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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2BR02B ㅣ SciFan 6
커트 보네거트 지음 / 위즈덤커넥트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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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일은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누군가 태어나면 반드시 누군가 죽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커트 보네거트가 드레스덴 폭격에서 살아 돌아온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소설 <제5도살장>으로 증언했다.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도록 아주 재밌게! 독일에게 위협과 보복을 하기 위해 군사지역도 아닌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을 가한 연합군의 만행. 드레스덴 폭격이 히로시마 폭격만큼 강력했단 걸 대다수 잘 모른다. 굳이 찾아볼 생각도 안 하니까. 미국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다고 밝혔지만, 여러 역사적 증언들은 진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결과가 과정을 대변하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는 만연하다.
우리는 잘못된 시스템의 교육을 받으며, 그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원으로서 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 <2BR02B> 뿐 아니라 커트 보네거트는 꾸준히 작품을 통해 그걸 말해왔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군사 동맹의 흐름과 함께 또 주목되는 점은, 거대 인구밀집국가인 중국과 인도(이들 인구를 합하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다)의 외교 동맹이다. 국경분쟁으로 자주 군사적 충돌을 보였지만 이제 그들은 동맹을 과시한다.
한국 외교는 어떤가. 남북 외교는 국내 프로파간다에나 써먹으면서, 눈가리고 아웅식 해외 외교로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디로 향하든 나라가 돌아가고 있는 현재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다. 자원 외교 망해도 국민의 고혈을 빼내면 되니 만사형통이다. 정말이지 이 정부에는 어떤 긍정성도 거론하고 싶지 않다.
소설로 돌아가, 수명 연장 시스템을 개발한 자는 200살이 넘도록 호의호식하며 타인의 생명을 논한다. 현실의 우리는 지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아있음을 무기로 자신의 아픔만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아프니까 모두 청춘할까.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여타를 정부탓만 하고 있어야 할 일인지. 남의 불행을 그저 시끄러운 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여, 당신도 '사느냐, 죽느냐'의 일원이다. 제대로 아는가도 문제겠지만, 바꿀 권리를 눈돌림과 포기로 시스템에 자발적으로 주지 말자. 똑바로 바라보기.
보네거트는 절판이 많아 아쉬운데, 짧은 분량이지만 초기작품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그것도 무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