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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고백컨대 나는 아직 노암 촘스키와 미셸 푸코의 책을 읽어보지 못하였다. 책 읽는데 있어서도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을 읽기로 결심하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시간 순서대로 차례대로 읽어 나가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읽는 이유는 어떤 사람의 대표작만 읽기 보다는 과거부터 읽어 나가 그 사람의 생각의 변화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노암 촘스키의 책은 아직 사지도 못했고 푸코의 책 중 구입한 <성의 역사 1~3권>은 구입해 놓고 먼지만 쌓여 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던 중에 두 철학자의 대담과 경연, 성명서를 실어 놓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생각보다 책 두께가 얇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도서관에서 정독하였지만 나의 지적 능력의 한계만 절실히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소개에서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발언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은 글이기 때문에 쉽고 간결하다.'라고 하였으나 사실 좀 의문이다. 그리고 1장의 대담, 2장의 촘스키의 정치에 대한 글 이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신념과 생각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두 분 철학자의 대담에 감히 끼어들고자 한다.


 일단 대담에서 가장 큰 화두는 "경험이나 외부의 영향과는 무관한 '타고난'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언어 학자 답게 어린이의 불가사의한 언어 습득 능력을 전제로 이를 긍정하고 있는데 반해 푸코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은 주로 인식론의 지표에 지나지 않았고 시대별 틀의 소산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진화론자이자 생명과학자 입장에서 촘스키의 입장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즉, 진화를 통해 자연 선택된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DNA에 새겨져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전과 DNA를 강조하다 보면 나쁜 과학인 '우생학'에 경도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푸코가 이렇게 타고난 인간 본성을 부정하는 것 역시 이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사실을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생학의 문제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지 우생학을 정치 권력을 어떻게 이용했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정의란 무엇이며 우리는 정의를 이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담이 이어진다. 나는 여기서는 반대로 푸코의 편이다. '어느 경우든 정의라는 개념은 계급사회에서 억압받는 계급이 자기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 혹은 그 주장을 정당화하는 개념', '만약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정의라는 말을 사용할지 확신이 안 섭니다.'(p.80) 라는 푸코의 주장이 타고난 인간 본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정의도 그 중에 하나 라는 촘스키의 의견보다 더 타당해 보인다. 특히 만약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 사람들이 정의라는 말을 사용할지 궁금하다는 푸코의 생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지적이라고 여긴다.

 마지막으로 2장에서 촘스키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국 사회가 좌익, 마르크스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저는 만약 합리적인 파시즘 독재정권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미국 체제를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복잡하고 더 분산된 체계로 이데올로기 통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마당에, 국가 차원의 검열은 필요치 않고 심지어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p.119)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베트남전 반전 운동을 하면서 앞으로 미국은 이렇게 '정의'를 외치며 침략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지적한 촘스키 교수의 말은 역사를 통해 반성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역사는 반복됨을 느끼게 된다.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의 입을 빌어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롱하는데 익숙해져 있어'라고 지적하였다. 나 역시 때로 이렇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책을 만났을 때 글쓴이나 번역자가 읽는이와의 소통을 소홀히 생각했다고 비판을 많이 하였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나의 지적 능력의 한계를 겸허히 깨닫고 언제가 다시 촘스키와 푸코를 제대로 만날 날을 기약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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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는데 애먹었어요. 저의 무지함을 자책하면서요.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구입해서 마음 먹고 읽으려고 해요.
가격이 좀 만만치 않지만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