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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역시 사랑할, 어딘가의 당신에게"
 
테마가 있는 미술여행
유경희 지음 / 아트북스 펴냄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가 있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내가 처음 미술책을 읽게 된 것은 그림에 대해 알고자 함이었으나, 이제 나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매개체로 그림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들어차 있는 책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들이 찰나의 재미가 아니라 깊게 정돈되어 있는 것이어서 더욱 즐겁다.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나는 정말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난 3년 간의 경험으로 특히 아픈 책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해 줄 것 같지는 않지만, 당신은 분명히 열광하게 될 책. 이제 나는 당신에게 메세지를 날린다. 당신이라면 이 구석진 자리를 빌려 타전하는 나의 마음까지도 이미 헤아렸을 것이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나의 CDCase를 훔쳐보아요~"
 
뭐 할까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그냥 내 휴대용 CD Case에 들어있는 열 장의 CD를 나열해 보기로 한다.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니까. 허나, 제목만 써 내면 왠지 불친절해 보여... 한 줄씩 짤막한 코멘트를 달아본다.
 
1. Every Little Thing - Every Best Single 2
출근할 때 자주 듣는다. 신나고 짜릿한 J-Pop의 특성이 모두 담긴 앨범.
 
2. M To M - 사랑한다 말해줘
첨엔 시큰둥 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3. Hirahara Ayaka - Odyssey
노래 참 잘한다. 4월 내한 콘서트 한다던데... 기대 중! 추천트랙은 'Jupiter'.
 
4. B'z - Loose
비즈. 마이 페이보릿 아리스트! 만쉐이!! ^___^
 
5. 김윤아 2집 - 유리가면
이 음반을 듣고 있으면 작곡하는 '감'은 타고나는 것 같다. 부럽다.
 
6. George Michael - Patience
조지 마이클의 목소리에는 '색기'가 흐른다. 뭐 그래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7. Eric Clapton - Me And Mr. Johnson
여유로운 느낌 하나. 풍성한 기분 둘. 오랜만에 에릭 클랩튼이 기쁘게 한다.
 
8. L'Arc en Ciel - Clickes Best 13+2
[Smile] 발매가 임박했으니, 한 번 귀를 적응시켜 주자는 차원에서.
 
9. Tan Dun - Water Passion / After Saint Matthew
28일 공연의 충격이 아직 남아있다. 내 생에 다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을까.
 
10. Brad Mehldau Trio - Anything Goes
하나의 생각이 계속 확장되는 느낌. 전작을 모으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고 있는 중.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정말이지 닮고 싶다"
 
미쳐야 미친다
정민 지음 / 푸른역사 펴냄
 
'최흥효는 온 나라에 알려진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다. 일찍이 과거를 보러 가서 답안지를 쓰는데, 한 글자가 왕희지가 비슷하게 되었다. 앉아서 하루 종일 뜷어지게 바라보다가 차마 능히 버리지 못하고 품에 안고 돌아왔다.' (본문 29쪽에서)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不狂不及! 우연히 왕희지와 같게 써진 글씨에 제 스스로 취해서 과거 답안지를 차마 제출할 수 없었던 최흥효. 정말이지 그 단순한 열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칼날같은 긴장이 흐르는 과거 시험장, 그 틈에서 제가 쓴 글씨에 취해 묘한 웃음을 짓고 있을 한 사람. 조금 뒤면 조용히 일어서 제 글씨를 가슴에 품고 시험장을 나서고, 집으로 가는 길 중간중간 멈춰서 글씨를 보고 또 보았을테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웃음을 얼굴 가득 품은 모습이 선하다. 시험장의 엄중한 분위기를 한방에 다 날려버릴 만한 호탕한 웃음. 무수한 말들을 잠재우는 단순한 열정.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좋아서,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는 것. 그 자체로 전부인 것. 그것 외에 다른 얻고 잃음을 마음에 두지 않는 것. 매 순간 제 가슴 속의 뜨거운 것을 따르는 일을 소홀히 않은 이 책 속 사람들의 삶, 읽을수록 닮고 싶어진다. <백이전>을 1억 1만 3천번 읽었다는 김득신 만큼의 우직함(?)은 아니더라도, 묵묵히 제 길 갈 수 있을 만큼의 은은한 열정은 정말이지 닮고 싶다.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신기한 시간표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펴냄
 
이번 달에 내가 제일 즐겁게 읽었고 제일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던 책은 오카다 준의 <신기한 시간표>의 '지우개 도마뱀'에 수록된 아래의 그림이다.(^^;;;) 얼마나 깜찍한가. 한동안 나는 주변 사람에게 시도때도 없이 이 도마뱀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해 원성을 사곤 했다. 포인트는 시선 처리에 있다. 그런데 한 번 해 보면 만화 <파타리로>의 '쿡 로빈'의 춤처럼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파타리로>와 비슷한 류의 책이라고 오해하지 마시라! 아아주 사랑스러운 학교 이야기다.
 
 
사실, 내가 이번 달에 올리려고 했던 책은 <채링크로스 84번지>였다. 이 책은 독자와 책을 매개로 만나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처음으로 고객 메일을 받은 날, 얼마나 고민하면서 답신을 했던가, 내가 좋다고 추천한 책을 읽고 정말 좋았다는 마이리뷰를 보고 얼마나 기뻤던가. 3년차가 겪는 권태와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읽은 이 책은 내게 바로 그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원고마감을 독촉받는 순간 책을 잃어 버려서 ㅠㅠ(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오늘 이 책 찾느라 지각할 뻔 했다) 한달내내 침대맡에 두고 20번 정도는 읽었던 <신기한 시간표>로 낙점해 버린 것이다.
 
한달 내내 내 CDP에서 과다한 노역에 시달린 B'z의 [LOOSE]에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8번 트랙 'LOVE PHANTOM'은 들을 때마다 운동회날 아침처럼 신이 났다. 음반몰 담당자님! 약속 지켰습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어느날. 문득. 멀리서."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펴냄
 
오고 가는 지하철에서 끝나는 게 아쉬워 매일 매일 조금씩 아껴서 읽었다. 오늘 다 읽어버리면 이 재밌는 걸 내일은 못 읽을 것 같아서.
 
어느날 문득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서 여행을 떠났다는 더할 나위없이 낭만적인 이유. 다음에라도 문득 일어나 여행가방을 싸고 있을 때 자고 있던 친구가 눈을 비비며 어디가냐고 물어보면 이 말을 써먹어야겠다. "그저, 멀리서 들렸어. 먼 북소리가 말이야..."
 
어리숙한 이웃집 형 같은 하루키와의 여행 속,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두 가지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여행을 많이 하는 민족은 독일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이랑 같이 사는것은 조금... 음... 힘들겠다는 것.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과학 분야의 <먼 나라 이웃 나라>"
 
만화 21세기 키워드 2
이인식 원작, 홍승우 글.그림 / 애니북스 펴냄
 
지난 해부터 은근히 과학교양서 출간이 붐이다. 과학책 애호가(^^;;)로서야 반가운 일. 또 최근 출간되는 과학책들은 질이 좋고 고르다.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분야의 개척자로 발탁되는 책들은 외국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검증된 책이거나, 이름만 들어도 믿을 수 있는 분의 책이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 중에서도 이 <만화 21세기 키워드 2>(1은 오래 전에 나왔다)가 너무너무 좋다. 정말이지 과학책 분야의 <먼 나라 이웃 나라>다. 짧고 쉬워서 얕지만, 폭넓고 균형잡혀 있다. 한 주제를 깊게 다루는 책도 좋지만, 이처럼 전 주제의 프론티어를 깔끔하게 머릿 속에 지도로 넣어주는 책도 꼭 필요하다.
 
나름대로;; 과학을 전공한 나조차 이 책 속의 모든 것이 경이로운데, 다들 그렇지 않겠는가? 과학의 대중화는 시민의 정치참여 만큼이나 중요한 미래사회의 핵심 역량이라는 면에서 이 책이 <먼 나라 이웃 나라> 만큼 아이와 어른에게 널리 읽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슬프다. 과학저술 분야에서 용맹분투하고 계신 원작자와 나름의 경지에 오른 만화를 그린이에게 혼자 박수를 보내었다.
 
편집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단편소설의 모범"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몬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드라마로 치면 '한뼘 드라마'랄까.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은 짧다.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이야기. 미국 중하층 계급 - 그중에서도 부부 - 을 주 소재로 삼는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은 진짜로 작고 작다.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빚어내는 평범한 이야기. 사실 별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묘하게 섬뜩해진다. 누군가 나의 등짝을 발로 차고 도망간 기분. 니 앞을 똑바로 보란 말야! 작은 자극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면, 같은 침대에 누워 있어도 엇갈릴 수 밖에 없는 그와 나 사이, 지지부진하고 무료한 생활. 카버는 결코 쉽게 위로하지 않는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 말해주지도 않고, 차가운 바람 가운데 우리를 세워놓는다. 그렇게 삶의 단면을 쪼개고 쪼개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그는 진짜 대가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스티프 - 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
메리 로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파라북스 펴냄
 
"이 몸이 죽고 죽어, 골백번 죽고 죽어" 무엇이 될꼬하니, 시체밖에 더 되겠는가. 예전에 심심치 않게 '어떤 방법으로 장례를 할까'라는 주제로 수다 한 판을 벌인 적이 있다. 압도적인 지지로 '화장'이 선택되었다. 말로는 국토가 좁아서라고 해도, 실은 느리게 땅 속에서 썩어갈 몸을 생각하는 것이 끔찍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신이 아니니 부활은 못 하겠다만, 이 책을 보니 시체로 한번쯤 '다시 태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에어백 테스트 모델, 살인사건 시체감식용 부패기간 테스트 모델, 물론 주위 사람들은 극구만류하겠지만 말이다. 시체에 대해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기만 했다면, 분명 나도 거부감을 가졌을 것이다. 정중하고도 친근한 저자의 시체 '친구'들을 만나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궁금하지 않은가?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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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바람 2004-04-0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편집팀의 '내맘대로 좋은 책'을 볼 때마다 편집자들 각각,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음반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에 놀랍니다. 재밌고 그리고 부럽습니다^^

風月樓主 2004-04-0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 비즈랑 라르크! 감동입니다 ㅠㅜ

비로그인 2004-04-0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시끌벅적한 만우절 이벤트가 지나고, 이번엔 4월 내맘대로 책 페이퍼가 올라왔군요~ 아무리 봐도 보기도 편하고 좋다니까요. 또 차근차근 훑어봐야겠다는. ^^

2004-04-05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방긋 2004-04-0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읽어보았어요.
20년간의 서신교환이었다는 점에서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한 번도 만날기회가 없었다는 점에서 슬펐어요.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인지...
날마다 꿈만 꾸며 행동에는 옮길 수가 없는건지...
그렇게 그냥 바쁘게 시간따라 흘러가다가 인생의 막이 내리는 것인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성별과 나이를 넘어선 우정에는 부러운 마음이었지만,
엉뚱하게도 제겐 인생이란 이런건가 하는 쓸쓸하고 슬픈 느낌을 받았어요.
게다가 헬렌이 이렇다할 작품이 없는 작가에서 이 편지묶음으로 일약 유명해졌다는 사실도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습니다.
여러모로 인생을 생각하게 했어요. 제겐...

마음의 평화 2004-04-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의 소설..저도 참 좋던데...전 사랑에 대해 말할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를 읽었어요. 제발 조용히 좀 해요에 실린 단편들과 중복되는 건 없는지 한 번 보러 가야겠네요...

zooey 2004-04-2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레이몬드 카버가 참 좋더라구요. ^^ 이번 문학동네 판하고 예전 집사재 책하고 일부분 겹칩니다. <숏컷>과 <사랑에 대해 말할 때...> 둘 다요. 아마도 집사재 책이 편집본이라 그런듯 하구요. 이번 문학동네 책이 연대순으로 잘 정리되어있는듯 합니다. 전4권으로 낼 예정이라네요.

마음의 평화 2004-04-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좋은 정보 감사합니다..근데요..제가 목차를 찾아보니까 <사랑에 대해..>랑 겹치는게 없는거 같던데..제가 기억을 잘 못하는건지 아님 제목을 다르게 펴낸건지...
 




"중국판 <내 생애의 아이들>"
 
상상의 초가교실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새움 펴냄
 
'제발 읽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은 책이 가끔 있다. 차오원쉬엔의 성장소설 연작(<빨간 기와>, <까만 기와>, <상상의 초가교실>)이 바로 그 경우다. 몇십 년 전 중국, 한 계절을 겪으며 훌쩍 자라나는 아이들. 리뷰에도 썼지만 차오원쉬엔의 작품만큼 가슴을 울리는 성장소설을 보지 못했다. 이런 표현은 좀 웃긴데, 편집자추천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의 불가항력이었다.) 가벼움과 무거움, 기쁨과 고통, 희망과 상실감. 그야말로 삶 자체를 마주할 수 있는 한 권의 소설.
 
우리 나라에 번역된 3권 모두 결국엔 비슷한 캐릭터, 같은 패턴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다. 이미 다 자란 나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삶을 배운다. 책의 표지만 보아도 눈밑이 무거워진다는 누군가의 말에 백번 동감. 최근에 읽은 <상상의 초가교실>은 너무 재미있지만 외려 다시 집어들기가 쉽지 않다. 사무실에서 이 책을 읽다가 몰래 울기도 했다. 눈물이 차오르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차오원쉬엔의 이 멋진 성장소설들이 좀더 많이, 그 가치만큼 사랑받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 그러나 사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편이다. 얼마나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지 모른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청춘, 그 다음은 사랑이다."
 
연애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펴냄
 
<GO>와 <레벌루션 NO.3>로 뭇 남성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가네시로 카즈기, 그가 이번에는 사랑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가슴이 뛰어 아무말도 못할 것 같은 첫사랑의 풋풋함부터 진실함으로 읽는 이의 코끝을 시큼하게 적시는 이야기까지. 열심히 뛰어다니는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사랑 이야기도 멋지다. 가네시로 카즈기, 앞으로도 기대할께.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나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는가?"
 
탁석산의 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
탁석산 지음 / 웅진닷컴 펴냄
 
얼마 전 다른 나라 사람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 나라는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왜 물어보았을까요 -_-;) 상대방은 '민족'이 무엇인지 되물었고, 나는 막막한 심정이 되었다.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기승을 부리는 민족주의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이미 무의식에까지 파고든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탁석산은 이런 의문들에 단서를 제공한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그렇다. 그들은 도시를 만들었다."
 
도시
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음, 이민아 옮김 / 한길사 펴냄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건축 시리즈는 원서로도 사보고 싶을만큼 좋아하는 시리즈다. 치밀한 고증을 거친 꼼꼼한 그림과 글, 역시 30년간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 번역된 4권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로마의 도시 설계와 건설을 다룬 <도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좋아하다보니 이 책이 제일 마음에 든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로 유명해진 로마의 도로. 하지만 그 도로를 기능하게 했던 것은 도시들이다. 로마의 인프라스트럭처 문제를 다룬 <로마인 이야기 10>과 함께 일독을 권한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절망과 희망의 경계"
 
Best ~軌跡~ : The Single Collection
자드 (Zard) / Being Music
 
우울하고 끔찍한 마음이 하루에서 서너 번씩 오가는 요즘이다. '내 의견'을 말하기가 이렇게 힘들 때가 없고, '내 주장'을 펼치기가 이렇게 두려울 때가 없다. 무섭게 몰려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기준마저, 기운마저 상실해 버렸다.
 
나도 걱정되고 되도록이면 좋은 쪽으로 나갔으면 한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리라 믿고도 싶다. 하지만 믿음이란 얇고 서늘한 유리판 같은 것. 분노의 최종 종착역이 어디가 될 지, 아니 지금 곳곳에서 나오는 분노가 과연 '분노'가 맞기는 한지, 옳은 것을 찾고 싶은 나의 생각이 맞기는 한지, 이제 어느 것에도 나는 자신있게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럴 때,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다. 이 음반은 잠시나마 지금을 잊을 수 있고, 조금이나마 나를 달랠 수 있고, 그렇게 불완전하나마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앨범이다. 정말 요즘처럼 세상에 드리워진 끈을 놓고, 음악에 의지할 때가 없다. 내가 두렵고, 세상이 두렵고, 사람이 두렵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겠지만"
 
빈 서판
스티븐 핀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현대과학에 있어서도 가장 미지의 영역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일 것이다. '본성 vs 양육'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 책에 대해 극단적인 평가가 오가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어쨌거나 아직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분야인 것이다. 이 책은 본성 쪽에 무게를 실은 주장의 경전이라 할 만 하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핀커의 책을 옮긴 번역가의 노고가 책에 고스란히 묻어있어 더욱 좋다.
 
편집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친구가 되자, 응, 이라는 심플함을 몰랐던 나는"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 펴냄
 
'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분명, 나와 그는 전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토록 아름답게, 하늘이, 공기가 파랗게 물들어 가는 곳에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148p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다가오려 했던 친구가 있었고, 누가 보더라도 민망할 정도로 거부하던 몇 년 전의 내가 있었다. 운동장 바닥에 운동화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도, 집에 가는 어두컴컴한 교문 하교길에서 신을 갈아신을 때에도, 연습장에 낙서를 끄적이고 있을 때에도, 칠판 앞에 불려나가 수학문제를 풀 때에도, 언제 어디서나 나를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
 
친구가 되자, 라는 간단하고도 쿨한, 여고생답지 않은 그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좋아, 라고 대답했다면 이야기는 간단했겠지만 말이다. 음식냄새처럼 일상에 스며든 그녀가 친구라는 단어보다 소중해졌을 무렵, 우리 사이엔 높고도 단단한 벽이 세워져 있었다. 내가 쌓아올린 그 벽을 다시 부수기엔 그 아이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친구가 되자, 내가 다시 말했을 때 그녀는 싫어, 라고 말했다. 전날밤 무선전화기로 나와 통화하며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던 그녀가 아니었다. 넌 그냥 친구가 필요하지, 내가 필요한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녀도 나도 대학에 왔다.
 
피크닉용 바스켓에 아직도 그 아이에게서 받은 이백통이 넘는 편지가 차곡차곡 담겨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편지들을 읽어보니, 우린 분명히 같은 곳을 보며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니나가와와 하츠도 그랬다. 하츠도 그 아이처럼 가슴이 아프고, 어쩌면 내 등뼈가 부러질 정도로 패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디선지 재주도 좋게 벽돌을 주워와, 도저히 부술 수 없어 보이는 벽을 자꾸만 세우는 내가 미웠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어둡지 않다. 히로스에 료코를 닮은 20세의 일본 여자아이가 쓴, 60% 정도 경쾌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그 때의 내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안심했다. 니나가와는 예상보다 단단하지 않고, 하츠도 생각 외로 약하지 않다. 주제넘지만, 그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그렇게 결정해버리기로 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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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2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해두니 정말 보기도 편하고 좋은데요~ 호감가는 책들이 많네요. ^^

starla 2004-03-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맘대로 좋은책이 저희 게으름 때문에 몇달 쉬었습니다. ㅠ.ㅠ 진즉 이런 형태로 하려고 했었거든요. ^^ 간혹 메일 보내서 물어오신 분들도 계신데,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_ 2004-03-2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보기 좋습니다. 꼭 보지는 않더라도 편집팀분들의 내맘대로 좋은 책이 참으로 흥미롭던데 부활(?)하다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

▶◀소굼 2004-03-2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달마다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거죠?:) 활성화 될 수 있길~

paviana 2004-03-2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달이 바뀌면 편집팀분들의 내맘대로 좋은책에 어떤 책이 올라왔는지 궁금했었습니다..그중에서 사서 읽은 책들도 있고 찜만 해둔 책도 있고..항상 재미있게 읽었는데, 요 몇달 없어서 참 섭섭했습니다..이제 계속 하실거죠?

biseol 2004-03-3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난다 .저두 그냥 책 소개보다
편집팀 분들의 일상사가 배인 글들이 재밌어서
매달 초가 되면 홈페이지 오른쪽부터 확인했습니다.

만약 여력이 되신다면 '이주의 테마'도 같이 부활했으면 좋겠어요.

smila 2004-07-2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맘대로 좋은 책에서 좋은 책을 많이 소개받았었죠. 중간에 왜 사라졌나 몰라요. 다시 부활하니 기쁘네요. 근데 이전 글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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