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온라인에서 수시로 사고 도서정가제로 인해 책을 저렴하게 살 기회도 줄어서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어요ㅎ; 시간이 우연히 나서 한 번 가보기로 했죠. 

 

 

 오늘의 득템

 

 

 

 

민음사 19기 민음 북클럽 첫 스탬프 받아봄ㅎ

쏜살 문고 중 사고 싶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호주머니 속의 축제》 북클럽 할인받아 삼. 돌아오는 길에 읽었는데 역시 문장가👍

사이언스북스 엽서 책 2019 무료 배포인데 완전 책ㅎ 민폐 같아 하나만 가져왔는데 더 가져올 걸😭

 

 

 

 

돌베개 출판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30주년 마그넷 - 신영복 선생 그림~

 

 

bookiss 책갈피 여기저기 선물하다 보니 나는 하나도 없어서 올해도 장만.

 

 

김영사에서 아로마 수제비누(5000원)를 사 왔다. 읭?? 늦게 가서 책 매대는 이미 덮이는 와중이라😅😂

 

 

 

일러스트 포스터 하나 사 옴. 비도 오고 짐도 많아 꾸깃꾸깃ㅜㅜ 액자에 넣으면 이쁠 거임!

www. phyo.co.kr

 

 

 

글입다공방 북퍼퓸 대량할인ㅎ0ㅎ 그래서 하나 삼~

허클베리 핀 퍼퓸 정가 17400원인데 무려 5천 원에 득템♡

백석 연필도 사고 싶던데 마감 시간에 쫓겨 결정 장애로 못 삼💦

 

교보문고가 매장 방향제로 쓰는 걸 시그니처 향수로 판매하는 거 아시죠?

중고서점이 많은 알라딘도 굿즈 향수 고려하시면서 브랜드 향을 만들어 보시는 것도?

 

 

대전 빵집의 명문 성심당 덕에 오늘 살았다. 빵을 급히 사서 먹어 아사 직전을 넘김😂

#튀김소보로 #순수마들렌 #고기파이 강추

 

 

 

 

4시간 넘게 돌아다녔는데도 다 못 봄😭 열린책들은 어디 있었던 거람. 흑흑...

가실 분은 최소 5시간 이상 여유 시간을 안배하시길 바람.

 

 

 

 

 

 문학동네

 

 

 

 

 

 

창비세계문학전집 디스플레이는 해마다 봐도 멋짐ㅎ👍

 

 

창비에서 권여선『 레몬』 책갈피 만들어 옴.

📎

"내가 이 삶을 원한 적은 없지만 그러나, 선택한 적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절 아니에요. 출판사예요!" ㅋㅋㅋ

 

현암사 - 인증 이벤트 하나 했을 뿐인데 굿즈를 알뜰히 챙겨 주셔서 감사😊🙏

 

 

 

이음출판사. 과학잡지 《에피》도 보고 싶었으나 시간에 쫓겨 자세히 보지 못함ㅜㅜ

 

 

 

 

 

 

 

 

 

동아시아 출판사 - 김상욱 교수 사인회 있는 날이었는데 책 보느라 구경못함ㅎ;;

 

 

 

현대문학

온라인 서점에서는 품절된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버로 된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연작 소설 1권『괜찮아』까지 있는 거 보고 좀 탐나긴 했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해외 출판물, 아시아 독립출판물 보느라 정신없었음. 상황은 아래와 같음.

 

*덴마크

 

 

 

 

 

 

 

 

 

베스 와그러 브러스트 『종이 오리는 이야기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이 종이 오리기 예술가인 줄은 또 몰랐네.

 

 

 

 

 

 

 

 

 

 

 

*싱가포르

 

 

 

 

특히 shyue woon『dark cities』 3부작 사진집이 눈길을 끌었는데

서울 을지로 뒷골목 사진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잘 찍은 거 같아 황홀. 기억할 만한 사진작가

 

 

 

 

* 태국

 

 

 

 

 

 

*대만

 

 

 

 

 

 

 

 

 

 

 

 

 

 

 

 

 

 

 *중국

『bananafish mini zine』

메모지 하나로 뚝딱한 듯한 앙증맞은 그림들

 

 

 담뱃갑 책ㅋ

 

 

슬로베니아 사진작가 Matiaz Tancic『3dprk』

3d 안경으로 보는 재미는 있는데 왜 다 공산당 관련;; 아이디어가 아까움.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게 시골의 사라짐을 더 잘 드러내는 듯.

 

 

Lin Shu『Qu Jing』

여자 친구가 배수아 작가 느낌. 사진 찍을 영감이 샘솟겠더군. 중국 도서전에서 가장 좋았다👍

 

 

 

 

*일본

오브제 콜라주 살바도르 달리?

 

일본 예술가 다운 발상. 물가에서 주운 도기 파편 아트

 

 

 나무토막으로 공룡 화석 재현~ 기발!

 

패션

 

 키치한 공예

 

 

 

 

*한국

 

 

개별로 창작 작업을 하지만 나라마다 문화의 특색이 있다. 이를테면 한국 경우는 자신을 잉여로 느끼는 이들의 생활 문화 창발의 경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무엇엔가 열중하며 쏟아내는 독립출판물은 무엇보다 개성이 돋보인다. 한국과 다른 나라와의 차이라면 기발한 핸드메이드 면에서는 좀 떨어진다는? 아무래도 자본 압박이 심해서 이려나. 자신만의 유니크한 작품을 남긴다는 점에서는 해외가 더 치열해 보인다.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닌 듯.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던 하루.

 

 

 

 

 

 

 

 

오늘 정말 바빴는데 2019 서울 국제 도서전만 간 게 아니었다. 도서전 종료되자마자 얼마 전 오픈한 알라딘 중고서점(영등포점)에 달려 감. 굿즈도 적용해 6월 21일 하루 30% 할인. 평소 갖고 싶었던 알라딘 굿즈 <책 한 권을 위한 에코백>(셜록) 사러 Go go~ 에코백 많지만 책을 따로 넣을 수 있는 넉넉한 앞주머니! 이런 게 필요했어! 비슷한 콘셉트의 25000원짜리 알라딘 쇼퍼백은 너무 크고 이게 딱 좋음.

굿즈 코너가 매장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는데ㅎ; 굿즈만 딸랑 사기 그래서 문 닫을 때까지 중고책도 열심히 골랐다. 원하는 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매장 구매 시 증정품 알라딘 타월(나염, 벚꽃동산)도 2500원에 판매했는데 이것도 30% 할인!

스티키 북마크까지 알뜰히 구매😊

알라딘 굿즈는 이미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어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오늘은 책 많이 안샀지롱.

책 구매는 온라인 주력.

 

주변 상권 때문에 알라딘 커피 매장은 없었는데 약간 미스 아닐까 싶어요. 더 머물고픈 휴식 공간의 느낌이 부족해서요. 새로 생긴 이수점은 어떨지 궁금해지는데 다음에 또^^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6-22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7-07 18:32   좋아요 1 | URL
그때 책갈피 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 소품이 뻔해서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 매년 참여하는 거라고 봅니다. 재작년 갔을 때보다 좀 더 다채롭더군요^^

겨울호랑이 2019-06-22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서울 국제 도서관에 다녀 오셨군요. 성심당 빵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튀김소보로와 함께 한 즐거운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AgalmA 2019-07-07 18:33   좋아요 1 | URL
그게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_;)...뭔 시간이 이리 잘 가는지. 성심당 빵 또 먹고 싶어서 대전에 갔다 올까 봐요ㅋ
겨울호랑이님은 잘 지내고 계신지. 곧 마실 가볼게요^^

blanca 2019-06-22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흑, 가고파요. 가고파...

AgalmA 2019-07-07 19:21   좋아요 0 | URL
늦게라도 갔다 오셨나요? 총 4일이고 일요일은 폐장 시간도 짧아 행사 기간이 너무 짧았던 거 같아요. 지방에 계신 분들은 오시기 참 애매했을 듯.

cyrus 2019-06-24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빵을 살려고 도서전에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던데 내년 도서전에도 들어올 것 같네요. ^^

AgalmA 2019-07-07 19:21   좋아요 0 | URL
저 이번에 성심당 빵 처음 먹어 보았는데 빵 때문에 행사 기간 중에 한 번 더 갈 생각도 했었어요ㅋㅋ; 대전 내려가는 수고보다는 덜하니까 말예요. 빵 사려는 줄이 정말 장난 아니었습니다ㅎㅎ; 튀김소보루는 즉석에서 구워 판매하는데 저도 15분 정도 기다려서 샀어요. 처음 먹어보는 거라 조금만 샀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음엔 박스로 사려고요ㅎ◇ㅎ!

다락방속햇살한줌 2019-12-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감사합니다. 저는 저기 갈 때마다 이상한 인간들이랑 싸우고 오네요. 컨퍼런스에 집중해서 도서전은 거의 못봤어요. ㅠㅠ

AgalmA 2019-12-30 22:13   좋아요 0 | URL
어쩌다 그런 일이;; 대형 출판사 책은 온/오프라인에서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저는 다른 나라 서적을 볼 수 있는 기획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굿즈 얻는 기회가 국내 출판사 부스에 많긴 하지만 다른 나라의 양질의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요. 하루를 거의 다 쓴다 생각하고 가야지 몇 시간 볼 요량이면 놓칠 게 많죠. 지치지 않게 체력 안배도 중요하고요^^;
내년 도서전 때는 별탈없이 충분히 도서전 누리시길 바랄게요/

다락방속햇살한줌 2019-12-30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정말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여유되면 해외 도서전에 직접 가보고 싶어요. 국내 도서전에 실망을 많이 해서 ㅜㅜ내년에는 저도 님처럼 해외전시 위주로 돌아야겠네요.
 
우효 -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 [일반반]
우효 (OOHYO)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테니스」 하루에 한 번씩은 들어줘야(특히 출근길)... 「A Good Day」도 good(특히 저녁 무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라질 산타 리타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구수한 깊은 맛을 내서 아이스 핸드드립으로 먹기 좋아요. 이름에 괜히 버본을 붙인 게 아닌 듯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생충 O.S.T - 정재일의 작곡, 최우식의 노래 그리고 봉준호의 작사
최우식 노래, 정재일 작곡, 봉준호 작사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생충 ost에서「짜파구리」가 제일 좋고 그다음은 「물바다」~ 엔딩곡「소주 한 잔」보컬이 전문적이지 않다 싶었는데 배우 최우식 씨가 부른 거였군요ㅎ 봉준호 감독의 작사도 멋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바예호적으로 : 우리는 무엇을 나누는가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그러나 뜨거운 가슴에 들뜨는 존재.

그저 하는 일이라곤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음습한 포유동물, 빗질할 줄 아는

존재라고

공평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볼 때...

노동의 결과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며,

상사이며, 부하인 존재.

세월의 도표는 상사의 명패에

빠짐없이 투시되지만,

까마득한 그 옛날부터

백성의 굶주린 방정식에 대해

상사의 눈은 반만 열려 있음을 고려해볼 때...

인간이 때로 생각에 잠겨

울고 싶어 하며, 자신을 하나의 물건처럼

쉽사리 내팽개치고,

훌륭한 목수도 되고, 땀 흘리고, 죽이고,

그러고도 노래하고, 밥 먹고, 단추 채운다는 것을

어렵잖게 이해한다고 할 때...

인간이 진정

하나의 동물이기는 하나, 고개를 돌릴 때

그의 슬픔이 내 뇌리에 박힌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인간이 가진 물건, 변기,

절망, 자신의 잔인한 하루를 마감하면서

그 하루를 지우는 존재임을 생각해볼 때...

내가 사랑함을 알고,

사랑하기에 미워하는데도,

인간은 내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할 때...

인간의 모든 서류를 살펴볼 때,

아주 조그맣게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안경을 써가며 볼 때...

손짓을 하자 내게

온다.

나는 감동에 겨워 그를 얼싸안는다.

어쩌겠는가? 그저 감동, 감동에 겨울 뿐...

세사르 바예호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시 전문

 

 

 

봉준호 《기생충》을 보고 나서 바예호의 시를 떠올렸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슬픔과 기침을 숨길 수 없지만 생각해보면 숨길 수 없는 게 참 많다. 이 영화에서는 가난의 징표 '냄새'를 가장 숨길 수 없었다. 전원 백수 가족은 외양, 신분, 표정 등 거의 모든 걸 감출 수 있었지만 그들의 반지하 집 냄새가 체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다송(박사장 집 아들)의 여유롭고 호화로운 생일 파티장을 바라보며 기우(전원백수 가족의 장남)는 다혜(박사장 집 딸)에게 묻는다. 내가 이곳에 어울리느냐고. 그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지만, 기택(전원백수 가족의 가장)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더 많이 겪어본 터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냄새)의 모욕에서 결국 폭발하고 만다. 끝까지 숨기고 싶어서 수석(水石)을 들고 지하로 내려갔던 기우와 끝까지 숨길 수 없어서 칼을 들고 지상에서 돌진하던 기택. 기우의 계획은 실패했기에 다시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지만 기택의 무계획은 사건을 일으키며 언제 지상으로 올라갈지 모르는 더 깊은 지옥이 주어졌다.

※ 아이들 이름에 한자 뜻을 담은 듯.

부유한 집 아이들(다혜, 다송) 이름 돌림자엔 多(많을 다)

백수 가족 아이들(기우, 기정) 이름 돌림자엔 飢(굶주릴 기)

 

 

 

이들의 삶은 돈의 유무로 영향을 받지만 각각의 죽음은 완전히 다른 연유에 기인한다.

수석 보물이 되기도 하고 흉기가 되거나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는 돌처럼 인간도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로 분류된다. 서로를 공손히 떠받들기도 하지만 발길질로 처박기도 한다. 가난한 자들끼리도 서로의 가난과 양심을 저울질한다. 격차는 전 세계적 고민거리다. 봉준호 감독의 관점은 사람을 단순한 이분법 도식으로 나눠서 보지 않는 미덕이 있다. 흙수저/금수저 운운하며 자신을 구획 짓는 사람들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똑같이 1남 1녀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들 관계 속에는 다양한 결이 있다. 부와 가난의 척도로 살고 바라볼 때 인간의 가치는 얼마나 빈약해지는가. 부유해서 성격이 좋고 가난해서 성격이 나쁘다고 재단할 때 우리는 세상을 더 나쁘게 몰아가는 거다. 냄새 같은 특정한 이유로 즉각 혐오와 차별을 만들 때 우리는 세상을 더 극도로 몰아가는 거다(인종 차별에서도 냄새가 얼마나 강력한지 생각해보라). 기택은 아내 사랑의 질문으로 부로써 가릴 수 없는 박 사장의 치부를 꼬집기도 한다. 전원 백수 가족은 죄책감과 연민으로 문광(전 입주 가사도우미) 가족을 틈틈이 걱정한다. 하지만 상황 타개가 여의치 않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선을 부와 권력으로 제압하려는 박 사장처럼 우리의 소통 기력도 점점 고갈되어 가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은 수직으로 붕괴되어가는 세상에서 가족 서사로 세상에 대응하는 전략을 여러 전작들에서 보여 줬다. 두 사람만의 관계(연애)에 천착 일색인 영화 서사에서 더 고심하는 발화다. '그들은 만났고 헤어졌다'가 아닌 봉 감독은 '이렇게 다른 우리들이 모여 사는데 어떻게 조화로울 것인가'를 끊임없이 모색한다. 다자 관계의 기본인 가족조차 무너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 이 세계는 여러 다자 관계의 불화,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구 입장에서는 많은 걸 파괴하고 고갈시키는 인간 종 자체가 기생충이다. 돈을 주고 의식주의 모든 부분에서 도우미를 쓰는 이들은 기생하는 게 아닌가?

 

 

 

파탄 후 기우는 괴로움을 넘어 웃겨서 웃고 또 웃는다. 기택은 더더 지하로 내몰려 그의 웃음과 울음은 표출조차 힘들어진다. 이게 인간의 진짜 빈곤 아닌지. 우리의 웃음은 기반이 불안하고 슬픔은 물속 돌처럼 묵직해진다. 인간의 삶은 대책 없는 떠내려감, 치솟는 역류, 숨 막히는 지하 속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희생해야 할까. 우리는 우리의 인간 됨을 얼마나 더 놓치려 하는 걸까. 감동에 겨워 얼싸안을 수 있는 존재를 우리는 하나하나 잃어가고 있다. 가족도 친구도 나 자신도. 당신은 자신 있나.

 

 

 

 

 

 

 

 

 

 

● 도스또예프스끼적으로 : 어떤 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끝내지 않았기에

 

"내가 자신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이유는, 내 전생애를 통해 어떤 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끝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ㅡ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하로부터의 수기』

 

 

지상도 겨우 반만 볼 수 있는 창을 통해 우리는 반지하에 사는 전원 백수 가족의 시점으로 이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저렇지 않다는 우월감을 누리며. 공짜 와이파이를 찾으려 분주한 아이들과 일감을 손에 놓지 않는 아내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며 어기적 일어나는 기택은 관계에서도 공간에서도 자기 내면에서도 지하생활자다. 볼품없고 능력 없는 중년이든 상관없이 시시때때로 물어오는 가장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타인에게 협력하거나 기대는 게 최선이다. 기우의 과외 채용을 위해 기정이 위조한 증명서를 보며 잘못을 가리기보다 위조문서학과에 합격할 실력이라며 칭찬하고, 아들에게 계획이 있다는 것을 신기해하는 무기력한 자다. 피자 박스 접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재주로 뭘 해도 안 되니 어쩌란 말인가. 도스또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는 부양할 가족도 없었고 유산이라도 받아 칩거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기택이 가족에게 기생하듯 가족에게도 기생할 대상이 나타났다. 기우부터 차례차례 백수 가족은 박 사장의 집으로 잠입해 들어간다. 다혜의 일기장부터 다송의 트라우마까지 백수 가족은 숙주의 속속들이 파악해갔다. 다혜가 동생 다송의 천재병 흉내를 비난하지만 전원 백수 가족의 음흉한 사기와 서로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우리는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만 박 사장 저택에 비밀스럽게 기생하는 가족은 백수 가족만이 아니었다. 그들보다 더 깊은 곳에서 더 처참히 기생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숙주를 뺏긴 분노와 뺏기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기생하는 자들끼리 사생결단 혈투가 벌어진다. 한바탕 숙주 쟁탈전을 치르고, 돌아온 숙주가 잠들 때까지 수치를 뒤집어 쓴 채 쥐 죽은 듯이 기다렸다 검은 발바닥으로 기어서 오물 속을 떠내려가듯 헤집고 돌아가지만 백수 가족을 기다리는 건 물속에 잠긴 집이다. 그들에게는 누추하고 냄새나는 집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만약에 젖지 않는 것이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라면” 닭장이든 궁전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사람들이 단지 그것만을 위해 살고 있지 않으며, 만약 사람이 살려고 한다면 그는 저택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인간은 “두 다리를 가진 감사할 줄 모르는 존재”, “가장 큰 결함은 끝이 없는 무례함.” 그에 더해 도스또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와 기택은 마조히스트적인 “무기력”에 사로잡혔다는 것. 

 

 

 

"그래서 나는 바보 같은 기행에 몰두하게 되었다. 정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당신 자신들을 봐라, 신사 양반들, 그러면 당신은 그렇군, 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삶 비슷한 것을 살기 위해, 나는 모험들을 생각해 냈으며, 나 자신의 삶을 만들어 냈다. 얼마나 많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모욕감을 느끼곤 했는가. 사람은 일반적으로 이유 없이 모욕감을 느낀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고,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내가 당신에게 확언하건대, 끝내 그는 진짜로 모욕감을 느끼는 데까지 다다른다. 인생 내내 나는 어째서인지 이 같은 재주를 부리는 데 끌려 있었다. 나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한 번은, 심지어 두 번까지도 나는 사랑에 빠지고 싶은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통을 받았다. 신사 양반, 확신한다. 내 영혼 깊은 바로 그곳에서도 나는 내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나는 고통을 받았고, 정말 진짜로 그랬다. 나는 시기하게 되었고,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신사 양반, 모든 것은 권태, 바로 그 권태 때문이었다. 무력감이 억누른다. 의식의 직접적이며 당연하고 솔직한 결말은 정말 이 무기력이다. 즉 의식적으로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것이다."

                  

ㅡ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하로부터의 수기』

 

 

책과 낭만주의 사상에 빠져 현실과 대인 관계에서 모두 실패한 도스또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는 그의 모욕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 주려 한 유일한 구원자 창녀에게 화대로 5루블을 쥐여주며 모욕한 뒤 자신의 지하로 자발적으로 숨어들었다. 아들 기우가 계획을 묻자 무계획에 대한 장광설을 쏟는 기택은 자신의 모욕을 다른 이에게 투사해 살인으로 대갚음하고 타인이 만든 지하로 숨어들었다. 숨을 곳조차 내 것이 아니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는 20년을 지하에서 살았고(현재 40세)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기택은? 기우가 저택을 사지 않는 이상 그가 자발적으로 나올 의사는 없어 보인다. 지하생활자가 세상의 가치, 이성과 싸우며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 스스로를 정화하는 미치광이 수정궁을 완성했다면 기택은 무엇을 완성할 것인가. 열정이 실패로 돌아오고 실의를 비겁으로 바꾼 뒤 삶 전체를 무기력의 지하 세계로 끌고 들어가 이제 마지막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 기생하는 방법을 끝없이 연구할 것인가. 생각이 있어도 없어도 자신의 몰락을 배태하는 두 사람. 사실 이것은 많은 인간의 모습이지 않은지. 최소한 나는 여기서 예외라고 말하지 않겠다. 그렇기에 도스또예프스키와 봉준호 같은 예술가들이 내세우는 반(反) 주인공들을 거듭 목도하게 되리라. 모르스 부호로, 수기로, 소설로, 영화로 질기게 이어지며.

 

"〈수기〉를 바로 여기서 끝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것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가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나는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내내 부끄럽게 느끼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더 이상 문학이 아니라 교화시키기 위한 처벌이다. 결국 구석에서의 도덕적 타락과 적당한 환경의 결핍, 살아 있는 것들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지하에서의 자신의 과장된 악의 때문에 어떻게 내가 내 인생을 소진했는가에 관하여 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신에게 맹세코 흥미롭지 않다. 소설은 주인공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일부러 반(反)주인공의 모든 특징들을 모아 두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불쾌한 인상들을 남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삶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며, 우리 모두는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정도에 따라 비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토록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참된 〈실제의 삶〉에 대하여 사람들이 상기시킬 때, 때때로 참된 〈실제의 삶〉에 어떤 혐오감 같은 것을 느끼며 그래서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참된 〈실제의 삶〉을 거의 노동이나 근무 같은 것으로 생각할 정도가 되어 있으며 우리 모두는 속으로 책에 씌어진 대로 사는 것이 더 좋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때때로 소란을 피우며, 왜 변덕을 부리며, 왜 바라는 것일까? 우리 자신도 무엇 때문인지 모른다. 만약 우리의 변덕스러운 소원들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더 나쁘게 될 그런 위인들이다. 그래, 한번 시험해 보자, 우리에게 예를 들면 더 많은 독립성을 부여하라, 우리들 중 누구라도 손을 풀어 줘 봐라, 우리의 행동 영역을 확장시켜 봐라, 감독을 약하게 해봐라, 그러면 우리는 아마도…. 나는 당신에게 확언한다. 우리는 곧 다시 한번 감독받게 해달라고 빌게 될 것이다. 나는 아마도 이 말 때문에 당신이 내게 화를 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내게 소리를 지를 것이다. 당신은 발을 구를 것이다. 「네 이야기만 해라, 지하에서의 너의 불쌍한 삶을, 그러나 감히 우리 모두라고는 말하지 마라.」 잠깐만, 신사 양반, 나는 그 모두라는 표현으로 나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내가 관련되어 있는 한, 나는 단지 내 인생에서 당신이 감히 절반도 실행할 엄두도 못 낸 것을 극단까지 밀고 나갔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자면, 당신은 당신의 비겁함을 상식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당신 자신을 속이면서, 그것에 의해 위안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신에 비하면, 내가 당신보다 더욱더 〈살아 있다〉는 결론이 된다. 자세히 봐라! 결국 오늘날 우리는 정확히 이 〈살아 있는〉 삶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며 그것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를 혼자 내버려둬 봐라, 책 없이. 그러면 우리는 곧 혼란에 빠질 것이고 길을 잃을 것이다. 우리는 어디로 합류해야 할지도,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도,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증오해야 하는지도, 무엇을 존경해야 하고 무엇을 경멸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심지어 인간들이, 진정한 자신의 육체와 피를 가진 그런 인간들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그것을 치욕으로 여기며 전례가 없는 일반적인 인간 같은 것이 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우리는 사산아들이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우리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아버지들로부터 태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더 우리 마음에 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취향을 발전시키고 있다. 곧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관념으로부터 태어나는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다. 그러나 충분하다. 나는 더 이상 〈지하에서〉 쓰는 것을 원치 않는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지하로부터의 수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9-06-05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기생충」은 스포에 유의하라 했는데 안 봐서 모르지만 치명적인 스포가 있는 건 아니겠지요? 「유쥬얼 서스펙트」에서 범인과 「식스 센스」에서 누가 귀신인지 알고 본 경험이 있다보니, 이번에도 그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

AgalmA 2019-06-22 14:26   좋아요 1 | URL
영화는 잘 보셨는지요. 제겐 <기생충>이 스토리보다는 미장센으로 보는 영화여서 스포를 알아도 장면에 폭 빠져 볼 수 있는 영화요^^

겨울호랑이 2019-06-22 14:54   좋아요 1 | URL
AgalmA님 오랫만이에요. 저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변함없이 지냈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못 봤습니다ㅜㅜ 추석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네요 ㅋ

AgalmA 2019-07-07 18:56   좋아요 0 | URL
한결같은 모습ㅎ;; 그 말씀에 저는 왜이렇게 웃음이 나는지ㅎㅎ;;
15세 이상 관람가여도 공중파에서는 좀 부적절한 장면(섹스 씬)이 있어 추석 때 나올까 싶어요ㅎ;
멋진 장면이 많아서 극장 관람이 더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