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의 꿈 - 할 일 많은 경기도 일 잘하는 김문수
김문수 지음 / 미지애드컴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못난 오리새끼‘
이제는 경기도지사가 된 국회의원 김문수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재야에서는 변절자로, 한나라당에서는 빨갱이로 불리우는 자신의 처지를 나타낸 것이죠. 71년 현장에 투신한 이래, 수배와 고문, 구속의 고통 속에서 74년 민청학련 사건, 79년 도루코노조 위원장, 85년 구로동맹파업과 86년 5·3 직선제 개헌 투쟁에 이르기까지, 그는 참 열심히 민주화 운동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94년 집권 민자당에 입당한 것을 두고, 재야에서는 변절자로 한나라당에서는 빨갱이로 부르는 것입니다.

87년 6월항쟁이 6·29 선언을 이끌어냈을 때 그는 감옥에 있었습니다. 2년 6개월간의 감옥생활에서 사면되고, 유신헌법과 체육관 선거도 사라지고,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어 2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던 김문수. 그가 어떤 심경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젊어서는 좌파로 지금은 우파로 여겨지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과 대한민국 선진화 라는 단어 앞에 나는 변한 것이 없다.”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과 대한민국 선진화‘ 이것이 정치인 김문수의 변하지 않은 정치철학인 것입니다.
제도권에 들어갔다고 해서,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에 들어갔다고 해서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87년 6월항쟁은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졌고, 500여만명이라는 거대 집단의 최소공약수는 정치의 민주화였습니다. 직선제로 대표되는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사회에서, 그가 더 이상 재야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화‘ 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최소한의 절차를 의미할 수도 있고,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사회의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판은 정치적이어야 합니다. 그가 가진 정치철학 - 탈규제, 사교육 옹호, 등 - 과 정당하게 경쟁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정치적 규제는 시장의 실패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은 그것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균형개발‘ 이라는 민주적 목표와 ’서울과 지방의 격차‘ 라는 시장의 실패로부터 기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김문수 지사가 공유하고 있는 정책에는, 애초의 목표와 문제의식은 생략된 채로, ’수도권정비계획의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규제는 시장에 대한 규제이지, 개발에 대한 규제가 아닙니다. 규제는 정책적 무기력함에도 불구하고, 비민주적인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이요, 민주적 개발을 위한 노력입니다. 수도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수도권정비계획, 공교육의 옹호, 등의 실패가, 이들의 탈규제·성장만능주의의 정책적 성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파들이 이것에 대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정치적 경쟁이 가능합니다. 지난 5·31 지방선거와 더불어 다가올 대선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이들의 집권이 이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인재사관학교 - 우리는 삼성을 이렇게 부른다
신현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신입사원을 선발하는데 있어서의 철저함,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내 교육시스템, 경쟁이 제도화되어있는 기업운영, 등 삼성의 기업문화에 대해서 분석했습니다. 저자는 헤드헌팅사업에 종사하면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분석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연간 200시간 이상입니다.
입사시 4주간의 그룹 연수, 2주간의 계열사 연수, 2~4주간의 부서교육을 받지만, 입사 이후에도 삼성종합연수원과 삼성인력개발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삼성인력개발원에는 1,000여가지의 교육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삼성MBA, 삼성전자공과대학과 같은 경영과 전자 분야 자체 교육기관, 6개국어를 교육하는 외국어 교육 프로그램, 60여개국 700여개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해외지역전문가제도가 있습니다.

삼성의 방대한 교육 시스템이, 어디까지나 사원의 자기계발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교육의 기회는 6만여명에 달하는 조직에 대한 모니터와 관리를 통해서 선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죠.
시장 경쟁에서 요구되는 차별성이, 자본과 설비를 넘어 정보나 지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이는 세계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에게 나름의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삼성의 조직관리 역시 눈여겨 봐야 합니다. ‘경쟁의 제도화’가 인상적입니다. 사업부제 방식이 아니라 GBM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기획에서 개발, 생산, 마케팅, 판매까지 상호 경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PI(생산성장려금), PS(초과이익배분금)을 바탕으로 한 급여체계 역시도, GBM 방식의 기초 위에서 성과 위주로 기능하는 것이죠. PI는 기획조정실, 총괄사장, GBM의 평가를 바탕으로 최대 300%까지 지급되는 성과급이고, PS는 기업의 이익에 따라 순 연봉의 50%까지 지급하는 배분금입니다. 삼성은 급여와 인사체계를 성과위주로 제도화함으로써, 경쟁을 ‘제도화‘ 하고 있는 것이죠. 단적인 예로, 삼성의 채용규모는 최고 수준이지만, 사원들의 근속연한은 거의 밑바닥이니까요.

조직의 관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신입사원 선발에서의 면접의 월등한 비중, ‘논산훈련소‘라 불리운다는 4주간의 신입사원 합숙교육, 사원의 성과와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하는 3색 경보체제, 등은 ’무노조 경영‘ 을 할 수 있는 삼성의 치밀한 노무관리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의 정보수집력을 주목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무역상사들의 정보력이 여느 국가정보기관 못지 않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지만, 삼성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김일성의 죽음을 청와대보다 먼저 알았다.’ 는 웃지 못할 얘기가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삼성은 재계, 정치권, 검찰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 수집은 인적 네트워크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죠. 재계 내에서의 혼맥 관계 뿐만 아니라, 주요 공공기관(재경부, 금융감독원, 통상산업부, 공정위, 감사원, 등) 출신 관료들의 영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호구조사’, 등을 바탕으로 할 뿐만 아니라, 해외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해외정보 수집에도 뛰어납니다. 최근에는 X-파일,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비롯해 법적자문의 필요성이 늘어나자, 자체 법무팀을 강화해 법무실로 승격시키고 300여명에 달하는 변호사를 모집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정보수집 능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의 기업활동이 가능한 것입니다.

저자는 ‘인재에 대한 발굴과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훌륭한 교육시스템을 통해서 교육받은 이들은 인재임에 틀림없으며, 이들은 사회 어딘가에서 그 빛을 발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삼성의 인재 발굴이란 어디까지나 삼성의 주주를 비롯한 오너의 이해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만 인재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자가 끝무렵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이제 기업은, 교육받은 이들을 채용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필요한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교육하며 장래의 기업 임원과 CEO를 키워내고 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이들에게 ‘87년 6월항쟁’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6월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정치체제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87년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과거와 다르다. 변해야한다.”

그런데, “변해야한다”는 거대한 담론은, 권력자들과 피권력자들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목소리는 권력자들을 거쳐, 피권력자들에게도 돌아오고 있는 것이죠.
비정규직 문제, 노동법 문제, 소수자 문제, 전쟁 문제, 등 피권력자들이 자신의 생존과 존엄을 뒷받침할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해질 때면, 우리는 의례 변화의 주문을, 아니 변화의 질타를 받는 것입니다. 쏟아지는 질타 속에 가만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민정당에서 민자당으로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옷만 바꿔입은 권력자들이 있는가 하면, 과거 우리와 함께 아스팔트를 누볐던 이들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스팔트를 떠나지 못한 우리들에게, 혹은 아스팔트로 뛰쳐나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들에게, 이들은 한목소리로 주문합니다. “이제 과거와 다르다. 변해야한다.” 갈등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혹은 제도적인 절차를 통해서 해결하자고 합니다. 이제는 정권도 성숙해졌기 때문에 제도 내에서도 충분히 갈등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아마도 우리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이거나, 국가의 제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민이 되는겁니다.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8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투표율과 계급간 불평등의 심화를 목격하면서, 과연 ‘87년 6월항쟁‘ 으로 변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는 얼마나 제도적으로 성숙해졌는지, 최대 화두였던 민주주의는 얼마나 살아숨쉬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1인 1표의 보통선거, 주기적인 선거, 정당의 경쟁과 같은 ‘형식’ 내지 ‘최소한의 절차’ 로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선거와 군부독재로 얼룩진 과거의 권력자들 역시 헌법과 절차에 입각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이 민주주의에 충실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한 사회의 상태, 즉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사회의 상태로 받아들입니다.

5년에 한번씩 이루어지는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었다고 해서, 의사의 수렴과 갈등의 해결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87년 6월항쟁‘ 의 진정한 의미는, 민주주의라는 민중들의 정치적 열망이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표출되었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체육관 선거라는 제도적 틀은 너무나 좁았기 때문에, 민중들은 체육관이 아닌 아스팔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최장집 교수가 주목하는 기구는 정당입니다. 정당이야 말로, 민중들의 의사와 갈등을 제도적으로 수렴하고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기구라는 것이죠. 정당이 민중들의 생활 밑바닥까지 뿌리내리는 것을 통해, 시의회에서부터 국회의사당까지 민중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오랜 보수양당제를 지적합니다. 실제 정치적 분업에 불과했던 자유당-한민당 양당체제로부터 기인하는 보수양당제가, 87년 6월항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소수의 정치엘리트로만 구성된 간부정당, 일상적인 정치활동보다는 선거에 매몰되는 선거정당,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계층이 구체적이고 뚜렷하지 않은 포괄정당으로서의 한국 정당체제를 지적합니다.

즉, 좁고 오랜 이념 구도와 더욱이 정당으로서의 부족한 면모는 6월항쟁을 거치면서도 전혀 변하지 않았고, 이것이 6월항쟁이 이룬 대통령 직선제에도 불구하고 민중들의 갈등을 수렴하지 못하고 비제도적으로 터져나오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제도권 야당과 재야세력(비제도권 운동)에 대해서도 지적합니다. 6월항쟁을 이끌었던 재야세력(국민운동본부)의 경우 629 선언에 따른 헌법개정에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제도권이라는 한계 때문에 제도권 야당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제도권 야당(새정치국민회의) 역시 집권 이후에 집권능력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오랜 행정부 권력과의 괴리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대안을 구체화하지 못하면서, 우파들의 이념공세와 정통 행정관료들에게 상당부분 주도권을 내어주게 되고, 곧 차별성을 잃게됩니다.

언론과 재벌 역시 6월항쟁 이후 더욱 보수화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언론에 대한 분석은 다소 구체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재벌의 경제적 집중에 대해서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 하에서의 경제규제 완화정책을 언급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시장의 통합으로 인해 기업이 갖게되는 대정부 비교우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정당체제입니다. 통합이란 갈등의 억압이 아니라 갈등의 자유로운 표출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저자는, 다양한 계층과 이념을 대변하는 정당체제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혹자는 정치도 서비스 산업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정치공급자로서의 다양한 정당의 경쟁과 정치소비자로서의 국민의 선택권을 중시하는 것처럼 달콤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독점체제가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는 한국의 정치를 두고 어떻게 자유로운 경쟁을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마니타스 2007-06-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입니다.
도서에 관한 리뷰를 출판사 홈페이지로 담아갑니다.
미리 허락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혹시 언짢으시다면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주세요.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humanitasbook.co.kr
입니다.
건강하세요 ^^

sb 2007-06-1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김진숙 부위원장님 새 책 선물로 주시면 더 괜찮을텐데. ㅎ
 
재벌개혁은 끝났는가
김기원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7년 IMF 구제금융과 그에 따라 이루어진 일련의 재벌개혁과 구조조정 조치를 포괄하고 있는 연구저작입니다. 구제금융의 배경, 재벌 금융 공공 노동 4대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을 서술하고,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깊게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재벌이 모든 경제위기의 원인이었던 양 편협한 시야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민주화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세부적인 내용에 앞서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구조조정의 세 측면을 (1) 과잉투자 해소 (2) 재벌 내의 개혁 (3) 재벌 외의 개혁 으로 나누고 있고, 재벌에 대한 문제의식은 각 항목에 있어서 한정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산업 내 경쟁은 필연적으로 과잉투자를 가져오게 합니다. 개별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투자이겠지만, 산업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총량은 분명 과잉입니다. 그리고 과잉된 투자는 필연적으로, 경쟁에서 뒤쳐진 개별 사업자를 위기에 몰아넣죠.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이란, (경쟁에서 뒤쳐진)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을 합리화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 방법은 오직 두가지 뿐인데요, 첫번째는 팔릴 수 있는 만큼만 생산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더 잘 팔리게 만드는 것이죠.

첫번째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사업을 축소해야 합니다. 처분을 의미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것은 사업가에게 큰 타격이 됩니다. 더구나 01년 구조조정과 같이 퇴출, 워크아웃, 빅딜을 통해 국가가 개입하는 경우, 이것은 사업가들의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됩니다.

두번째를 위해서라면, 사업이 아니라 자본을 축소해야 합니다. 현재의 판매량(이윤)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투자자본을 줄여야 합니다. 투자자본이란 주주의 몫도 있고, 채권단의 몫도 있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몫도 있는 것이죠.
결국, 구조조정으로 인한 갈등이란, "누구의 몫을 줄일 것인가" 에서 시작하는 셈입니다.

01년의 구조조정은 국가가 관리하고 감독했다는 점에서만 특별했을 뿐, 과잉투자가 존재하는 한 자본주의와 구조조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겠죠. 오늘도 구조조정의 유령은 세계를 방황하고 있을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5의 권력
윤기설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제5의 권력>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의 천국(네덜란드), 주35시간 노동제의 폐지와 고용 후 2년 이내의 자유로운 해고(프랑스), 임금인상 없는 노동시간 연장 합의와 실업급여 축소(독일), 임금동결(일본), 무노동무임금의 관철과 대체근로의 허용(미국), 단결권 및 단체행동권의 제약(영국).
아무리 둘러봐도 양보하고 빼앗기는 것 밖에 없으니, 이쯤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무척이나 염치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얻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내어주는 대가로, 경쟁력이 확보되고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거죠.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체제에서는 경쟁력의 강화가, 곧 투자와 고용의 발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력의 강화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기 때문이죠.

확실히 잃고, 불확실하게 얻는 것. 그것이 바로 <제5의 권력>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하지만, <제5의 권력>은 반쪽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첫번째, 기존의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 두번째, 이것은 한국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세계 노동운동 공통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은 후퇴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훌륭한 노동조건을 가진 프랑스와 독일의 노동운동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들은 확실히, 빼앗기고 있고 양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제5의 권력>이 이것을 두고 마치 대안인 것 처럼 포장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어느 노동운동의 지도자도 이러한 변화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차악을 선택할 뿐이죠. 그런데, <제5의 권력>은 이렇게 말합니다. "거봐, 쟤네들도 이렇게 하잖아."
온전한 진실은,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해있지만 아직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 것이나 덥썩 물어서는 안되는데, <제5의 권력>이 그러합니다.

노동운동은 <제5의 권력>과는 다른 방식의 변화를 준비하고 이뤄내야 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시장이 세계적으로 통합되고 있습니다. 기업가들이 국가 간의 장벽을 넘어 투자하기란 점점 더 쉬워지고 있습니다. 안정된 고용을 유지하는 데에 그치는 기존의 노동운동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기업가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제 안정된 고용이란 환상을 추구하다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겁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싸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다행이 자본주의는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마저의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더 많은 실업자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해야합니다.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공동의 요구를 가지고 싸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싸움을 조직할 수 있는, 전국적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보탬]
노동조합을 만들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자본주의가 인정한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법률입니다.
대화, 타협, 운운하기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필수조건이라는 것이죠. 쉽게 얘기해서 노동 3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는 대화나 타협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뜻입니다. 저자가 이것을 이해하고 있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