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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평점 :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마리 앙뚜와네트의 '마지막 길'을 읽었다. 눈물이 났다. 한 나라의 왕비였다가 저잣거리의 구경꾼으로 전락해버린 여자. 기요틴의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고 싶었던 그의 심정이 너무 절절하게 이해가 되는 거다.
어릴 적 만화책으로, 만화영화로 꽤 많이 나왔던 이야기들인데, 난 어떨땐 동년배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공유하는 그런 경험을 아예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도 그런 경우. 하여, 내가 갖고 있던 그녀에 대한 이해라고는 '빵을 달라' '빵없으면 고기나 우유를 먹으면 되지'라는 오만방자하고 낭비벽에 빠진 현실감없는 프랑스의 어느 왕비의 이미지 정도였다. 사실, 많은 글들이 그런 에피소드들에 기대어 재미위주로 그녀의 이미지를 부당?하게 왜곡시킨 것도 일정부분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츠바이크는 마리 앙뚜와네트들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인 의미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조연으로서가 아니라, 마리 앙뚜와네트를 주연으로 해서 한 인간을 삶을 조명한다. 저자 후기에서 그 스스로 말하듯, 이 책은 여기저기서 넘쳐나던 너무나 과장되고 저자의 의도대로 편협하게 치우친 마리 앙뚜와네트의 이야기들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인간에 집중한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역사라면 겁먹을만 하지만, 인간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편하게 읽어봄직 하지 않는가?
말하자면, 왕비의 자리에 마땅치 않은 평범한 기질로 태어난 아이가 환경의 영향으로 어떻게 이렇게 큰 비극으로 치닫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어머니, 남편 또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녀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하가는지. 사실, 시련이 닥치고서야 그녀는 성숙한다. 기요틴에서 목숨을 잃던 해가 38세가 되던 해라면.... 아, 그녀는 정말 얼마나 파란만장한 삶을 산 것인가.
그래서 트리아농에서 흥청망청 철없이 즐기기만 해대며 진정어린 조언자들을 물리치던 그 때만 빼놓고는 내심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군중심리, 대중이라는 익명성에 숨겨져서 함께 행동해버리는 인민의 악마적인 힘을 보면서 씁쓸했다. 왕과 왕비까지 모두 기요틴으로 사라지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혁명가들도 결국엔 같은 길을 가게 되니까.
마리 앙투와네트를 편들게 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재능에 또 한번 감탄. 츠바이크의 글은 항상 별 다섯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