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1970년대 긴급조치 위반 사건 피해자들의 사법적 명예 회복을 위한 국가기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의 김갑배 상임위원은 27일 “과거 긴급조치 사건에 대해 위원회 차원에서 직권조사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시 수사기관의 고문이나 불법 감금 등 절차상 명백한 하자가 있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10여건을 추려 지난 2월 초부터 사전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사전조사 결과 재심을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들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직권조사를 의결할 계획이다. 직권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위원회가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리면, 피해자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1월 긴급조치 판결 전체 589건의 사건내용과 판사 실명 등을 공개한 위원회가 일부 건에 대해서만 직권조사를 하려는 데는 나름의 전략이 깔려 있다. 10여건 가운데 일부만 재심이 받아들여지기만 해도,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 자체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 사법체계에 반해 국민의 자유권과 평등권을 심각하게 제약한 긴급조치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위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위원회는 보고 있다. 위헌 판결이 내려지면 전체 판결 589건 모두가 무효화된다.

김 위원은 “판결이 무효화되면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적 명예회복과 더불어 물질적 보상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위원회는 30여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는 피해자들의 적극적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활발히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진실화해위는 28일 오전 서울 충무로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긴급조치의 위헌성과 피해자 명예회복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여론 수렴에 나선다. 김선택 고려대 교수(헌법학)가 ‘유신헌법, 긴급조치의 불법성과 그에 근거한 불법판결의 청산’을 내용으로 한 주제발표를 하고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한인섭 서울대 교수(형법학),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 이국운 한동대 교수(헌법학), 이유정 변호사가 토론을 벌인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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