설의 가장 큰 교훈은 악을 응징하는 데 있다 하겠다. 책 처음부터 나오지만, 이 책의 결론이라고 내 나름대로 부여한 것은 이것이다.



'쓰레기 같은 남(자)편은 죽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겠다.




제약 회사 영업직이던 남자는 유머 수준은 최악이었지만 잘생긴데다 성실해 보였다. 나는 허영이 가득한 동료와 사귀는 남자가 불쌍했고 연민을 느꼈다. 여자를 잘못 만나 당장 패가망신이라도 당할 것 같아 불쌍히 여겼던 것 같다. 나는 남자를 동정했다. 내가 구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자 역시 유행이 지난 옷을 입고 화장을 안 한 내가 다른 여자들과 달리 검소해 보였다고 했다.
남자느느 자신의 무능을 성실함으로 포장했을 뿐이고, 나는 검소한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궁색하게 살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못된 환상을 키우며 연애를 시작하여 일 년이 안 돼서 결혼에 골인했다. (p.168-169)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5-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5-25 13: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주 재미있게 읽은 한국소설이었습니다!! 우리가 읽어야할 건 유명인의 신혼일기가 아니라(!) 바로 이런 소설인 것 같아요. 후훗.

moonnight 2018-05-2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게 좋아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욧!@_@;;;

다락방 2018-05-25 13:34   좋아요 0 | URL
지루할 틈없이 팍팍 넘어가요, 문나잇님!!

단발머리 2018-05-2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거죠? 팍팍!!!
나도 찾아봐야겠어요.
믿고 읽는 다락방님 추천 도서*^^*

다락방 2018-05-25 17:0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그렇습니다!
지루할 틈없이 팍팍 넘어갑니다.
아, 그래서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이러면서 넘어가는 것입니다.
여러가지로 살짝 아쉬운 점이 있긴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인 것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