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초에 이른바 <좋은 책을 찾는 눈>이 없을 때 길잡이가 되어 주던 것이 바로 [네이버 오늘의 책]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찾은 [네이버 오늘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그의 <부분과 전체>가 바로 오늘, 2월 10일의 오늘의 책에 선정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로 하여금 책을 읽고 나서 <분노>하게 만드는 첫 번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지금까지 번역 문제로 나를 분노케 만든 책은 이 책을 포함해서 총 두 권이다.) 내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번역> 때문이다. 번역자는 김용준 명예 교수로 그 유명한 도올 김용옥 선생의 형님이기도 하고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책도 내고 칼럼도 내시는 분이신데 나는 김용준 명예 교수가 직접 번역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약 3년 전에 썼던 이 책에 대한 내 리뷰의 일부를 아래에 옮겨  본다. 

 "그러나 이 책은 양자역학에 대한 개론서가 아니다. 다만 글쓴이가 어떻게 원자론과 양자역학을 전공하게 되었으며 당시 2차 세계대전 가운데서 과학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자서전, 혹은 수필과 같은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곳곳에서 보이는 번역의 아쉬움이다. 심지어는 한 사람이 이야기 하는데 갑자기 말하는 뉘앙스가 바뀌기도 하고 번역기를 돌린 듯한 딱딱한 문어체로 번역해서 번역한 '김용준' 명예교수의 노력이 많이 담기지 않은 것 같다. 역자 후기에 쓰여져 있지만 원래 이 글은 일본에서 번역자외 2명이 같이 윤독하면서 당시 학생이던 김선희 양의 정리된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묶은 듯한 느낌이다. 진정으로 '김용준' 명예교수가 이 책을 번역했다면 이렇게 어색하고 딱딱한 문장을 그대로 두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교수의 이름을 걸고 명서를 번역하여 세상에 내 놓지만 실제로는 대학원생들이 번역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특히 제 6장에서는 오타가 많이 발견되었으며 7장에서는 6장에서 보어와 슈뢰딩거의 대화에서 누가 말했는지 명확히 하게 위해 사용한 말한 내용 앞에 말한 사람을 적어놓는 방식이 갑자기 1군데에서 사용되는 등 마치 각각의 장을 다른 사람이 번역할 듯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일단 책 자체의 내용을 제쳐두더라도 이렇게 번역과 구성이 짜임새가 없으니 독자로서 짜증나고 번역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이렇게 성의없이 번역해 놓고 높은 평점을 바라는 것은 날로 먹겠다는 심보 아닌가?  

  중략….

  하지만 이 책의 번역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옮긴이인 '김용준'교수는 화학공학 전공인데 자신의 전공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제대로 글쓴이가 이 책을 이해하고 번역을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번역자 또한 제대로 책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고 번역하였으니 곳곳에 구멍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각 장 마다 글쓴이의 대화가 구어체로 쓰이다가 문어체로 쓰이는 등 번역의 일관성도 없었다. 번역자인 '김용준' 교수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리뷰 마지막에 내가 김용준 교수의 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표시했을까? 서울대 화학과 명예 교수가 설마 양자역학을 이해 못했을까? 그런데 이 책 번역를 보고 있으면 김용준 교수가 진정 양자 역학을 이해하고 번역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문제 많은 책이 <서울대 선정 100대 권장도서> 중 하나라는 것이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3년 전에 썼던 내 리뷰의 마지막 글귀를 인용하면서 마무리 하자면 서울대에서 100대 권장도서를 선정한 사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고 네이버 오늘의 책에 이 책을 추천한 사람 역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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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향부동 2011-02-1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 번 <분노>에 찬 페이퍼를 쓰게 되었네요….
좀 과격한 표현이 들어 있더라도 아직 젊은 대학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랬거니하고 너그러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2-1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안읽어본 책이지만 정말 비싼 책이 그모냥이면 화가 많이나지요 --

암향부동 2011-02-11 00:24   좋아요 0 | URL
그나마 <부분과 전체>는 자연과학 서적 중에는 싼 편에 속하는 책입니다.
김용준 교수의 책을 보면 좋은 책이 많은데 번역본은 영….

특히 어떤 챕터는 구어체, 다른 챕터는 문어체….
이렇게 챕터마다 다른 것을 보면 각 챕터마다 대학원생에게 맡기고 교정도 안 본 것 같습니다.

cyrus 2011-02-1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전부터 이 책 읽고 싶었는데 몇 번 개정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에 문제가 있다면 좀 심각하네요. 양자역학은 물리학쪽인데 김용준 교수는
화학 전공 교수였군요. 새로운 사실을 앍게 되었어요. 덕분에 다시 한 번
국내 과학도서의 번역 실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 찜해두겠습니다.

암향부동 2011-02-11 00:49   좋아요 0 | URL
제가 읽었던 것이 2007년 봄인데 이후 개정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 출판사인 <지식산업사>는 자연과학 분야엔 별 관심이 없는 출판사로 보이네요. 내는 책들이 전부 인문서적들이니….또한 개정 안해도 <서울대 선정 100대 권장도서>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잘 팔리고 있는데 굳이 개정하려고 할까요?

참 신기한 것은 이렇게 번역이 엉망인데도 지적하는 사람이 적고 별점을 잘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책 리뷰를 많이 찾아봤는데 깊이 있는 서평을 보질 못했습니다. 자연과학 서적 리뷰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리뷰에 비하면 그 질이 한 참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저 "아~ 참 유익한 책이었어." 이런 것이 대부분이었죠. 이 책을 알라딘에서 검색해서 리뷰 중에 추천수 1위인 분의 서평을 <있는 그대로> 옮겨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지금껏 읽은 과학서적 중에 가장 인상적인 책이다. 그 중에서도 과학자들의 일상적인 삶, 과학자들끼리의 유대가 흥미롭게 그려져 있어 재밌었다. 코펜하겐학파의 과학자들과 독일 숲을 여행하는 부분과 덴마크의 닐스 보어의 집에서 묶을 때의 에피소드, 아인슈타인과의 만남, 이런 일화들은 귀중한 사료적인 가치 이외에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자역학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그 거대한 이론의 뿌리인 과학자들의 열정어린 면모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철학적이고 윤리적이며 정치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현대 원자물리학에 대해 안내할 수 있는 이만한 책이 있을까 싶다. 비과학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는데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이게 알라딘에서 이 책 추천수 1위인 서평입니다…. 딱 두 단락에 불과한데다가 <비과학도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라니요….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거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굴지 심히 궁금해지는 서평입니다.

p.s) 노파심에 첨언하건대 양자역학이 현대물리학에 속하긴 하지만 화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화학과에서는 <양자화학(Quamtum Chemistry)>라고 해서 전공 수업이 개설되어 있기도 하거든요. 저는 김용준 교수가 화학 전공이라고 해서 양자역학을 잘 모른다거나 이 책을 번역하기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양자역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최소한 주석에서라도 양자역학에 대한 설명을 했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난해한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흔한 주석 하나 없는 책이지요.

cyrus 2011-02-1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부동님 말씀 듣으면서 또 한 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과학에 대해서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학 도서를 읽기 때문에 읽고나서 글 쓰면 잘못 쓰지 않았나 걱정하기도 해요.
만약에 제 글 때문에 책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부동님이 인용한 그 문제의 서평처럼 무작정
좋다고만 대충 쓸 수도 없구요,,^^;; 사소한 일이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과학 분야의 기본 개념에 대해서는 제대로 숙지해야되는거 같습니다.

herenow 2011-02-1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자역학은 이미 100년이나 된 오랜 학문이죠. 전공 <양자화학>까지 갈 것도 없이,
요즘 고등학생들 수능 화학책에도 나오는 원자 오비탈(확률 궤도함수)가
바로 양자역학에서 나온 거잖아요.
주양자수, 1s 2s 2p 3s.. 하는거 말이죠.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든지 이런 거는 초등학생들 책에서 다루는 것도 보았구요..

저 책은 아직 읽지 못했는데, 서점 가게되면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군요.
(지적하신게 사실이라면, 출판사에 정식으로 항의/건의를 해보는건 어떨까요?
애초에 출판사가 알아서 수정을 했어야겠지만, 계속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있다면
새 판을 찍어낼 때 수정 내용을 반영할 여지도 있는 거거든요.)

암향부동 2011-02-18 12:51   좋아요 0 | URL
괜히 조금 아는 체 했다가 herenow님에게 지적받는군요.^^

조금 변명하자면 양자화학 이야기를 한 것은 혹시 옮긴이가 화학 공학 전공이라 양자역학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오해하실 분이 계실까봐 언급한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할 수도 있었고 herenow님이 지적하신 대로 양자역학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굳이 양자화학까지 갈 필요도 없이 화학에 있어 기본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는데 제 불찰입니다.

그리고 한 번 herenow님께서 이 책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제가 선정한 <2006년 최악의 책>에 선정했었는데 평소 번역에 관심이 많으신 herenow님의 의견도 듣고 싶네요.

herenow 2011-02-19 14:26   좋아요 0 | URL
앗, 지적하려던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그만... ^ ^;
암향부동님 말씀이 맞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계실수 있으니까요.

서점 가면 꼭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고백컨대 나는 아직 노암 촘스키와 미셸 푸코의 책을 읽어보지 못하였다. 책 읽는데 있어서도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을 읽기로 결심하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시간 순서대로 차례대로 읽어 나가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읽는 이유는 어떤 사람의 대표작만 읽기 보다는 과거부터 읽어 나가 그 사람의 생각의 변화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노암 촘스키의 책은 아직 사지도 못했고 푸코의 책 중 구입한 <성의 역사 1~3권>은 구입해 놓고 먼지만 쌓여 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던 중에 두 철학자의 대담과 경연, 성명서를 실어 놓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생각보다 책 두께가 얇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도서관에서 정독하였지만 나의 지적 능력의 한계만 절실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소개에서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발언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이기 때문에 쉽고 간결하다.'라고 하였으나 사실 좀 의문이다. 그리고 1장의 대담, 2장의 촘스키의 정치에 대한 글 이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신념과 생각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두 분 철학자의 대담에 감히 끼어들고자 한다.


 일단 대담에서 가장 큰 화두는 "경험이나 외부의 영향과는 무관한 '타고난'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언어 학자 답게 어린이의 불가사의한 언어 습득 능력을 전제로 이를 긍정하고 있는데 반해 푸코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은 주로 인식론의 지표에 지나지 않았고 시대별 틀의 소산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진화론자이자 생명과학자 입장에서 촘스키의 입장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즉, 진화를 통해 자연 선택된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DNA에 새겨져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전과 DNA를 강조하다 보면 나쁜 과학인 '우생학'에 경도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푸코가 이렇게 타고난 인간 본성을 부정하는 것 역시 이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사실을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생학의 문제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지 우생학을 정치 권력을 어떻게 이용했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정의란 무엇이며 우리는 정의를 이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담이 이어진다. 나는 여기서는 반대로 푸코의 편이다. '어느 경우든 정의라는 개념은 계급사회에서 억압받는 계급이 자기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 혹은 그 주장을 정당화하는 개념', '만약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정의라는 말을 사용할지 확신이 안 섭니다.'(p.80) 라는 푸코의 주장이 타고난 인간 본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정의도 그 중에 하나 라는 촘스키의 의견보다 더 타당해 보인다. 특히 만약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 사람들이 정의라는 말을 사용할지 궁금하다는 푸코의 생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지적이라고 여긴다.

 마지막으로 2장에서 촘스키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국 사회가 좌익, 마르크스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저는 만약 합리적인 파시즘 독재정권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미국 체제를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복잡하고 더 분산된 체계로 이데올로기 통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마당에, 국가 차원의 검열은 필요치 않고 심지어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p.119)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베트남전 반전 운동을 하면서 앞으로 미국은 이렇게 '정의'를 외치며 침략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지적한 촘스키 교수의 말은 역사를 통해 반성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역사는 반복됨을 느끼게 된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의 입을 빌어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롱하는데 익숙해져 있어'라고 지적하였다. 나 역시 때로 이렇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책을 만났을 때 글쓴이나 번역자가 읽는이와의 소통을 소홀히 생각했다고 비판을 많이 하였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나의 지적 능력의 한계를 겸허히 깨닫고 언제가 다시 촘스키와 푸코를 제대로 만날 날을 기약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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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는데 애먹었어요. 저의 무지함을 자책하면서요.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구입해서 마음 먹고 읽으려고 해요.
가격이 좀 만만치 않지만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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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보가 집권을 해야할까?   

 2MB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주장하면서 2007년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잃어버린 5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책 143쪽에서 언급하듯이 '사람의 입맛이라는 것은 하방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한번 좋은 것을 맛보면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요.'라면서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정치적 민주주의 맛을 보고 나서 2MB 정권 출범 이후 그 수준이 떨어지자 짜쯩이 나는 것이 바로 잃어버린 5년을 우리가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하나의 예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2012년에 다시 진보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과연 다시 한 번 진보가 집권할 수 있을까? 아니 왜 진보가 집권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는바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되어 줄 것이다. 간만에 추천하는 별 5개짜리 책이니 만큼 웬만하면 일독 하기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간만에 책 읽는 재미를 주는 책  


 그 동안 고시 공부를 하면서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그 원인은 공부 시간 확보를 위해 부득이한 면도 있었지만 책 자제가 주는 '재미'가 덜했던 점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간만에 나에게 책 읽는 재미를 다시 찾아준 책이다. 점심도 걸러가며 3시간을 집중해서 책을 읽었으니 까다로운 나의 독서 편력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다. 

 딱딱해 보이는 대담집인 이 책에서 나는 어떤 재미를 찾았을까? 기본적으로 이 책의 대담자인 두 분의 견해와 나의 견해가 비교적 일치했다는 점도 그 원인이겠지만 내가 그동안 무심코 넘겨 왔던 여러 진보에 대한 이야기와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 '재미'를 가져다 준 것 같다.  

 

왜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가?  

 과거 선배에게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선배는 '진보'=국가보다는 개인의 기본권과 행복을 중요하다 여기는 것 vs '보수'=개인의 행복보다는 국가를 중요시 여기는 것 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크게 보면 두 집단이 동일하다고 하였었다. 즉, 개인이 행복해지고 강해지면 그 집단인 국가가 강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반대로 국가가 강해지면 그 구성원인 개인이 행복해지고 강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렇게 단순하게 진보와 보수를 나눌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이 책 26~27쪽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중언하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나라는 진보가 심각한 과소 상태에 있고 역사적으로 보면 보수를 자체하는 사람이나 정당은 친일파 및 기득권 옹호자이고 그들이 말하는 '자유주의'라는 것이 사실 가진 자의 자유만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진보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다는 조국 교수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그런만큼 나는 진보의 입장에서 이 책을 살펴 보아 어떻게 해야 진보가 다시 집권 할 수 있을지 대담자와 함께 고민해 볼 것이다. 
 


다시 진보가 집권할 수 있을까? 


 일단 다시 진보가 집권할 수 있는지 따지기 전에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동안 진보가 집권하면서 잘못한 일에 대해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조국 교수는 진보가 과거 추상적 모델 논쟁에 빠져 대중이 고통을 느끼며 개선을 원하는 구체적인 생활 경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p.66)과 이른바 왕이 되기를 포기한 영주가 되어 혁신에 미흡했기 때문(p.69)이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참여한 정치인, 지식인과 그러지 않은 진보-개혁 진형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p.71)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 첫 번째 이유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이른바 <무상급식>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지방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대선이나 총선에서는 <뉴타운>이라는 프레임에 의해 참패하고 말았던 것이다.(사실 나는 당시 노원갑의 유권자였지만 노회찬이 홍정욱에게 질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과감히 이슈를 선점하고 실천하는 진보가 되는 것이 진보 집권에 있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세습과 학벌 사회에 대한 조국 교수 생각에 대한 비판
 

 그러나 삼성 세습에 대한 생각은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삼성의 이중성에 대한 오연호의 질문에 "문제는 있지만 잘나가는 대기업 말고 문제도 없고 잘나가는 중소기업군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p.59)이라는 조국 교수의 답변도 뭔가 알맹이가 빠진 듯한 아쉬운 답변이었을 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의 예를 들면서 가족기업도 가능하고 세습도 인정할 수 있지만 내부의 '경영의 민주화'가 필요하다(p.123)고 하였는데 노조의 경영 참여을 인정하면 소수의 지분으로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을 지배하고 세습하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리고 학벌 사회에 대한 문제도 그렇다. 조국 교수는 "국공립 대학 통합네트워크"안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며 '서울대 분할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건 나는 두 개의 서울대를 만드는 안일 뿐 학벌 사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학벌 사회와 사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대학을 전부 국유화하여 적은 등록금으로 어느 곳에서나 좋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서울대를 두 개로 나눈다고 학벌 문제가 해결될까? 이를 보면 조국 교수도 서울대 출신의 모교 교수니 어쩔 수 없이 서울대 교수라는 기득권 보호에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진보에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 나오길….  

 오연호는 마지막에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의 매력은 '그가 내세우는 가치', '그의 인간 됨됨이', '권력의지'를 통해 나온다고 하였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번 만큼은 노무현 대통령때와 달리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그 사람 옆에서 지켜줄 것을 다짐하면서 이 책을 덮었다.

 p.s) 조국 교수는 MLB파크의 불펜을 언급하면서 20~30대가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소개하였는데(p.50)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유시민 후보가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한 공간이다. 다만… 자정 무렵에는 게시판에 가보지 않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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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2010년 12월에는 관심을 가질만한 책이 많이 나온 것 같다. 12월에 출판된 인문/사회/자연과학 서적 중 관심있는 책을 전부 골라보니 총 25권이었다. 이 중에 5권을 고르라니…. 1/5 확률이니 5지선다 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읽을 만한 책을 고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직접 서점에 가서 책을 살펴볼 여유가 없어 인터넷 상의 소개만 보고 골라야 한다는 점인데 되도록 꼼꼼히 글쓴이+옮긴이+출판사 등의 책 정보를 살피고 고르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되도록 다른 신간 평가단 분들이 선정한 책과 겹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오늘날 사학 재단 문제는 하루 이틀 계속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교육 기관인 대학을 사유재산으로 여기고 전횡을 일쌈는 일이 비일 비재하고 특히 대학 민주화를 가로막는 사학 재단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일임에도 이슈화 되지 않는 점이 신기할 따름이다. 특히 2MB 정부 들어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에서 비리 재단의 복귀를 허용하고 조선대, 세종대, 덕성여대, 대구대, 동덕여대, 광운대 등 수많은 비리 재단의 복귀를 허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덕성여대 교수 재직시 대학 민주화에 참여했다가 부당 해직당한 글쓴이의 5년간의 복직 투쟁기이다. 이 책을 통해 사학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기를 소망한다.

  

  

  사실 나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잘 모른다. 과거 몇 번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찾아 보았으나 국내에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책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만큼 한 번은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책을 읽어 보고 싶다. 특히 사람이 이미 살고 있던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유럽인들의 문명 파괴사 및 학살사에 대해 한 번은 알고 지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되도록 [신대륙 발견]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의식적으로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만 [신대륙 발견]이라 함은 유럽인 기준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즉, 원주민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륙을 발견했다는 뜻이므로 오늘날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앞서 소개한 책과 맥락을 같이 하는 책이다. 이른바 [신대륙 발견] 이후 그대로 ‘절멸’에 이르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지난 500년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실 책 내용이 한쪽에 편향된 듯한 느낌도 받지만 서로 다른 편의 주장을 곰곰히 살피다보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듯 지금까지 [미국인] 입장에서의 인디언 역사만 소개된 것을 감안하면 한 번은 철저하게 토착민 입장에서의 인디언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타 좀 애매한 책들

 

   

이 책의 출판사인 [나남출판]은 좋은 인문서적을 많이 내는 출판사이고 이미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성취한 독일의 예를 면밀하게 검토해 벤치마크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중요한 일이므로 한번쯤 읽어 보고 싶은 책이긴 하였으나 옮긴이가 16~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누군가가 나의 사상과 다른 사람이 옮긴 책이라고 무조건 안 읽는다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사 출신의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무총장을 역임한 3선 의원이 [번역] 작업을 하고 있겠는가? 보나마나 제 3자가 번역하고 이름만 올린 것으로 보여 단호히 선호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 

 

   

 

이 책을 애매한 책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미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라틴어 고전 번역에 있어 첫 손가락에 꼽히는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본이 있는데 과연 이 책이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펭귄클래식 100권 출판 기념으로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내가 직접 두 권의 책을 비교해보지 못해서 뭐라 평가하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만약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본을 뛰어 넘는 번역이라면 추천 리스트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책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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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과학 도서 중에는 읽어볼만한 신간이 생각보다 많이 없던거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펭귄클래식에 나온 <시학> 같은 경우에는
이전에 국내에서 소개된 <시학>의 번역에 대한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천 교수의 번역을 뛰어넘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감수하신 분이
정암학당 연구원이라서 천 교수의 번역본과 같이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댓글에 길게 설명하기에는 그렇고,
저도 <시학>에 대해서 부족한 편이라서,,
괜찮으시다면 제 서재에 <시학> 강연 후기를 올렸는데 참고하시면 좋을거 같아요.

암향부동 2011-01-14 11:18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몇몇 분들 소개글을 보니 주석 양이 꽤나 된다고 하던데 펭귄클래식에서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강연 후기는 읽어 보고 댓글 남겨 놓겠습니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 : 전라도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2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읽은 책은 신정일의 신 택리지 중 <전라도 편>이다. 전라도 곳곳을 직접 다니면서 이중환의 택리지를 다시 쓴 책인데 리뷰를 어떻게 쓸까 고민을 하다가 관심있는 지역에 대해서 발췌해서 쓰는 형식을 택하였다. 그리고 언제나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지도]를 첨부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같은 서울 촌놈은 구례, 고부, 정읍과 같은 곳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 책을 읽으면서 마치 다른 나라 지역 소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완산(전주) : 후백제의 견훤 - p.54~61

 

 오늘날 후백제에 대해 남은 사료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뿐일 것이다. 그러나 김부식의 경우 신라→고려의 정통성을 강조한 나머지 고구려와 후백제에 대해서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후백제의 견훤은 삼국사기 50권 끝에 보면 매우 사악하고 잔인한 악당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것을 감안하면 사료에 남아 있는 견훤에 대한 평가는 잘 걸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글쓴이 신정일은 '대다수의 학자들은 자료가 없다는 궁색한 변명한 늘어놓고 있으며 물왕말 일대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나라 곳곳에서 소설 속 인물들까지도 부활되고 있으며 지역마다 잊힌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 혈안인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p.61)

 

 

 

전주 : 정여립은 모반자인가 그 시대의 스승인가? - p.63~74

 

정여립 모반사건, 혹은 기축옥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589년에 일어난 것으로 천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정여립에 대해서는 기존 사서에서 모반자로 혹세무민하는 사람으로 부정적으로 그려지다가 단재 신채호에 의해 점점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인물이다. 정여립은 벼슬을 그만두고 내려와 대동계를 조직하고 학문과 예법 뿐만 아니라 육예(六藝) -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모두 가르쳐 주는 등 기존 성리학자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준 사람이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남에서 학문하는 사람 중에 정여립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모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자살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 사건이 임진왜란 3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는 점이다. 많은 이들은 임진왜란 때 국토가 유린된 이유가 기축옥사를 통해 수많은 조선의 인재들을 희생시킨 벌로 일어났다고 수근거렸다고 한다. 특히 <관동 별곡>으로 유명한 송강 정철이 기축옥사를 담당했는데 자신의 당파(서인)을 위해 동인을 무차별 처벌하여 '인간백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신선하다. 정말 정여립 모반사건은 조작된 것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그리고 만약 기축옥사 때 조선의 인재를 죽이지 않았다면 임진왜란의 피해가 이렇게 컸을까? 역사엔 '만약'이라는 단어가 없지만 심히 궁금해진다.

 

  또한 단재 신채호는 근대에 들어 정여립 모반 사건에 대해 재조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평가하였다.

'이미 안정된 사회의 인물은 늘 전 사람의 필법을 배워서 그것을 부연하고 확장할 뿐이니, 인물 되기는 쉬우나 그 공이나 죄는 크지 못하며, 혁명성을 가진 인물(정여립 같은)은 매양 실패로 마칠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그를 원망하고 미워하여 한 말이나 한 일의 종적까지 없애 버림으로써 후세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영도(零度)되고, 오직 3백 년이나 5백 년 뒤에 한두 사람 마음이 서로 통하는 이가 있어 그의 유음(遺音)을 감상할 뿐이요… 인격적 자주성의 표현은 없고 노예적 습성만 발휘하여 전 민족의 항성을 파묻어버리고 변성만 조장하는 나쁜 기계가 되고 마나니, 이는 사회를 위하여 두려워하는바요, 인물 되기를 뜻하는 사람이 경계하고 삼가야 할 일이다.' 즉, 안정된 사회에서는 큰 인물이 나기 어렵고 혹여 혁명적인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이렇게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이 우리 나라 역사에 몇 명이나 될까?

 

 

 

고부, 정읍 : 조병갑과 동학농민운동 - p.134~148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방법도 참으로 다양하다. 좋은 위인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방법도 있지만 <조병갑>처럼 탐관오리로 오늘날까지도 악명을 떨치는 방법도 있다. 어찌되었건 조병갑은 동학농민운동 당시 실력자이던 조 대비의 조카이자 이조판서 심상훈과 사돈 간이었는데 가장 큰 평야가 있던 고부에 군수로 부임하면서 사단이 발생하게 된다. 그의 악행에 대해서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보다 웃긴 것은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 고부군수에서 파면된 후 새롭게 고부군수에 임명된 사람들이 전부 군수 임명을 거절하였고 1년 동안 강진군 고금도에서 근신하는 척하다가 복권되어 동학교주 최시형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고등재판관으로 승진하였다는 점이다.

 

 신임 고부 군수가 부임을 거절한 것은 이른바 '빽'이 좋았던 조병갑의 유임 공작이 치열했고 빽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였으며 특히 근신하는 척하다가 고등재판관으로 승진되어 오히려 동학교주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을 보면 당시 조선이 얼마나 부패했는지 알 수 있다. 일본에게 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보인다.

 

 

 

나주 : 임나일본부설 - p.218

 

글쓴이는 이 책에서 나주시 반남면 자미산 일대에는 나주 반남 고분군이 있는데 그 고분군의 주인공을 마한의 부족장으로 보고 있으나 [후한서(後漢書)] 동이열전'마한은 서쪽에 있는데…남쪽은 왜(倭)와 접해 있다. 진한은 동쪽에 있다.… 변진은 진한의 남쪽에 있는데, 역시 12국이 있으며, 그 남쪽은 왜에 접해 있다.'고 기록된 것을 근거로 왜는 현재의 나주 일대에 근거해 백제와 신라를 영향력 아래에 두고 고구려의 남하 정책에 맞섰던 강력한 정치 집단의 하나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주 반남 고분군은 한반도 내에서는 그와 같은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일본의 천황릉으로 추정되는 고분군들과 흡사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모른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임나일본부설>에 대해서는 허구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만날 줄이야…. 한편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fact)가 있다면 무조건 무시할 것이 아니라 한 번 진지하게 사실 유무에 대해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나 일본이나 스스로에게 불리한 역사는 감추려고 노력하는 마당이라 진실은 저 너머에 계속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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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0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특히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지금 국사학과에
다니고 있는 역사학도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고등학생 때 저에게 임나일본부설에 대해서
진지하게 설명했던 기억이 나네요. 역사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라 전공도 국사학과을
선택했는데,,, 이 친구가 역사책만 보지 말고 과학책 읽기를 권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