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한 이불 속
적당히 먹기 좋은 온도의 맛있는 커피
짭짤하고 시원한 국물 맛의 오뎅 혹은 우동
차가운 발에 닿는 뜨거운 물에 느끼는 전율
쾌청한 밤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과 선명한 달
겨울 밤이어야만 맡을 수 있는 밤 냄새 그리고 담배 맛
겨울에만 듣는 '알렉산더 이바노프'의 서정적인 노래들
아침이든 밤이든 아무 때나,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라면의 그 완벽한 맛
그리고 길고 긴 어둠
꽤 오래, 태양을 보지 못했다.
아주 짧게나마 밖에 잠깐 있는다 해도 늘 보는 것은 겨울의,
도시의 삭막하면서도 은은한 가로등 가득한 밤 뿐.
마치 내가 [다크 시티]에 나오는 주인공 같다.
늘 저녁만 있는 도시. 어둠만 존재하는 도시.
그 영화는 마지막 잠깐 몇 분을 제외하고는 내내 어둠뿐인 도시를 그렸다.
그래서 "저렇게 살면 끔찍할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15년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영화를 보았을 때 만큼 암울하거나 걱정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왜?
마음만 먹으면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런 자만은 이제 버리고
오늘은 태양을 만나러 가야겠다.
태양이 나를 위해 두꺼운 겨울 구름을 뚫고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어두운 색 뿐인 거리만 볼 수는 없잖아. 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