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동화 - 독창적 논술을 위한
조대현 외 지음, 안준석 그림 / 그린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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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로 하고 책을 받았는데, 차일피일 하다보니 시일이 지나버렸다. 하지 못한 숙제가 못내 마음에 걸려 책상 앞에 앉아 서평을 쓰려니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다. 솔직히 이런 형식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동화들을 읽어도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언제부턴가 독서를 중요시하는 풍토가 생겼다. 그 자체로만 본다면 정말 환영할 일인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닥 환영할 만한 일이 못된다. 논술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다 보니 자연스레 독서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책을 통해 생각할 힘을 키우게 되고, 상상력과 창의력도 키워나갈 수 있을 거라는 어른들의 생각은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책을 권하는 것까진 그나마 나은데, 그 태도가 강압적이라는 것이다. 책읽기를 강요받은 아이들은 책읽기가 즐겁지 않다. 고역일 뿐이다.

아이들의 책읽기는 책읽기 그 자체에 그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독후활동이 책읽기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건 인정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책읽기를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스스로 책을 찾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키워야 하는데, 우린 가장 중요한 이 과정을 주로 생략한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전에 독후활동에 먼저 노출되어 버리니 아이들이 쉽게 책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독후감을 쓰거나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책을 읽으라면 어른들도 부담스러워하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제목없는 동화>는 '독창적 논술을 위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논술때문에 고민을 해봤을 부모들이 한번쯤 손을 뻗어 책을 살펴볼 만한 제목이다. 더구나 동화를 읽고 아이들 스스로 제목을 짓게 한다든지, '나의 논술 블로그'라는 페이지에서 동화를 읽고 생각한 내용들을 적어볼 수 있게 한 구성은 더더욱 부모들의 시선을 사로잡겠구나 싶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우리 둘째에게 읽혀본 건밖에 없으니 솔직히 무어라 말은 못하겠다.  올해 4학년짜리 둘째는 반쯤 책을 읽고는 더 이상 잡을 생각을 안한다.

<제목없는 동화>에는 모두 9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연이 된 닥나무 이야기, 우리나라 땅에 박은 쇠말뚝을 없애기 위해 찾아온 일본인 이야기, 선비에게 들려주는 도공의 이야기, 개미가 된 한 남자 이야기 등 다양한 시선을 담은 동화가 실려 있다. 나름대로 잘 짜인 동화도 있고, 좀더 다듬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동화도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편집방향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교훈적이고 작위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논술을 위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줘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묻어두는 것이 더 좋았을 내용들이 표면에 드러나버리는 바람에 아쉽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본다면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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