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건 때론 말할 수 없이 사물을 사랑하는 것. 말할 수 없는 것에 말없이 표현할 수 있는 멋진 방법.
그림은 처음부터 나를 투영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의 웃음부터 울음까지 오랫동안 들여다보기. 그것은 사람에게도 자연스레 향한다. 확장된 세계에서 내게 다시 오는 물음. 이러한 소통 과정이 있어 그림은 기술로 끝나지 않는다. 요즘 문학이나 현대 미술의 난해함에 대해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도 소통에 대한 근본적인 지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추위에 떨고 있던 화분들을 안으로 들이며,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작고 간단한 것에서부터 그리고 아주 많다는 걸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그림으로 다른 사람을 웃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다.

 

※ 아래 그림은 서니데이님이 올리신 사진에서 출발했다.

http://blog.aladin.co.kr/759692133/8869159

 

 

 

&

 

 

어제 추운 거리, 추운 마음을 걸으며 무심히 내 어깨를 두드리던 음악.

나를 찾은 건 아니었지만 너는 왔다. 너 외에도 많은 것들이.

 

 

 

Carpenters는 겨울 군고구마 같은 온기와 향이 음악에서 묻어난다.

(물개 고구마를 그려서 이런 표현을 하는 건 아니다;)

그건 참 닮고 싶은 것이기도 하여서...

많은 이들이 Carpenters의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른다.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듯.

거리를 걸으며 나도 Carpenters - Close to you를 흥얼거려 보았다. 조금 따뜻했다.
그래,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Sonic Youth - Superstar를 처음 들었을 때도 지금처럼 춥고 스산했다.

그렇게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스치고 지나가며 또 만난다.

나는 얼마나 달라진 걸까. 그림을 그리는 연필선만큼? 그건 나빠진 거 같은데....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6-11-01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유쾌하고 재밌는 그림 감사합니다 Agalma님 상쾌한 하루 여세요!

AgalmA 2016-11-01 07:20   좋아요 2 | URL
^^ 겨울호랑이님이 떠올리셨다는 오리도 그려볼까 했는데 칸이 비좁아서ㅎㅎ;
날이 쌀쌀하네요. 감기 안 걸리시게 따듯하게/

겨울호랑이 2016-11-01 0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자나 고구마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물개고구마는 물개 고구마 저금통이 `삼위일체`가 된 것 같아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좋은 그림 감사합니다^^

AgalmA 2016-11-01 08:34   좋아요 2 | URL
사물을 탐구한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림의 비밀에 대해 잘 알았더군요. 사물을 통해 우리가 형상을 이 세계에 가지고 온다는 것을.....그래서 세계에 이토록 많은 이미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겨울호랑이 2016-11-01 0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요즘 아리스토텔레스의「형이상학」을 읽고 있는데,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eidos에 관한 내용인 것 같네요. Agalma님 덕분에 지루한 책이 조금은 재밌어지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6-11-01 09:05   좋아요 3 | URL
겨울호랑이님 책읽기의 폭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올해 플라톤 <국가> 완독하고 싶었는데, 책 줄이 너무 길어서 내년으로 가야될 참ㅜㅜ....모두 화이팅!

moonnight 2016-11-01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전 먹으면 물개고구마가 요구르트에게 돌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구르트가 두려워하고 있네요. 선인장화분도 움찔^^; 귀여운 그림 잘 봤습니다. ^^
저도 카펜터스 무척 좋아합니다. 바람이 쌀쌀해지면 생각나는 목소리예요.^^

AgalmA 2016-11-01 09:08   좋아요 0 | URL
요구르트 다음은 선인장 차례가 될 테니까요ㅋㅋ 동전 먹고 물개 고구마가 돌진하는 시스템인 줄은 저도 몰랐는데! 신이 인간을 만든 이후 스토리와 부합하는군욧ㅎ!
말씀처럼 카펜터스는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때에 멋진 초빙 대상이죠^^

커피소년 2016-11-01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 그림.. 서니데이님이 올리신 고구마를 보고서 그리신 것 인가요?ㅎㅎ

대단한 상상력과 표현력입니다..ㅎㅎㅎ

AgalmA 2016-11-01 10:53   좋아요 1 | URL
네^^ 그 글에 쓴 먼댓글이지요. 저 이러다 알라딘 먼댓글 마니아 되겠어요ㅎ;; 요즘 계속 이웃글에 먼댓글 릴레이;;

작은 표현력에 큰 칭찬주셔서 부끄럽네요^^;; 감사드립니다. 꾸벅

커피소년 2016-11-01 11:05   좋아요 1 | URL
알라딘 이웃들의 글을 읽고 영감을 얻어 글을 쓰는 것 좋더군요..ㅎㅎ

자신이 쓴 글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 같고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고

서로 생각을 공유하면서 친분을 돈독하게 하고 장점이 많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그런 분들이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ㅎㅎ



고구마를 보고 물개를 상상해내시다니..ㅎㅎ

저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 했으니..

대단하게 보일 수밖에요..ㅎㅎ


AgalmA 2016-11-01 11:19   좋아요 1 | URL
실재가 가지는 풍부함보다 제 표현이 부족한 거 같아 늘 아쉽죠. 그래서 다른 사람의 표현에도 관심이 많아요^^

서니데이 2016-11-01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구르트가 너무 커요. 고구마가 작게 나오잖아요.^^; 물개닮았다는 건 이런 의미였군요. 재미있게 잘 봤어요.^^

AgalmA 2016-11-01 12:31   좋아요 2 | URL
저도 다 그리고 나서 그 생각했어요ㅎ 만국 공통어로 몸짓이 있다지만 여행서에 사진이랑 그림이 많은 이유가 말이 잘 안 통하는 현지에서 그걸 보여주면 사람들이 바로 알기 때문인 이유도 있죠^^

2016-11-01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1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0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분 전에 단 ‘동파육’ (아재) 개그 댓글도 다른 사람을 웃게 할 수도 있고, 화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ㅎㅎㅎ

AgalmA 2016-11-01 18:58   좋아요 0 | URL
동파 때문에 바로 연상되던데 화나는 농담으로까지 해석된다면 세상 참 깝깝할 듯;; 문맥을 안보고 표현만 보는 게 문제죠...

cyrus 2016-11-01 19:09   좋아요 0 | URL
아재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기 힘들어요. 가벼운 유머를 살짝만 웃고 넘기면 되는 일을 인상 찌푸리면서 면박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

2016-11-01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1-0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레이아웃이 저랑 같네요ㅎ 서재가 깔끔하고 너무 멋집니다!

음악이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음악 잘 듣겠습니다^^

AgalmA 2016-11-04 09:48   좋아요 1 | URL
서재 초반엔 레이아웃 꾸미기도 재밌었죠. 요즘은 북플이 대세라 서재 꾸미기는 자기만족에 더 가까워졌지만^^
고양이라디오님 리뷰도 잘 보고 있습니다. 상당한 양을 올리셔서 제가 다 소화를 못 시키고 있지요ㅎ;
리뷰 행진을 위해서라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