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오래 들여다보며, 누구보다 아름답기 위해 너희들도 경쟁한다지.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자라듯 잎이 날 때부터? 도무지 말이 없어 쉼 없이 말을 걸다 한없는 고요함을 선물받네. 나는 언제부터 한없이 살아있으면서 끝없이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걸까. 두 느낌에 갇혀 때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내 관념 속에서 꽃은 환하게 말이 없고 더 활짝 피고. 이 뻗어나가는 관념의 줄기를 증오하며 입을 닫아도 숨 쉬듯 말이 터져 나오고 꽃망울이 터지고. 아름다움 뒤에 진화의 숨은 줄기를 보고 나는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든 게 시선을 끈다. 피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끝없이 꽃을 피운다. 하루 더 참고 피고 하루 더 살고 죽고.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아름다움들이 세계를 가득 덮고 있다. 도통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아름다웠고 어디서부터 지워지는 걸까. 이해하지 못해 더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