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한 정치인의 보좌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 때문에 정부 정책과 관련된 여러 세미나를 수도 없이 참석 하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면, 좋은 정책은 넘쳐나는데, 결정적으로 홍보 예산이 없어서 국민들은 잘 모른다는 것!

여행바우처를 포함한 근로자를 위한 수많은 지원 정책도 그랬고, 중소기업 수출을 돕기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경쟁하듯 쏟아져 나왔는데, 정작 혜택을 받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사실 확인을 몇 번씩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근로복지공단이나 중소기업청에 눈부신 정책들에 우리나라가 드디어 선진국이구나 싶을 정도였는데, 사실이냐며 왜 잘 알려지지 않는냐는 나의 질문에 하나같은 답변들은 '홍보예산 부족'이었다. 그때는 내가 모시는 의원도 (비록 좌파성향이긴 했으나) 한나라당 소속이고 했으니 정말 그 정부가 무능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이 했었다.

이런 생각에 딱 어울리는 이용호 화백의 만평을 보니 그 때의 반기억이 새록새록...




그 좋던 정책들도 이제 하나둘씩 눈에 보이지 않고, 대중의 공간들에는 쏟아지는 정부와 자치단체, 기관들의 홍보물이 넘쳐 난다. 기업 광고 보다 많이 보는 느낌이다.

프로파간다의 진화...
맨발로 대선 홍보했던 잘생긴 놈 하나...
괴벨스의 환생을 보는 느낌으로 한국형 벨아미의 승승장구를 지켜 본다.

씁쓸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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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1순위...
며칠 간 뉴스에서는 평범한 어떤 화장실 변기 사진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어린 소녀의 수술 부위 사진이 나오고, 익명 처리된 아버지의 인터뷰 자막이 흐르며, 천사표 블로거들은 회복이 영구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의료진의 견해에는 아랑곳 않고 나영이의 회복을 기원한다는 상투적 멘트로 각종 뉴스와 사진들, 심지어 나영이 주변인들의 사생활 추적까지 열심히 퍼다 나르는 친절을 벌이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별다른 내용도 없이 비장한 표정으로 국민 공감대를 형성시켜 내자마자...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G20 자화자찬을 다루는 듯이 단순한 변방의 사건이 아닌 세계 속의 성폭력 사건으로 확대시켜 전국민과 공감대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호재를 만난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다. 그의 노력에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명절 교통 상황 다루듯이 각종 뉴스 채널이 심도 깊게  이 사건을 거론하는 걸 보니 이 정권은 이번 추석 연휴의 핵심 이슈로 이른바 나영이 사건을 선택한 것 같다. 참으로 호재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고, 사대강 난개발 문제나 각종 말도 안되는 자화자찬은 묻어 두고라도... 국민들의 시선을 이처럼 단순하게 통제할 수 있는 사건이 생겨난 데에 잔치라도 하는 마냥 호들갑니다. 이번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영원히 사라져야할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어린이들까지 나영이의 신체 구조와 인간의 장기, 정액과 애널섹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늘어 놓는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축제의 계절에 고작 한다는 것이 온가족이 모여 앉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열 살도 되지 않은 한 소녀가 당한 비극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이 나라에 사형보다 더 극심한 형벌이 필요하다느니 천하에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늙은이가 있다느니, 도저히 용서 하지말고 갈갈이 찢어 죽여야 한다느니, 피해자인 나영이를 위해서는 별다른 대책도 내세우지 않으면서 공공의 적으로 늙은 변태인간 하나를 만들어 냈다. 명절에 노인들 얼굴들기 부끄러울까 걱정된다. 물론 찢어 죽여 마땅한 놈들이야 여기저기 널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누구를 위한 분노란 말인가?
밝은 달을 보면서 전국민 우민화 정책이 너무도 잘 먹혀들어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권의 수뇌부가 나서서 돌아가며 한 마디씩 뉴스에 나갈 성명을 발표해대는 데에 분노가 치민다. 나영이 가족도 그것을 원한다면 이해 할 수 있겠으나 과연 그럴까?

나영아, 미안하다.
아저씨는 나영이의 안타까운 소식에 어찌할 방법도 못찾았으면서 너를 이용해서 국민들을 선동하는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극단적 파시즘의 국민들에 분노를 금할 수 없구나.

나영이 사건을 속속들이 모르면 신문도 안보는 무식쟁이고, 나영이 사건에 분노하지 않으면 몹쓸놈 취급받을 지도 모르는 일방통행 대한민국...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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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9-10-0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초면에 불쑥 공격적인 댓글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만,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제대로 읽은 거라면, 그 사건에 분노하는 건
정권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잘못된 일이라는 것 같은데요,
정권의 이용과 별개로 전 국민들이 더 많이, 더 오래 분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유아성폭행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나고
재판관들이 더이상 정상참작을 할 수 없도록
법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서운 건 이 순간에도 유아성폭생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거지,
전국민이 분노하는 현실은 아닙니다.

동탄남자 2009-10-02 14:50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낸 것은 맞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이 또한 이슈지만)사형제도에 반대하는 관점에서 이 이야기에 접근했답니다. 용산참사나 기타 시급해 보이는 현안에는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정부가 법치주의를 내세우면서 살인,강간,강도 등의 사건으로 분노하는 국민들에 편승하여 가는데에 대한 접근법입니다.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오.
 

조금 늦게 집을 나선 출근길...
속이 몹시 불편했다. 평상시처럼 아침 식사로 과일과 김치에 잡곡밥만 먹었을 뿐인데...
참고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S역에 내려 화장실을 찾았다. 온몸에 땀이 흐르고 괄약근을 힘겹게 통제하는 어색한 걸음걸이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다가 늦지 않게 화장실을 찾았다. 겨우 화장실에 도착하여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으나 기쁨은 잠시 뿐, 화장지가 없었다. 읽고 있던 책(벨아미)을 찢어 쓸 수도 없는 법... 도움의 손길을 뻗을 상대마저도 없었다.

화장실 입구의 자판기, 그리고 고약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지키고 있던 매점...
불행하게도 내 지갑에는 달랑 오만원 권 지폐만 한 장만 있었다. 자판기는 말이 없었고 매점에선 곤란하다고 했다. 5만원 권 지폐로 닦을 수도 없는 이유는 경제성과 용량적인 측면을 비롯하여 최소한 열 가지도 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참아버렸다.
아닛, 그런데! 참을 수 있구나......
저주받은 곱창인줄 알았는데, 그냥 스트레스성 배탈이었단 말인가?
침으로 죽을 듯 괴로웠는데, 5만원 권 신사임당이 내게 큰 자제력을 선사한 하루였다.

5만원권이 차별받지 않는 그 날을 기대 하기엔 이 땅의 물가가 걱정되었다.


- 추석 연휴를 맞아 모두 다 퇴근한 사무실에서, 잡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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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의 달력을 펼치며...
 

그리고, 3년 전 10월의 달력을 다시 보니...



열락(悅樂)이 사람의 마음을 살찌게 하되 그 뒤에다 '모름다움'을 타버린 재로 남김에 비하여 슬픔은 채식(菜食)처럼 사람의 생각을 맑게 함으로써 그 복판에 '아름다움'[知]을 일으켜놓습니다. 야심성유휘(夜深星愈輝), 밤 깊을수록 광채를 더하는 별빛은 겨울 밤하늘의 '지성'이며, 찬서리 속의 황국(黃菊)도, 풍설(風雪) 속의 한매(寒梅)도 그 아름다움의 본질은 다름아닌 비정한 깨달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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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션 채험단 도전!! 오늘까지 신청을 받는군요. 제 아내가 도전하더군요. 방금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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