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다니던 시절에 유치원도 들어가지 않았던 조카놈이 이제는 어엿하게 커서, 머리 빡악빡 밀고 군대에 들어갔다. 이제 니 한몸이 너만의 몸뚱이가 아니라 부모님의 것이고 가족모두의 것이며, 가장 소중히 지켜야 할 사람도 바로 너라는 노파심 가득한 말로 통화를 할 때,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그놈 때문에, 아~ 다 컷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눈물이 울컥했다. 세상에 기어다니던 놈이 어느새 커서 맞담배질을 하더니 이젠 되레 나를 위로하다니! 그 놈이 군대에 갔다.
그 날 저녁, 집 창가에 두었던 '장수매'는 발그스레한 꽃을 활짝 틔웠다. 세 송이가 핀 줄 알았더니 하나가 뒷편에 살짝 숨어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봉오리가 더 벌어졌다. 이놈들...이놈들... 무심히 물주고 바람 쐬어주었을 뿐인데 세상은 나름대로 다 제 역할을 하고 산다.
야생초에 살짝 발을 들여논 요즘에는 가지나고 잎사귀나는 하나하나가 다 새롭다. 애기남천을 키우다 다 죽여놓고, 대가 조금 굵은 놈으로 바꿔 전부 개보수했다. 결국 환경과 조건이 되지않으면 원하는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다 내 욕심일뿐...
물을 줄 때 이끼냄새가 참 좋다. 왼쪽 것은 애기남천이고, 오른쪽 웃자란 것은 옻나무이다.
개량된 애기남천 말고 내 키보다 더 큰 (어른)남천을 들여놓았다. 좁은 차로 장거리 이동에 몸살을 했는지 한동안 잎을 떨군다. 어제 발육이 떨어졌던 마른가지들과 웃자란 것들을 정리해주었다.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람과 다 똑같아, 추우면 잎 끝을 붉게 변색시켜버리고 물 마르면 잎의 촉감도 뻣뻣히 평소와 다르게 만들어버린다. 이리저리 쑥쑥 가지 뻗는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니 버릴 건 버려야 튼실하게 크는 것은 사람이나 나무나 다 똑같다.
간질거리는 햇살에 하늘거리는 연초록 나무그늘에 누으면, 눈을 감아도 하늘이 보인다. 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