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휴식이 없었다는 것.  생각해보니 전투처럼 하루하루를 지내왔다는 것. 그에 대한 보상으로 책을 읽었고, 내가 하고픈 거라고 하면서 대충 위로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지쳤었고 아이도 지쳤을텐데.   

어느 분이 그랬다. 요즘엔 책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읽지 않지만 일상에서 더 많이 배웁니다. 그 글만 보고도 맘이 편해졌었는데, 그런 높은 경지에 까지는 못 이르더라도, 책을 내려놓고 내 시간을 얻어내려 동동거리지 않으니 정말 놀랍게도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씻기고 밥 먹고를 다 해야, 내가 할 일은 다 해내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저녁도 서두르고 씻는 것도 서두르고 아이 이름을 불러대며 '빨리빨리'만 외쳤댔다는 걸 깨달았다. 아침에는 아침대로 회사에 늦을까 전전긍긍. 밥 먹이고 옷 입혀 보내느라 '빨리빨리'하라며 동동거리고. 아이에게도 힘들었을 것 같다. 밖으로 표출하는 아이와 그냥 담아두는 아이가 있을텐데 예민하고 여린 우리 호는 아마도 속에 담아두고 엄마 손잡고 아침마다 8시면 집을 나섰겠지.  

그래서 요즘에는 책읽는 게 뭐 그리 대수냐. 아예 들지를 말자고 책은 손에도 안 들고 있고... 저녁밥 좀 늦게 먹고 늦게 자면 어떠냐. 퇴근하고도 그냥 저냥 아이들과 잠시 쉰다. 애들이 부를 때 '엄마, 쌀씻고 있잖아." "좀만 기다려줄래, 이것만 넣어놓고."이런 말들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골이지도 못한 내가. 엄마 말마따나 니가 애 둘 데리고 그래도 그러고 회사 댕기는 거 보니 용하네. 라더니. 용한게 아니고, 엄청 힘들었던 것 같다.  

새삼 나에게 쉼표가 없었다는 거, 두 집안 다 지방이라 어디 기댈 때 하나 없이 남편이랑 둘이서만 애 둘을 온전히 맡았다는 게 안스러워진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하루라도 온전히 몸이 쉴 수 있었으면 조금은 수월했을텐데.   

요즘엔 힘든 나를 인정하고, 위로해주고, 아이와 같이 쉬려고 한다... 소중한 아이를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이쁜아이들을. 나의 마음도 한 번 더 쓰다듬으며.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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