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ㅡ 너에게
 
 
 
    
인사도 없이 사물과 내가 존재해왔듯이
태어날 때 어머니와 죽음을 구별할 수 없었듯이
삶은 서로의 소개를 필요로 하지 않았네
피할 새 없이 나도 물렸지
짐승은 나쁜 일이 왔을 때 팔로 가릴 수 없으니*
어디서든 깊숙이 박히는 이빨
    
 
 
이 찢김은 본 적이 있다 태어날 때였나
제멋대로인 사지로 집으로 기어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안았던가
아무리 핥아도 배어 나오는 피를 어떡할지 눈으로만 물었는데
사실은 숨이 가빠와 안아 드는 네 턱이라도 물고 싶었지
빨고 핥던 내 뼈다귀, 쓰다듬어주던 우리 엄마
 
 
 
죽음의 턱에서 빠져나올 수 없듯이
아무것도 막을 수 없었으므로
나는 시큰거리는 삶을 살았지
나는 내게서 와서 내게로 가는가
나를 뺀 문장이 더 맞다면
어디서 어디까지를 빼야 내 삶이니
내가 묻힌 곳은 흔적도 없이

정답도 없이 사라진 내가 중얼거렸지
이번 에 내게 앞발이 있었듯이
분명 사라진 턱이었다
내게도 네게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 소리 
 

 

 

 

 

 

ㅡAgalma

 

 

 

 


 

 

* 장 지오노

 

 

 

 

 

ps) 네 죽음에 대해, 만약 내가 너였다면… 그런 생각으로 10년 넘게 시로 표현해 보려 했으나 끝끝내 맘에 들지 않았다. 그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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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2-15 18:50   좋아요 2 | URL
아까 겨울호랑이님과 얘기하다 오래전 개가 죽은 일이 생각나서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시는 10년 넘게 고쳤는데도 잘 표현되지 않았죠.

2017-02-15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2-15 22:12   좋아요 2 | URL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다 그리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죠...

페크pek0501 2017-02-15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도 그림도 님의 솜씨이신가요?

이런 재능이 있으시다니 깜놀~ 입니다. 한마디 더 하자면 ‘멋져요!‘

AgalmA 2017-02-15 22:13   좋아요 1 | URL
-_-);;;;(_ _)

북다이제스터 2017-02-15 2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아지와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꿈에도 보고 싶지 않은 그림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AgalmA 2017-02-15 22:40   좋아요 3 | URL
오, 강아지 키우세요? 좋네요....

뭔가 설명을 하려면 목메서 지금도 한참을 주저주저하게 됩니다...

그때는 추석연휴여서 참 고요했죠. 집에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작은 녀석이 참 까부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녀석이 일의 시작이었죠. 문이 열려 있음 밖으로 튀어나가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날도 그녀석이 그렇게 달려나갔고 죽은 녀석은 같이 따라 나간거죠. 개들의 본능이란 참...엄청 얌전한데 같은 종이랑 있음 그리 되나봐요.
갑자기 시끄러워졌고 건너편 사는 진돗개가 우리집 개를 물어 버렸더군요. 개가 한번 물면 소리를 지르거나 때린다고 놓지 않습니다. 물벼락을 씌워 떼어놓아야 한다더군요. 키우는 게 아니라 집에 내려가 개를 만날 뿐이라 그런 걸 전혀 몰랐던 저는 울며불며 소리만 질렀죠. 그때 어머니가 하필 잘 주무시지도 않는 낮잠 중이시라 사태는 더 나쁘게 흘렀죠. 동네가 떠나가는 통곡 소리에 어머니가 나오셔서 엉망진창인 개를 안고 울고 있는 저를 보셨죠. 추석이 끝나기 전에 내 동생이기도 했던(개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 아인 죽었어요. 초상집 분위기였죠. 개를 안고 축축했던 그 피의 느낌이 아직도 고스란히 느껴져요....
까불거리던 녀석은 상처 하나 없이 살았는데 그 녀석 물릴까봐 돕자고 달려 들었던 그 순둥이 녀석이 죽은 게 너무 화나고 분했습니다. 그리고 내 무지 때문에 그리 된 것인지도 모른다 죄책감도 너무 심했고요....그 사건 이후로 한동안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북다이제스터 2017-02-15 22:34   좋아요 3 | URL
참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미물이 미물 아니더라구요. 나이 먹고 고개쳐저 있는 강아지 키우며 짧은 생애의 강아지 보면, 안타깝고 애틋한 맘에 다신 강아지 못 키우겠단 맘이 듭니다.

겨울호랑이 2017-02-15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고... 저 때문에 안 좋은 기억 되살리신 것은 아닌지... Agalma님 죄송하게 되었네요..

AgalmA 2017-02-15 22:31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이 죄송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제게 트리거가 작동된 것일 뿐....
평생 기회될 때마다 떠올리고 반성하게 되는 그런 일이어서....

yureka01 2017-02-15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슴을 쥐어 뜯는 듯한 통곡인듯한 그림이네요,....쩌릿합니다..

AgalmA 2017-02-15 22:34   좋아요 2 | URL
자기 치유... 표현을 객관적이게 하려고 하지만 제 개인적 이야기와 감정이 많이 들어가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2017-02-15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7-02-16 0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와 그림.
이렇게 자기 치유를 할수도 있군요.
저는 아이들 떠나 보낼때마다
제가 잘못해서 아이들을 죽인거 같다고
자책하기만 했어요.
아직도 그 자책감은 작아지질 않네요.

시와 그림 아프게 느끼고 갑니다...

단발머리 2017-02-16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안타까운 사연의 시와 그림이네요. ㅠ
예전의 일이실텐데 그 억울함과 미안함이 그대로 전해져요.
자꾸 그림에 눈이 가네요...

2017-02-16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