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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살어리랏다 - 아름답게 되살린 한옥 이야기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 지음 / 돌베개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대개 한국적 정서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마당넓은 집에서 사철 자연과 벗하고 싶고, 대청마루에 들누워 살랑거리는 바람에 낮잠 한숨 청하거나 식구들 모여앉아 앉은뱅이 밥상에 밥 한끼하고 숭덩숭덩 수박 쪼개 나눠먹는 정경이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우리의 음악을 국악이라 부르기 시작할 때부터 서양음악이 우리를 지배했듯, 우리의 집 형식을 한옥이라 부르는 순간, 우리의 곁을 떠난 집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집을 그냥 집이라 부르지않고 한옥이라 부르는 것은 이미 주류가 아니거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만큼 생활 속에서 멀어졌음을 반증하는 용어라 싶다.
내 마음 속에도 어릴적부터 오랫동안 그리던 집이 있었는데, 물론 고색창연한 고래등 같이 거대한 집은 아니나 어찌되었건 마당에 정원딸린 아담한 한옥에서 사는 꿈을 꾸고있다.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러한가? 터는 물론이요, 집 지을 돈도 없는 것을.
생활속에서 멀어졌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음이라 생각된다.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이거나. 불편은 물리적 구조상 현대의 주택구조와의 비교일 것이고, 비효율이라 함은 집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이 일반 주택에 비해 두세배 더 드는 경제적인 측면이 강할 것이다. 그렇게 멀어졌던 한옥이 다행이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주거공간으로서만의 한옥이 아니라, 문화공간, 상업공간, 업무공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 책은 거의 사진집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한옥사진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종로구 북촌일대의 한옥을 개보수하면서 건축주와 건축가의 교감으로 완성된 가옥 하나하나를 도면까지 펼쳐놓고 개보수한 과정과 의미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하고, 가회동의 e믿음치과, 안국동의 경인미술관과 같은 상업문화공간부터 한국 최초의 한옥청사라 일컬어지는 혜화동사무소 같은 업무공간까지도 한옥이 얼마나 훌륭한 공간을 연출하는지 보여준다.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이라는 저자들의 이름에서 보여지듯이, 현대의 한옥을 가장 고민을 많이 한 건축가들의 글이라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아주 이상적인 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옥을 생활속에 되살리려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게도 한옥이 가졌던 수많은 장점들을 우리가 너무 쉽게 버렸던 탓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택은 그저 사람이 먹고자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인 이유에, 한옥은 방이 좁아도 마당을 가져 창을 여는 순간 마당이 방으로 들어오는 아주 여유로운 주택이며, 자연과 함께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며, 물건을 쌓아 과시하는 집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공간을 비울수록 채워지고 공간을 나눌수록 커지는 묘한 주택이라 도심에 꽉 막힌 우리의 삶에 풍요로움을 한껏 더해줄 수 있는, 그러하기에 한옥 자체가 부러운 것이 아니라 한옥에 살고있는 사람의 삶이 부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설계도면과 사진들을 비교해가며 꼼꼼히 본 탓인지 책을 덮고도 그 아름다운 많은 집들이 눈에 선하다. 서문에서 밝히듯이 이 책은 한옥을 현대생활에 맞게 고치고 싶으나 방법을 모르는 이를 위한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참으로 충실히 잘 해내었고, 관심만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한옥에 접근할 것인지도 잘 알려줄 좋은 지침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