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 EBS 스페이스 공감에 (뜻밖에) 박지윤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저, 주목받는 데 대한 공포...가 있어요... 하하, 우습죠."
  노래할 때의 고음과는 달리 엄청 낮고 굵은 목소리로, 주어 서술어도 분명치 않은 문장을 웅얼거리며 진행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 참 예뻐 보였다. 오랫동안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이상 이렇게 자기 노래만 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는 말이 왜 그렇게 마음 아프던지.
  이번 봄에 새로 내놓은 앨범의 노래들과 함께 간간히 옛날 (박진영이 만들었던) 히트곡들도 새로운 분위기로 편곡해 불러 주었는데, 뭔가 상처를 극복하고 스스로 일어선 사람의 아우라가 풍겼다. 지금 자신이 부르고 만드는 노래와는 다른 노래들을 저렇게 편안하게 부를 수 있다니, 박지윤은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하겠구나... 싶었다. '스타'의 길을 버리고 '음악가'의 길을 택한 박지윤에게 박수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스스로 회사까지 차려서 발매했다는 음반에는 박지윤의 자작곡도 들어 있고, 타블로, 김종완 같은 사람부터 디어 클라우드의 김용린, 루시드폴 같은 아티스트들의 이름까지 작곡자로 올라가 있다.
나는 용린이 만든 <바래진 기억에>와 루시드폴이 만든 <봄 눈>이 가장 좋다. (역시 난 편파적이야  *^^* )  누가 만든 노래든지 그냥 원래 자기 노래처럼 부르는 이소라 급의 포스를 바라는 건 아닌데, 아직은 노래하는 사람 분위기보다는 작곡자 분위기가 더 승한 거 같아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래 앨범 제목처럼 '다시 첫번째'라잖아.


그날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작곡자 용린은 기타 세션으로 나와 연주도 해주었다. 처연한 박지윤의 고음이 비 개인 오후에 생각이 나서 써본 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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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8-12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오늘 점심시간에 이 공연 관련해서 PAPER에 나온 기사를 읽고, 속으로 잘됐다 생각했는데, 또치님도! ^-^ 찌찌뽕.
박지윤은 항상 노래를 참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했었어요. 목소리도 무척 매력적!
(여담이지만 어떤 가수가 진짜 노래 잘하는지 알려면 같은 노래를 노래방에서 해보면 알겠더라구요. ㅋ 박지윤의 '환상'이 좋아서 여러번 시도해봤는데 아유 고음불가.)
한창 잘 나갈 때도 그냥 아이돌이라기보다는 진짜 노래가 좋아서 열심히 부르는 포스는 전해졌었는데... 예쁘장한 외모 덕인지 노래보다는 다른 걸로 소모되는 느낌이 있었던게 사실이에요.

또치 2009-08-12 20:46   좋아요 0 | URL
앗, 이런 찌찌뽕이!!
히히, 저도 사실은 <달빛의 노래>를 좋아해서 가끔 불러요. "아~픈 상처가~ 또 한번 되풀이~되는 건가" 아, 진짜 어렵더라구요.

웽스북스 2009-08-1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치님. 또치님. ㅜㅜ
이 앨범, 요즘 가장 자주 듣는 것 중 하나에요- 이 앨범 처음 들었을 때, 루시드폴이 작곡한게 하나 있다고해서 한번에 알아들으리라 하고 들었는데, 아, 한번에 알아들어서, 너무 좋은 곡이어서, 박지윤의 음성과도 너무 잘어울리는 곡이어서 참 좋았어요. 잠이 안오는 밤에는 잠꼬대같은 노래도 좋고, 마음 살랑거릴 때는 2번째트랙 곡(비, 나무, 하는 거. 제목은 모르겠어요)도 가끔 생각나요. 아아. 너무 좋아요. 바래진 기억에,도 좋아해요. 흐흐흐. 이 앨범 나오고 이렇게 노래 부르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와. 이런 모습으로 부르는구나. 반가웠어요. (심지어 앨범 표지는 메신저 배경화면이라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치니님. 저는 고음불가이지만, 노래방 가면 박지윤의 환상 꼭 불러요. ㅋㅋㅋㅋㅋ 그것도 부득부득 2절까지 부르는 몇 안되는 노래 ㅋㅋㅋㅋ (하이라이트가 뒤쪽에 있어서 어쩔수 없달까요 ㅋㅋㅋㅋㅋ)

치니 2009-08-12 15:42   좋아요 0 | URL
아핫, 반갑 ~ 저도 실은 노래방 18번입니다요, 고음불가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겐 민폐인데도 바득바득 2절까지. ㅋㅋㅋ 하이라이트가 뒤쪽에 있다는 말씀 대동감.
이렇게 좋다고 두 분이 말쌈하시니 앨범 구매 고려 좀 해봐야겠네요.

또치 2009-08-12 20:4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치니님, 우리 모두 노래방에서 한번 만나야 할 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8-1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군요.가을이 오니 그런 풍의 노래가 떠오를 때가 되었지요.심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좋은 노래입니다.노래방에서 부르기엔 좀 어려운 노래인데요.

또치 2009-08-13 22:34   좋아요 0 | URL
오오~ 노이에자이트 님, 반갑습니다~! 얼른 가을이 왔으면 하는 의미로 혼자 <환상>을 불러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