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오래 들여다보며, 누구보다 아름답기 위해 너희들도 경쟁한다지.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자라듯 잎이 날 때부터? 도무지 말이 없어 쉼 없이 말을 걸다 한없는 고요함을 선물받네. 나는 언제부터 한없이 살아있으면서 끝없이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걸까. 두 느낌에 갇혀 때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내 관념 속에서 꽃은 환하게 말이 없고 더 활짝 피고. 이 뻗어나가는 관념의 줄기를 증오하며 입을 닫아도 숨 쉬듯 말이 터져 나오고 꽃망울이 터지고. 아름다움 뒤에 진화의 숨은 줄기를 보고 나는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든 게 시선을 끈다. 피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끝없이 꽃을 피운다. 하루 더 참고 피고 하루 더 살고 죽고. 어디서 온 지도 모르는 아름다움들이 세계를 가득 덮고 있다. 도통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아름다웠고 어디서부터 지워지는 걸까. 이해하지 못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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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03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모아서 책 한권 내세요.
바로 구입!ㅎ

AgalmA 2017-03-03 21:15   좋아요 2 | URL
ㅎㅎ 죽을 때 싸들고 가려고 열심히 그립니다~ ㅎ 유명해지려면 빨리 요절해야 되는데 이미 늦었고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요^-^

북다이제스터 2017-03-03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화사하다. ^^
먼저 오신 봄 기운 듬뿍 받고 갑니다. ^^

AgalmA 2017-03-03 21:16   좋아요 2 | URL
봄이 오긴 오나봐요. 꽃이 그리고 싶었던 걸 보면.

북다이제스터 2017-03-03 21:43   좋아요 2 | URL
그놈의 철야는 대체 언제 끝나나요? ㅠ
전 연초와 비교해서 현재 자본주의 마성에서 10% 벗어났어요. ㅎㅎ

AgalmA 2017-03-03 21:48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ㅜㅜ 하고 많은 일 중에 나는 왜 이런 일을 택해 고생하나 싶기도 하고ㅎ;; 제가 먹고 사는 일엔 젬병이라 이런 멍텅구리 상황인 듯ㅎ;

오~ 북다이제스터님 자본주의를 구슬릴 줄 아시다니 능력자!

북다이제스터 2017-03-03 21:51   좋아요 2 | URL
특별한 건 딱히 없구요, 그냥 내 배 째라! 로 버팅기고 있습니다. ㅋ 자포자기 ㅠ

AgalmA 2017-03-03 21:55   좋아요 2 | URL
배를 째시고 책을 읽으신다고...ㅎㅎ 저도 오늘 일 더 추가는 안된다!(책 읽어야 하거든) 했는데...

북다이제스터 2017-03-03 21:59   좋아요 2 | URL
들켰네요, 눈치 빠르세요. ㅋ
회사 눈치 보면서 틈틈히 요즘 이북으로 페인트 모션 중입니다. ㅎㅎ

북다이제스터 2017-03-03 22:11   좋아요 1 | URL
전 토욜과 일욜도 출근하지만, 그래도 금욜 저녁은 웬지 기분 좋습니다. ㅎ
Agalma 님도 즐건 주말 보내세요. ^^

AgalmA 2017-03-03 22:22   좋아요 1 | URL
저도 금토일 모두 출근하는 사람입니다만, 맘 내키는 대로 무하 전시 보고 와서 철야하는ㅎㅎ;;
북다이제스터님도 건강 잘 챙기시며 즐겁게 다독다독^^/

[그장소] 2017-03-03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장하네요 . 어쩐지 !! 그림으로 안구 정화까지 하고 가요! 피지도 못하고 져요 . 저는 ..^^;

AgalmA 2017-03-03 21:38   좋아요 2 | URL
그렇게 못 피면 여기다 자리를 피시죠~ 피식피식ㅎ 철야하고 집에도 못가고 열받아 하며 그려서 더 비장한지도요ㅎ;
다른 분들께도 그러실 테지만 그장소님은 제게 꽃같이 환함을 주시죠^^🌸 그당소님그당소님(혀 짧은 소리) 까까? .... 이 해괴한 애교는 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둡니다))

[그장소] 2017-03-03 21:3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으아~Agalma님 애교에 쓰러집니다~^^

겨울호랑이 2017-03-03 18: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봄이네요^^: 아직은 새싹이지만 그 안에 이미 꽃이 있겠지요..Agalma님 말씀처럼 그 아름다움은 씨앗에서 오는 것인지 따사로운 봄볕에서 오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AgalmA 2017-03-03 21:24   좋아요 3 | URL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제 12장 24절 ㅡ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서문에서...

긴 말 대신 이 문장을 보내도 겨울호랑이님은 잘 이해하실 거 같아서 :)

겨울호랑이 2017-03-03 21:43   좋아요 2 | URL
^^: Agalma님께서 이런 저를 과대평가하셨습니다.ㅋㅋ 잘 모르겠는데요. 다만, 제가 Gnosis적인 느낌이 충만한Agalma 미학세계 입구를 헤매고 있는 것 같네요 ㅋㅋ

AgalmA 2017-03-03 22:24   좋아요 2 | URL
영적 지도자로 알려진 라즈나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씨앗은 이미 자신이 자라날 완성체를 품고 태어나는 것이라 하죠. 이는 일견 진화론적인 면에서도 타당한 설명이긴 합니다. 예술에서 미가 완벽성으로 평가되는 것도 비슷해 보이고요.

사이비로 떠들지 않기 위해 저도 공부 많이 해야죠. 갈수록 맘 만큼 진도가 안 나가서 많이 답답하지만요ㅜ;

겨울호랑이 2017-03-03 21:50   좋아요 2 | URL
아, 오쇼 라즈나쉬군요^^: 오쇼 강의를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오쇼 강의의 여러 부분에서 우리나라 함석헌 선생님의 소리를 개인적으로 느낍니다.. 그런데, 솔직히 어려워요ㅜㅜ

AgalmA 2017-03-03 21:53   좋아요 2 | URL
네, 생김도 그렇고 분위기도 함석헌 선생과 비슷하죠? ㅎㅎ 안그래도 함석헌 선생 책을 제대로 읽은 게 없어 함석헌 선생이 쓴 <바가바드 기타> 조만간 읽으려고 하는 중인데 겨울호랑이님이 우리집 서재 상황을 아시나 뜨끔ㅎㅎ
라즈니쉬 장자 강독 좋죠^^

겨울호랑이 2017-03-03 21:58   좋아요 2 | URL
^^: 네. 제가 잘 못 알아듣는 것을 보면 좋은 말씀인듯 ㅋㅋ 「삶의 길 흰 구름의 길」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오쇼의「도마복음 강의」도 좋았어요..^^:

보슬비 2017-03-03 2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콧구멍에 봄바람 넘어주고 왔는데, 아갈마님의 벚꽃 그림을 보니 정말 봄이 오는가봅니다. ㅎㅎ

AgalmA 2017-03-04 09:44   좋아요 2 | URL
일전에 보슬비님이 벚꽃 있던 잡지 사진 보여주신 걸 나름 제 방식으로 가린다고 가려서 그려 보았습니다ㅎㅎ

yureka01 2017-03-04 0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봄의 여신을 그렸네요...^^.

AgalmA 2017-03-04 09:33   좋아요 0 | URL
여신을 모시는 시종의 마음으로 그립니다^ㅁ^ 잘 태어나셔야 하는데 조마조마해 하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