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오늘이 드디어 지난했던 띄어쓰기 공부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날입니다. 오늘만 공부하면 띄어쓰기는 끝나요! 맞춤법이 기다리고 있지만... 띄어쓰기 끝나는 게 어디입니까. 띄어쓰기의 마지막, 6일차 시작합니다!
오늘 조져볼 놈은 '보조용언'입니다. 이름은 보조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래서 굳이 공부해야 하나 싶지만, 자주 쓰이기에 한번은 보고 넘어가야 하는 놈입니다.
생각해 보았다: 생각하다(본용언) + 보다(보조용언)
만들어 냈다: 만들다(본용언) + 내다(보조용언)
되어 간다: 되다(본용언) + 가다(보조용언)
가 버렸다: 가다(본용언) + 버리다(보조용언)
'보다' '내다' '가다' '버리다' 같은 놈들 우리가 엄청 자주 쓰죠? 보시다시피 본용언은 핵심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보조용언은 본용언의 뒤에서 보조적인 의미를 더합니다.
보조용언의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전에 용언이 뭐였죠? 동사와 형용사였죠. 보조용언도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로 구성되어 있고요. 우리가 의존명사가 명사(단어)이기에 띄어 썼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조용언도 동사와 형용사, 곧 단어이므로 모두 띄어 쓰는 게 원칙이에요.
단, 경우에 따라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합니다.
보조용언을 붙여 쓸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 있는데요.
첫째로, 본용언과 보조용언이 어미 '-아'나 '-어'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되어 간다 / 가 버렸다
'되어 간다'
본용언 '되다'와 보조용언 '가다'의 조합이고요.
어간이 뭐였죠? 용언은 어간과 어미로 이루어져 있고, 어간은 용언에서 변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배웠습니다. '되다'를 되어 되니 되며 되니까 이런 식으로 활용할 때 '되'가 항상 변하지 않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되다'에서는 '되'가 어간입니다.
'되'라는 동사 어간에 '-어'라는 어미가 붙어서 '되어'가 됐습니다.
'가 버렸다'
본용언 '가다'와 보조용언 '버리다'의 조합이고요.
'가'라는 동사 어간에 '-아'라는 어미가 붙어서 '가'가 됐습니다.
'가'는 그냥 어간 '가'로 끝이 아니냐, 굳이 뒤에 어미 '-아'가 붙었다고 하는 이유가 뭐냐, 하실 수 있는데 용언은 항상 어간과 어미의 결합이기 때문이에요.
'가' 뒤에 어미 '-아'가 생략되어서 보이지 않더라도 어쨌거나 어미가 있기는 하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본용언의 어간에 어미 '-아' 또는 '-어'가 붙은 경우, 보조용언의 붙여 씀이 허용됩니다.
'되어간다' '가버렸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거예요.
둘째로, 의존명사에 '하다'나 '싶다'가 붙는 경우에도 보조용언의 붙여 씀이 허용됩니다.
듯하다, 듯싶다 / 만하다 / 법하다 / 뻔하다 / 성하다, 성싶다 / 척하다 / 체하다
'듯' '만' '법' '뻔' '성' '척' '체' 이놈들이 의존명사라는 건 이미 배웠죠?
'착한척하다' '그럴만하다' 이렇게 붙여 써도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두 원칙하에서 보조용언의 띄어쓰기를 고민하기 전에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이 있어요.
그 동사가 문장 안에서 보조용언으로 쓰였는가, 이걸 먼저 봐야 해요. 용언 두 개가 이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본용언+보조용언 조합이 아니거든요.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일단 '만들어 냈다'는 어미 '-어'로 이어졌으니 '내다'가 보조용언인 경우 붙여 쓸 수 있겠죠?
작품을 '기어이 완성했다' 이런 의미라면 여기서 '내다'는 보조용언이 맞아요. '만들다'가 핵심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내다'는 보조적인 의미를 첨가하죠.
반면, 작품을 만들어서 '제출했다'라는 의미라면 여기서 '내다'는 본용언입니다. '내다'가 보조용언으로서 보조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만들다'와 동등하게 핵심적인 의미롤 나타내고 있어요. 만들어서, 냈다. 따라서 이 경우엔 본용언+본용언 조합이기에 붙여 쓸 수 없습니다.
서류를 찢어 버렸다
여기서도 서류를 찢어 '훌훌 털어 버렸다'라는 의미라면 '버리다'가 보조용언이므로 붙여 씀이 허용됩니다.
반면, 서류를 찢어서 진짜로 '어딘가에 버렸다'라는 의미라면 여기서 '버리다'는 본용언입니다. 찢어서, 버렸다. 본용언+본용언 조합이기에 띄어 써야 합니다.
앞용언에 '서'를 붙여 보면 알 수 있어요. 만들어서 냈다. 찢어서 버렸다. 자연스러운 경우 본용언+본용언 조합입니다.
뒷용언이 보조용언으로 쓰였더라도 중간에 조사가 끼면 붙여 씀이 허용되지 않고요.
'읽어보았다'는 되지만, '읽어는보았다'는 안 됩니다. 조사 '는'이 붙었으므로 '읽어는 보았다' 이렇게 써야 해요.
그리고 기억해두면 좋을 것들!
1. '보다'는 합성어로 이미 굳어진 경우가 많다.
'보다'가 보조용언으로 참 자주 쓰이죠? 그런데 이놈은 이미 다른 단어에 붙어서 합성어로 굳어진 경우가 많아요.
돌아보다 / 내려다보다 / 거들떠보다 / 눈여겨보다 / 훑어보다
이놈들은 사전에 검색하면 다 한 단어로 나옵니다. 그래서 그냥 붙여 쓰면 돼요.
'먹어 보다' '읽어 보다' 이런 놈들은 합성어가 아니니 띄어 쓰건 붙여 쓰건 상관없고요.
2. '까 봐' '나 봐'는 띄어 쓴다.
나 잠자냥 님이랑 결혼할까 봐. / 나 잠자냥 님을 사랑하나 봐.
'결혼할까 봐'는 결혼하다(본용언)+보다(보조용언) 조합이고요.
'결혼할까'를 살펴보면, 결혼하(어간)+-ㄹ까(어미) 조합입니다.
'-아/-어'가 아니라 '-ㄹ까'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요.
'사랑하나 봐'는 사랑하다(용언)+보다(보조용언) 조합이고요.
'사랑하나'를 살펴보면, 사랑하(어간)+-나(어미) 조합입니다.
마찬가지로 본용언과 보조용언이 '-아/-어'가 아니라 '-나'로 이어졌으므로 붙여 씀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읽어 보다'는 '-어'로 이어지기 때문에 붙여 쓸 수 있지만,
'읽다 보니'('-다'로 이어짐) '읽나 보지?'('-나'로 이어짐)는 붙여 쓸 수 없어요.
3. 보조용언이 두 개씩 이어지는 경우 앞의 보조용언만 붙여 쓸 수 있다.
기억해 둘 만하다
기억하다(본용언)+두다(보조용언)+만하다(보조용언) 조합인데요.
여기서 앞에 있는 '두다'만 붙여 쓸 수 있어요.
'기억해둘 만하다'는 되지만 '기억해둘만하다'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조용언과 관련된 규정은 아니지만 띄어쓰기 관련 규정 하나 더!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좀 더 큰 이 새 집
'좀더 큰 이 새집' 이렇게 써도 된다고 합니다.
한 잎 두 잎
'한잎 두잎' 이렇게 써도 되고요.
드디어 띄어쓰기가 끝났네요!!!!! 눈물이 흐릅니다. 7일차부터는 맞춤법으로 찾아올게요. 안녕!
찐아가 시절 뒷모습
보내기 싫어지는 뒷모습
같이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귀여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