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덮밥은 누가 해도 맛있는 걸까. 졸깃졸깃한 맛을 더 배가시킬 떡을 넣어도 맛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우물우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서두부터 재밌다. 더글러스 아담스는 유럽을 히치하이커로 여행하고 있었는데 독일어를 모르는 채 인스부르크에 머무른다. 하루는 우연히 부딪힌 사람들이 모두 청각장애인이어서 세상의 기묘함에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곳에 청각 장애자 총회가 열리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미쳐 버려서 ˝카프카를 유명인사로 만들고 침을 흘리게 만들었던 그런 종류의 책들을 쓰면서 남은 생을 보냈을˝ 거라고 말한다. 안심한 그는 유럽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가지고 들판에 누워 별을 보았다. 이 시작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도 닮았다. 아서 덴트가 자신의 집을 부수러 온 철거업자들을 막으려고 진흙탕에 누워 버리던 서막과.

잘 눕던 어떤 사람을 안다. 어떻게든 어딘가에 걸터앉으려고 기를 쓰는 친구도 안다. 그러다 낭패를 당하는 걸 웃으며 지켜보기도 했다. 작가들도 인물들 행동 양식에 대해 선호하는 취향이 있는데 코 후비기, 방귀 뀌기, 하품, 트림... 등은 진부할 정도다. 국기 게양대에 올라가거나(이기호) 나무 위에서 살고 결혼까지 하는 남작(칼비노) 정도면 괜찮지. 생각해 보면 사람은 관습에 길들여지고 얽매여 취하는 행동이 그리 다양하지 않다.

연상호  부산행》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조건은 죽음이 아니라 소통 능력-언어와 감정였다. 좀비가 된 자들은 즉각 소통 능력을 잃는다. 좀비는 죽었다고도 살았다고도 볼 수 없는 미묘한 경계에 있다. 좀비에게 ‘자본주의 노예‘란 내포 의미도 있다는 걸 감안할 때 먹을 것(이익)에 달려드는 욕구(소비)만 있고 공유-공감할 줄 모르는 존재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공유가 주인공였나; 아재 개그....) 공유도 냉혈한에 가까운 이기주의자로 딸인 소녀의 비난을 듣지만 아이러니하게 좀비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사람다움에 대해 깨닫게 된다. 결말에서 소녀가 언어를 승화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감독은 사람다움을 더욱 강조했다.
수많은 SF 소설들과 공포물과 범죄물은 상당수 소통 불가능(넓게는 이해 불가능)에 대해 말해 왔다. 나와 너 사이에도 이렇게 까마득한 우주인데 외계인과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서로 지능이 뛰어나서 심해어와 친구되는 것보다는 쉬울까. 모를 일이다.

이 책 저 책 유랑하며, 노래를 부른 건 꽤 오래되었다. 사람다움에 대해 잊지 않으려 우리는 음악을 듣고 고전을 읽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만 나는 누구든 비인간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저녁 어쩐지 우주적으로 오징어덮밥을 먹은 기분이다. 외계인도 오징어덮밥을 좋아하지 않을까. 서로 닮았다면 곤란하겠다.


 

 

 

 

 

 

 

 

 

 

 

두꺼운 책만 보면 이제 비교하는 병이...

 

 

 

 Alt-J - Arrival in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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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7-24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온해 보여 좋습니다. ^^

AgalmA 2017-07-24 22:16   좋아요 1 | URL
보기엔 안온해 보여도 오징어덮밥 해 먹자고 땀 흘리며 볶아댄 소동을 생각하면ㅎㅎ;;;

북다이제스터 2017-07-24 22:30   좋아요 1 | URL
우린 항상 배경은 무시하고 현상에만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ㅎ 저만 그런가요? ㅎ

ICE-9 2017-07-24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김치볶음밥을 해 먹었는데 말이죠^^
‘은하수‘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요즘도 가끔 꺼내 아무 곳이나 펼쳐 놓고 읽곤 해요. 역시 두께가 남다르네요^^

AgalmA 2017-07-24 22:19   좋아요 0 | URL
저는 엊그제 김치볶음밥 해먹었어요. 반찬 이것저것 해먹기 귀찮아서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식단 선호합니다ㅎ 더워서 국이나 찌개는 엄두를 못 내겠어요ㅎ;;
할란 엘리슨 세트도 노리시는 헤르메스님이시니 은하수 안내서도 당연 팬이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놓고 두께 때문에 매번 완결로 다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성공하길 제게 당부합니다ㅜㅜ;

2017-07-24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7-24 22:21   좋아요 1 | URL
유자에이드요.
자몽청을 만들까 싶은데 더워서 미루고 있어요. 병소독 하고 하려면 무진장 땀 나겠지 싶어서;;
저는 높은 층에 살아서 물난리 걱정은 없는데 더운 건 아래위가 없는 거 같아요ㅎ;;
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

에디터D 2017-07-24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숑글라스가 눈에 딱 들어오네요^^ 오징어 덮밥도 맛있어 보이고^^;; 소개해주신 책은 늘 휴가철만 되면 결심만 하고 읽지 못하는 책이라 뜨끔했습니다.ㅎ

AgalmA 2017-07-24 22:24   좋아요 0 | URL
비숑컵 생각보다 귀엽더라고요ㅎ 알라딘 하루키컵도 탐내다 품절돼서 책값 줄었어요ㅎㅎ;
우주~안내서 저 책 저도 완결을 계속 못 보고 있었어요^^ 채...책이 너무 더워 보여서 여름에 읽기 더 힘든 거 같기도요ㅋㅎ;;

보슬비 2017-07-25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오징어 덮밥 넘 맛있어보여요. 먹고싶당~~~
히치하이커 저도 읽어야지하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어요. 영어책으로 사서 ㅠㅠ

AgalmA 2017-07-25 22:42   좋아요 0 | URL
맛난 음식사진 폭격은 보슬비님 전문이잖아요ㅎㅎ
정말 두꺼운 책이죠. 낱권으로 읽으면 진도도 빠를텐데 보관 쉬우려고 합본 사서 되려 더 못 읽고 있는 것도 같아요. 보슬비님은 영어책이라니 더 ㅎㄷㄷ;;

2017-07-25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5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5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7-25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읽고있는 배철현 <인간의 위대한 여정> 에서도 인간 생존의 비밀은 이타적 유전자라고 말합니다

배려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AgalmA 2017-07-25 22:45   좋아요 1 | URL
이타성에 대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주의로는 막다른 길밖에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