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Secret Sunshine)'을 보았습니다.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한 자들을 보면서 한줄기 눈물이 주루루 흘렀습니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이 나보다 먼저 용서할 수가 있어요? 그게 말이 되나요?"

겉으로 온전하나, 홀로 남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은 "살려주세요..."라는 여리고 낮은 외마디 절규로 쓰러집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삶.
견뎌야 하는 生.
그래서 아픕니다.

  

누구나 다, 그리고 나도 저 벌레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 절로 눈이 붉어집니다.
소중한 것들을 다 잃어, 끝내 용서하지 못한 어쩌면 용서할 수 없기에 더 인간적인 영화였습니다.
차창 밖 여름구름이 뜬 더운 하늘. 밀양은 뜨거웠고, 저는 잠이 드는게 힘들었습니다.

 

    

그의 영화는 사람을 많이 힘들게 합니다. 절대 시커먼 극장 안에서 마음편한 영화들이 아닙니다.
우연찮게 뒤져보니 그가 조감독 시절에 만든 영화 "그 섬에 가고싶다", 시나리오를 쓴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부터 제가 좋아하는 영화 "초록물고기", 그 뒤 "박하사탕", "오아시스" 그리고 "밀양"까지 다 본 것에 저도 놀랐습니다. 그가 감독을 한 영화는 정말이지 하나같이 힘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차라리 "녹천에는 똥이 많다" 같은 소설이나 쓸 것이지, 사람을 너무 힘들게 후벼 팝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인간적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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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5-27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밀양]은 마치 물결같군요. 여기저기서 다들 조용히, 그리고 솔직하게 이 영화에 대한 감상들을 말씀하십니다. 잘 읽고 갑니다. 글만 읽어도 마음이 가라앉아버려요.

dalpan 2007-05-28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뻬빠쓰고 출장간 지방에서 오늘 뉴스로 잠시 보았습니다. 전도연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더구만요. 그럴만합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짜증부리는 콧소리가 별로 좋지는 않지만, 제가봤던 "접속"에서도 "해피엔드"에서도 연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밀양"에서도 한스런 연기를 자연스럽게 아주 잘 했어요. 안보셨으면 혼자 보세요. 더 집중되고 감정에 충실해지실겁니다.

jhwa 2007-05-3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양'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dalpan님의 평을 읽고나니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아프고 불편해 질 것 같습니다. 저두 나이가 들어나 봅니다. 호미에서의 박완서님이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는 말처럼 따뜻하고 예쁜 것들을 꿈꾸게 됩니다. 내 현실만으로도 너무나 치열하고 아픈데... 아, 그러나저러나 dalpan님 연애하시나요? 최신 영화를 보시면 보면... 음.. 냄새나 나네...

dalpan 2007-05-3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 기억납니까? 종로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던. 그런 느낌입니다. 그러니 별 염려없이 보세요. 깨지고 부서지고 치이면서 사는게 인생이고 또 그걸 힘겨워말고 즐기셔야지요. 아줌마..화이~팅~. 그러나저러나 예전보다는 쪼까 힘겹지만 혼자 영화보니 좋습디다. 허허허..

프레이야 2007-06-04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컷이 가장 마음에 와 닿던데요. 저게 포스터로 쓰였군요.
가슴 아프게 본 영화에요. 초록물고기를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dalpan 2007-06-0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밀양...참 아픈 영화지요? 주저앉아 울고있는 포스터보다 저 포스터가 훨씬 아파보이더군요. 그나저나 '오래된 정원' 보시고 평을 쓰신 이후에 보고싶었던 영화를 이제서야 한편 봤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