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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뚱뚱하다 ㅣ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평점 :
친정 엄마는 우리가 가면 아이들을 앉혀놓고 먹을 것을 챙겨주기 바쁘다. 아이들이 아무리 배부르다고 해도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줄줄이 무언가를 꺼내온다. 안줘도 된다고 하면 화를 버럭 낸다. 애들 먹어야 하는데 엄마가 돼서 못먹게 한다고. 외할머니를 보고 오는 날, 우리집 아이들은 저녁을 건너 뛰거나 간단하게 먹고 지나갔다.
먹을 게 부족한 시기를 지내왔던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 먹는 것을 보면 좋아한다. 아이들 배가 빵빵하게 불러와야 제대로 먹였다고 생각한다. 얼굴살이 통통하게 올라와야 이쁘고 귀엽다고 생각한 친정 엄마 세대와는 달리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너무 먹어서 비만이 올까봐 걱정한다. 예전과 달리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졌고, 달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시국을 지날 때 운동량이 줄어든 아이들의 비만도가 높아져 뉴스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승한이 글을 쓰고 한태희가 그림을 그린 《나는 뚱뚱하다》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는지를 아는 아이. 주변 어른들이 음식 잘 먹는다고 좋아해주던 아이가 어느 날,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내가 뚱뚱하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둘째 이모 때문이다. 제방이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예뻐해주던 이모였는데, 씻고 나온 제방이가 팬티만 입고 이모에게 달려가자 표정이 바뀐다. 제방아, 네 배 봐라. 그게 사람 배냐?
제방이가 자신의 몸 상태를 두 번째로 깨닫게 된 것은 축구경기를 하면서이다. 사람 수를 맞추기 위해 축구 경기에 참여하게 된 제방이. 친구들은 제방이에게 공을 패스해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수비를 하려던 제방이가 그만 넘어지고 만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운동장에 넘어진 제방이를 본 친구들은 허리를 굽혀 웃는다. 제방이를 걱정해주는 것은 단짝친구 영길이뿐이다. 하지만 제방이는 친구들의 웃음 소리보다 같은 반 여자아이, 진아의 눈길에 더 신경이 쓰인다.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진아의 눈빛.
제방이가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있다. 체육시간, 뜀틀을 넘은 제방이가 화장실에 갔을 때 일이다. 화장실 밖에서 진아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들어보니 자기 이야기이다. 나는 사람 살이 그렇게 떨리는 거 처음 봤어. 나도. 진짜 돼지 한 마리가 날고 있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제방이가 결심을 한다. 다이어트를 하기로. 과연 제방이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데, 책으로 먹방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 작가는 제방이가 먹는 장면을 정말 세세하게 묘사한다.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을 때는 물론이고, 김치찌개에 밥을 먹더라도 한상을 예쁘게 차린다. 먹음직스러운 한상을 차려서 맛있게 먹는 제방이. 혼자 밥상을 차려 먹어도 이렇게 먹어야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족들이 밖에 나간 사이 혼자 밥을 먹게 되면 대충 차려서 먹는 일이 많다. 제방이를 보면서 먹을 때는 먹는데 진심을 기울여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제방이는 책에서 초등학교 5학년으로 나온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할 나이이고, 외모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할 나이이다. 먹는 걸 좋아해서 뱃살이 나와도 신경쓰지 않던 제방이도 친구들의 시선에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제방이가 그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욕구를 조절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준다.
사실 다이어트는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많고, 다이어트를 멈춘 뒤 요요현상을 겪었다는 사람들도 많다. 먹지 않으면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인지라 다이어트는 어쩌면 평생의 숙제일 수도 있다. 그럴 때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을 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제방이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스스로 그 방법을 깨닫는다. 여전히 먹을 것을 좋아하지만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움직이려고 한다. 그런 제방이의 얼굴이 밝아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제방이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의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욕구를 조절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외모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권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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