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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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달음에 읽어버린 <바둑 두는 여자>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첸훵이라는 만주의 도시에서

16살 중국소녀와 24살 일본군 중위가

바둑을 통해 교감하고 사랑한다.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눈 앞에 그려지는 이 시각적인 소설을 쓴

산 샤라는 72년생 여류작가는 천재인 것 같다.

간결한 문체와 섬세한 감성, 예리한 통찰력을 갖춘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프로필은 독특하다.

중국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스무살 언저리에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불어로 소설을 쓴다.

하지만 그녀가 천재인 것은 단순히 바이링구얼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작품도 여러편.

<천안문>과 <측천무후>를 읽어보고 싶다.

주말내내

차가운 바람이 부는 만주의 한 도시에서 돌바둑을 앞에 두고

두 남녀 사이에 오고갔을

설레는 사랑때문에 마음 속이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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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유키 -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조두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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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러 매체들에서 호평을 했길래,

무엇보다 조선땅에 고립된 일본장수의 이야기라는 기막힌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을 집어들게 되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힘있는 문장들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고,

악몽같은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가련한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병한 하급왜장이 주인공.
잔인하고 끔찍한 묘사들에 기가 질리다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칼과 조총만 없을 뿐이지
그때랑 다를바 없는 전쟁같은 하루하루라는 걸 깨달았다.

사는 건 누구에게나 고단하고 녹록치 않다.
조선에 파병된 왜놈이 겪는 공포와 두려움,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까지
사실 직장에서 또는 거리에서 또는 사람에게서
임진왜란이나 첨단의 21세기나 느끼는 것은 비슷할 거라 여겨진다.
결국 <도모유키>의 서슬퍼런 내러티브와 묘사들은 사는 것에 대한 은유.
다만 그것이 전쟁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지금과 다를뿐이다.

3이라는 숫자를 안게되고서야
이제야
가파른 현실과 불투명한 앞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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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말한다 - 당비생각 02
우에노 치즈코.조한혜정 지음, 사사키 노리코.김찬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과 일본의 명망 있는 여성사회학자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서신으로 이뤄진 책이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인문과학서적들이 요즘, 이 책처럼 적극적으로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모색을 시도하는 것 같다. 고전을 다시 쓰는 시도라던지, 인터뷰를 통해 깊이있는 사색을 유도하는 책들이라던지, 이미지와 텍스트를 적절히 조화시켜 흥미를 끌게 만드는 책들이 많이 보인다.


여섯 차례 오간 편지는 꽤나 묵직한 주제들을 풀어놓고 있지만, 읽어나가는데 있어 전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 아마 오랫동안 글쓰기를 해오시던 분들이라, 그리고 많은 사람을 상대로 오래도록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글쓰기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조한 선생님은 하자센터에서도 몇 번 뵈었었고, 이전에도 논의의 여지가 있는 많은 책들을 쓰셨던 분이기에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에노 교수는 전혀 존재를 모르던 분이었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생각해보니 동시대 일본학자들의 존재는 거의 모른다. 이런 무지몽매한지고.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 만나 일어난 화학작용은 언제나 흥미롭다. 두 분의 개인적인 친분과 만남에서 빚어진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차치하고라도 이 글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일 양국 여성지식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책이다.


우리의 하루하루를 잠식해가고 있는 가공할만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물결과 자본주의의 잔혹한 원칙들, 개인의 힘으로 저항하고 맞설 수 없는 수많은 모순들에 대해 이 두 학자들은 때로는 전투적으로(적의 무기로 싸우는 것에 대해), 때로는 기도하는 심정으로(아이를 낳을 수 없는 시대, 인류를 위한 기도) 이야기를 건넨다.


소통과 유대를 위한 지속적인 시도가 왜 필요하고 절실한지, 개인의 삶을 억압하는 섬뜩한 현실의 구조와 장치들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경계를 넘어 이야기하고 있는 두 여성학자의 유쾌한 목소리가 다음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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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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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꼬옥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이 있다.

오가와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소설이다.


교통사고로 현재의 기억이 80분간만 지속되는 노 수학자와 그녀를 돌보기위해 고용된 파출부,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박사와 파출부와 그녀의 아들 루트(앞머리가 평평하게 생겼다고 해서)가 서로 소통하고 교감 하며 따뜻한 나눔을 만들어는 이야기.

잔잔히 흘러가는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소설의 전부인데, 읽다보면 어느새 박사와 파출부와 루트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울림이 가슴을 촉촉히 채운다.


그리고 수학이라면 치가 떨리는 기억이 대부분인 나같은 사람에게조차 다시한번 수학책을 펼쳐보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킨 놀라운 책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때 이책을 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얼마간 들기도 했다..^^;;;;


힘들고 지치고 짜증이 나서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을 때, 이전의 나쁜기억을 다 잊고 새로 시작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을 때, 박사의 80분 기억력이 아주아주 조금은 부러워질지도 모르겠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걸까?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라는 영화처럼 말이다(아직 안봤지만 어느분이 "나쁜기억 다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기분일때 볼만한 영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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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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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의 글을 읽다보면,

아, 정말 한국어를 알고 읽고 쓴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이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그만큼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진중한 미덕을 적절하게 풀어낼 수 있는 뛰어난 글쟁이가 김 훈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쓴 산문들과 기사들은 여러편 읽어봤지만, 그가 소설을 쓴다니...하고 갸우뚱거리며 이 책을 집어들었다.

몹시도 추운 겨울날, 도서관 서가에서 집어들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단숨에 책에 빠져들었다. 그만큼 흡입력이 대단했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이순신의 이야기.

정말 너무나 유명하고 위대해서 100원짜리 동전에 등장하는 성웅 이순신.

그렇지만 <칼의 노래>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전에 등장하는 이순신의 모습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아니 어찌보면 낯설기까지한 이순신이 등장한다.

<칼의 노래>에 등장하는 이순신은 삼엄할 정도로 치열하게, 정말 무섭도록 시대와 나라와 임금을, 그리고자신을 사유하는 인물이다.

김 훈은 지극히 간결하게 서술하는 문체, 정교하고도 압축적인 문장들을 통해, 왜구를 무찌르고 세상의 허무를 통찰하는 이순의 내면과 독백을 완성해냈다.

읽는 동안 가슴이 저릿저릿해서 그 묵직한 존재감이 그대로 전해오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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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백 2004-06-1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인 이순신이 아니라 저는 인간 이순신을 만났습니다
어느덧 정형화되고 박제화 되어버린 먼 옛날의 이순신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고뇌하는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이순신이었기 때문에 그 승리를 당연히 여기고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인간 이순신의 진면목에 대해서는 너무도 모릅니다

저는 이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이순신을 모릅니다
다만 그도 고통속에 괴로워했던 인간이라는 것!
그것만이 느껴질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