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유는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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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미래 -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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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분석한다』(카렌 호나이, 2015) 책 제목이 내 독서의 목적을 말해준다. 삶의 많은 구렁텅이 중 어릴 때 한 번, 성인이 되어 또 한 번, 내가 직접 죽음에 아주 가까이 가보았던 게 가장 큰 엔진이 되었던 것 같다. 어제 영화 《엘리펀트 송》을 보며 또다시 짐작된 바다. 가족의 자살, 자살에 가까운 사고사, 타살에 가까운 사고사 등도 접하며 나는 삶의 경쟁에서 일찍 내려와 부유하는 삶에 밀착한 거 같다. 그래서 내 독서는 지식의 폭식, 경쟁의 경주, 원리에 통달하려는 지적 왕좌 게임, 세계 변혁을 꿈꾸는 이상과는 다르다. 내가 가끔 그런 추구로 비친다면 지옥에서의 한철 같은 재미 혹은 내가 결코 할 수 없는 것이라서 다른 이도 한 번 생각해보라는 정도겠다. 무엇보다 나는 제멋대로고 꿈꾸길 좋아하며 우울의 소용돌이 속에 사는 몽상가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비관일까 낙천일까. 둘 다겠지. 슬픔의 무도 속에서 즉시 사랑에 빠진다.
'자기 치유'가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독서의 목적이 확실하기에 쉽게 좌절할 수 없다. 우울증 책, 약, 종이 분쇄기에 넣는 듯한 심리상담(아무리 많이 밀어 넣어도 여전히 많은 종이...)은 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것은 치료인가 사실은 불가능인가. 미래에는 간단한 시술만으로 고칠 수 있는 두뇌 병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렇게 책에 파묻혀 수많은 날을 씨름하느라 정작 소중한 경험의 시간을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실 과학자들은 나보다 더 속이 탈 테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세계 인구의 20%를 넘는 20억 명이라고 하니 문제가 작지 않다. 로봇이나 외계인과의 미래 전쟁 전에 정신질환으로 인류 생존이 심각해질 위험이 더 커 보인다. 각종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종교 분쟁 등의 현실 속 전쟁 상황들을 나는 정신적 문제라고 본다. 시스템은 그것에서 비롯된 2차적 문제다. 결국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되었지만.
뇌과학 책 중 내가 접한 가장 최신판인 『마음의 미래』는 어떤 가능과 불가능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궁금증에서 읽어 나갔다. 내 세대에서는 많은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후대에는 사람들이 덜 아프고 더 행복할 수 있겠구나 희망을 주는 책이다. 지식 못지않게 마음의 품성까지 넓은 미치오 카쿠의 글은 그래서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유머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는 과학자다ㅎ. 그렇기에 이 분야에 겁을 먹고 있는 독자라면 적극 추천한다. 마음에 대한 촘촘한 과학적 기본 지식과 그 미래를 조망하려 하지만, 이 책의 미래는 거창함에 힘을 싣고 있지 않다.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어 기뻐하고,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로봇이 있어 행복해하는 풍경이 더 많은 미래다. 나로서는 불로불사의 뇌를 만들어 활용할 시대에 사는 게 아니라 감사할 따름이다.
아래는 이 책에서 내게 흥미를 준 몇몇 사례에 내 단상을 겹쳤다.
1. 두뇌와 기억
우리는 미래에 금속 모자를 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두뇌 스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지금은 공항 검색대 정도만 감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뭐! 이 정도가 그 수준밖에 안 된다고?
기억의 목적은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것(p182)이라는 견해는, 역사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재가 이 지경이라는 견해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셈이라고 하겠다.
'프로프라놀롤'(p196) 같은 기억을 지우는 약이 대량 상용화된다면 그 여파가 흥미롭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지만 고통을 이겨내는 긍정성을 차단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쟁 시 이런 약들을 상용화한다고 생각해 보라(이미 많은 유사 사례가 ...) 사이코패스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기억을 관리하고 미래를 통제하려는 이 모든 노력은 결과가 미지수라는 게 큰 걱정거리 같다. 의료 행위나 호혜를 위한 용도가 아닌 이기적인 사유화나 국가적 체제로 이용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핵기술 발견이 살상 무기로 변모하게 될지 개발 당시는 몰랐던 것처럼.
기억 주입이 본격화될 때 《매트릭스》처럼 지식의 단기 습득은 우릴 더욱 자유롭게 할 테지만, 강력한 쾌락에 빠지거나 누군가에게 조종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인체에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tv 전원코드를 빼는 물리력으로 막을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처음도 끝도 윤리 문제 같다. 인터넷 문화도 제어가 쉽지 않은데, 브레인넷 문화가 된다면 인간의 오랜 역사의 아날로그 삶은 상상초월의 질적 변이를 맞게 될 것이다. 그때는 그랬지 아름답게 말할 추억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그 기억을 찾아 주입하면 되니까. 점점 '나'라는 고유성은 희미해지게 된다. 어쨌거나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10년 투자하면 최고가 된다)은 지금도 깨지고 있고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어갈수록 확실히 깨지게 될 것이다. 기억 주입에 필요한 돈만 있으면 되겠지. 저자도 이를 우려하지만 낙수효과 같은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경제문제가 부의 불균형적인 분배와 부조리한 인간 욕망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나는 부정적이다. 그간의 무수한 진화에도 지금 세계는 충분히 불균형적이잖은가.
2. 천재성
런던의 택시 운전기사에 대한 뇌 분석(p214)은 흥미로운 점을 시사한다. 그들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부위가 눈에 띄게 큰데, 시각 정보 처리능력은 평균보다 떨어진다. 책 많이 보면 tv 오래 보면 눈 나빠진다 같은 민간 심리학이 아니라, 방대한 정보를 암기하면 시각기능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사례보고인 셈이다. 문득 눈먼 보르헤스, 귀먼 베토벤이 떠올랐다. 그냥 그랬다고.
기억능력이 좋은 건 망각 능력의 저하 능력과도 겸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도파민(p237)이 DCA1, DAMB 수용체로 다르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3. 좀 더 자연스러운 두뇌 세팅
뇌 부위에 따라 자기장을 걸어 서번트 능력(자폐적 석학의 특성) 같은 잠재력을 깨우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어쩐지 섬뜩하다. 시력을 높이기 위한 라식 수술과 차원이 다르다@_@(내 눈 예뻐?) 여기서 그칠소냐! 더 최신식이 진행 중인데, 줄기세포(아, 황우석 트라우마;) 와 게놈 프로젝트(인간 진화의 결정적 DNA 연구) 가 그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 참조~
4. 지능의 기원
1) 아프리카 기후 - 적대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립보행, 연장사용 등으로 이어짐(다윈 이론)
2) 사회적이자 집단적인 특성 - 사냥, 농사, 전쟁 등으로 인한 교류
3) 언어 - 미래 계획, 추상적 사고 촉진
4) 성 선택설 - 똑똑하고 현실감 있는 남자를 골라 후손을 전한 여자(Agalma - 어쩐지 원죄 관련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좀 멀리 나간 발상이지만 어디까지나 제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선악과(선과 악을 구분하는 과실)를 권한 자가 이브라고 하지요. 아담은 이브의 권유가 없었다면 그저 에덴동산에 머물렀겠죠. 이브는 완력으로 아담을 에덴동산에서 끌어낸 게 아닙니다. 선악과는 이브가 처음 권했지만 아담도 선택한 '자유의지'입니다. 신을 배반한 '자유의지' 이것은 인간적 지능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이 자유의지는 '선택적 자유의지'이자 '확률적 자유의지'입니다. 결과가 좋게 될지 나쁘게 될지 그들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이것(금지)과 저것(허용)은 마련되어 있고 우리는 그 중 골랐을 뿐이죠. 죄가 있다면 이것을 건넨 이브에게 죄를 물을 것이 아니라 가능성까지 만든 신에게 죄를 따져 물어야죠. 하지만 그러지 않죠. 선악과를 버렸다면 에덴동산에는 아담과 이브만 있고 인류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선택했고 추방당해 인류를 번성시켰죠. 여전히 신의 계획설을 따지게 됩니다? 신이 있다면. 어쨌거나 종교적·신화적 은유라도 이런 논리들 속에 여자들은 마녀, 팜므파탈 등의 죄들을 감내해야 했기에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진화(몸의 상태와 지능의 변화)는 거의 끝난 상태로 보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면 열이 나면서 터질 것 같은 기분, 단순히 기분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렇다ㅎㅎ;
5. 우리 뇌는 '감정'이라는 형태로 빠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한다.(p257)
6. 신과 인간과 로봇
인간이 로봇을 만드는 과정은, 자연신이 아닌 유일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를 유추하게 된다. 인간이 불쾌감을 동반한 두려움(프로이트의 Uncanny)을 느끼지 않도록 로봇을 귀엽게 또는 최대한 인간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거나(p352), 주인에 대한 충성심(p363)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것. 어디까지나 인간 입장에서 생각해본 것이지만, 그래서 신이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각자 생각해 볼 일.
§§ 마무리
이 책을 보면 허경영이 되는 건 아니고.... SF물이 각각 어떤 시대적 고민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고, 과학과 공학이 어떤 인간 심리의 벽에서 난항 중인지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의식과 관련한 감정 분석서라고도 볼 수 있어 일반인의 교양은 물론이고 시인,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평론가를 비롯한 각종 작가 군에게 필독서라 할 만하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내가 제일 원하는 게 이건데.....
ㅡAgalma
[MIT 연구소에서 개발해 요양원에 투입되어 노인환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로봇, 넥시]
아이처럼 생긴 로봇이나(큰 눈과 동그란 얼굴) 완전히 사람과 똑같은 로봇이 아니라면 안 웃는 편이 낫다(억지로 웃을 때는 전전두엽이 안면근육을 조절한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웃을 때는 대뇌변연계가 신경을 제어하여 안면근육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진다. 상대방이 억지로 웃는지, 아니면 정말로 웃고 있는지를 간파하는 것은 생존에 유리한 능력이므로, 우리 뇌는 둘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을 구별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다).(p352)
"…자연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모범적인 사례를 발견하면 그와 동일한 패턴을 끝없이 반복한다. 뇌의 신경망은 바로 이와 같은 원리로 탄생했다."……[고층건물을 단기간에 지을 수 있는 비결도 바로 이 모듈(module:단위)덕분이다. 한 모듈의 설계가 끝나면 조립라인에서 똑같은 모듈을 계속 찍어내고, 이들을 계속 쌓으면 고층건물이 만들어진다. 주거용 아파트도 서류작업만 완료되면 모듈을 이용하여 몇 달 안에 지을 수 있다.] (p4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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