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42초쯤부터 5분 24초쯤까지,
미실을 향해 저주를 내뱉는 마야부인의 절규...
하도 인상적이고 무서워서
나도 저절로 외워지려고 한다.

네 이년!
네년도 죽을 것이다
네년이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빼앗기고, 짓밟히고,
혼자서 외로움에 떨다가 죽을 것이다
잠을 자도 잘 수가 없고
먹어도 먹을 수 없고
살아도 살 수 없고
송장처럼 지내다가
비명을 질러도 소리가 나지 않은 채로 죽을 것이다
비석도 없이
무덤도 없이
흔적도 없이 죽으리라!
하여 역사에
네년의 이름은 단 한 글자도 남지 않으리라!


슬퍼하기에는 기운이 없어 이렇게 저주의 말을 따라 내뱉는다.
아 씨발, 뭐 신나는 일이 있어야 열심히 일도 하고 생산성도 높이고 국가경쟁력도 제고하지, 이게 뭐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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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8-1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인상적이에요. 저도 외우겠어요.

또치 2009-08-19 22:40   좋아요 0 | URL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는 듯한 웬디양님의 단호한 어조!

무해한모리군 2009-08-1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갖 욕설로 밖에 맞설 수 없는 자의 안타까움.

또치 2009-08-19 22:4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렇게 있는 힘껏 저주를 퍼부으니까 그 단단한 미실의 낯빛이 흔들리더라구요. 이런 마음으로라도 살아야지 에혀 ;;

하이드 2009-08-1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부분 볼 때 잠깐 부엌 갔다 오는 사이 지나가버려서 아쉬웠는데, 마침 딱 올려주셨네요. ^^ 요즘 선덕여왕 너무 재밌어요

또치 2009-08-19 22:4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동거녀 네꼬씨와 저는 서로 막 맘에 드는 대사 외우기 놀이 하면서 살고 있어요. 유일한 낙이랄까. 아아, 게다가 알천, 비담, 월야 같은 멋진 남자들이 막 떼로 나와서... @.@

하이드 2009-08-20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저도, 알천, 비담, 월야!! 사실 사극 대사로는 '대장금'이 예술이었어요. 정말 주옥같은대사들 많아서 막 노트에 옮겨적고 그랬는데 말입니다. ^^
 

  월요일 밤 EBS 스페이스 공감에 (뜻밖에) 박지윤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저, 주목받는 데 대한 공포...가 있어요... 하하, 우습죠."
  노래할 때의 고음과는 달리 엄청 낮고 굵은 목소리로, 주어 서술어도 분명치 않은 문장을 웅얼거리며 진행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 참 예뻐 보였다. 오랫동안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이상 이렇게 자기 노래만 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는 말이 왜 그렇게 마음 아프던지.
  이번 봄에 새로 내놓은 앨범의 노래들과 함께 간간히 옛날 (박진영이 만들었던) 히트곡들도 새로운 분위기로 편곡해 불러 주었는데, 뭔가 상처를 극복하고 스스로 일어선 사람의 아우라가 풍겼다. 지금 자신이 부르고 만드는 노래와는 다른 노래들을 저렇게 편안하게 부를 수 있다니, 박지윤은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하겠구나... 싶었다. '스타'의 길을 버리고 '음악가'의 길을 택한 박지윤에게 박수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스스로 회사까지 차려서 발매했다는 음반에는 박지윤의 자작곡도 들어 있고, 타블로, 김종완 같은 사람부터 디어 클라우드의 김용린, 루시드폴 같은 아티스트들의 이름까지 작곡자로 올라가 있다.
나는 용린이 만든 <바래진 기억에>와 루시드폴이 만든 <봄 눈>이 가장 좋다. (역시 난 편파적이야  *^^* )  누가 만든 노래든지 그냥 원래 자기 노래처럼 부르는 이소라 급의 포스를 바라는 건 아닌데, 아직은 노래하는 사람 분위기보다는 작곡자 분위기가 더 승한 거 같아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래 앨범 제목처럼 '다시 첫번째'라잖아.


그날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작곡자 용린은 기타 세션으로 나와 연주도 해주었다. 처연한 박지윤의 고음이 비 개인 오후에 생각이 나서 써본 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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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8-1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오늘 점심시간에 이 공연 관련해서 PAPER에 나온 기사를 읽고, 속으로 잘됐다 생각했는데, 또치님도! ^-^ 찌찌뽕.
박지윤은 항상 노래를 참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했었어요. 목소리도 무척 매력적!
(여담이지만 어떤 가수가 진짜 노래 잘하는지 알려면 같은 노래를 노래방에서 해보면 알겠더라구요. ㅋ 박지윤의 '환상'이 좋아서 여러번 시도해봤는데 아유 고음불가.)
한창 잘 나갈 때도 그냥 아이돌이라기보다는 진짜 노래가 좋아서 열심히 부르는 포스는 전해졌었는데... 예쁘장한 외모 덕인지 노래보다는 다른 걸로 소모되는 느낌이 있었던게 사실이에요.

또치 2009-08-12 20:46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찌찌뽕이!!
히히, 저도 사실은 <달빛의 노래>를 좋아해서 가끔 불러요. "아~픈 상처가~ 또 한번 되풀이~되는 건가" 아, 진짜 어렵더라구요.

웽스북스 2009-08-1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 또치님. ㅜㅜ
이 앨범, 요즘 가장 자주 듣는 것 중 하나에요- 이 앨범 처음 들었을 때, 루시드폴이 작곡한게 하나 있다고해서 한번에 알아들으리라 하고 들었는데, 아, 한번에 알아들어서, 너무 좋은 곡이어서, 박지윤의 음성과도 너무 잘어울리는 곡이어서 참 좋았어요. 잠이 안오는 밤에는 잠꼬대같은 노래도 좋고, 마음 살랑거릴 때는 2번째트랙 곡(비, 나무, 하는 거. 제목은 모르겠어요)도 가끔 생각나요. 아아. 너무 좋아요. 바래진 기억에,도 좋아해요. 흐흐흐. 이 앨범 나오고 이렇게 노래 부르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와. 이런 모습으로 부르는구나. 반가웠어요. (심지어 앨범 표지는 메신저 배경화면이라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치니님. 저는 고음불가이지만, 노래방 가면 박지윤의 환상 꼭 불러요. ㅋㅋㅋㅋㅋ 그것도 부득부득 2절까지 부르는 몇 안되는 노래 ㅋㅋㅋㅋ (하이라이트가 뒤쪽에 있어서 어쩔수 없달까요 ㅋㅋㅋㅋㅋ)

치니 2009-08-12 15:42   좋아요 0 | URL
아핫, 반갑 ~ 저도 실은 노래방 18번입니다요, 고음불가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겐 민폐인데도 바득바득 2절까지. ㅋㅋㅋ 하이라이트가 뒤쪽에 있다는 말씀 대동감.
이렇게 좋다고 두 분이 말쌈하시니 앨범 구매 고려 좀 해봐야겠네요.

또치 2009-08-12 20:4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치니님, 우리 모두 노래방에서 한번 만나야 할 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8-1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군요.가을이 오니 그런 풍의 노래가 떠오를 때가 되었지요.심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좋은 노래입니다.노래방에서 부르기엔 좀 어려운 노래인데요.

또치 2009-08-13 22:34   좋아요 0 | URL
오오~ 노이에자이트 님, 반갑습니다~! 얼른 가을이 왔으면 하는 의미로 혼자 <환상>을 불러보고 있습니다 ^^
 

치니님 덕분에 알게 된 이 책을 읽다가, 쌍용차 문제에 대해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글을 쓴다.음... 이 책은... 내가 대학 다닐 때 이런 일목요연하고 친절한 책으로 학습을 받았다면 참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야, 정신 차려! 그게 몇년 전인데 그러냐?!) 남미 사람들 멋지다. 

요 며칠, 쌍용차 때문에 엄청 괴롭다. 도대체 내가 어째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문제였고(제대로 알려면 생판 낯선 용어들부터 시작해 경제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하더라... 미안하지만 그건... 포기했다), 너무 냉랭한 얘기지만 이건 정말 당사자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탓이다. 예컨대 이 일은 '용산'과도 체감온도가 많이 달랐었다.

용산 참사 이후로 용산 '남일당 성당'에는 여러번 갔다. 빈민사목을 하시는 이강서 신부님이 '남일당 본당 주임'을 자처하며 계속 거기 계셨기 때문에 '아, 내가 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화 작가들과 그림책 작가도 일주일에 한번씩 거기서 집회(일 수도 있고 그냥 수다 떠는 모임일 수도 있고 ^^)를 해오고 있어서 나도 그냥 친구네 동네 드나들듯 할 수 있었다. 서울을 근거지로 하는 사람들에게 용산 참사가 준 충격과 공포, 그리고 그로 인해 참사 이후 용산에 모인 낯선 이들이 유가족들과 나눈 유대와 공감을 떠올려 보면, 평택 사람들과 쌍용차 혹은 금속노조 사람들과 쌍용차 농성자들 사이의 연대감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회의가 든다. (물론 내가 거기 직접 가보지 않았으니 그저 예단일 수 있겠다만...)

나는 왜 쌍용차 앞에 가지 않았나. 내 마음이 슬프면 그래도 어디든 한번쯤은 달려가던 내가 쌍용차 문제에는 왜 작은 행동 하나로도 나서지 않았나.
사실, 나는 자동차 노조 사람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귀족노조?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영화 <밥 꽃 양> 이후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 정말로 천지개벽할 만큼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고, 회사가 망해도 내 밥그릇 잘 챙기자는 게 노조라고 해도 틀린 말 아니지만 자신들보다 훨씬 약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모르는 노조라면 그건 개한테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심하게 말하면, 너네 망해도 싸다고도 생각했으니까.
잘은 모르지만, 쌍용차 노조도 이전까지 그닥 훌륭한 조직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기에 이런 사태를 맞아서도 자기들 안에서도 농성자와 비농성자 사이의 갈등이 풀어지기는커녕 농성자를 욕하는 직원들과 가족들이 나오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게 너무 슬프다... 그런데 이건 나 같은 외부자가 어째주지 못하는 문제가 아닐까.

그러나 나는 경찰 특공대 새끼들의 악마같은 진압에 캐분노한다.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유지되는 것이 신자유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아아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거다. 법무부 장관이 현장에 와서 경찰을 격려하고 가는... 이런 건 진짜 뭐라고 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일이다.  

강기갑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어쩌면 이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파산인 것 같다. 산업은행(곧 정부)는 수수방관해도 손해날 게 없으니 그저 시간만 끌 뿐이고, 이 기회에 노조 와해시키고, 노노 갈등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예정된 수순으로 다 망하게 하겠지. 그리고 조중동은 노래하겠지. 노조 땜에 망한 쌍용차 어쩔 거냐고. 사람들은 이걸 또 머릿속에 새기겠지. 귀족노조 때문에 망한 쌍용차라고. 어쩔 거냐고. 그게 앞으로 자기 모습이 될 텐데, 그것도 모르고 그렇게들 바보처럼 살다 죽겠지.
나는 목숨을 걸고 양철지붕 밑에 있지 말고 차라리 모두 나와 선전전을 하기를 바랐다. 거대한 삼보일배 무리라도 만들어, 노동자들끼리 화합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자신들보다 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협력업체를 배려하지 않으며 살았던 것을 참회하며 방방곡곡을 누비기를 바랐다. 그러는 동안 다른 회사의 자동차노조들이 총파업을 해주었어야 한다. 그래, 이건 그냥 내 꿈이고 허울 좋은 이상이다. 안다.
쌍용차를 어쩌면 좋나, 생각할 때 내 안에서 떠오르는 해결책(?)은 결국 아나키즘...? 모든 사람이 생산수단을 갖고 소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그런데 막상 비해고자 동료들과 그 가족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출처 :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 묶어서 경찰에 넘기자" - 오마이뉴스 
 

나는 무엇보다, 노동자들끼리 갈라져서 싸우는 이런 풍경이 가장 슬펐다. 이게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농성자들을 경찰에 묶어서 넘기자는 쌍용차 비해고자 가족들아, 그러고 나면 회사가 살아날 거 같은가? 어차피 당신들 목숨도 경각에 달린 걸 모르고... 왜 그렇게 사는가... 제발 뭐가 문제인지를 깨닫기를 바란다. 쌍용차가 청산에 이르면 지금 비해고자들도 모두 자동으로 고용종료인 거다. 그렇게 자기도 죽을 지경에 이르면, 그때 깨닫게 되려는지... 영영 못 깨닫고 농성자들 탓이라며 끝까지 바보처럼 살다 갈 건지...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기는 정말 싫다. 무식한 건 죄다. 나는 동료를, 이웃을 보호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당신들이 지옥불에 떨어질 거라고 믿는다. 

그나저나, 이놈의 MB 시대는 정말 너무 많은 공부를 요구하는구나. 정말 세상사 따라잡기도 벅차 죽겠고, 마음 다스리기도 힘들어 죽겠다 ㅠㅠ   무엇보다, 내가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나는 또 쓸데없는 증오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누가 시험문제 답 맞춰주듯 그렇게 문제 풀이도 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좀 알려주면 좋겠다. 안 그러면 나는 진짜 아나키즘이 답이라고 믿고 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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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8-0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 이름이 제일 처음에 나오는데 무한 감동 느끼고(야! 정신차려! 지금이 이런 말 할 때야?), 또치님처럼 저도,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도 했고 주변에서 애저녁에 파산 시켰어야 할 회사를 왜 남겨둬서 저런 일을 벌이냐는 소리도 들었고 자동차 노조에 대한 평상시 감정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고...이래저래 마음만 복잡하고 전쟁 같은 싸움 보면서 불안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경찰 방패로 사람 목을 찍어내리는 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적어도 그런 일은 일단 멈춰져서 다행이라 싶지만, 앞으로 또 끝도 없이 가야하는 우리 모두의 고단한 이 길은 어떻게 될까요. ㅠㅠ

또치 2009-08-07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시대에 가장 무서운 게, 남들을 믿고 의지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자꾸 사라져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인생의 그 어떤 시기보다 종교에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이제라도 수녀원에서 받아주기만 하면 들어가고 싶은데... 절대 그럴 리는 엄꼬 ;;
미워하는 마음을 자꾸 키우지 말고, 사랑을 더 채우며 살자...! 이를 악물어 봅니다. 꽉!

무해한모리군 2009-08-0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이리 끔찍하니, 네 요즘 아나키즘이 답인가 싶습니다 --;;
 

<주먹이 운다> OST에는 백현진이 부른 <행복에 나라로>가 2곡이 들어 있다. 6번 트랙은 처절하고, 맨 마지막 트랙은 좀 잔잔하다.
백현진의 노래는,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주는 걸로도 모자라 아주 사람을 자근자근 밟아주는 느낌이라서 엥간히 마음이 힘든 상태 아니면 잘 안 듣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처절 버전의 <행복에 나라로>가 너무 듣고 싶었다.

일하면서 각종 사전을 봐야 하는데, 그래서 컴퓨터를 항상 켜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늘은, 유난히 힘이 든다. 미디어법, 쌍용, 용산... 나는 어째야 하는 건가. 마음이 너무 힘이 들어서 일하다가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다. 사람이 죽어가는 걸 그냥 무기력하게 지켜만 봐야 하는 심정이 이럴까. 누가 거짓예언이라도 좋으니 얘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얼마만 더 참으면 된다고 말이다. 조선일보가 방송 가져도 상관없다고, 나중에 정권 바뀌면 돈줄을 끊어서 고사시키면 된다고, 재산상속 세무조사만 들어가도 조선일보는 망한다고, 정권 바꾸면 다 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용산의 원혼들도 이제 곧 편히 눈감으실 수 있을 거라고, 물도 가스도 끊긴 쌍용차 공장에 계신 분들도 다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누가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

예전엔, 폐쇄수도원에서 관상기도만 하는 수도자들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젠 그 심정을 알겠다. 나도, 온힘을 다해 그렇게 기도하고만 싶다. 어디에 이 마음을 의지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일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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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7-2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먹이 운다 (그런데 그 주먹은 사실 힘도 없다 ㅜㅜ)
같은 증상중이에요 또치님. 아침에 일식보고 업됐는데, 오후에는 자꾸만 뭔가 흉흉한 마음이 들어요-

Arch 2009-07-22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맘이 내 마음...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해서 참...

2009-07-28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8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윤상 6집 - 그땐 몰랐던 일들
윤상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잘 지은 밥은 그냥 소금간만 해서 주먹밥으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 윤상 6집을 듣고 난 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비유다 ^^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1, 2번 트랙을 듣는 순간 너무 '미니멀'해서 약간 놀랐는데, 뭐랄까, 군살 하나 없는 멋진 중년남자 같다고 해야 하나, 알흠다운 멜로디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면서도  얄밉도록 깔끔하게 욕심을 정리해낸 노래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까지 윤상의 3집과 4집을 가장 좋아하긴 한다. 그때의 처연한 젊음의 정서가 이제는 싹 가셔버린 것이 처음에는 약간 아쉬웠다가, 6집을 세번쯤 듣고 난 지금에는 '나이 들수록 이렇게 세련되고 멋있어지기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며 혼자 므흣해하고 있다. 

처음 들었을 땐 '어째 이번 앨범에는 killing track 이 없는 거 같다...' 싶었는데,  이젠 생겼다.  

2번 <소심한 물고기들> - 6집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인 것 같다. 미려한 멜로디, 단순한 리듬, 점점 고조되고 깊어지는 여러 겹의 음. 눈을 감고 듣다 보면 내가 마치 한 마리 물고기처럼 바닷속을 유영하는 아득한 느낌.   

6번 <편지를 씁니다> - 멜로디와 가사는 4집에 있는 <소월에게 묻기를>과 비슷한 서정을 담은 것 같은데, 리듬 프로그래밍이 굉장히 독특하다. 멜로디와 박자가 계속 묘하게 어긋나는데, 실험적인 음악인데도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다.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haihm 이라는 여성 뮤지션이 프로그래밍도 맡았다고 하는데, 참 멋지다. 실컷 하고 싶은 대로 한 것 같아서 ^^ 

짝꿍 박창학의 가사도 여전하고, 윤상의 멜로디도 여전하지만, 너무나 겸손하게 어깨에 힘 빼고 만든 담백한 음악들... 아, 이런 뮤지션과 함께 호흡하며 나이 들어갈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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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7-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이치사카모토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윤상이 훈늉한 건 맞아요. ^^

또치 2009-07-16 09:18   좋아요 0 | URL
익을수록 고개 숙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윤상은 정말 훈늉한 사람인가봐요 그죠.

무해한모리군 2009-07-1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솔깃해 솔깃해 땡투도 날리고~~

또치 2009-07-16 09:19   좋아요 0 | URL
히힛 고맙습니다아~

다락방 2009-07-1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터가 좋은가봐요. 네꼬님과 또치님, 두분 다 이렇게 글을 맛깔스럽게 쓰시다니! 이건 분명 터가 좋아서인것 같아요. 저는 윤상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훈늉한 리뷰에도 그의 음악이 '땡기지는' 않지만, 이 리뷰만큼은 정말 땡기네요. 추천 누릅니다.
:)

또치 2009-07-16 09: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근육질 남자를 좋아하니까 이런 야들야들한 오빠는 안 좋아지는가보다 헤헤~

다락방 2009-07-16 10:51   좋아요 0 | URL
(속삭이자면, 윤상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에게 돌맞겠지만, 저는 있잖아요, 웬지, 윤상이, 머리를 잘 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뭐예요!ㅎㅎ 이런 말 한다고 저 때리시기 없기예요!! -아, 물론 머리 안감는 것과 음악과는 상관은 없지만!- )

Arch 2009-07-16 11:11   좋아요 0 | URL
그 말 들으니까 나도 문득 정말!이란 생각이^^
또치님 너무 살랑이는 리뷰여요.

또치 2009-07-16 13:45   좋아요 0 | URL
다락님 // 사실은... 나도 머리 잘 안 감아요 ;; 오늘도 안 감고 나왔는데 ... 찔린다 ㅠㅠ
Arch님 // 흑, 다락님 말에 공감하시다니... 이럴 수가!

2009-07-21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09-07-21 13:11   좋아요 0 | URL
냐핫 감솨~
이번주는 금욜 저녁밖에 시간이 안 되구 ㅠㅠ
다음주는 월욜만 빼고 다 괜찮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07-21 13:26   좋아요 0 | URL
아 그럼 우리 다음주에 한번 만나는 일정을 짜봐요~ ^^

2009-07-21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2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