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선택은 자유를 구할 수 있을까
북플 6개월 동안의 고찰 그리고...
-
-
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5월
평점 :
§ 불안, (반갑진 않지만) 안녕?
책을 읽을 때는 기분이 많이 울적했는데, 정리 하다보니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게 돼서 생각에 살이 좀 붙은 거 같다. 이 맛에 리뷰를? 하지만 여전히 너무 긴 거 같다. 생각의, 리뷰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1장 [서론]
그동안 인류에게 치명적인 손실을 주었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불안 요인은 폭력(전쟁, 테러, 각종 범죄), 질병(바이러스), 환경(지진, 쓰나미 등), 경제 불황이라고 생각한다. 서론에서 레나타 살레츨은 현대인이 불안해하는 실체는 그게 아니라 다음과 같았다고 전한다(p10).
①(돈, 사랑 등이) 충분하지 않다.
②사람들이 더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즉 거부에 대한 두려움).
③좋은 것은 금방 사라질 것 같다
④사람들이 나의 실체를 알아챌 것 같다(즉 내가 그저 허세를 부리고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⑤내 삶이 덧없다(즉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미국 방송 라이프타임 TV에서 실시된 토론결과다. 이 책이 2004년도에 첫 출판되었으니 10년 전 도출결과다. ‘민주국가들이 이용하는 두려움'이라는 소전제를 두긴 했지만 '자본주의 사회'라는 범위의 준거점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어느 시점, 어느 나라에나 대입할 수 없다면 '인간의 불안'에 대한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해석으로 볼 수 없다. 테러와 인권유린이 만연한 중동과 아프리카, 재해나 사회적 혼란을 겪고 복구 중인 나라, 종교적인 나라 등에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도입부이기도 하고 프로이트와 라캉을 가져와 불안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하지만 논의 전개가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테러와 바이러스를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오는 위험”(p28)으로 보고 유사성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끊임없이 대중에게 경고를 가하는 것에서 “어떤 심리학자가 정부에다가 대외 정책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원한다면 대중이 안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게 아닐까 추측”(p29)이 들 정도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현재 한국 상황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다른 무언가로 앞의 문제를 계속 덮어버리는 기분.
2장 [전쟁 속 불안] – 환상과 불안
“두려움은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것”(어둠, 무서운 개)과 관련되어 있으며, “불안은 대상이 없는 두려운 상태, 불편한 정서”(p44)라고 말한다. 불분명으로 인하여 불안이 두려움보다 더 공포스럽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이 구분이 내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부분보다 많은 부분이 서로 엉켜있다고 생각한다. 불안이 두려움보다 더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내겐 도식화 같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내 공부가 더 필요할 것이다.
프로이트의 첫 번째 이론은 불안을 성과 생물학 관점의 “억압된 리비도”(p45)로 봤는데, 30년 후 프로이트는『억제, 증상, 불안』에서 “위험의 예기”(p46)로 입장을 바꾼다.
프로이트의 두 번째 이론은 “불안이 억압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것”(p48)이다. 프로이트는 ‘대상 상실’(거세)에 대한 주체의 반응이 불안이라고 말했고, 라캉도 이에 동의하며 ‘결여의 부재’를 덧붙인다. (결여 부재에 대한 것은 p53 참조)
이 장(場)에서는 주체가 환상을 통해 “결여의 보호막”을 스스로 만들지만 “결여의 자리에 나타난 대상”(p58)에게 지속적으로 제압당하는 것을 보여준다. 군인들이 전장에서 겪는 고통과 참전 이후의 우울과 자살 등이 논의된다.
한편 예술계에서는 불안을 더는 방법으로 ‘모든 것의 노출’을 모색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포르노그래피로 본격적으로 바꾼다.
주체의 '환상'은 바깥의 질서 안정화를 추구하며 사회의 적대성(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듯한 세계, 제거해야 될 적이 있을 것 같은 불안)을 끊임없이 은폐한다. '불안'은 불편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주체를 계속 “준비 상태”(p101)로 만든다.
3장 [실패 속의 성공]
살레츨은 “현 문명사회가 선조의 사회보다 더 많은 불안을 경험한다는 주장은 오만”(p104)이라고 말하며, 소비사회 속에서 주체의 “부족감”이 불안정감을 부추긴다고 본다. 다이어트, 연애, 결혼, 양육 등이 삶 자체로서가 아니라 “생존”으로 연구되고, “죄책감을 맛보게 하는 조언과 금지”(p106)들이 난무하며, 사람들은 신체와 관련된 강박(거식증, 폭식증, 과도한 운동, 성형수술)과 쇼핑 중독(p107)에 기꺼이 빠진다.
각종 선택의 풍요 속에 저자가 본 불안의 이유는 두 가지다.
①사회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더는 아무도 없어 보인다는 것
②선택의 자유가 소비자가 아닌 기업에게 더 권력을 준다는 것(p112)
이러한 불안은 자본주의 변화와 관계 깊다. “물질적 생산보다는 특정 이미지의 마케팅”이 더 중요해졌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소유는 접속으로” 대체되었고, “상품의 개별적인 시장 교환보다는 장기적인 상업적 거래 관계”에 더 의존한다.(p118).
제러미 러프킨 『소유의 종말』에서도 제시되고 있듯이 “경험” 경제에 기대는 “문화” 자본주의에 진입하면서 개개인의 삶은 시장이 되었다.(p120)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티”(p123)에 대한 설명은 "북플"과도 맞아 떨어지는데 읽어 보시길ㅎ
4장 [사랑 속의 불안]
라캉의 성차화sexuation 공식 “남성과 여성 모두 대타자가 사실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에 끌린다. 남성은 여성에게서 숭고한 대상을 찾고 여성은 남성에게서 상징적 권력을 찾는(p159)” 것과 관련해 영화 <연애편지>와 <욕망의 법칙>, 희곡<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분석한다.
‘사랑은, 결국 우리는 대타자 안에 있는, 우리를 매혹하는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또 동시에 대타자도 자신 안에 있는 자신 이상의 대상, 즉 누군가를 자신에게 매혹시키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과 연관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사랑의 필수 요소인 이 불안을 덜고자 애쓰는 것 같다.’(p173)
ㅡ 세미나 『앙코르』, 라캉
5장 [모성의 불안]
어머니가 유아 살해를 하는 예로, ‘앤드리아 예이츠의 범죄’와 ‘수전 스미스의 범죄’가 비교되고 있다. 전자가 정신병이 있는 어머니가 불안을 느껴 네 아이를 살해한 범죄라면, 후자는 신경증적 히스테리에 휩싸인 어머니가 불안을 폭력으로 나타낸 범죄다.
안타까운 것은 종교적 망상과 정신병이 뒤섞인 앤드리아는 정신이상으로 선고받지 못하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종교주의 국가인 미국이라는 점과 자식을 죽이는 부모는 없다는 관습적 통념에 의해 제대로 된 판결을 받기가 불가능했다.
현실의 여러 사건을 보면, 생활고, 아동학대, 근친 상간 등 아이에 대한 부모의 지배심리 관련해서 세세하게 살펴볼 사안이 많다.
예이츠가 범행을 하기 수 주 전 받은 정신과 치료를 바탕으로 한 책도 나와 있다.
『혼자 있나요? 안드레아 예이츠의 끔찍한 범죄(Are You There Alone? The Unspeakable crime of Andrea Yates)』(2005)
6장 [증언은 불안을 치유할 수 있을까]
“외상은 속수무책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고,
불안은 흔히 그런 외상적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음을 주체에게 상기시키는 신호로 나타난다.”(p226)
홀로코스트를 실제 경험한 것처럼 꾸민 벤야민 윌커머스키 회고록 『편린들』과 홀로코스트를 사실보다 코미디로 제시한 로베르토 베니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분석한다. 두 작품이 아버지의 권위와 부재를 어떤 허구성으로 표현해냈나 하는 문제다.
프로이트가 “외상과 사건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p243)고 한 것을 전제로 한다.
윌커머스키는 “아버지의 부재를 아버지가 끔찍하게 죽은 기억”(p250)으로 변조했고 아버지가 부재한 어두운 유년의 기억을 홀로코스트의 기록들로 바꿨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아들이 겪을 외상적 상황을 아버지가 환상으로 막아주고 희생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7장 [결론]
불안은 주체가 세상, 타인과의 관계 맺는 것을 어렵게 하는 저해 요인이면서도 ‘불안한 주체가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구성하고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질 만한 정체성’을 만드는 동력이기도 한다.
§§ 불안, 잘가~ 올 때는 연락 좀 해!
결국 불안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면의 흔들림을 직시하고 행동하란 메시지가 도착했다.
삶 앞에서, 사랑 앞에서, 죽음 앞에서 매순간 불안하듯이 정중동(靜中動)도 함께 하란 소린데…
낮에도 밤을 두고, 밤에도 낮을 두고 살라는 소린가. 아이고, 내가 더 어렵게 생각하고 있어<(>ㅁ<)>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불안 극복성을 살펴 보시길/
ㅡ Agalma
《400번의 구타》(프랑수아 트뤼포, 1959)
결코 정중동(靜中動) 할 수 없었던 소년 앙뚜안 생각을 잠시...
장 폴 사르트르도 불안에 관한 견해가 (키르케고르와) 비슷했다. 그가 든 예는 벼랑 끝에 선 인간이다. 이 사람에게 공포는 추락 가능성이 아니라 심연으로 뛰어들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p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