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방송위원회가 27일 전체회의 의결절차를 거쳐 확정·발표한 방송법 개정안의 뼈대는 아이피티브이 도입 방안 마련과 신문사·뉴스통신사·대기업의 방송 소유 규제 완화 등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우선 개정안은 아이피티브이(IPTV·인터넷프로토콜 티브이) 서비스를 방송법으로 도입·규율하기 위해 방송사업의 정의를 고쳤다. ‘멀티미디어 방송사업’ 규정을 신설해 아이피티브이를 도입하되, 유선 아이피티브이와 기존 디지털 케이블방송을 모두 ‘유선 멀티미디어’ 방송으로 분류해 두 가지가 동일한 성격의 방송서비스임을 분명히 했다. 무선 아이피티브이는 지상파 멀티미디어 방송으로 규정해 도입되며,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방송의 경우 종합유선방송 개념을 폐기하고 유선방송사업으로 재규정했다.

정보통신부 및 통신업체들과 팽팽히 맞서는 큰 쟁점인 아이피티브이(유선) 사업권역과 관련해서는 방송위가 고시하도록 돼 있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고, 현행 디지털케이블방송처럼 지역별로 쪼개어 면허를 내주는 지역면허제로 일원화하겠다고 방송위는 밝혔다. 다만 한 업체가 여러 지역에 사업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방송권역 광역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방송위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통부는 아이피티브이는 인터넷망에 기반한 서비스인 만큼 케이티(KT)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직접 서비스하도록 하고, 권역을 쪼개는 데도 반대해왔다.

방송위는 아이피티브이 사업에 진출하려는 케이티 등 통신업체의 자회사 분리 여부 문제와 관련해선 분리 규정을 개정안에 명문화하는 것은 일단 유보했지만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분리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이와 함께 대기업과 신문사, 뉴스통신사의 방송사업 소유 제한을 대폭 풀었다. 이는 대기업인 케이티 등이 아이피 티브이를 통해 방송 영역에 진출하게 된 데 따른 형평성 논란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송위는 아이피티브이·케이블방송·위성방송 등 사업자(플랫폼사업자)의 보도전문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 운영 금지는 유지하되, 이들 사업자의 소유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신문사·뉴스통신사의 지분 제한을 현행 33%에서 49%로 완화했다. 문자방송을 비롯한 데이터방송채널(PP)과 주문형 브이오디 채널(PP)의 경우는 보도·종합편성채널 승인제를 유지하되, 대기업, 신문사, 뉴스통신사의 소유 제한을 폐지했다.

방송위는 이를 통해 디엠비(이동멀티미디어방송)와 아이피 티브이 등 뉴미디어에 대한 신문·뉴스통신사·포털·콘텐츠기업 등 다양한 자본의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도채널이 아닌 채널의 보도 관련 방송에 대해서는 방송위가 사후 심의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사후 심의의 실효성과 관련해선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또 방송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7년 이내’로 늘리기로 했다. 현행 방송법은 ‘5년 이내’로 규정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관련 시행령을 통해 3년마다 재허가를 받아 왔으며 그동안 허가기간 연장을 꾸준히 방송위에 요구해왔다.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방송법 개정안을 관철하겠다고 밝혀온 방송위는 이날 개정안을 국회 방송통신특위(방통특위)와 국무조정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융추위)에 동시에 제출했다. 앞서 정통부도 아이피티브이를 광대역융합서비스(BCS)로 규정해 도입하는 광대역융합서비스 사업법안을 융추위와 국회 방통특위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피티브이 도입 방식과 규율 법안을 놓고 방송위와 정통부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법안 마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정통부와 방송위 법안 모두 국회로 넘어가 서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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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영국에서 노예무역이 금지된 지 25일(현지시각)로 200년이 됐다. 하지만 ‘과거’는 청산되지 않고 있다.
15세기부터 400년간, 서구 열강은 아프리카인들을 붙잡아 아메리카 등에 노예로 팔았다. 1804년 잔혹한 대우를 받던 아이티의 노예들이 혁명을 일으켜 독립에 성공하면서, 노예무역 폐지가 가속화됐다. 1792년 덴마크는 가장 먼저 노예무역금지법을 제정했고, 영국도 1807년 3월25일 노예무역금지법을 제정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5일 아프리카 가나에서 열린 노예무역 폐지 기념식의 비디오 연설을 통해 노예무역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으나 이번에도 공식 사죄는 하지 않았다고 <에이피>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이 1672년 설립한 왕립 아프리카회사는 노예무역을 독점해 많은 이득을 취했다. 앞서 영국 최초 흑인 성공회 대주교인 존 센타무 요크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성공회는 지난해 노예무역에 가담한 잘못을 공식 사죄했다. 미국 노예제의 역사를 열었던 버지니아주 의회도 2월 공식 사죄했으나,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사죄는 없었다.

<로이터> 통신은 노예무역에 책임이 있는 많은 나라들이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은 대규모 보상 요구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은 26일 세계화로 인해 증가되고 있는 현대판 노예무역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막는 데 쓰일 기금조성을 제안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보도했다. 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유엔마약범죄국 사무국장은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되는 노예무역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인신매매 시장은 300억~40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유엔은 250만명이 인신매매되거나 노예취급을 받는다고 추산하지만, 실제 피해자는 더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강요된 노동을 하는 이들이 123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한 바 있다. 2003년 발효된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유엔의정서’에는 인신매매를 범죄로 규정하지만, 각국에서의 처벌은 미약하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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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 사건 피해자들의 사법적 명예 회복을 위한 국가기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의 김갑배 상임위원은 27일 “과거 긴급조치 사건에 대해 위원회 차원에서 직권조사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시 수사기관의 고문이나 불법 감금 등 절차상 명백한 하자가 있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10여건을 추려 지난 2월 초부터 사전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사전조사 결과 재심을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들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직권조사를 의결할 계획이다. 직권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위원회가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리면, 피해자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1월 긴급조치 판결 전체 589건의 사건내용과 판사 실명 등을 공개한 위원회가 일부 건에 대해서만 직권조사를 하려는 데는 나름의 전략이 깔려 있다. 10여건 가운데 일부만 재심이 받아들여지기만 해도,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 자체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사법체계에 반해 국민의 자유권과 평등권을 심각하게 제약한 긴급조치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위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위원회는 보고 있다. 위헌 판결이 내려지면 전체 판결 589건 모두가 무효화된다.

김 위원은 “판결이 무효화되면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적 명예회복과 더불어 물질적 보상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위원회는 30여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는 피해자들의 적극적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활발히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진실화해위는 28일 오전 서울 충무로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긴급조치의 위헌성과 피해자 명예회복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여론 수렴에 나선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헌법학)가 ‘유신헌법, 긴급조치의 불법성과 그에 근거한 불법판결의 청산’을 내용으로 한 주제발표를 하고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한인섭 서울대 교수(형법학),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 이국운 한동대 교수(헌법학), 이유정 변호사가 토론을 벌인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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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의료체계의 근간인 일차의료를 담당한 개원의사들 역시 거대 할인매장 앞의 영세 상인처럼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실제로 영리화가 가속되면서 미국의 일차 개원의사들은 환자들 건강의 ‘문지기(gate keeper)’에서 대형병원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문 단속자(gate shutter)’로 그 구실이 축소되었다. 또한 미국 지엠의 사례와 같이 ‘불필요하게’ 증가한 의료비는 국가의 ‘성장 동력’이 아닌 노사 모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의료서비스의 영리화가 가속화할수록, 가난한 환자의 쾌유를 위해 밤을 지새우고, 교과서적 진료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우리 시대의 선한 히포크라테스들은 그저 돈 못 버는 무능한 의사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단지 특정 집단만의 손실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소중한 상징 하나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그러므로 의료가 상품이 아니고 인술임을 믿는 사람들, 적어도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이 아파도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천박한 정부의 영리화 정책에 분연히 저항해야 한다. 우리 시민사회의 이 저항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많은 아픈 이들의 희망이었던 아스클레피오스는 또한번 제우스의 번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신영전 한양대 교수·사회의학 「아스클레피오스의 죽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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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김용옥 선생님! 그게 아니올시다 / 윤원근 
 
김용옥 선생이 요한복음 강해를 시작했다. 다방면의 지식과 샘솟는 열정으로 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하지만 그의 지적 서비스가 한국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몇 자 적어본다.

그의 강의에는 하나의 주제가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그것은 신비적 세계관에 대한 옹호이다. 세계관은 크게 ‘유한은 무한을 붙잡을 수 있다’고 보는 신비적 세계관과 ‘유한은 무한을 붙잡을 수 없다’고 보는 합리적 세계관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신비적 세계관은 무한에 대한 ‘관념’으로 경험 세계를 ‘구성’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반면, 합리적 세계관은 유한성을 자각하고 경험 세계를 ‘관찰’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신비적 세계관에서는 진리에 대한 탐구가 무한한 관념을 성취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이런 신비적 세계관은 인간 사회를 운영하는 데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신비적 세계관은 무한을 성취하려는 노력에 따라 이성주의·구조주의 유형과 반이성주의·실존주의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이성주의·구조주의에서는 진리가 논리적 이성에 의해 영원불변한 구조로 묘사된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배후의 구조적 통일성으로 환원하려고 하는 압력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가장 힘 센 선수가 진리라는 이름으로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심판의 역할까지도 겸하는 독단적인 방식으로 인간 사회를 운영하려고 한다.

한국 사회의 갈등과 혼란은 신비적 세계관이 한국인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옥 선생은 모든 강의에서 신비적 세계관, 특히 반이성주의·실존주의를 고집한다. 이번 요한복음 강해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반이성주의·실존주의에서는 진리를 끊임없이 운동하고 변화하는 모습으로 묘사하면서 논리적 이성으로 진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부정하고 실존적 체험을 통해 진리를 느끼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배후의 해체적 다양성으로 환원시키려는 압력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이성주의·구조주의에서 강요되는 엉터리 게임에 염증을 느끼고 일체의 경기 규칙을 부정하면서 모든 선수가 심판이 되어 제멋대로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인간 사회를 운영하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신비적 세계관의 인간 사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신비적 세계관의 사회는 입으로 평화를 열망하고 외쳐도 격렬한 갈등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온건주의는 사라지고 이상주의와 냉소주의가 득세하게 된다. 한국 사회의 갈등과 혼란은 신비적 세계관이 한국인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옥 선생은 모든 강의에서 신비적 세계관, 특히 반이성주의·실존주의를 고집한다.

이번 요한복음 강해에서도 마찬가지다. 요한복음의 로고스를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와 동일시하는 점(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는 노자의 ‘도’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운동하는 실체다), 율법과 구약의 폐기를 주장하는 점, 하나님이 일한다는 성경의 말씀을 천지의 끊임없는 변화와 등치시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율법주의적 독단주의를 비판하는 그의 태도가 옳다 하더라도 율법을 폐기하려는 태도는 잘못이다. 굳이 성경을 논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인간 사회에서 법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합리적 세계관은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법치를 인간 사회의 기본 환경으로 설정한다. 타락 이전 에덴동산에서 다른 과일은 다 먹어도 선악과만 먹지 말라고 한 하나님의 명령은 곧 하나님=심판, 선악과=규칙(법), 아담과 이브=선수라는 도식을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합리적 세계관의 법치 이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이성주의·구조주의 세계관으로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있고, 반이성주의·실존주의 세계관으로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성경의 기독교는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윤원근/동감기독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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