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 EBS 스페이스 공감에 (뜻밖에) 박지윤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저, 주목받는 데 대한 공포...가 있어요... 하하, 우습죠."
노래할 때의 고음과는 달리 엄청 낮고 굵은 목소리로, 주어 서술어도 분명치 않은 문장을 웅얼거리며 진행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 참 예뻐 보였다. 오랫동안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이상 이렇게 자기 노래만 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는 말이 왜 그렇게 마음 아프던지.
이번 봄에 새로 내놓은 앨범의 노래들과 함께 간간히 옛날 (박진영이 만들었던) 히트곡들도 새로운 분위기로 편곡해 불러 주었는데, 뭔가 상처를 극복하고 스스로 일어선 사람의 아우라가 풍겼다. 지금 자신이 부르고 만드는 노래와는 다른 노래들을 저렇게 편안하게 부를 수 있다니, 박지윤은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하겠구나... 싶었다. '스타'의 길을 버리고 '음악가'의 길을 택한 박지윤에게 박수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스스로 회사까지 차려서 발매했다는 음반에는 박지윤의 자작곡도 들어 있고, 타블로, 김종완 같은 사람부터 디어 클라우드의 김용린, 루시드폴 같은 아티스트들의 이름까지 작곡자로 올라가 있다.
나는 용린이 만든 <바래진 기억에>와 루시드폴이 만든 <봄 눈>이 가장 좋다. (역시 난 편파적이야 *^^* ) 누가 만든 노래든지 그냥 원래 자기 노래처럼 부르는 이소라 급의 포스를 바라는 건 아닌데, 아직은 노래하는 사람 분위기보다는 작곡자 분위기가 더 승한 거 같아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래 앨범 제목처럼 '다시 첫번째'라잖아.
그날 이렇게 노래를 불렀다. 작곡자 용린은 기타 세션으로 나와 연주도 해주었다. 처연한 박지윤의 고음이 비 개인 오후에 생각이 나서 써본 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