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니님 덕분에 알게 된 이 책을 읽다가, 쌍용차 문제에 대해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글을 쓴다.음... 이 책은... 내가 대학 다닐 때 이런 일목요연하고 친절한 책으로 학습을 받았다면 참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야, 정신 차려! 그게 몇년 전인데 그러냐?!) 남미 사람들 멋지다. 

요 며칠, 쌍용차 때문에 엄청 괴롭다. 도대체 내가 어째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문제였고(제대로 알려면 생판 낯선 용어들부터 시작해 경제 공부를 엄청 많이 해야 하더라... 미안하지만 그건... 포기했다), 너무 냉랭한 얘기지만 이건 정말 당사자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탓이다. 예컨대 이 일은 '용산'과도 체감온도가 많이 달랐었다.

용산 참사 이후로 용산 '남일당 성당'에는 여러번 갔다. 빈민사목을 하시는 이강서 신부님이 '남일당 본당 주임'을 자처하며 계속 거기 계셨기 때문에 '아, 내가 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화 작가들과 그림책 작가도 일주일에 한번씩 거기서 집회(일 수도 있고 그냥 수다 떠는 모임일 수도 있고 ^^)를 해오고 있어서 나도 그냥 친구네 동네 드나들듯 할 수 있었다. 서울을 근거지로 하는 사람들에게 용산 참사가 준 충격과 공포, 그리고 그로 인해 참사 이후 용산에 모인 낯선 이들이 유가족들과 나눈 유대와 공감을 떠올려 보면, 평택 사람들과 쌍용차 혹은 금속노조 사람들과 쌍용차 농성자들 사이의 연대감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회의가 든다. (물론 내가 거기 직접 가보지 않았으니 그저 예단일 수 있겠다만...)

나는 왜 쌍용차 앞에 가지 않았나. 내 마음이 슬프면 그래도 어디든 한번쯤은 달려가던 내가 쌍용차 문제에는 왜 작은 행동 하나로도 나서지 않았나.
사실, 나는 자동차 노조 사람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귀족노조?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영화 <밥 꽃 양> 이후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 정말로 천지개벽할 만큼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고, 회사가 망해도 내 밥그릇 잘 챙기자는 게 노조라고 해도 틀린 말 아니지만 자신들보다 훨씬 약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모르는 노조라면 그건 개한테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심하게 말하면, 너네 망해도 싸다고도 생각했으니까.
잘은 모르지만, 쌍용차 노조도 이전까지 그닥 훌륭한 조직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러기에 이런 사태를 맞아서도 자기들 안에서도 농성자와 비농성자 사이의 갈등이 풀어지기는커녕 농성자를 욕하는 직원들과 가족들이 나오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게 너무 슬프다... 그런데 이건 나 같은 외부자가 어째주지 못하는 문제가 아닐까.

그러나 나는 경찰 특공대 새끼들의 악마같은 진압에 캐분노한다.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유지되는 것이 신자유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아아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거다. 법무부 장관이 현장에 와서 경찰을 격려하고 가는... 이런 건 진짜 뭐라고 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일이다.  

강기갑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어쩌면 이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파산인 것 같다. 산업은행(곧 정부)는 수수방관해도 손해날 게 없으니 그저 시간만 끌 뿐이고, 이 기회에 노조 와해시키고, 노노 갈등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예정된 수순으로 다 망하게 하겠지. 그리고 조중동은 노래하겠지. 노조 땜에 망한 쌍용차 어쩔 거냐고. 사람들은 이걸 또 머릿속에 새기겠지. 귀족노조 때문에 망한 쌍용차라고. 어쩔 거냐고. 그게 앞으로 자기 모습이 될 텐데, 그것도 모르고 그렇게들 바보처럼 살다 죽겠지.
나는 목숨을 걸고 양철지붕 밑에 있지 말고 차라리 모두 나와 선전전을 하기를 바랐다. 거대한 삼보일배 무리라도 만들어, 노동자들끼리 화합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고, 자신들보다 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협력업체를 배려하지 않으며 살았던 것을 참회하며 방방곡곡을 누비기를 바랐다. 그러는 동안 다른 회사의 자동차노조들이 총파업을 해주었어야 한다. 그래, 이건 그냥 내 꿈이고 허울 좋은 이상이다. 안다.
쌍용차를 어쩌면 좋나, 생각할 때 내 안에서 떠오르는 해결책(?)은 결국 아나키즘...? 모든 사람이 생산수단을 갖고 소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그런데 막상 비해고자 동료들과 그 가족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출처 :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 묶어서 경찰에 넘기자" - 오마이뉴스 
 

나는 무엇보다, 노동자들끼리 갈라져서 싸우는 이런 풍경이 가장 슬펐다. 이게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농성자들을 경찰에 묶어서 넘기자는 쌍용차 비해고자 가족들아, 그러고 나면 회사가 살아날 거 같은가? 어차피 당신들 목숨도 경각에 달린 걸 모르고... 왜 그렇게 사는가... 제발 뭐가 문제인지를 깨닫기를 바란다. 쌍용차가 청산에 이르면 지금 비해고자들도 모두 자동으로 고용종료인 거다. 그렇게 자기도 죽을 지경에 이르면, 그때 깨닫게 되려는지... 영영 못 깨닫고 농성자들 탓이라며 끝까지 바보처럼 살다 갈 건지...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기는 정말 싫다. 무식한 건 죄다. 나는 동료를, 이웃을 보호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당신들이 지옥불에 떨어질 거라고 믿는다. 

그나저나, 이놈의 MB 시대는 정말 너무 많은 공부를 요구하는구나. 정말 세상사 따라잡기도 벅차 죽겠고, 마음 다스리기도 힘들어 죽겠다 ㅠㅠ   무엇보다, 내가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나는 또 쓸데없는 증오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누가 시험문제 답 맞춰주듯 그렇게 문제 풀이도 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좀 알려주면 좋겠다. 안 그러면 나는 진짜 아나키즘이 답이라고 믿고 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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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8-0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 이름이 제일 처음에 나오는데 무한 감동 느끼고(야! 정신차려! 지금이 이런 말 할 때야?), 또치님처럼 저도,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도 했고 주변에서 애저녁에 파산 시켰어야 할 회사를 왜 남겨둬서 저런 일을 벌이냐는 소리도 들었고 자동차 노조에 대한 평상시 감정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고...이래저래 마음만 복잡하고 전쟁 같은 싸움 보면서 불안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경찰 방패로 사람 목을 찍어내리는 건 아니지 싶었습니다.
적어도 그런 일은 일단 멈춰져서 다행이라 싶지만, 앞으로 또 끝도 없이 가야하는 우리 모두의 고단한 이 길은 어떻게 될까요. ㅠㅠ

또치 2009-08-07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시대에 가장 무서운 게, 남들을 믿고 의지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자꾸 사라져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인생의 그 어떤 시기보다 종교에 많이 의지하게 됩니다. 이제라도 수녀원에서 받아주기만 하면 들어가고 싶은데... 절대 그럴 리는 엄꼬 ;;
미워하는 마음을 자꾸 키우지 말고, 사랑을 더 채우며 살자...! 이를 악물어 봅니다. 꽉!

무해한모리군 2009-08-0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이리 끔찍하니, 네 요즘 아나키즘이 답인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