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ㅡ 너에게
인사도 없이 사물과 내가 존재해왔듯이
태어날 때 어머니와 죽음을 구별할 수 없었듯이
삶은 서로의 소개를 필요로 하지 않았네
피할 새 없이 나도 물렸지
짐승은 나쁜 일이 왔을 때 팔로 가릴 수 없으니*
어디서든 깊숙이 박히는 이빨
이 찢김은 본 적이 있다 태어날 때였나
제멋대로인 사지로 집으로 기어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안았던가
아무리 핥아도 배어 나오는 피를 어떡할지 눈으로만 물었는데
사실은 숨이 가빠와 안아 드는 네 턱이라도 물고 싶었지
빨고 핥던 내 뼈다귀, 쓰다듬어주던 우리 엄마
죽음의 턱에서 빠져나올 수 없듯이
아무것도 막을 수 없었으므로
나는 시큰거리는 삶을 살았지
나는 내게서 와서 내게로 가는가
나를 뺀 문장이 더 맞다면
어디서 어디까지를 빼야 내 삶이니
내가 묻힌 곳은 흔적도 없이
정답도 없이 사라진 내가 중얼거렸지
이번 生에 내게 앞발이 있었듯이
분명 사라진 턱이었다
내게도 네게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 소리
ㅡAgalma
* 장 지오노
ps) 네 죽음에 대해, 만약 내가 너였다면… 그런 생각으로 10년 넘게 시로 표현해 보려 했으나 끝끝내 맘에 들지 않았다. 그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