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백화점에서 이쁘게 잘 차려입은 여성의 이야기를 얼핏 듣게 되었다.
    내용인즉, 자신이 마음에 드는 옷이나 쥬얼리를 직접 사고 싶은데 남편이 돈을 안 준단다.
    그리고는 남편이 옷이며 장신구며 다 사다준다고 한다.
    어찌보면 나이를 먹었어도 한결같이 아내사랑하는 애처가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여성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었다.
    고작 몇 만원 밖에 안 하는 반지를 사고 싶지만 못 사서 그저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그 표정이 안 되 보였었다. 애써 웃음을 지으며 다른 곳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과연 저 이쁜 옷이 저 여성이 원하는 옷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남편은 계절마다 새로운 옷, 새로운 장신구, 새로운 구두, 새로운 가방 등을 계속해서
    사고 싶어하는 아내더러 사치다, 낭비다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고,
    어떤 남편은 자기가 마치 코디네이터인양 이렇게 저렇게 아내를 꾸미고 싶어서 몸살이
    나 (귀찮아하는 아내를) 휴일날 굳이 백화점까지 끌고 와서 혼자 신이 나기도 한다. 

    여성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보통 후자의 남편을 더 원하리라 생각하지만,
    여성의 취향이나 의견따위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대리만족을 위해서 꾸며주려고만 한다면
    후자의 남편도 그다지 좋은 상은 아니지 싶다. 

    자신의 애인을 혹은 아내를 꾸며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남자들은 자신이 하지 못 하는 것을
    대신하며 느끼는 대리만족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 누나들이나 소꿉친구들이 인형놀이 하는
    것을 같이 했거나 같이 못 해서 부러워하며 컸던 것일까? -_-
    아니면, 남자들도 자신을 이쁘게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 지랄같은 근대 사회의
    '남성상의 기준' 때문에 그러지 못 하는 것의 한풀이를 대신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쪽은
    내 경험상 남자쪽이 우월하게 많았다.
오히려 여성들은 자신의 아바타가 늘 파란 치마에 하얀
     나시티만 입고  있든 거지꼴을 하든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현실에서야 반대이지만...) 
     

    어떤 남성은 나에게 인터넷 뉴스에서 보았다며, 20억짜리 다이아 브래지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이 부분에서 보통 여성들은 '하여간, 남자들은...'하고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남성
    에게서 받았던 느낌은 그런 선정적인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이 너무나 예뻤고 돈만 있으면 어느 여성이나 더 화려하게 마음대로 자신을 꾸미지 않을까,
    하고 오히려 부러워하는 안색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작의 수컷처럼 남성들도 자신을 이쁘게 꾸미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사는 것이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아내를 멋대로 꾸미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아내나 애인 또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이 분명 있을테니까. 

    어떤 남성은 혼자 마트며 백화점이며 돌면서 '이것이 아내에게 어울릴까'하고 고민하며 쇼핑을 한다.
    안타깝게도 대체로 그들은 자신의 눈에 이쁜 것을 고른다. 즉,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말이다.
    과연 집에 갔을 때 아내가 '어머,잘 샀어~'라고 할까. '왜 또 사 들고 와~!'라고 핀잔을 주지 않을까.
    나는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해서 백화점도 잘 가지 않는데, 가끔씩 시간을 떼우러 들어가다 보면 재밌는
    광경을 보곤 한다. 아내와 남편이 같은 매장에서 서로 다른 옷이나 장신구를 만지작거린다는 것이다.
    여성의 물건에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만지작거린 주제에 정작 아내가 남자 옷을 사준다며 코디를 해줄
    때는 그저 아내가 '이게 어울려, 이거 입어'하면 군말없이 받아들이곤 한다. 

    요즘은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이쁘거나, 성별이 뭔지 구분이 안 가는 중성적인 외모가 많다.
    누군가는 나에게, (굳이 날 쳐다보며 말할 필요도 없건만 -_-)
    '요즘 남자들이 여성스러워지는 것 혹은 여자들이 남성스러워지는 것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와서 그렇다'
    라고 말했다. (미안하다, 난 처음부터 외계인이었다...ㅡ.,ㅡ^)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플라스틱 제품을 즐겨 사용했으며 먹는 음식 또한 그다지 건강하지 못 하는 쪽으로
    많이 흘렀기에 환경호르몬의 폐해를 입기 시작하면 모든 생물의 유전자는 여성성으로 돌연변이 일으킨다고
    어떤 학자의 논문을 읽은 건지 침 튀기며 설명을 했다.
    그 생물학적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남성 우월주의 시대가 한풀 꺾이고 유니섹스 비주얼이 유행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남성들은 겉으로 내세우든 속으로만 만족하든 확실히 예전보다 여성스러운 무언가를
    선호하는 것에 결코 인색하지 않다.
    그러나 아직은 미래 배경을 한 코메디 영화에서처럼 '일상에서도' 남자들이 마음껏 '이쁘게' 꾸미는 시대는
    아니기에 자신의 아내를 꾸미면서 대리만족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함께 아름다워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아내가 애완동물이나 소유물이 아닌 것처럼 그녀들의 의견도 참고해서 꾸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는데...'하는 속마음을 담은 그녀들의 눈빛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본 적이 있다면
    '이게 당신에게 어울려'하고 무조건 우기기만 하는, 껍질만 애처가인 남편은 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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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10-11-1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외계인의 시각으로 풀어낸 남녀 또는 커플 간의 인식 차이. 추천합니다.
우리 남편은 이제 제 취향을 대충 파악했으므로 암껏도 권하지 않아요. 참 쓸쓸한 일이죠. ㅋㅋ

L.SHIN 2010-11-16 13:54   좋아요 0 | URL
어이쿠, 대충 파악했으면 알아서 사 오시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