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모처럼 쉬었던 토요일,
포항서 올라온 11년지기 친구와 만났다.
포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친구와는 1년에 두어차례 명절때나 올라오면 얼굴을 본다.
1년에 두어번만 봐도 그리 새로울 것도, 그리 놀라울 것도 없지만,
여튼 언제나 반갑고 편하고 그렇다.
02. 지난 구정 연휴에 나랑 같이 본 <무극>이 마지막으로 본 영화라기에
이번에도 서울에 온 김에 같이 영화를 보고싶다고 했다.
뭘 볼까?
흠...별로 땡기는 영화가 없다.
지난번 비오는 와중에 혼자가서 청승떨며 봤던 <린다린다린다>가 나의 마지막 영화.
차라리 얘랑 볼껄...ㅡ.ㅡ
암튼, 고민하다 <사생결단>으로 결정.
홍콩영화를 연상시키는 인상적인 초반부부터(<최가박당> 도입부와 비슷하다는 생각) 두 남자의 강한 힘이 마구 발산되는 '센' 영화다.
많은 영화평들이 부산, 마약, 악어와 악어새라는 키워드로 이 영화를 말하더라.
시종일관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같은 영화라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달콤한 인생>도, <게임의 법칙>도 안봤기 때문에 한국의 누아르 영화가 어떤건지 잘 모르지만,
<사생결단>은 작정하고 무거운 누아르풍을 견지하고 있어서 끝까지 박진감과 힘이 넘친다.
류승범은 물이 오를대로 오른 절정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황정민의 내공 역시 만만치 않았다.
조연들도 탄탄하게 포진했다. 얼굴에 그대로 인생의 굴곡이 담긴듯한 김희라 아저씨, 마약중독자의 모습을 정말 소름끼치게 잘 소화한 추자현, 그리고 비열한 마약상 장철 역을 맡은 분(이름은 잘 모르겠다).
암튼 <사생결단>이 너무 센 영화인 건 사실인데, 이런저런 생각할거리들을 던져주는 게 있는 것 같다.
인생, 악어와 악어새,. 회전목마....(뭔 소리냐? ㅡ.ㅡ)
03.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그쳐 날씨가 조금씩 개이고 있었다.
종로에서 광화문까지 영화 얘기를 하며 걷다가 차를 한잔 마시고,
다시 안국동까지 걸어서 본가스에서 사케를 마시며 저녁을 먹었다.
비오는날의 사케. 사실 사케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날씨가 참 많은 걸 바꾼다.
그날은 맛있게 넘어가더라. ㅋㅋㅋ
04. 다시 월요일.
점심 먹고 너무 졸려서 몇 자 적었더니 잠이 확 깬다.
다시 머리 속을 구획정리하고, 이거다 싶은 아이템을 찾아 헤매야 한다.
어버이날이니 일찍 들어가 식구들과 저녁도 같이 먹고싶은데...
이젠 하니처럼 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