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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3월 24일
『 어둠이 깔릴 무렵, 놀렌도르프 광장에 도착. 집과는 많이 어긋난 방향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감각이 다시 돌아오고 몸이 허기를 알린다.
나는 절뚝이며 피자집으로 들어간다. 집 주소로 피자 한 판을 주문한다.
그리고 기왕에 가는 길이니 나도 함께 데려가달라고 배달기사를 설득한다.』
주인공, '호어스트' 는 뻔뻔하고 멍청하고 아주 게으른 사람이다.
그러나 그 뻔뻔스러움 속에 재치가 숨어 있어 베시시 웃음이 나오게 한다.
월요일 ~ 일요일로 크게 나누고, 그 각 요일안에 여러 짤막한 '호어스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지루하지 않다.
대체로 말장난 같은 스토리들이지만 가만히 그 안을 쳐다보면 그 익살맞은 이야기 속에 반짝 빛나는 보석같은
(꼬딱지 만한) 감동도 있고, 묘하게 글을 꼬아서 사회를 풍자하는 성질은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 안녕하세요. 호어스트 에버스네입니다. 6월 10일부터 7월 12일까지 월드컵 전 기간 동안
전 베를린에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집니다. 다시 말하면 원칙적으로 저와 통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점은 모든 사람에게 유효합니다. 단, 전화 거신 분이 젊고 예쁘고 돈 많은, 또는 그 중 한 가지 조건이라도 갖춘
여자분이라면 물론 예외가 인정됩니다.』
월드컵 기간 동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TV를 붙잡고 경기 중계 방송을 보겠다고 전화 응답기에 이렇게 선언하는
호어스트의 이기심을 보라. 정말 뻔뻔하지 않은가.
이 사람의 엉뚱함은 정말로, '존재 자체가 악일지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한 경우도 많다.
급하게 문을 박차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가 아래층에 사는 어떤 부인을 병원에 싣고 가게 하고도 뻔뻔스럽게 그 앞에
대고 웃어버린다거나, 옆집에 배달 온 택배물을 대신 수령해줬다가 옆집에서 좀처럼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자 점점 악취가
나는 물건을 4층 자신의 창문에 걸어두는 바람에 그 밑에서 떨어진 그 박스에 맞고 기절해버린 친구를 보고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무딘 머리.
열차의 카페 구간에서 큰 소리로 1시간 넘게 전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을 내쫒기 위해 그 사람이 그렇게나
통화를 하고 싶어 상대에게 수십번도 더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는 소리를 기억해버린 용의주도한 호어스트는,
열차의 다른 칸으로 가서 그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남에 대한 배려심이 눈꼽만큼도 없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척' 하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곤 그 사내가 원하는 사람인양 하면서 그를 저 멀리 북쪽 끝 엉뚱한 숲으로 가게 만들어 버리는
영악함이라니 !
그가 실제 현실에서, 나한테 그렇게 뻔뻔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면 거침없이 하이킥을 해주겠지만,
책 속 세상에서의 호어스트는 그저 귀엽기만 하다.
『 내일 전화국에 가서 전화요금 청구서를 책상에 내동냉이치며 이렇게 말해 본다 치자.
" 여기 74마르크 83페니히가 있소.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지. 하지만 여기 주사위가 있소.
두 배 아니면 공짜, 한번 해보겠소? "
분명 그들은 하겠다고 덤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