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웬만한 출판사 책은 거의 알고 있었으므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은 없었다. 출판사가 어떤 책을 내는지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만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데다 행사에서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진열되어 있어 서점을 찾는 것과 차이도 없었다. 도서 정가제로 인해 파격 할인하는 책도 만나기 어려웠다. 행사 마지막 날이라 빈 부스도 많았고 각 부스가 중구난방으로 배치되어 있어 책을 깊게 읽으며 관람하기 불편했다. 이를테면 인문 서적 바로 옆에 요란한 이벤트 부스가 있어 번잡한 풍경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졌다.
한 마디로 열혈 독서가에게 큰 흥미를 주지 못하는 행사였고 상상력과 지적 자극을 주는 책의 축제라기보다 단기 판매 촉진 행사 같았다. 해외 책 부스도 중고상품 처분이나 구색 맞추기 정도로 밖에 안 보였다. 근처 별마당 도서관 가서 아무 책이나 펼쳐보는 게 더 재밌을 지도.
전자책에 대한 고려나 비전 제시를 하는 출판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도 한국 출판계의 답보 상태를 보여줬다. 모바일 문화와 플랫폼이 광범위한 걸 생각하면 도서 정가제보다 전자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이 향후 더 중요하다. 종이책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책의 디지털화는 막을 수 없는 시류다. 한국은 정부, 시장 관계자, 독자 모두 안일한 거 같다.
마음산책은 주력 상품인 줌파 라히리 포스터만 잔뜩 걸어놓고 부스 마감 상태.
대통령 굿즈 TIME지 인기 확인.
창비 부스는 창비 세계문학전집을 이렇게 꽂아야 한다는 걸 보여줬다. 집이 99평쯤 된다면 고려 가능.

내 호기심을 자극한 건 책 이외의 다른 것들.
수입 종이류를 다루는 PAPERIAN에서 종이 몇 장(장당 3~4천 원 할인가) 구입. 다양한 패턴과 질감의 재질이라 그림이나 D.I.Y에 활용할 수 있다. PAPERIAN은 교보, 영풍문고, 아트박스 POOM, 한가람 문구센터, 예술의 전당 아트숍에서 만날 수 있다. 텐바이텐 등 다수 온라인 스토어에도 입점되어 있다.

예뻐서 책보다 더 오래 고른 앤티크 책갈피(4개 만 원 할인가) 구입.
www.bookiss.com


펭귄클래식 부스에서는 엽서세트가 11700원 할인가인 걸 발견해 조금 고민.

문학과지성사 부스.. 원고지 모양 매트가 내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아무튼 완판됐다고 했다. 빈집 성냥 사올걸 그랬나 후회 중.

강원도 속초에서 61년째 운영 중인 동네 서점 동아서점 부스 구경.
별마당 도서관은 코엑스 쇼핑몰 중심부에 있어 어디를 가나 만나게 되는 위치인데 대출은 안 되지만 책상이 많아 공부하기 좋은 공간이다. 지하와 지상이 연결되어 있어 채광도 좋아 이색적인 분위기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지경!
별마당 도서관 내 이마트 편의점에서 이프레소 아이스커피를 발견했는데 음료를 캔에다 넣어주는 시스템이 신기했다. 뚜껑 막지 말고 그냥 달라고 해서 빈 캔을 집으로 가져왔다. 저금통으로 쓸 예정. 맛도 거리 테이크아웃 커피점보다 훌륭했다.
뽀르게따란 곳에서 그 유명한 대동강 맥주 파는 걸 발견!

저녁식사. 숯불 제육복음도 흑백으로 찍어 액자로 걸어두니 독특했다.


열린책들 창립 30주년 기념 세트로 나온 책들을 권당 9천 원에 팔고 있어 로베르트 볼라뇨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샀다. 이런 행사에서는 이런 걸 바란 거지! 나보다 직원께서 더 상태 좋은 책을 고르려고 노력하셔서 고마웠다. 두꺼운 데다 페이퍼북 스타일이라 책 모서리에 검댕이 묻기 쉬워 관리가 좀 어려울 책;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시중에서 2권짜리로 팔기 때문에 득템~ 볼라뇨가 이 책을 통해 내장 사실주의를 본격화했고 정지돈 · 금정연 등 국내 작가들이 그것을 패러디해 후장 사실주의를 표방하게 된 문제적 작품. 말 많은 내장 사실주의, 후장 사실주의 탐구에 좀 들어가 볼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