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쉬고 다시 돌아온 <아무도 안 시켰지만 그냥 하는 맞춤법 공부> 7일차! 이틀에 한 편씩은 꼬박꼬박 올리려고 했으나... 띄어쓰기라는 산을 넘은 탓에 해이해지기도 했고 피곤해서 좀 누워 있었습니다. ㅋㅋㅋ 남은 분량을 가늠해보니 14일차쯤 끝나겠더라고요. 이 책이 부록 제외하면 400페이지 가까이 되고 오늘 분량 마치면 거의 200페이지에 도달합니다. 오늘 책의 절반까지 진도 빼는 겁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띄어쓰기와의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겠습니다. 지난 시간 페이퍼 마무리하면서 했어야 했는데 띄어쓰기를 끝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깜빡 잊었네요. 마지막 정리!
1. 띄어쓰기는 단어 단위로 한다(단어: 명사, 대명사, 수사, 형용사, 동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조사). 단, 조사는 단어임에도 붙여 쓴다.
2. 접사와 어미는 단어가 아니므로 붙여 쓴다.
3. 의존명사는 단어이므로 띄어 쓴다.
4. 보조용언도 단어이므로 띄어 쓴다. 단, 앞용언과 뒷용언이 어미 '-아/-어'로 연결되는 경우, 뒷용언이 의존명사 뒤에 '하다'나 '싶다'가 붙은 형태인 경우 붙여 쓸 수 있다.
5. 합성어는 하나의 단어로 인정되었으므로 붙여 쓴다. 단, 문장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에 따라 합성어 여부가 결정되니 사전의 뜻을 확인한다.
이렇게 요약해서 보니까 띄어쓰기 좀 ㅈㅂ같군요.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 큰 다섯 가지 규칙만 기억해두면 헷갈릴 때 사전의 도움을 받아서 이전보다 덜 틀릴 수 있지 않을까. 규칙을 모르면 사전에 검색했을 때 이놈이 접미사라고 나와도 이놈을 붙여야 하는지 띄어야 하는지 중요한 답을 알지 못하잖아요? 우리는 이제 사전을 통해 놈의 정체만 알아내면 이놈을 붙일지 뗄지 스스로의 머리로 결정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구글링 안 해도 됨. 국립국어원에 안 물어봐도 됨. 엄청나게 성장해버렸다...! (감격)
이제 맞춤법 들어갑니다. 제가 오늘 분량을 읽어 보니까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별로 없더라고요. 예시만 좀 들어 보면 될 것 같아요. 오늘은 '기본형을 잘못 알고 있는 동사와 형용사' 공부합니다.
- 잠자냥 님이 날 싫어하신다고? 어의없네.
물론 알라딘에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잘못 쓰시는 분은 없지만... 왜 어떤 이들은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라고 쓸까요? 기본형을 잘못 알고 있어서입니다. 아, 기본형은 용언의 활용 얘기 할 때 잠깐 나왔는데, 활용하는 단어(용언, 곧 동사와 형용사)에서 기본이 되는 형태를 말합니다. 사전에 표제어로 등록된 형태요. 어이없네 어이없구나 어이없으니 어이없고 등등이 '활용형'이고, 어간 '어이없-'에 어미 '-다'를 붙인 '어이없다'가 기본형이겠죠?
아무튼 '어이없네'의 기본형을 '어의없다'로 알고 있으면 '어의없네'라고 쓸 수밖에.... 다른 것도 볼까요?
- 은오 앞에서는 집사2 님 언급을 삼가해 주세요.
뭐가 틀렸을까요? '삼가해'가 틀렸습니다.
- 은오 앞에서는 집사2 님 언급을 삼가 주세요.
이게 맞아요. '삼가'의 기본형은 '삼가다'이지 '삼가하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잠자냥 님이 사라진 이후로 은오는 내내 안절부절했다.
기본형이 '안절부절못하다'이므로
- 잠자냥 님이 사라진 이후로 은오는 내내 안절부절못했다.
이렇게 써야 맞습니다.
이제 쭉쭉 나가볼게요!
- 잠자냥 님과는 하루종일 시덥잖은 얘기만 해도 즐거울 것 같아.
- 잠자냥 님과는 하루종일 시답잖은 얘기만 해도 즐거울 것 같아.
'시답잖다'가 맞습니다. '실하다'+'답지 않다'의 조합이라고 기억해두면 좋겠네요.
- 얽히고 섥힌 잠자냥 님과 은오의 관계.
- 얽히고설킨 잠자냥 님과 은오의 관계.
'얽히고설키다'가 맞습니다.
- 어줍잖은 충고 그만 둬. 잠자냥 님과의 결혼은 내가 알아서 해.
- 어쭙잖은 충고 그만 둬. 잠자냥 님과의 결혼은 내가 알아서 해.
'어쭙잖다'가 맞습니다.
- 오늘도 집사2 님이 나의 질투심을 돋구네.
- 오늘도 집사2 님이 나의 질투심을 돋우네.
'돋우다'가 맞습니다.
- 은오와 잠자냥 님의 결혼 소식이 날개 돋힌 듯 퍼져나갔다.
- 은오와 잠자냥 님의 결혼 소식이 날개 돋은 듯 퍼져나갔다.
둘 다 맞다고요? 아닙니다. '돋힌 듯'은 틀렸어요. '돋다'는 자동사이고, 자동사는 피동형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에요.
동사에는 자동사와 타동사가 있는데, 자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동사인 반면 타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입니다.
대표적인 타동사 '먹다'를 볼까요? 밥을 먹다. 아침을 먹다. 이렇게 '먹다'는 항상 목적어 '을/를'과 함께 문장을 완성합니다.
자동사인 '돋다'를 볼게요. 날개가 돋다. 소름이 돋다. 목적어 '을/를' 없이도 문장을 만들죠?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만 피동형을 만들 수 있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자동사인 '돋다'는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사 '-히-'를 넣어서 '돋히다'라는 피동형을 만들 수 없습니다.
좀 심심하다면 대신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치-'를 넣어서 '돋친 듯' 이렇게 쓰는 건 가능해요.
- 잠자냥 님이 돌아오시니 생수 2리터를 한 번에 들이킨 듯 갈증이 풀린다.
- 잠자냥 님이 돌아오시니 생수 2리터를 한 번에 들이켠 듯 갈증이 풀린다.
'들이켜다'가 맞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허리를 피다' '불을 키다'도 틀린 표현이에요. '펴다' '켜다'가 맞습니다. 'ㅕ' 발음보다 'ㅣ' 발음이 훨씬 편해서 'ㅣ'로 발음하는 것이 글을 쓸 때도 이어지는 경우인데요. 주의해야 합니다. 저도 그저께 틀림. ㅋㅋㅋ
- 잠자냥 님 생각을 하다가 밤을 새버렸어.
- 잠자냥 님 생각을 하다가 밤을 새워버렸어.
'새우다'가 맞습니다. '새다' 아닙니다.
- 잠자냥 님한테 데일 만큼 데였어.
- 잠자냥 님한테 델 만큼 데었어.
'데다'가 맞습니다. '데이다' 아닙니다.
- 지금 뭐라고 씨부리는 거니? 난 잠자냥 님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 지금 뭐라고 씨불이는 거니? 난 잠자냥 님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씨불이다'가 맞습니다.
- 잠자냥 님 건드리면 나한테 뒤진다.
- 잠자냥 님 건드리면 나한테 뒈진다.
'뒈진다'가 맞습니다.
- 잠자냥 님을 실제로 만난 은오는 얼굴이 벌개졌다.
- 잠자냥 님을 실제로 만난 은오는 얼굴이 벌게졌다.
'벌게지다'가 맞습니다.
- 잠자냥 님을 향한 은오의 사랑은 앵간한 정도가 아니지.
- 잠자냥 님을 향한 은오의 사랑은 엔간한 정도가 아니지.
'엔간하다'가 맞습니다.
- 잠자냥 님을 향한 은오의 사랑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 잠자냥 님을 향한 은오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걷잡다'가 맞습니다. '겉잡다'는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 '어림잡다'와 바꿔 쓸 수 있는 단어예요. 위 예문에서 '수습하다'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걷잡다'입니다.
저기서 은오 또 잠자냥 님이 결혼 안 해주신다고 혼자 궁시렁대네.
저기서 은오 또 잠자냥 님이 결혼 안 해주신다고 혼자 구시렁대네.
'구시렁대다'가 맞습니다. 참고로 접사 '-거리다'와 '-대다'는 복수 표준어라서 편하게 서로 바꿔 쓸 수 있어요. '구시렁거리다' 이렇게요.
- 쌩뚱맞게 웬 결혼?
- 생뚱맞게 웬 결혼?
'생뚱맞다'가 맞습니다.
- 은오는 잠자냥 님의 말이라면 철썩같이 다 믿었다.
- 은오는 잠자냥 님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다 믿었다.
'철석같다'가 맞습니다. 여기서 '철석'은 철과 돌을 의미한대요!
- 잔잔하기만 했던 은오의 마음을 잠자냥 님이 마구 흐트렸다.
- 잔잔하기만 했던 은오의 마음을 잠자냥 님이 마구 흩트렸다.
'흩트리다'가 맞습니다. '흩뜨리다'도 맞고요. '-거리다'와 '-대다'처럼 '-트리다'와 '-뜨리다'도 서로 바꿔 쓸 수 있어요.
- 잠자냥 님을 가두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문을 잠궈야지.
- 잠자냥 님을 가두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문을 잠가야지.
'잠가야지'가 맞습니다. 기본형은 '잠그다'고요. 활용할 때 '잠궈' 이런 식으로 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김치 담궜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치 담갔어?"가 맞아요.
그리고... 이건 알라딘이 아니라 다른 데다 틀리지 말자고 좀 도배를 하고 싶은데요. 제가 남의 맞춤법에 그리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너무 힘든 맞춤법 오류 두 개가 있습니다.
'대다'를 '되다'로 잘못 쓰는 경우. 그러니까 '건들대다' '들이대다' 이런 걸 '건들되다' '들이되다' 이렇게 쓰는 경우요. 진짜!!!!! 왜 그러는 거죠!!!!!
또 '들이다'와 '드리다'를 잘못 쓰는 경우. 왜 '받아들이다'를 '받아드리다'로, 왜 '건드리다'를 '건들이다'로 쓰는 거죠!!!!!!!!!!
은근 자주 보입니다. 하... 너무 힘들어요. 자제해주시길....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누가 푸바오일까요? 제일 오른쪽에 딱 봐도 초딩같이 생긴, 애기 얼굴이 푸바오입니다. 순서대로 아빠-엄마-애기. 근데 이렇게 보면 좀 알겠어도, 판다 얼굴 구별하기가 은근 어려워서 처음엔 다들 사진 보고 "얜 엄마야 아빠야 아기야?"함. 저도 처음에 바오가족 영상 볼 땐 털 색(푸바오만 맨날 여기저기 신나게 굴러다녀서 누런 색임)으로 구별했는데 이젠 판다 백 마리 가운데에 셋 놔둬도 다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이바오랑 푸바오. 푸바오가 훨씬 누런 거 보이죠?
3살 되니까 엄마아빠보다 얼굴도 더 큼.... 근데 커서 더 귀여움.
푸바오 보면서 다른 나라 판다들 사진도 많이 봤는데... 콩깍지 떼고 봐도 우래기가 젤 똘망하고 이쁘고 귀엽게 생겼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