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쟁이 동물들 또또 아기그림책
시미즈 지음, 최경식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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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태어난 뒤로 그림책 서평단을 모집하면 신청부터 한다. 지금은 보드북으로 책을 보여주지만 종이책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되면 손주에게 읽어주고 싶어서다. 책이 전부는 아니지만 친구는 되어줄 수 있기에 친구가 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친구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자주 보는 것이다.

​시미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흉내쟁이 동물들》 서평단 신청을 하고 검색을 해보았다. 일본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알려진 작가이며 대표적인 작품으로 《너도 찾았니?》, 《또! 너도 찾았니?》 등이 있다. 《숨은 고양이 찾기》라는 책은 《월리를 찾아라》와 비슷한 구성으로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워준다.

이번에 서평단으로 받은 책은 제목에서 짐작가능하듯이 동물들이 무언가의 흉내를 낸다. 그 흉내낸 것을 맞춰보는 게 아니라, 동물들이 무언가를 흉내낼 건데 어떤 것을 흉내낼 것인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먼저 상상하게 하고, 내가 상상한 것과 같은지 아니면 다른지 알아보는 것. 그 상상에 정해진 답은 없으며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은 구성이다.​

​시미즈의 다른 그림책에서도 그렇듯이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다 부드러운 곡선을 지니고 있다. 각 동물들의 특성을 잘 드러내지만 특히 동글동글한 선으로 그려놓아서 그림 전체가 부드러운 느낌이다. 색채 역시 알록달록 천연색이다.

​표지에 제목이 써 있다. '흉내쟁이 동물들'이라고. 띠지에 '오늘은 무슨 흉내를 낼까', '우리가 무엇으로 변할지 상상해봐!'라고 적혀 있다. 표지의 그림에선 토끼와 개구리가 당근 모양을 흉내내고 있다. 이처럼 두 마리, 또는 세 마리의 동물들이 모여서 무언가의 흉내를 내는 구성이다.

​표지를 넘기면 흉내쟁이 동물들이 등장한다. 선수 입장을 하듯 깃발을 들고 나온 동물들이 짝을 지어 먼저 물어본다. 펭귄 두 마리와 곰 한 마리. 곰이 손에 흰 종이 2장을 들고 있다. 그리고는 물어본다. 펭귄이랑 곰은 무슨 흉내를 낼까? 곰이 손에 든 흰 종이가 어떤 역할을 할 거 같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곰과 펭귄이 자동차를 흉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흰 종이는 차의 유리를 흉내낸 것이다.

악어와 새가 색연필을 흉내낸 것을 보면서 무릎을 쳤다. 곰과 뱀이 팬케이크와 아이스크림 흉내낸 것도 재미있었다. 동글동글한 몸매의 동물들이 이리저리 몸을 구부려 무언가를 흉내내고 이것을 상상해보는 것, 흉내내기 위해서는 대상을 제대로 지켜봐야 한다. 대상을 바라보고 그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흉내를 낼 수 있으며 흉내내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다.

영아부터 유치원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동물과 물건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다양한 물건들을 동원해 흉내쟁이가 되어보고 사물의 특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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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말놀이 말놀이 그림책
키즈콘텐츠클럽 지음, 김일경 그림 / 모든요일그림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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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 말놀이》팀이 다시 뭉쳐서 책을 펴냈다. 전작이 '응가'를 주제로 했었다면 이번 책은 '방귀'를 주제로 했다. 《방귀 말놀이》가 그것이다. 방귀로 어떻게 말놀이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응가 말놀이》에서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말잇기 노래로 글이 시작한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어디선가 방귀냄새가 난다. 냄새가 지독한 걸로 보아 아빠 방귀다. 방귀 냄새와 소리로 방귀 말놀이가 이어진다. 냄새가 나고 소리는 뿌아아앙이고 뿌아아앙 소리는 기차 방귀소리이고. 방귀 말잇기 놀이를 따라가다보면 우주선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다시 땅으로 내려와 황소들 방귀에 이르면 참았던 방귀가 나온다. '뿌우웅'. 시원하지만 민망한 표정을 지은 아이의 모습에서 책이 마무리된다.

방귀는 생리현상이기 때문에 나오는 게 당연하다. 책에서도 소개가 되지만 방귀를 참으면 배에 가스가 차고 배가 아파온다. 방귀를 참지 않는게 몸에 좋지만, 우리들은 방귀를 쉽게 뀌지 못한다. 방귀를 튼 사이라고 말하면 그만큼 허물없는 사이라고 받아들일 만큼 방귀는 뭔가 내밀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처럼 '살짝 뀌는 몰래 방귀'를 뀌는 사람이 많다.

책을 읽다보면 방귀에 대한 상식을 몇 가지 알게 된다. 고구마 같은 채소를 먹었을 때 방귀를 더 많이 뀌게 되고 냄새가 고약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지만(읽어주는 어른들 시선에서), 뱀도 방귀를 뀐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알았다. '아마존나무보아'라는 뱀은 위험이 닥쳤을 때 항문에서 악취가 나는 액체를 내뿜는다고 한다. 냄새가 나는 방귀의 대표격인 스컹크 얘기도 나오고, 우주선의 우주인들이 방귀를 참는 이유도 설명된다. 우주복에 방귀를 흡수하는 흡수기가 달려있다는 것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소들이 내뿜는 방귀에 메탄가스가 포함되어 있어 지구온난화에 한몫한다는 내용도 설명되어 있다.

'응가'처럼 '방귀'도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현상이다. 내 신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보고 싶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방귀 말놀이》. 《응가 말놀이》와 함께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거 같다. 방귀는 참지 말고 시원하게 뀌는 게 좋다는 것도.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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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는 동화 - 독창적 논술을 위한
조대현 외 지음, 안준석 그림 / 그린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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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로 하고 책을 받았는데, 차일피일 하다보니 시일이 지나버렸다. 하지 못한 숙제가 못내 마음에 걸려 책상 앞에 앉아 서평을 쓰려니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솔직히 이런 형식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동화들을 읽어도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언제부턴가 독서를 중요시하는 풍토가 생겼다. 그 자체로만 본다면 정말 환영할 일인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닥 환영할 만한 일이 못된다. 논술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다 보니 자연스레 독서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책을 통해 생각할 힘을 키우게 되고, 상상력과 창의력도 키워나갈 수 있을 거라는 어른들의 생각은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책을 권하는 것까진 그나마 나은데, 그 태도가 강압적이라는 것이다. 책읽기를 강요받은 아이들은 책읽기가 즐겁지 않다. 고역일 뿐이다.

아이들의 책읽기는 책읽기 그 자체에 그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후활동이 책읽기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건 인정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책읽기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스스로 책을 찾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키워야 하는데, 우린 가장 중요한 이 과정을 주로 생략한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독후활동에 먼저 노출되어 버리니 아이들이 쉽게 책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독후감을 쓰거나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책을 읽으라면 어른들도 부담스러워하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제목없는 동화>는 '독창적 논술을 위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논술때문에 고민을 해봤을 부모들이 한번쯤 손을 뻗어 책을 살펴볼 만한 제목이다. 더구나 동화를 읽고 아이들 스스로 제목을 짓게 한다든지, '나의 논술 블로그'라는 페이지에서 동화를 읽고 생각한 내용들을 적어볼 수 있게 한 구성은 더더욱 부모들의 시선을 사로잡겠구나 싶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우리 둘째에게 읽혀본 건밖에 없으니 솔직히 무어라 말은 못하겠다.  올해 4학년짜리 둘째는 반쯤 책을 읽고는 더 이상 잡을 생각을 안한다.

<제목없는 동화>에는 모두 9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연이 된 닥나무 이야기, 우리나라 땅에 박은 쇠말뚝을 없애기 위해 찾아온 일본인 이야기, 선비에게 들려주는 도공의 이야기, 개미가 된 한 남자 이야기 등 다양한 시선을 담은 동화가 실려 있다. 나름대로 잘 짜인 동화도 있고, 좀더 다듬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동화도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편집방향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교훈적이고 작위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논술을 위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줘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묻어두는 것이 더 좋았을 내용들이 표면에 드러나버리는 바람에 아쉽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본다면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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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왕릉 - 천년 왕국 신라의 역사로 들어가는 문, 과학과 상상력으로 만나는 우리 문화유산 3
이종호 외 지음, 정준호 그림 / 열린박물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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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한 건 실수했구나 하는 것뿐이었다. 얼마 전 아이들 학교에서 도서바자회를 했는데, 이 책을 판매했었다. 바자회 목록에 이 책을 넣었는데, 솔직히 책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알라딘 리뷰 평점이 괜찮게 나온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왕릉을 소개한 책이라기에 판매 목록에 책을 넣었다. 추가주문까지 넣을 만큼 호응도 무척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바자회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결코 목록에 넣지 않았을 거다. 의도는 좋았지만 몇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결함은 소제목 2장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금관이 발굴된 천마총이라니. 우리나라 최초로 금관이 발굴된 곳은 금관총이다. 경주 교동에서 금관이 발견되기는 했는데, 도굴로 발굴된 것이다보니 이 금관은 발굴연도를 정확히 모른다. 일제시대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금관발굴은 노서동 고분군에서 일본인들이 발굴한 금관총에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서봉총과 금령총 등에서 금관이 출토되었다. 모두 일제시대에 발굴된 것이다.

천마총 금관이 의의를 가지는 것은 우리나라 고고학자들이 최초로 발굴을 했기 때문이다.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에서 나온 금관은 일본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주도했다. 교동에서 나온 금관 역시 일본인이 도굴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분발굴이 몇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해방이 되었을 때 발굴기술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실정이었다. 일본 고고학자 한 사람이 남아 우리나라 학자들에게 발굴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껏 있어왔던 발굴들은 한참 더 시기를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른다.(여기에 관한 내용은 조유전의 <발굴이야기>에 자세히 나온다.)

어쨌든 우리나라 최초로 금관이 발굴된 곳이 천마총이라면 나머지 금관들은 언제 발굴이 되었단 말인가. 경주에 있는 고분발굴은 70년대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하늘에서 떨어졌단 말인가.

내용에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순장에 대해서 다룬 부분인데, 지증왕이 순장을 금지하기 전까진 순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로 황남대총 남분에서 순장자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순장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기록에 거의 나와있지 않아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학계에서는 대체로 가사상태로 무덤 속에 순장했거나 무덤을 닫기 전 모종의 행위를 통해 순장자의 목숨을 앗지 않았을까 보고 있다. 가사상태라면 무덤 속의 희박한 공기탓에 서서히 질식했을 것이니까. 20쪽의 그림에서 보듯이 그렇게 순장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기록상 순장자는 5명 정도였던 것으로 나온다. 한명이 아니라.

더군다나 왕비의 무덤 속에 함께 순장할 궁녀를 걱정하는 신료이야기라니. 순장은 당시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의식이었다. 순장이 금지된 건 그 무렵 들어온 불교와 당시 활성화되기 시작한 논농사 등으로 인한 인식전환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황남대총 북분에서 순장자의 유골이 발굴되지 않았다고 해서 순장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황남대총과 같은 합장의 형태는 '왕과 왕비를 어찌 함께 묻을 수 있는가? 그건 불충이다'라는 신하들의 충정에서 나온 게 아니고, 무덤 자체가 크다보니 합장을 하고 싶어도 합장을 할 수 없어서 나온 하나의 방편이다. 천마총을 만드는 데도 거의 100일이 걸렸다고 하는데, 황남대총의 남분은 그보다 더 규모가 크다. 조성에 엄청난 시간과 인력이 들어갔을 거라는 건 명약관화하다. 합장을 하려면 그 무덤을 다시 헐고 묻어야 되는데 시간과 인력, 금전적인 영향을 고려했을 때 합장을 하는 건 비합리적인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능선을 같이 쓰는 것이다. 남분 옆에 무덤자리를 조성하되 능선을 엮어서 한 무덤처럼 보이게 하는 것. 황남대총의 표주박같은 모양은 그래서 나왔다.

이야기가 자꾸 길어진다. 기대하고 봤는데 오류가 너무 많이 눈에 띄니까 그런 모양이다. 경주 대능원은 대능원으로 묶이기 전까지 황남리 고분군으로 불렸다. 70년대 경주사적지 조성작업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고, 현재 23기의 무덤이 관리되고 있다. 250여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능원에 있는 왕릉 크기의 고분 250기가 존재하려면 그 일대가 모두 고분으로 뒤덮여야 한다. 대능원과 노서동, 노동동 일대의 고분을 다 합쳐도 50기가 넘지 않는다. 

 표지그림도 오류다. 왕릉 주변에 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고려가 들어선 이후의 일이다. 왕성 바로 앞에 왕릉을 만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왕릉 바로 앞과 뒤에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대능원 주변에 100기가 훨씬 넘는 무덤이 존재했을 거라는 발굴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대능원과 노서동, 노동동 일대는 왕족의 무덤이 있던 특별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왕족의 무덤 사이에 집이 들어서는 걸 누가 용인할까. 무덤 사이사이에 집이 들어선 것은 무덤이 관리되지 않고 무너지기 시작하면서일 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표지그림처럼 기와집 사이에 왕릉이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야기한 것들은 경주왕릉을 전공하는 학자에게 한번만 고증받았더라면 사전에 다 바로잡았을 오류들이다.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 아니다.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들려주는 데 있다. 상상력은 그 있는 사실과 사실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을 연결하는 하나의 연결고리여야 하는 것이지 있는 사실조차 잘못되게 알려주는 건 아니다. '과학과 상상력으로 만나는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고증을 받아서 다시 출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내용이 잘못된 정보 몇 가지로 인해 좋지 않은(?) 책이 되어버린 게 너무 아쉽다.

더불어 책을 살펴보지 않고 바자회 목록에 올린 탓에 오류가 있는 책을 모른채 구입한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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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0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증이 부족한 책이었군요. 정확한 정보 고맙습니다.
책을 고르다보면 실수다 싶은 때가 가끔 있지요..
달아이님, 새단장된 서재 멋있어요^^

조선인 2007-06-0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리뷰에요. 경주에 관한 책을 살 때는 꼭 님에게 자문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달아이 2007-06-0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서재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뀌었군요. 적응하려면 시간이... ^^
혜경님, 책 고르다 실수하는 건 괜찮은데, 아무래도 바자회 책이다 보니...
조선인님, 그렇다고 경주에 관한 책 모두 읽은 건 아니랍니다.^^
 
샘물 세 모금 창비아동문고 226
최진영 지음, 김용철 그림 / 창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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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최근에 재미있는 책 한 권 읽었는데, 너희도 읽어볼래? 이 책이야, 최진영이 쓴 <샘물 세 모금>. 준우라는 아이가 도깨비 돌쇠와 왕할머니에게 줄 샘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란다. 응? 또 도깨비 이야기라구?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는 게 많더라니, 도깨비 이야기라서 그랬나 보다.

왜 도깨비 이야기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해 줄 말은 없어. 그냥 어려서부터 도깨비 이야기 듣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할 뿐이란다. 도깨비 이야기를 다룬 책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거야. 좋아하는 걸 무엇으로 말리겠니 ^^ 김열규라는 할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어쩌면 엄마 마음 속 깊은 곳에 도깨비가 터를 잡고 살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먼 옛날부터 한국인의 마음 속에 터잡고 살아온 도깨비가 엄마 마음 속도 터를 잡아 나 좀 바라봐 하고 옆구리 찌르고 있는 건지도 몰라.

사실 너희들도 도깨비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잖아. 우리가 상상 속에서든 책 속에서든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존재들 중에 도깨비만큼 무궁무진한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도 드물거든. 뚝딱 두드리기만 해도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다른 이야기도 많이 알려져 있단다. 밤새도록 씨름하는 도깨비 이야기나 쓰기만 하면 모습이 사라지는 도깨비 감투 이야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 하룻밤새에 다리를 놓는 놀랄 만한 능력을 보이는가 하면, 땅을 떼어가겠다며 밤새 말뚝에 달아놓은 밧줄을 잡아당기는 어수룩함을 보이는 것도 도깨비란다. 신이한 재주를 보이는가 하면 사람 혼을 쏙 빼놓는 장난을 일삼기도 하는 도깨비들, 도깨비가 보여주는 그 다양성이 엄마를 사로잡는 건지도 몰라.

그런데 요즘은 도깨비 모습이 점점 고정되어 가는 느낌이야. 우리 옛이야기나 전설 속에서 보이는 도깨비들은 딱히 이런 모습이다 라고 고정된 모습이 없었어. 그저 도깨비를 보는 사람 시선에 따라 구척장신이 되기도 했고 땅강아지처럼 작은 모습이 되기도 했단다. 기껏해야 노린내가 나거나 피부가 까칠하거나 패랭이를 쓰고 있거나 그런 정도였지.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도깨비들은 방망이를 들고 있고 머리에 뿔이 나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지. 일본 도깨비 오니의 영향을 받아서라고 해. 딱히 모습이 정해지지 않은 우리들의 도깨비가 내심 그리웠는데, 이 책을 만난거야. 뿔 달리지도 않고 방망이를 들고 다니지도 않는 도깨비. 와, 오니의 모습을 하지 않은 도깨비가 나왔구나. 정말 반갑다.

도깨비에 대한 색다른 해석도 마음에 들었어. 사람이 오래 사용하던 물건에 정이 깃들어 도깨비가 나타나는 게 아니고, 사람이 오래 사용하던 물건을 좋아해 도깨비가 그 속에 깃들여 사는 거라는 해석. 아주 오래전부터 도깨비와 사람이 함께 살아왔으니 이 정도 색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어. 돌쇠가 활동하는 시간대가 낮이라는 점이야. 도깨비는 어스름이 질 무렵 나타나 어스름이 사라져갈 무렵 사라지는 존재거든. 어떻게 보면 도깨비는 경계에 선 존재라고 볼 수 있어. 낮과 밤, 이성과 감성, 빛과 어둠, 양과 음 등등. 이 경계에 서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혼란을 주기도 하고, 심판을 내리기도 하는 존재가 도깨비란다. 엄마는 도깨비가 서 있는 그 자리가 어쩌면 도깨비의 정체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 그래서 경계가 드러나지 않는 돌쇠가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래도 이만한 도깨비를 만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황선미의 <샘마을 몽당깨비> 이후 처음인 것도 같으니 정말 오랜만이지? 엄마 말이 너무 길었네. 이 책엔 도깨비만 나오는 게 아냐. 구미호도 나오고 이무기도 나와.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여기 둘테니까 한번 읽어봐. 돌쇠가 웃는 웃음소리가 어떤 소리와 비슷할지 찾아보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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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03-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쓰신 리뷰 잘 읽고 갑니당~ ^^

달아이 2007-03-0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죠? 감기 조심하세요.

2007-03-16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아이 2007-03-1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