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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ㅣ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3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김서정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6월
평점 :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6월 12일
가끔씩, 산책을 하다가 발견되는 떠돌이 개를 볼 때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스스로 집을 뛰쳐 나갔든,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든간에 -
자신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저 개는 지금 행복할까.
자유라는 이름 하에.
배 따뜻하고, 가끔씩 주인이 놀아주고, 굶주림에 대한 걱정 없이 사는 개와,
(물론, 모든 개들이 사람과 산다고 해서 좋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보고, 느끼는 나그네와 같은 개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한가.
인간이 주는 편안함과 보살핌에 대한 것을 맛 보지 못한 야생 개라면 당연히
자유와 함께 사는 쪽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
비록, 항상 배불리 먹을 수 없고, 자신보다 더 강한 자와의 목숨을 내 놓는 싸움이
가끔씩 일어나는 힘든 환경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자유와 자연을 눈에, 그리고 가슴에 담은 자는 얼마나 멋진가 !!
그러나 인간과 살다가 버림받아 도시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떠돌아 다니는 유기견의
입장은 다르지 않은가. 그들은 '사냥을 할 수 있는 좋은 골격의 몸을 가진 짐승'으로
태어났음에도 -
눈 뜨기 전부터 인간의 보살핌 아래, 인간이 주는 '익혀진' 음식과 애정을 먹고 자란
그들은 들쥐 한 마리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저 멀리 서서 인간을 쳐다 본다.
야생 개의 무리들에 끼지도 못하고, 다시 인간의 품안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가엾은 존재.
이따끔씩, 그들의 눈 안에 내가 있는 것이 보인다.
안데르센의 동화 '나이팅게일'에서는 두 마리 새가 나온다.
자연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복한 진짜 새.
인간의 기교로 만들어진, 태엽에 의해 노래를 부르는 새.
자신이 하늘의 아들이고, 세상이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던 최고의
권력을 자랑하는 중국의 황제가 자신의 궁궐 근처 숲에서 아름답게 노래 부르기로
소문난 새를 잡아오라 명을 한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새의 소리는 황제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사유욕을 발휘한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황금 새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인간은 끝이 욕심으로 가득 찬 어리석은 동물 아니던가.
진짜 새보다 훨씬 아름답게 보석으로 장식된 태엽 새에 금방 마음을 뺏긴 왕과 궁중
사람들은 진짜 새가 자연으로 돌아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러나, 태엽 새는 쉬지 않고 노래를 불러 인간의 욕구를 채우다 그만 망가져 버리고
만다.
밤에는 추위에 몸을 떨고, 가끔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허기진 배를 움켜쥐는 날이 와도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원하는 노래를 원하는 때에 부를 수 있는 자연 새는
행복하겠지.
그대는 자유로운가. 그렇다면 그대는 행복한 것이다.
그대는 행복한가. 그러나 나는 그대가 자유로운지는 알 수가 없다.
가끔씩 산책을 하다가 지저분한 몸을 하고 있을지언정, 굶주림에 몸은 비쩍 말라
있을지언정,
삶에 초연한 것 같은 여유있는 걸음걸이와 당당한 눈빛을 하고 있는 떠돌이 개를 보면
내 자신에게 묻곤 한다.
언제나 답은 '나는 자유롭지 않소. 그러므로 행복하지도 않소' 라고.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자유에로의 희망의 꿈을 품는다.
자유
그것은 몸과 마음이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다는 형식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길을 가고 있을 때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자유 아니겠는가.
* 이 책을 선물해주신 마노아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