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주 기행 - 천사의 몫
일본 Foodies TV 엮음, 신준수 옮김 / 역사넷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술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술이 가지는 그 깊이와 역사와 세월의 시간을 좋아한다.
  더불어 그 술만이 가지는 낭만적인 이야기까지. 
  그래서 공장에서 팍팍 실시간 찍어내는 소주나 맥주보다
  깨끗한 병에 담아 누군가의 가슴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최소 12년에서 수십 년의
  오랜 시간동안 장인의 정성스런 보살핌 아래 숙성되어 세상에 태어난 위스키나
  꼬냑, 와인 등이 좋다.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든 명주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제각각
  우여곡절도 많았고, 매장될 뻔한 적 있는 위험이나 어려움도 있었고,
  몇 세대에 걸친 제조주들의 땀과 눈물과 힘겨움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술 답게 가장 깨끗한 자연수에 몸을 담고, 엄격하고 정밀한
  제조 과정, 뛰어난 품질의 원료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자부심까지 있다. 

  누구에게나 술과 함께한 추억이나 자신만의 이야기들이 있다.
  나 역시, 맥주나 소주, 전통주와 함께한 추억들이 지금 당장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술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오늘은 이 책을 핑계로 내가 처음 만난 위스키, 꼬냑, 와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20대 초반, 지금보다 한참이나 성장하지 못한 철 없던 시절,
  그리고 무척 외롭고 방황하던 시절,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도 갈 수 있는, 그러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곳'인
  째즈바를 거의 매일같이 다닌 적이 있었다.
  언더락 잔의 위스키를 고작 두, 세 잔 먹으면서 몇 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 있는다 해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 곳.
  이따끔씩 내 재떨이를 비워주거나 "한 잔 더 드릴까요?" 라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바텐더가 있는 곳.
  때로는 옆에 앉아 있는 누군지 모르는 초면의 사람이 술 한 잔 사주기도 하는 곳.
  내게 있어 BAR는 고독을 혼자서 씹으며 담배와 째즈와 위스키와 사랑에 빠진 곳이다.
  그러다보니 하나, 둘 위스키의 종류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술에 대해 관심도 생겨졌다. 

  인간의 역사에서 술은 늘 빠지지 않았다.
  술은 종교 의식에서도, 축제에서도, 슬픔 속에서도, 특별한 행사 속에서도, 지도자를 암살하려는
  어두운 시대에서도, 전쟁으로 마을도 몸도 마음도 폐허가 된 이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되었던
  곳에서도 늘 인간과 함께 했던 것이 술이다.
  술, 그것은 인간에게 행복과 절망을 함께 주기도 하는 양면의 얼굴을 한 특별한 것. 

  지금까지 내가 '술을 즐기는' 수박 겉 핥기식의 무지막지하게 무식한 '술꾼'이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는 '조금은 술에 대해 알아가는' '초보 애주가'쯤 되었을까.
  그 정도로 이 책은 세계 가장 유명한 술에 대해 너무나 친절히, 그리고 재밌는 문체와 사진들로
  누구나 쉽게 술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위스키, 데낄라, 보드카, 진, 럼, 와인, 꼬냑 등 다양한 술에 대해 브리핑 하고자 유명주의 원산지를
  직접 방문하며 쓴 이 책이야말로 '초보 애주가'는 물론이고 술과 관련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술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정한 끈 하나 연결이 얼마나 쉽게
  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역사와 깊이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쯤은 알아두자.
  그 술 이야기 하나로 또 다시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연이나 만남이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니까.(웃음) 

  멋진 술과 함께 하는 내 인생이여, 오늘도 브라보~!
  오늘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날려주는 윤할제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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