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영국에서 노예무역이 금지된 지 25일(현지시각)로 200년이 됐다. 하지만 ‘과거’는 청산되지 않고 있다.
15세기부터 400년간, 서구 열강은 아프리카인들을 붙잡아 아메리카 등에 노예로 팔았다. 1804년 잔혹한 대우를 받던 아이티의 노예들이 혁명을 일으켜 독립에 성공하면서, 노예무역 폐지가 가속화됐다. 1792년 덴마크는 가장 먼저 노예무역금지법을 제정했고, 영국도 1807년 3월25일 노예무역금지법을 제정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5일 아프리카 가나에서 열린 노예무역 폐지 기념식의 비디오 연설을 통해 노예무역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으나 이번에도 공식 사죄는 하지 않았다고 <에이피>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이 1672년 설립한 왕립 아프리카회사는 노예무역을 독점해 많은 이득을 취했다. 앞서 영국 최초 흑인 성공회 대주교인 존 센타무 요크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했다. 성공회는 지난해 노예무역에 가담한 잘못을 공식 사죄했다. 미국 노예제의 역사를 열었던 버지니아주 의회도 2월 공식 사죄했으나,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사죄는 없었다.

<로이터> 통신은 노예무역에 책임이 있는 많은 나라들이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은 대규모 보상 요구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은 26일 세계화로 인해 증가되고 있는 현대판 노예무역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막는 데 쓰일 기금조성을 제안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보도했다. 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유엔마약범죄국 사무국장은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되는 노예무역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인신매매 시장은 300억~400억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유엔은 250만명이 인신매매되거나 노예취급을 받는다고 추산하지만, 실제 피해자는 더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강요된 노동을 하는 이들이 123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한 바 있다. 2003년 발효된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유엔의정서’에는 인신매매를 범죄로 규정하지만, 각국에서의 처벌은 미약하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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