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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6집 - 그땐 몰랐던 일들
윤상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잘 지은 밥은 그냥 소금간만 해서 주먹밥으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 윤상 6집을 듣고 난 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비유다 ^^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1, 2번 트랙을 듣는 순간 너무 '미니멀'해서 약간 놀랐는데, 뭐랄까, 군살 하나 없는 멋진 중년남자 같다고 해야 하나, 알흠다운 멜로디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면서도 얄밉도록 깔끔하게 욕심을 정리해낸 노래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까지 윤상의 3집과 4집을 가장 좋아하긴 한다. 그때의 처연한 젊음의 정서가 이제는 싹 가셔버린 것이 처음에는 약간 아쉬웠다가, 6집을 세번쯤 듣고 난 지금에는 '나이 들수록 이렇게 세련되고 멋있어지기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며 혼자 므흣해하고 있다.
처음 들었을 땐 '어째 이번 앨범에는 killing track 이 없는 거 같다...' 싶었는데, 이젠 생겼다.
2번 <소심한 물고기들> - 6집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인 것 같다. 미려한 멜로디, 단순한 리듬, 점점 고조되고 깊어지는 여러 겹의 음. 눈을 감고 듣다 보면 내가 마치 한 마리 물고기처럼 바닷속을 유영하는 아득한 느낌.
6번 <편지를 씁니다> - 멜로디와 가사는 4집에 있는 <소월에게 묻기를>과 비슷한 서정을 담은 것 같은데, 리듬 프로그래밍이 굉장히 독특하다. 멜로디와 박자가 계속 묘하게 어긋나는데, 실험적인 음악인데도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다.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haihm 이라는 여성 뮤지션이 프로그래밍도 맡았다고 하는데, 참 멋지다. 실컷 하고 싶은 대로 한 것 같아서 ^^
짝꿍 박창학의 가사도 여전하고, 윤상의 멜로디도 여전하지만, 너무나 겸손하게 어깨에 힘 빼고 만든 담백한 음악들... 아, 이런 뮤지션과 함께 호흡하며 나이 들어갈 수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