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한 이불 속

  적당히 먹기 좋은 온도의 맛있는 커피

  짭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의 오뎅 혹은 우동

  차가운 발에 닿는 뜨거운 물에 느끼는 전율

  쾌청한 밤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과 선명한 달

  겨울 밤이어야만 맡을 수 있는 밤 냄새 그리고 담배 맛

  겨울에만 듣는 '알렉산더 이바노프'의 서정적인 노래들

  아침이든 밤이든 아무 때나,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라면의 그 완벽한 맛

  그리고 길고 긴 어둠

 

  꽤 오래, 태양을 보지 못했다.
  아주 짧게나마 밖에 잠깐 있는다 해도 늘 보는 것은 겨울의,
  도시의 삭막하면서도 은은한 가로등 가득한 밤 뿐.

  마치 내가 [다크 시티]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
  늘 저녁만 있는 도시. 어둠만 존재하는 도시.
  그 영화는 마지막 잠깐 몇 분을 제외하고는 내내 어둠뿐인 도시를 그렸다.
  그래서 "저렇게 살면 끔찍할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15년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영화를 보았을 때 만큼 암울하거나 걱정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왜?
  마음만 먹으면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런 자만은 이제 버리고
  오늘은 태양을 만나러 가야겠다.

  태양이 나를 위해 두꺼운 겨울 구름을 뚫고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어두운 색 뿐인 거리만 볼 수는 없잖아.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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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1-2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일간 백야현상으로 밤이 찾아오는 알래스카 도시에 흡혈귀의 침입을 그린 영화 "30데이즈 오브 나잇"은 길어진 밤 그 자체가 바로 공포를 표현해주고 있다지요..^^

L.SHIN 2008-11-23 06:15   좋아요 0 | URL
아아~!! 저도 전에 그 영화 봤습니다! 정말이지 한 번도 낮이 안 나오더군요.^^
재밌게 봤던 영화, 덕분에 생각 났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