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의 재발견"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바바라 민토 지음, 이진원 옮김 / 더난출판
 
시간이 없다, 라는 핑계를 대야겠네요. 책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딱 2장 밖에 솔직히 읽지를 못했다고. 그래서 다음에 시간나면 읽어야겠다고 서가에 꽂아놓은 책이랍니다.
 
이 책의 진가를 재.발.견.하게 된건 분명 어제의 강연회 때문입니다. '<바바라 민토, 논리적인 글쓰기> 출간 기념 비즈니스 문서 작성법 강연회'라는 긴 제목의 강연회에서 강사는 제일 첫마디로 이 책을 자기가 평생 읽은 책 중 가장 무게감있고 좋은 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만이 모인다는 맥킨지에서도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5일간 꼭 교육시킨다는 그 내용, <로지컬 씽킹>을 비롯한 수많은 비즈니스 라이팅 서적들의 기본서로 사랑받은 그 책.
 
그냥 보고 지나치셨던 분이라면, 이 글을 읽고 이 책의 가치를 재.발.견.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저도 회사에 오자마자 서가에 꽂아놓았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아, 이제야 책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네요.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탄탄한 구성과 충격적 결말"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탓일까. 영화 '미스틱 리버'는 영 심심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팬인데, 저 영화는 도대체 '연출'이란게 보이지 않잖아, 이런 생각을 하며 투덜투덜. 원작의 경우, 세 소년 사이의 계급적 그늘과 가족관계, 가문의 내력 등이 보다 치밀하게 묘사된 탓일 수도 있다. 그걸 두 시간 안에 다 풀어내기란 쉽지 않으니. 여튼 확실히 개성적인, 웰 메이드 스릴러였던 <미스틱 리버>에 대한 호감 때문에 신작 <살인자들의 섬> 역시 즐겁게 펴들 수 있었다.
 
<살인자들의 섬>은 전작처럼 남자들의 세계, 가족의 문제,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폭력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나 이야기는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단 며칠 동안 벌어지는 사건 탓일 수도 있고, 한 남자의 내면에 집중한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특히 결말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책소개를 쓰면서도 고심한 부분. 축제의 퍼레이드 속 극명하게 갈리는 명암이 인상적이었던 <미스틱 리버>처럼, 이 소설의 끝마무리 역시 훌륭하고 또 가슴 아프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폭력과 상처의 고리를 보며.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이름-데니스 루헤인이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순간은 순간이어서 아름답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기억을 80분 밖에 지속할 수 없는 박사는 무관한 숫자들의 나열에서 세 사람(박사와 파출부인 '나', 나의 아들 루트)을 연결해주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으로 매번 80분의 처음을 채웁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순수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세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짧은 시간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순간은 순간이어서 아름답다'는 소박한 진실과 무관한 것들을 나름의 의미로 연결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을 읽는 동안 저에게 나름의 의미로 아롱진 숫자들, 그 의미를 공유한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1, 14, 17, 20, 37, 58... 제일 앞의 것은 동아리 기수이고, 그 다음 것은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했던 날들의 수, 그 다음은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마음을 다해 좋아해봤던 나이, 그리고 스무 살, 친구의 반 번호, 고3 때 독서실 좌석번호입니다.
 
박사가 무관해 보이는 숫자들의 나열에서 세 사람을 이어주는 의미들을 찾아낸 것처럼, 저 역시 이 수열에서 우리의 어느 삶은 무관한 숫자들을 이어주는 의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합니다. 순간은 순간이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더불어 숫자들 속에서 지나간 순간순간을 오랫동안 되새기며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리네아의 이야기를 다음 10년 후에도 만날 수 있기를..."
 
어떤 책이 10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들의 내용은 검증이 된다.
 
1994년 첫 책이 나온 이래 꾸준히 팔린 리네아 시리즈가 10년째인 올해 개정판을 냈다. 워낙, 소문없이 조용히 개정판을 내서 축하해주지 않은 리네아의 10주년을 나라도 축하해주고 싶다. 리네아 시리즈는 별다른 광고없이 오직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조용히 팔린 책이다.
 
내용은 변한 것이 없지만 도판 작업을 새롭게 하여 그림들이 선명하게 인쇄되었고, 답답하다 싶은 편집이 시원스럽게 변했고, 번역도 약간 손을 봤다.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면모가 흐뭇하다. 그리고 약간의 가격 상승. 10년에 500원 인상이라면 짜장면 값보다 인상폭이 좁다.
 
어린이 분야에는 십 년이 넘도록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들이 참 많다. 당장 베스트셀러 코너만을 봐도 알 수 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1993년에 나왔고, <달님 안녕>은 1990년에 나왔다. <달님은 알지요>와 <무지개 물고기>,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는 1994년에 독자들을 처음 만났다.
 
좋은 책들이 소리없이 서점에서 사라지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이 없다. 그래서 리네아의 10년 선전이 더 반갑게 다가온다. 좋은 책은 오래도록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든다. 다음 10년에도 리네아의 이야기를 서점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는 우리 어린이책도 더 많이 늘어나길 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지음, 정영목.이순희 옮김 / 물푸레
 
사실, 이 책이 재밌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재미없는 과목에 목소리톤이 한결같은 교수님이 3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죽 강의하는 느낌이랄까. 연설 하나는 기가 막히는 클린턴이지만, 글솜씨는 조금 아닌가 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읽기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분명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참고 읽는다면, 단 한 순간도 의미없이 살지 않았으며 너무나 막연했던 꿈을 조금씩 조금씩 구체화시켜 결국은 그 정점에 누구보다도 멋진 승리를 거두며 도달하는 한 인간의 짜릿한 삶의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이 정도까지 책장을 넘기면 이 책 특유의 유머에도 익숙해져서, 처음보다는 쉽게 읽히긴 한다.) 더불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여러 사건들의 막후를 살짝 들춰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너무나 두꺼워 7월에는 다른 책을 읽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러웠던 책. 하루이틀로는 절대! 다 읽지 못하니 휴가때 한 번 읽어보시길... (이 책과 함께 보면 좋을 DVD : [웨스트 윙], 시즌 3이 케이블에서 앵콜 방영중이며 시즌 2가 8월 초 출시되는, 근래 제일 재밌게 보고있는 정치 드라마이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대범하고 털털한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아직 심신이 건강하던 시절, 친언니와 함께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북부 2일, 남부 2일로 짜여진 일정표는 한 눈에 봐도 살인적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언니는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나는 못하겠다, 며 슬슬 발뺌을 하려 했다. (그때 언니가 임신 중이었음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진작 말할 것이지.. 그런 언니를 끌고 4일 제주도 일주를 하려 했던 나는 천하의 못된 동생이 되어버렸다.)
 
그런 언니를 구슬러 공항 근처 자전거 대여점에서 낡은 레스뽀 두 대를 빌렸다. 야심차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한 지 2시간 후, 나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디로? 대여점으로. "아저씨, 우리 못 가겠어, 정말 못가겠으니깐, 와서 트럭으로 자전거 좀 싣고 가세요." 거리 상으로 얼마 안되니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와서 반납하라는 대여점 아저씨, 한 발자국도 못 가겠다고 버티는 여자 두 명. 결국 2만원 내고 자전거를 실어보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2시간만에 전화해서 싣고 가라는 하이커는 아저씨도 처음 봤다고 한다.
 
책표지를 본 순간, 그 때의 기억이 났다. 종국에는 혼자 마무리짓게 되는 여행이지만, 김남희씨도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혼자였으면 모르되, 도중에 혼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쓸쓸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나 또한 언니가 자전거에 학을 떼이고 다음날 비행기로 서울에 가버린 후, 제주도에서 손가락으로 땅 후비며 서울로 줄기차게 전화하면서 아무나 제발 내려와주기만을 기다렸다.
 
땅끝마을에서부터 북쪽 한계선까지 걷는 과정은 길고 길다. 시골 어른들의 잔정을 온몸으로 느끼느라 외로울 새도 없는 저자이지만, 역시 여행은 여행. 곳곳에 묻어나는 사색,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이 친근하면서도 부럽다. 침대 한 켠에 두고 한 단락씩, 잠들기 전 야금야금 읽으며 자전거일주 재도전을 그리고 있는 요즘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행복은 유보하지 않는 편이 더 좋다"
 
카지노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행복을 유예시키며 살지 말자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얻게 되면, 아이를 잘 키우고 나면... 이렇게 이야기하며 살지 말라는 걸텐데 하기사 그렇다. 놀고 싶은 걸 참고, 먹고 싶은 걸 미루고,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는! 이라 다짐하며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날이 올까?
 
아사다 지로가 유럽으로 '카지노만'을 구경하는 여행을 떠났다. 책 낸다는 미명 하에 카지노나 쏘다니다니 베스트셀러 작가는 역시 팔자가 좋군, 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사다 지로라고 걱정이 없었을쏘냐. 결국 언제 어떻게 행복해질까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인 게다.
 
카지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얻는 것도 아니요, 혹시 유럽의 도박 문화에 대해 알게 된다고 득 될 일도 없다. 하지만 아사다 지로의 글이 너무 재미있다.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 얻는 것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고... 이번 달이 즐거웠으면 다음 달도 즐거울 것이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어쩌면 좋을까요, 아저씨"
 
방화벽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나는 범죄추리물(수사물)을 좋아하는데 그것이 시리즈라면 더욱 좋다. 해서 케이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외화시리즈 '과학수사대 CSI'나 '특수수사대 SVU'는 빼놓지 않고 보려 하고, 쿠르트 발란더 아저씨가 주인공인 이 연작소설 시리즈는 수 년을 기다리며 우리 말로 옮겨질 때마다 한 권씩 읽어왔다.
 
<방화벽>은 씁쓸하다. 가뜩이나 일도 안 풀리는 발란더 아저씨, 동료는 배신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시리즈 8번째권. 곧 아저씨는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내 일인 양 나는 7월 내내 골치가 아팠다.
 
이번 편에도 여전히 커피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다. 세어 보았는데, 몇 번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이스타드 경찰서의 커피메이커가 고장나자 경찰관들은 투덜댄다. "커피가 없으면 경찰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걸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벌여야 해. 그래서 새로 하나 사자고." 끄덕끄덕...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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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야 할 이름 두 개, 잊어서는 안될 이름 하나"
 
먼저 댄 브라운. 초대박 베스트셀러이자, 올해 읽은 소설 중 단연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 빈치 코드>의 작가. 편집자의 호의로 가제본을 먼저 읽은 6월 18일 금요일 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퇴근하면서 읽기 시작, 밥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손에서 떼지 못하고 결국 그날 밤 11시에 독파! 완독 후 만족감은 거의 그리샴 소설에 버금갔다 (여기서 알 수 있지만 내가 소설의 재미를 판가름 하는 기준은 존 그리샴, 잘 쓰고 못 쓰고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존 그리샴, 걸작과 졸작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존 그리샴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좀체 진정시킬 수 없는 멋진 소설! 10월 발간된다는 댄 브라운의 전작도 어서 읽고 싶다. (원서는 있던데... 다시 영어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다음은 가넷 크로우. 혼성 J-Pop 그룹인 이들은 자드, 비즈 등이 소속된 Being의 떠오르는 스타다. 아무 정보없이 들은 이들의 곡은 어떤 장르에도 묶이지 않는 신선함과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J-Pop 중 가장 새로왔고 놀랍도록 인상적인 앨범으로, 이전 앨범들을 발매해 달라고 음반사에 조르기까지 했던 그룹. 멋지다.
 
마지막. 기억했지만 거의 잊었다가 다시 콱 박힌 이름. 켄지, 친구, 우민당, 바이러스, 가면, 예언의 서, 절교... 20세기 소년! (이번 권에는 컬러 페이지까지!! 감동의 도가니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함께 가요! 유쾌한 깨달음이 있는 만남의 장으로! "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홍세화,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신문사
 
남사당패에서 줄 타는 광대가 부채 하나만 들고 줄에 올라갑니다. 광대의 부채는 언제나 몸이 기울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펼쳐져야 해요. 중립을 지켜야 할 것 아니냐, 똑똑한 척하고 부채를 가운데로 들면 바로 떨어집니다. 자신의 부채를 어느 쪽으로 펼쳐야 할지 항상 고민하면서 살자는 겁니다. "나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노동자 사이에서 공정하게 중립을 유지할 거야."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본문 183쪽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접하면서 나름의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요즘이다. 양비론의 논리로 많은 것들을 바라보며 투덜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간 무언가를 크게 혼동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중립이 아니라 균형이라는 것, 그리고 균형을 위해서는 치우침이 필요하다 것"을 이해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힘이 솟는다.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을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KBS 일요스페셜 팀 취재, 정혜원 글 / 거름
 
책을 올리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나.도.유.한.킴.벌.리.같.은.회.사.에.다.녔.으.면.좋.겠.다. 라고 독자서평이 올라왔다. 훗. 다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어제도 TV에서는 기업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나와서 경직된 고용환경으로 기업하기 힘들다고, 노조를 대표하는 사람도 나와서 뭐 받는것도 적은데 여기서 더 줄이면 어떻게 하느냐고 서로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몰라도 유한킴벌리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가장 신선했던 것은 4일 근무 4일 쉬는 것도 아니고, 동급 최고 임금 보장도 아니고, 300여시간에 달하는 교육과정도 아니었다. '믿음'. 회사는 내가 이만큼 해주면 직원들도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직원들도 회사가 이 정도 생각해주니 더 열심히 안할 수 있습니까 라고 생각하는.
 
너무나 이상적이라서 누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유한킴벌리, 그들의 성공에 박수를 보낸다.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반성합니다. ㅠㅠ 이 달에는 신간을 못 읽었습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습니다. 물론, 매일매일 밀려드는 어린이 신간들은 모두 충실하게 읽었습니다. 다니엘 페낙이 주창한 독자 권리장전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로마 시대의 배 젓는 노예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눈 도장 꽝꽝 찍어가면서, 업무상 읽어야 할 책은 읽었지요. 하지만, 나만을 위한 신간은 읽지 못했습니다. 왜냐, 제가 이번 달에 오에 겐자부로에게 필이 꽂혀 버렸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오에 겐자부로 책들은 거의 다 절판 내지는 품절입니다. 그래서 헌책방을 주말마다 '미친듯이' 돌아다니면서,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닥닥 긁어 모아서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끝내 못산 책 때문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요. 이번 달에는 오에 겐자부로 책만 샀습니다. <개인적 체험>, <만연원년의 풋볼>, <핀치러너 조서>, <죽은 자의 사치 / 일상생활의 모험>, <성적 인간>(이 책은 미시마 유키오 작품과 같이 있는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 <하마에게 물리다>,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킬프군단>, <조용한 생활>, <치료탑.치료탑 혹성>, 타오르는 푸른나무 3부작, <히로시마 노트>, <신년의 인사>, <200년의 아이들>, <'나의 나무' 아래서>, <'나'라는 소설가 만들기>.참 이 사람은 제목에 작은 따옴표 넣는 것 너무 좋아합니다. 이러면 검색 잘 안되는데. 어떻냐고요? 무척 어렵습니다. ㅠ.ㅠ 그래도 너무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전철에서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대목입니다. (<신년의 인사>, 본문 88쪽 중에서)

나는 알고 있다, 최후의 때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저 높은 구름 속 어딘가에서.
싸우는 상대편을 미워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키는 자들을 사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용부분은 예이츠의 '아일랜드 비행사가 죽음을 예견한다'라는 시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선일 씨가 생각났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사랑과 감동의 메디컬 드라마 E.R."
 
 
누구에게나 인생의 드라마, 영화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나에게는 E.R이 그렇다. 물론 엑스파일도 열심히 봤고 현재는 CSI와 SVU, 몽크에 열광하지만, 그래도 E.R만은 조금 특별하다.(공중파에서 3시즌을 안해줘서 한맺힌 탓일 수도 있다. -_-;)
 
Emergency Room. 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이야기. 시리즈들이 대개 그렇듯, 시즌이 지날수록 캐릭터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한다. 배우들 자체에도 그 캐릭터가 묻어난다. 의도했든 아니든. 닥터 그린, 닥터 루이스, 닥터 로스, 닥터 벤튼, 캐롤과 케리, 의대생으로 등장해 응급실장이 되는 카터...(그리하여 난 그야말로 '느끼한 남자' 캐릭터 조지 클루니에게서 닥터 로스의 여리고 섬세한 구석을 발견한다. 아, 난 E.R.때문에 그의 팬이 되었다.)
 
숨가쁜 병원의 일상에서 때로 실수도 하고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이에게 당연한 미덕이라 말할 수도 있으나,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매회 여러 개의 에피소드와 새로운 인물들을 솜씨있게 엮어가는 줄거리 전개, 한 회 전부를 노컷 롱테이크로 찍기도 하는 과감한 시도와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배우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리즈를. 1994년에 시작, 미국에서 현재 10시즌 방영 중이다. (지난주 DCN에서 5시즌 방영 시작)
 
* 덧붙여, 나의 6월을 행복하게 해준 책들
<다 빈치 코드>, <살인자의 건강법>, <나의 피투성이 연인>, <달의 제단>,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나는 엄마가 좋아!"
 
도깨비를 다시 빨아버린 우리엄마
사토 와키코 지음,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유독 '재미있는' 그리고 '기다렸던' 책들을 많이 읽은 한 달이었다. <다 빈치 코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노다메 칸타빌레 8>의 치아키 님 때문에 사경을 헤매였으며, <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다시 읽어보았다. <20세기 소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16권을 읽고나니 더욱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그 모든 책들보다 (사실 그들을 모두 합친만큼!) "좋아, 빨래라면 나에게 맡겨!" 이 한 마디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던가. 다시 돌아온 엄마가 마술 같은 이 한 마디를 다시 뱉자, 정말 요술처럼 재미있는 일들이 쓱쓱 생겨난다. 엄마의 이 한 마디는 열 번을 읽어도 백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힘이 난다. 다시 돌아온 엄마, 엄마는 너무 멋지고 재미나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농사는 아무나 짓나, 그 누가 쉽다고 했나"
 
삽 한자루 달랑 들고
장진영 글, 그림 / 행복한만화가게
 
삶이 지치고 고단할 때 "에이, 다 때려치고 시골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십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진중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삽 한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 두 권으로 나온 책을 펴낸 저자는 스스로를 '건달농부'라 칭합니다. 자식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자는 훌륭한 취지 아래, 삽 한 자루 짊어지고 가족들과 강화도로 간 그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농사법을 전혀 몰라 아까운 깨를 다 죽이고, 흑돼지를 키우겠다고 했다가 허약한 축사에서 뛰쳐나간 흑돼지 때문에 결국 축산을 포기하고, 트랙터를 몰지 않고 맨손으로 밭을 일구다가 몇날 며칠을 힘쓰기도 합니다.
 
그런 일들만 일어나면 어디, 시골가서 살고 싶겠습니까. 또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시골의 따뜻함도 문득문득 엿보입니다. 길가던 옆집아저씨를 모아 구수한 새참을 들기도 하고,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이 시골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에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바쁜 추수철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제히 세상을 뜨시는 부모님들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찡해집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7월, 다시 고단한 심신을 추스리고 힘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뜻 권해봅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인간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웃겨도 되는가?"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마이클 무어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신문사
 
<멍청한 백인들>을 읽고는 "거 참 재미있는 사람일세 허허허" 했지만 '볼링 포 콜롬바인'을 보고는 "천재다!"라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총기협회 회장인 찰톤 헤스톤을 직접 인터뷰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쉴새없이 낄낄대던 내 눈꼬리로 슬며시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글로 씌어진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보다는 곧 개봉할 'Fahrenheit 9.11' 다큐멘터리가 더 기대된다. 그러나 기다리는 중에 읽길 잘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내부자며 외부자며 기자며 석학이며 많은 자들이 분석을 시도했지만, 개중 마이클 무어만큼 웃기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것을, 내 한달 월급을 걸고 맹세하노니!
 
이번 달엔 <살인자의 건강법>과 [Music for Paul Auster]도 즐기질 않았느냐고, 주위 사람들이 상기시켜 주었다. "왜 데뷔작은 번역이 안된대? 재미가 없나?"라는 루머가 파다했던 문제의 책, <살인자의 건강법>, 재미가 없다니? '음반이든 책이든 아티스트의 데뷔작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쇼핑의 금과옥조를 본때좋게 보여주었다. [Music for Paul Auster], 폴 오스터도 좋고 실린 음악도 좋지만 과연 이 음반이 폴 오스터의 작품 분위기와 찰떡궁합이냐 하면 글쎄요(뒤통수 긁적), 인데, 하여간, CD2의 Pedro the Lion 때문에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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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고, 만남이 있는 책"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앨리스 워커, 정현경 지음 / 마음산책
 
좋은 책이란 그 속에 사람이 있고, 만남이 있고, 살아야지 하는 삶이 있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달 '내맘대로 좋은 책'은 <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어느 문장을 읽다가는 연락 뜸한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썼고, 어느 문장을 읽다가는 아빠께, 취업 준비한다고 고군분투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에게는 여기 적힌 시 하나 읽어줬고, 누구와는 "여기 적힌 삶처럼 살고 싶다."하고 수다도 떨었다. 하루 종일 뛰어 다녀도 다 만나기 힘들 사람들을 책 한 권 읽으면서 다 만났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빠 때문이야.
열두 개의 인형을 손수 꿰매 만들어준 아빠.
철마다 인형의 옷을 바느질하시며 남자 속의 여자를 보여주셨어.
아빠의 눈빛 속
나는 눈부신 해바라기
품에 안고 들려주신
어린 소녀 전사의 목숨 건 순례기들
나는 그냥 나라서
예쁘다는 믿음을
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주셨어.
아빠의 사랑 때문에
나는 가부장제를 졸로 보지.
남자는 사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믿으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남자를 사랑하나봐.
(본문 54쪽에서)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노래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우타다 히카루의 2004년 최신 싱글인 이 앨범에는 단 한 곡이 담겨있다(트랙은 두 갠데, 하나는 노래, 하나는 연주곡). 두 곡 합쳐봐야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거기에 가격은 5,000원이니, 사실 좀 억울한 맘이 들기도 할 법 하다(실제 판매도 별로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소원이 이루어질 때'는 여태껏 발표했던 우타다의 노래 중 단연 최고라 단언할 수 있다. 피아노를 기본으로 담백하게 짜여진 멜로디와 군더더기 없는 편곡, 우타다 히카루의 한층 여유로운 보이스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고 어느 하나 허투른 공간이 없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새삼 좋은 노래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란한 이펙트나 웅장함만 강조하는 천편일률적인 히트곡들 사이에서 우타다는 조용하지만 강한 톤으로 뭇 노래들을 압도한다. 그래, 노래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얼핏 보면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정말 좋은 'Song'을 만나고 싶은 분께 주저없이 권한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존경합니다, 하이타니 선생님!"
 
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원래 아무 때고 잘 우는 인간이긴 하지만, 책을 읽다가 정말로 엉엉 울어버렸다. 나는 자신을 선하다고도 생각지 않고, 사람들이 모두 선하게 태어났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성선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이는 가르치고 이끌어야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하이타니 선생님의 말은 이제 하나의 교리가 되었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유쾌한 트라우마를 맛보고 싶은가!"
 
Trauma 트라우마 Vol.1
곽백수 지음 / 애니북스
 
스X츠서울에 연재되는 만화를 보고 웃은 적은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큰맘먹고 읽어보려고 해도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이 반복되는 이X세 풍의 심각한 만화를 보노라면 시도할 마음도 사라진다.
 
곽백수(본명이다;;)의 이 만화는 좀 다르다. 네컷 만화풍의 촌철살인을 시도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핀트가 어긋난 웃음보가 터진다. 첫 연재물이지만, 베테랑 못지 않은 깔끔한 선과 개성있는 캐릭터(나중엔 이 캐릭터들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는 일상 속의 유머를 발굴해내는 솜씨가 훌륭하다. 이 더운 여름, 근심걱정 모두 잊고 선풍기 켜고 바닥에 누워서 보라며 주변인들에게 한 권씩 안겨주고 싶다.
 
* 만화를 미리 맛보고 싶다면, 다음 링크를 눌러보시라. 단, 보여지는 만화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472243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진실된 거짓말쟁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글방
 
내가 2003년 읽은 책 중 최고의 소설! 오랫동안 절판상태여서 정말 어렵게 구해 읽었다. 문장은 극히 간결하고 무감정하다. 3권에선 조금 느슨해지지만 1, 2권을 읽어보라. 주인공들의 고통을, 아픔을,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단어는 한마디도 없다. 다만 이런 식이다.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했다.
-개자식들.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마녀의 새끼들! 망할 자식들!
...
우리들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귀가 윙윙거리고, 눈이 따갑고, 무릎이 후들거린다.
우리는 더이상 얼굴을 붉히거나 떨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모욕적인 말들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우리는 부엌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서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런 말들을 되는 대로 지껄여댔다. 점점 심한 말을.
하나가 말한다.
-더러운 놈! 똥같은 놈!
다른 하나가 말한다.
-얼간이! 추잡한 놈!
우리는 더이상 할 말이 생각나지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게 될 때까지 계속했다.
우리는 매일 30분씩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나서 거리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욕을 하도록 행동하고는, 우리가 정말 끄떡없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옛날에 듣던 말들이 생각났다.
엄마는 우리에게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정신훈련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난 너희를 사랑해! ...너희가 내 인생의 전부야.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것들이 가져다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
 
아아, 약해서 또 약해서 껍질 속에 숨어버린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버림받고 갇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아이들, 사실 이 소설을 읽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누구에게나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만으로 아쉬운 분께는 그녀의 다른 작품 <어제>를 추천.
 
p.s. 이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만 나오면 된다. ^^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실용서는 실용서만의 접근 방법이 있다."
 
핵심만 골라 읽는 실용독서의 기술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경영분야만을 뚝 떼어내서 다른 분야와 비교하는 것은 좀 그렇긴 하지만, 분명 느껴지는 차이점 하나는 경영 독자들은 문학이나 인문 분야에 비해서 책을 빨리 읽고, 또한 많이 읽는다는 것.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경영책은 정보와 활용법이 주가 되다 보니 이 책도 읽어보게 되고 저 책도 읽어보면서 비교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된다. 성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책을 다독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늘 앞서나가고 성공하고 싶으니까.
 
늘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더 좋은 책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나 같은 경영독자들에게 공병호 박사의 이번 신간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조금 아까운 책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거의 모든 경영서를 읽는다는 분이 실용 독서 기술을 정리했다면? 당연히 읽고 넘어가야 한다.
 
늘 하던대로 이 책 또한 '뭐 건질 건 없나'하는 마음으로 보물찾기 하듯 쑥 읽어 내려간다. 아는 내용도 많지만 새로운 내용도,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내용도 많다. 메모지를 꺼내 새로 건져낸 독서 방법을 정리하는 것은 필수. 이렇게 해서 한 권 또 완독.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에 불과해" "바보!!!!"
 
붉은 돼지 -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대원DVD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바보처럼(-_-) 낙천적이다. [붉은 돼지]의 첫 장면을 보라. 유치원생들이 공적들에게 납치되면서도 어쩌면 저렇게 명랑한가. 타고 있던 비행선이 추락해도 유치원생들은 씩씩하다. "우린 수영부에요~" 퐁당퐁당 물 속으로 들어가 잘도 헤엄친다. 이렇게 전체적인 분위기는 바보같이 낙관적이고 동화처럼 평화롭지만, 주인공 포르코만은 툴툴거린다. 정말 가끔은 '포크 커틀릿'을 만들어 버리고 싶을 만큼 바보다.
 
벌써 네 번이나 본 [붉은 돼지]는 볼 때마다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엔딩곡의 가사를 읽으면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단 한 장의 남은 사진을 봐. 수염이 많았던 남자가 바로 너지.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친구들도 몇몇은 있지만 그날의 모든 것이 허무한 것이라고 그 말은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어. 지금도 마찬가지로 끝나지 않은 꿈을 기리며 내달리고 있겠지 어딘가에서."
 
바보처럼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혼자 인간을 불신해 '돼지'가 되어 버린 사나이 포르코.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가 되는 게 낫다는 이 무정부주의 돼지를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젊은 날의 열정이 모두 재가 되어 버리고, 같은 꿈을 바라보았던 친구는 이제 옆에 없고, 세상은 점점 자기가 살기 싫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자신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 속에서만 살아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그들의 꿈과 열정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숨이 멎을 때까지 내달린 그 젊은 날을 위해 건배!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나무 이름도 모르는 내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처음 하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동생이 들려준 이야기. 1학년 학급에 평소 밥도 많이 먹지 않고 덩치도 조그만 여자애가 하나 있는데, 어느날 급식을 싹싹 먹더니 반찬을 더 달라고 식판을 들고 오더란다. 기특하게 여긴 선생님이 "그래 **야, 무슨 반찬 줄까?"했더니, 배추무침 반찬을 가리키면서 왈, "나뭇잎이요."
 
물론 귀여운 이야기이지만,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숲에 가면 나무는 나무요 꽃은 꽃일 뿐. -_-; 지난 휴일에 회사 동료들과 난지도 하늘공원에 갔다가 더 절절히 느꼈다. 이런 자연치 같으니라구.
 
아마 다들 나같은 생각을 하시기 때문에, 꽃이나 나무도감 등이 최근 유독 많이 팔리는 것이리라. 이 책은 그야말로 평범한 한 아저씨의 구룡산 산책기이자 그림책이다. 척 보니 수성펜에 색연필로만 그린 것이 분명한 꽃이파리 그림이 이렇게 아름답다.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생초 편지>보다는 아마추어의 솜씨 같고 글 역시 전문가의 것이 아닌 평범한 에세이이지만, 부럽다, 정말 놀랍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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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이 된 소설가 김연수는 <청춘의 문장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때로 취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것. 그게 바로 젊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는 여름날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 군대에서 깨달은 '삶의 유일무이한 1대 비밀'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깨어나봐야 날이 저물지 않았음을 알고는 꿈만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한 사람의 삶에서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란 없지만, 스무 살은 왠지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서른 살, 마흔 살과는 또다른 느낌. 이제 더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아쉬움과 안도감, 조금도 예상할 수 없었던 나의 미래... 알라딘 편집자들이 자신들의 스무살에 함께 했던 책과 음악, 영화를 고백합니다. 당신 기억 속의 스무살은 어떤 모습인가요?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대학교 1,2학년은 갑작스레 닥친 전공서의 홍수,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양사나이에게 뭔지 모를 연민을 느낀 동아리 사람들은 축제 때 양사나이 코스프레를 하자고 발악하며 외쳤지만 나를 포함한 극소수를 제외한 전체는 극렬하게 반대했다. 축제 당일까지도 폴리천을 뜯어와 양사나이 옷을 만들던 나를 어쩔 수 없이 끌어내던 하루키광팬 선배는 통렬한 눈물을 흘리고...라는 것은 좀 그렇지만, 어쨌든 내 주위 모든 이들이 하루키에 대해 정체불명의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었던 것 같다.
 
그 후 3, 4학년 때에는 어쩐지 하루키 책을 들고 서 있는 여학생을 보게 되면, '신입생이로군, 훗'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하루키=사회에 발을 들인 이들이 읽는 첫 소설'이라는, 이상한 나만의 공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접한 <먼 북소리>, <우천염천>같은 하루키는 또다른 맛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 번 맛들이면 새우깡처럼 손이 가고, 찾게 되는 하루키들의 소설. 나의 20대가 다시 돌아온다면 여전히 강.력.추.천.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삼십세
잉게보르크 바하만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스무살? 스무살에 읽은 책? 난데없는 질문에 잠시 멍하다. 스물에 나는... 세상에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고, 진달래와 개나리와 햇볕 화창한 날을 못견뎌했으며, 봉숭아물 든 손톱을 아끼고 기차 꼬리를 밟으려 뛰어다니는 친구를 조소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세월이었다.
 
그 어이없는 1년에서 책과 관련된 일은 딱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나는 친구네 학교 축제에 놀러가 호수에서 배를 타고, 거기에서만은 영광이 채 사라지지 않았던 O 그룹의 공연을 보고, 내가 다니던 학교와는 확연하게 다른 학교식당 밥의 양에 잠시 압도당했다. 그리고 친구와 헤어지고 나오면서 역 앞 서점에서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를 샀다.
 
스무살의 찬란함을 즐길 수 없던 나는 매우 당연하게 서른에 대해서도 아무런 암시를 얻지 못했고,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채 좋은 세월을 보냈다. 황지우가 말했던가, 최선을 다해 늙어가겠다고. 나에게 스무살은 최선을 다해 늙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나이였고, 그랬기에 지금에 와서 아름다운 시절이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출판사
 
내 나이 스무살, 내가 읽은 책은 양귀자의 <모순>이다.
 
책의 첫머리에는 스물 여섯의 주인공 안진진이 자신의 신상명세서를 읽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 좋아하는 것, 그리고 수중에 가지고 있는 사백팔십만원 정도의 재산,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을 이야기하려던 진진은 자기의 신상명세서에 쓸만한 이야기들이 없음에 잠시 머뭇거린다. 자기의 삶이 겨자씨 한알도 심을 수 없을만큼 양감이 없다는 사실에 결국 눈주위를 타고 내리는 눈물..."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이렇게는 살지 않겠어..." 스무살의 내 머리속에 가장 인상깊게 자리잡던 장면.
 
스무살 때 나는 나중을 떠올려보며 정말 후회없이 가득 채우겠다고 생각하며 살았고, 막상 스물 여섯이 된 나는 아직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내 양감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김광석 4집
김광석 노래 / 신나라뮤직
 
일어나 - 김광석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 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끝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끝이 없는 말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 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 매일 흔들리겠지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 살아 있는 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 버리지
 
김광석 4집. 94-5년. '스무살' 한 마디에 제일 먼저 생각난 노래.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추억하며.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처음 만나는 자유
제임스 맨골드 감독 / 콜롬비아
 
[Girl, Interrupted], 내 작은 세계는 깨어졌다.
세상은 텅 비어 있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다. 무엇을 해도 심심했고, 무엇을 느껴도 막연했다.
 
"삶은 나를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는데, 나는 결정하는 게 두려워 결정지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며칠 후면 스물 두 살이다. 내가 이 영화의 청춘들처럼 얽혀있는 삶을 산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조바심내면서, 그리고 아주 애틋하게 살자는 나의 열아홉살 부풀음은 다 꺼지고... 삶을 산다는 게 이렇게 쉬운 건가 하는 생각에 울고만 있다. 아니, 울지 말자. 스물 한 살의 내가 열아홉의 나와 같을 수는 없으니."
 
영화를 보고 남긴 짧은 메모. 그즈음 무언가에 나를 던져두고 있었는지 떠올린다. 마음의 기억보다 몸의 기억이 직관적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가슴부터 눌려온다. 가슴이 이렇게 생생하게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저 글을 보며 묻어나는 웃음을 거둬야겠다. 지금의 눈으로 스물 한 살의 나를 바라보지 말아야겠다. 그 시절의 삶은 늘 거기에 있으니... 같은 이유로... 지금 나의 삶도 다만 여기에 있을 뿐이다.
 
오랜만에 이 영화에 삽입됐던 노래를 불러본다. "When you're alone and life is making you lonely, you can always go-downtown~ , When you've got worries all the noise and the hurry seems to help, I know, downtown~" 하는, 길을 걸으며 혼자서 중얼거리곤 했던 노래. 시간을 넘어서 그 시절의 공기가 다시 스며드는 듯 하다. 반갑구나... 다행히 멀리 있어... 반갑구나.
 
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인싸이클로피디어브리태니커 지음 / 한국브리태니커 펴냄
 
내 스무 살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다. 도서관 제일 아래층 참고도서란에 나란지 줄지어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그때는 인터넷이 막 시작되던 시절이라, 월드와이드웹도 초창기였고 - 이러고 보니 내 스무 살이 엄청 옛날 같다!! - 무엇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펼쳤다. 지금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복사해둔 파일이 꽤 있다.
 
20살때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신봉자였다. 그때 나는 이른바 어떠한 주제 하나를 잡아서 그에 관련된 책을 전부 읽어치우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뭐든 모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브리태니커를 찾았다. 그때 만들어둔 파일을 보면, 정말 이대로만 했다면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맨 앞장에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복사한 항목이, 그 뒤에는 읽어야 할 참고도서 목록이 10장 정도(!) 빽빽하게 쓰여져 있다. (이 글을 쓴다고 찾아보니 라틴어 문헌에 해외저널, 영인본도 적혀 있었다.) 그 때는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그 순간만이 정말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든, 도시든, 추상적인 개념이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요술처럼 다 씌어져 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간결하게 사실만을 절달하는 백과사전식 문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어디론가 가기 전에 꼭 지도를 챙기듯, 지적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브리태니커 사전을 펼쳐 사전 지식을 점검한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럼 다음 목적지는 저 책이다. 그렇게 지적여행을 떠났다. 내 스무살에 이 책들을 나침반 삼아 참 많은 책을 읽었다. 스무 살은 무엇인가 알고 싶어 안달이었다.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은? 어디론가 가고 싶어 안달이다. 그래서 요즘 제일 많이 읽는 책은 지도책이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 지음 / 한양출판 펴냄
 
돌이켜보면 나의 스무살은, 괜히 아프고 아파야 한다고 생각하던 이상한 나이였다. 갑작스레 다가든 넓은 세상 앞에 어찌할 줄 몰라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아는 양, 노래하고 술마시고 비틀거렸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스무살에 읽었던 책 중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이 유독 기억에 남는 까닭은. 시작과 끝이 있는 여행, 지난 시간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시선, 삶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찬한 언어로 풀어내는 시인의 기록. 여행이란 결국 자신과의 만남이다. 시인의 눈을 빌어 남도의 섬과 바다를 보고, 돌이켜 나를 보았다.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책이기도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마음 속의 공동으로 괴로워할 때, 그 안을 바닷냄새 묻어나는 훈훈한 바람으로 채워주었던. 내 스무 살의 책.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녹색평론선집 1
김종철 엮음 / 녹색평론 펴냄
 
전공을 화학으로 정한 스무 살, 친구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전공공부의 한 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틈만 나면 도서관에서 소설책이나 뒤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구미에 맞았던 나로선 전공이 과학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소수의) 다른 친구들처럼 사회운동에 관심이 가져지지도 않았다. 그 때, 도서관에서 <녹색평론선집>을 만났다.
 
그 유명한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도 여기서 처음 읽었고, 리프킨이란 이름도 처음 들었다. 후에 <오래된 미래>로 '히트'를 치게 되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글도 만났다. 또 기술과 과학의 사회성에 대해 분석한 여러 글들(특히 '나는 왜 컴퓨터를 안 살 것인가'라는 꼭지는 그 센세이셔널한 제목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을 통해, 나는 비로소 내가 전공으로 택한 학문이 그저 똑똑한 자들의 지적 경주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이 학문에도 입장과 신념과 윤리라는 것이 필요하구나!
 
스무 살에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전공에 대한 긍지와 책임감은 고사하고 환경 문제나 기술 정책 문제 등에 대해서도 무감한 채 살았을 것 같다. 책을 읽은 직후 '그래, 나도 평생 무엇무엇은 하지 않고 무엇무엇은 하면서 살 테야'라고 결심했던 내용들 중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것은 한두 개 밖에 없다. 그래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친구들이 '너는 자동차 안 사냐?'라고 물을 때마다, 가끔 이 책을 생각하고 그 때의 치기어린 결심을 생각한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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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5-1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저의 스무살이 정말 그립군요. 그때는 사회과학책 이외에는 책 참 안 읽었었는데.. ^^
어릴 때부터 집에 브리태니커 영문판 스물 몇 권짜리가 있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 단어 몇 개만 겨우 줏어 읽으면서도 그 사진이며 그림들이 어찌나 좋던지 늘 침대 옆에 쌓아놓고 지냈었지요. 그리고 인터넷 초창기에 브리태니커사에서 반쯤 무료로 서비스하던 시절, 엄청나게 많은 파일들을 긁어서 프린트 해놓고 보던 것도 기억납니다. ^^ 요새도 백과사전이나 사전류가 왜 이렇게 계속 탐이 나는지.. 책욕심은 정말 나이 들어서도 못 고치는 고질병입니다.

방긋 2004-05-1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이란 말에서는 풋풋한 사과내음이 난다.
그땐 무뇌증 환자처럼(?) 마냥 즐겁고, 마냥 낯설고, 마냥 방황했다.
그냥 어설픈 어른 행세를 하느라 애썼던 것 같다.
책이라면...
그 땐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대로 마구 읽어치우고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곤 했다.
그래도 멀쩡하게 다음 날에도 또 밤을 새우곤 했는데..,.
공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책읽기로...

ROSE 2004-05-1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이라.....
정말 무언가가 미칠듯이 그립구 또 그래야 할것같은 나이였다구 생각 한다.
항상 새롭구 낯설구 두려워하던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 정말 정말 좋았던 나이.....
책과 밤새 씨름하고 또 하며 그 세계속으로 열심히 여행하던 어설픈 여행가
그때가 있어서 그나마 지금의 내가 있는 건 아닌지.....
 




"꽃이 지기 전 나는 봄으로 돌아갔다"
 
열네 살
다니구치 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샘터사
 
'우리들 대부분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는 인파에 묻혀, 그저 이 기차에 올라탔다 저 기차로 갈아탔다 정신없이 삶을 내몰게 된다. 어느 봄날의 꿈같은 과거로의 기차 여행. 꽃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그 꽃을 지켜봐 주어야 한다.' --만화평론가 이명석의 추천사 중
 
마흔 여덟 살의 중년 남자. 물론 그에게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번듯한 직장이 있다. 기차로 시작한 출장길에서 어이없게도 열네 살로 돌아가버린 주인공. 바이어를 상대하던 솜씨를 발휘해 영어시험에서도 1등을 하는가 하면, 어른의 체력으로 달리기 1등은 맡아놓은 당상이다. 와하, 이거야말로 내가 꿈꾸던 세계가 아니던가. '이 정신, 이 머리 그대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우린 아마 다른 삶을 살고 있을꺼야'라고 항상 떠들던 나와 친구들이었으니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만화는 그렇게 신나지만은 않다. 말 한 마디 건네보지 못하고 졸업했던 반의 미인인 여학생이 관심을 보이고, 무뚝뚝한 담임선생님은 부쩍 오른 성적을 대견스럽게 칭찬한다. 그러나 이 남자의 머리는 내내 복잡하고 고민스럽다. 열네 살 무렵 돌연 가족을 버리고 사라져버린 아버지 때문이다. '붙잡을 수 있는 지금이라면, 아버지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돌아간 열네 살에서야 알게 된 미묘한 가정사, 마흔 여덟 해를 경험한 후에 마주 보게 된 마흔 여덟 무렵의 아머지. 결말이 어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직 서른 살을 넘지 않은 여자이다. 그러므로 "마흔 여덟 살 먹은 아저씨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달됐어."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이 책을 읽고 가슴 한 켠이 시큰했다. 그리고 '좋았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이 아닌, 다른 이의 인생을 살아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요즘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여겨졌다.
 
자칫하면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문학적인 내음이 물씬 풍기는 만화로 꾸며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온통 흑백으로 된 가느다란 펜선의 만화이지만, 갖가지 단상을 안겨주는 그림체도 편안하게 다가오는, 모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만화였다.
 
* 덧붙이자면, 다니구치 지로는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만화가이다. 산악만화인 <K2>가 유일하게 소개되었지만,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과 유럽에서는 그의 만화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일찌감치 이 만화에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안겨준 바 있으며, 일본에서는 그의 작품들을 학급문고의 단골도서로 추천하고 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나의 슬픈 마음을 고요하고 확고하고 기쁜 것으로 해준 음악이여, 그림이여"
 
랩소디 인 블루
백순실 그림, 이인해 글 / 한길아트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에 이 책을 가져올 생각은 없었다. 이번 달에는 내가 좋아하고 또 좋아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이 나왔으니까. 나름대로 어떻게 쓸지도 대강 생각해 두었다. 그러나 어제 배달된 이 책을 보고, 사람은 진실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책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비발디의 사계 등을 듣고 백순실이 그린 그림과 이인해가 쓴 해설을 겸한 글이 실려있다. 소개된 곡들을 부분적으로 실은 76분 분량의 CD가 부록. 또 출간을 맞아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헤이리에서 백순실의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니 그야말로 3차원 구성이다. (책의 표지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에 대한 백순실의 그림 중 부분)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이 그 음악에 대한 나의 감상과 맞아 떨어지더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 그림들이 모두 마음에 들더라고도, 독자의 편의를 위해서 곡을 마구 잘라내어 하나의 CD를 만든 것이 참신한 시도라고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진심으로 즐거웠으며, 음악과 미술과 그 표현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Mr. 츠바이크, 나의 사랑이 식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여전히 '정신적인 작업이 언제나 가장 순수한 기쁨이었고, 개인의 자유가 지상 최고의 재산이었다'는 당신의 삶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 많은 계획들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실행에 집중하라
래리 보시디 외 지음, 김광수 옮김 / 21세기북스
 
수많은 경영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완벽한 기업, 성공의 최정상에 오를 만한 기업을 그려보게 된다. 인재는 어떻게 관리하고,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경쟁사에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음, 이 정도면 완벽한 기업이군'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요소, 바로 '실행력(Execution)'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아마존이 '2003년 최고의 비즈니스책'으로 주목했다는 이 책에는 현재 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완벽에 가까운 전략, 훌륭한 인재,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환경...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건 더 많은 전략, 더 좋은 전략이 아니라 바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행동'이다.
 
이사회에서 에커드 파이퍼를 해고한 뒤, 컴팩의 회장이자 창업자인 벤 로슨(Ben Rosen)은 그동안 전략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바꿔야 할 것은 우리의 행동입니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회사를 더욱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꿔야 합니다"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인생이 안풀리십니까?"
 
마피아 경영학
V 지음, 원재길 옮김 / 황금가지
 
'다른 사람 대신 대답하는 자가 계산을 치른다'
'폭풍을 만났을 때는 신께 기도를 올리되, 계속 해안을 향해 노를 저어라'
'사람을 믿되, 맹세는 믿지말라'
'승리할 수 없다면 적이 승리를 거두기까지 엄청난 댓가를 치루게 만들어라'...
 
어때, '필'이 꽂히는가? 이 책은 96년에 초판이 나왔으며, 난 그 판을 소장하고 있다. 내 인생에 무시못할 가치관을 형성해준 책. 이번에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 '현실'이 뭔지 알고싶은 사람, 어설픈 자기계발서보다 100배는 짜릿하고 생산적인 충고가 가득하다. 사실, 마피아만큼 삶이 절박한 집단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정치적 태도란 끊임없는 대화의 과정에 자신을 놓는 것"
 
선거는 민주적인가
버나드 마넹 지음, 곽준혁 옮김 / 후마니타스
 
"깨어있으렴, 긴장하렴, 니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물으렴, 왜 질문하기를 멈추었는지 물으렴. 하여, 너의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을 뛰어넘으렴" 하고 시종일관 말을 걸던 요 놈! 요 놈과 함께 침대에서 책상으로, 책상에서 다시 도서관으로 헤매던 밤이 며칠이던가... 허나, 기분 좋은 긴장이었다.
 
민주주의에 얽힌 다양한 경험과 주장을 읽으면서,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이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줄곧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빈약해졌는지, 실제로 그 빈약한 상상력은 우리의 삶을 얼마 만큼이나 제한해 온 것인지... 차마 이 책처럼 거창하게 근대를 탓하지는 못 하겠고, 다만 잠시나마 눈 닫고 귀 닫고 한 세상 편히 살고자 한 내 게으름을 탓하련다.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다른 가능성을 사유 할 수 있는 힘, 변화를 제도화 하는 힘에 있다고 한다(민주주의만 그럴까 싶지만). 알고 있듯, 변화의 시작은 끊임없는 대화의 과정에 자신을 놓는 것이다. 허니, 대화하자. 이 책 정도면 그 대화상대로 충분하다.
 
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알라딘 어린이 담당자의 어린이날 책 구매기"
 
어린이책 담당자로 일하다보면 어린이책을 오히려 많이 안사게 된다. 웬만한 책은 회사 자료용 서가에 다 있고, 신간도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 아무래도 한 번 읽은 책들은 다시 사지 않게 된다. 그.러.나. '소장본'은 언제나 나를 유혹한다. 다시 읽기는 힘들어도 책꽂이에 꽂아두고 싶은 거다. 그리하여 이번 어린이날 행사를 맞이하야 벼르고 벼르던 어린이 책들을 사버렸다. 무엇을 샀는고 하면...
 
/ 레이먼드 브릭스, 비룡소
곰 아저씨에게 물어보렴 / 마조리 플랙, 비룡소
달구지를 끌고 / 바바러 쿠니, 비룡소
까마귀의 소원 / 하이디 홀더, 마루벌
눈사람 아저씨 / 레이먼드 브릭스, 마루벌
은지와 푹신이 /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미산 계곡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 한병호, 보림
사과와 나비 / 이엘라 마리, 보림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 코닉스버그, 사계절
 
아직도 어린이라고 주장하는 나를 위한 어린이날 선물이다. 그나저나 <곰>은 과연 꽂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족 1 : 이달에 나온 내맘대로 신기한 책 퍼레이드
<내 맘대로 꾸미는 포피 하우스> 책을 펼치면 인형집이 된다. 가재도구도 갖추어져 있고, 인형에 옷도 갈아입힐 수 있다. @.@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책+인형)> 머리에 따끈따끈한 똥을 얹은 두더지 인형이 들어 있다. ㅎㅎ 얼마나 귀여운지는 직접 본사람만 안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 퍼즐보드북> 책을 열면 그림 부분은 퍼즐로 되어 있다. 퍼즐 맞추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강추!
 
사족 2 : 5월은 선물을 달, 내맘대로 선물받고 싶은 책 퍼레이드
<로알드 달 베스트 - 전3권> 케이스가 예술이다. ㅠㅠ 얼핏 보면 예쁜 초콜릿 상자같다.
<피터 래빗 그림책 시리즈 -전23권> 낱권도 파니, 전집으로 사주기 힘들다면 몇개월에 걸쳐 낱권으로 사줘도 무방!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이 세상엔 이상한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네, 세키구치군."
 
우부메의 여름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펴냄
 
밀실에서 한 젊은 의사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의 부인은 이후 20개월 동안(!) 임신상태다. 갖가지 추측과 풍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소설가 '나'는 독설쟁이 음양사, '남의 기억이 보이는' 탐정과 함께 사건의 해결에 나서게 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썩 잘나가는 소설가 교고쿠 나츠히코의 데뷔작인 이 추리소설은 정말로 대단히 독특하고 재미있다. 굉장하거나 또는 어이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밀실 트릭. 앞부분에 깔린 복선과 암시 하나하나가 결말부에 이르러 풀려나갈 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마음과 의식과 뇌의 관계, 양자역학과 민속학 등에 대해 논하는 도입부 100여 페이지만 어렵게 넘기고 나면 그다음은 일사천리.(설명이 많아 조금 지루해도 열심히 읽어두는 게 좋다.)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인데, 이야기의 전개가 궁금해서라도 절대로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낮에 읽어도 왠지 주위가 어둑어둑, 으스스한 느낌에 휩싸이니 주의할 것.
 
작가의 현란한 지적 이력이 소설의 내용을 탄탄하게 받치고, 사람의 공포와 호기심을 적절히 자극하는 구성 또한 뛰어나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우리는 사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는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될 듯. 한여름은 아니지만 필독을 권하고 싶은 추리소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이쁘구나... -_-;;;"
 
대부 - 보급판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 늘봄 펴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사정이 많았던 한 달이라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하긴 뭐 언젠 안 그랬나;;;) 그런데다가 내용과 상관없이 순전히 책의 겉모양 때문에 내맘대로 좋은 책을 선택하게 되니 자괴감 금할 길이 없다.
 
좌우간, <대부 - 보급판>은 그 만듬새가 내 마음에 쏘옥 들어버린 책이다. 이 책은 2003년 4월 나왔던 양장본 <대부>를 작은 판형, 가벼운 종이, 싼 가격의 페이퍼백으로 다시 낸 것이다. 속을 볼라치면, 아아! 가독성도 뛰어나구나! 출간 1년 후 보급판을 내는 관행은 우리나라에선 흔한 것이 아닌데, 그 이유 - 독서시장의 규모가 작아서 여러 판을 낼 정도가 안된다고들 한다 - 야 익히 알아 별 투정을 부리고픈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보급판을 보니 참 좋다. 어디 여행이라도 간다는 친구가 있으면 배낭에 넣어주고 싶다.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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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2004-05-0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읽고 싶은 책들이 많군요!!!
오늘 여길 들른 게 정말 잘 한 일 같아요. ^^
특히 어린이책 목록은 참 맘에 듭니다.
저도 어린이책이라면 동화든, 뭐든 정말 좋아하거든요.
동지를 만난 느낌임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