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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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的) 접사. (일부 명사 뒤어 붙어)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고유어에는 ‘-적(的)’이 붙지 않는다. 부사에 붙은 ‘-적으로’와 부사어에 붙은 ‘-적’은 군더더기이다. ‘-적’ 대신 조사나 접사를 붙이면 한국어에 한결 어울린다.

정영숙, 일본어 접사 “的”의 성립 및 한국어로의 유입문제 고찰, 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4
문영은, 日本語と韓國語の漢語につく接辭「的」の硏究, 부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9

국회도서관이나 협정기관(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는 논문자료라서 찾아볼 수 없다. 다음으로 미루어 두었다. 도대체 ‘-的’이란 무엇인가? 일본어의 영향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예를 보면 가끔씩 눈에 거슬릴 때가 많다. 책을 읽다가 특정 단어를 세어보기는 처음이다. 23페이지에 14번.

논문과 학술지에 사용하는 문장과 문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카데미즘에 충실한 글씨는 따분하고 고루한 반면 진중하고 깊은 맛이 난다. 이에 비해 저널리즘에 충실한 글씨는 유연하고 부드럽지만 가볍고 자극적일 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당연히 두 가지 특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정원의 『전傳을 범하다』를 읽기 시작하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찾다가 떠오른 생각들이다. 초반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같다. 중반이후에는 생각의 흐름이나 문장이 쉽게 읽힌다. 어쨌든 작가 특유의 문체라고 볼 수 없는 버릇 때문에 몰입할 수 없어 난감할 때가 있다.

자극적인 제목만큼 표지도 삽화도 전체 디자인도 공을 많이 들인 책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고전소설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책머리에 앞세운 아나톨 프랑스의 말처럼 고전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다. 특히 세계문학과 고전문학이 그러하다. 줄거리를 알고 있거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먼저 접했기 때문에 읽은 것 같은 느낌,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많다. 꼼꼼하게 읽어가며 시대와 대화를 나누고 작가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독자들 입장에서 매우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고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의미이고, 뻔한 내용과 주제를 뒤집어 생각하는 다시읽기의 즐거움이 두 번째 의미이다. 황새결송이나 최낭전처럼 익숙하지 않은 고전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고, 토끼전이나 심청전 같은 익숙한 소설들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신선하다. 殺(죽은자의 변), 慾(욕망의 늪), 權(지배자의 힘), 我(나의 재발견)의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다. 놓칠 수 없는 대목을 소개하기도 하고 각 부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개한 고전소설은 모두 열일곱 편이다.

<토끼전>은 ‘봉권 권력에 대한 민중의 승리’ 따위의 도식적인 주제로 정리될 수 없는, 인간 본성에 대한 처연한 진실을 보여준다. - P. 103

예를 들어, <토끼전>이 인간의 욕망과 권력관계에서 파생된 삶의 진실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해석은 단순하게 토끼의 임기응변과 용기, 자라의 충직함을 교훈적으로 받아들인 독자들에게 새로운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토끼의 간을 빼려는 시도는 생명에도 ‘경중’과 ‘상하’의 위계관계가 엄존한다는 사실이 전제된 행위이다. 봉건사회의 가치가 반영된 이 소설은 자라 부인과 토끼와의 관계 등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본질을 드러낸다. 이렇게 고전 소설은 현재적 유용성을 가지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문학의 보편성이란 시공을 초월한 자리에 오롯이 놓일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토끼전>은 우리의 삶을 이렇게 재해석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이 천박한 발전의 논리는 우리 사회에서 선진국의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일류 국가의 명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국가는 가난한 시민들의 간을 빼내어 신도시를 건설하려 하고, 하찮은 동식물을 죽여 세련된 자연 환경을 유지하려 한다. 자신이 수행하는 일에 대한 과분한 사명감은 때로 정말로 슬픈 결과를 낳기도 한다. - P. 106

무소불위의 용왕과 자라의 충직함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슬픈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더 없이 소중한 고전읽기의 전례가 될 것이다. 고전은 언제나 살아 숨 쉬는 텍스트여야 하며 박제된 모습으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책꽂이 한켠을 장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장화홍련전>에서 시작해서 <전우치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횡무진 고전소설의 숲을 산택하는 즐거움은 충분하다. 스토리만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꼼꼼한 텍스트 읽기의 필요성과 그것을 소화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즐길 수 있다. 오래된 미래를 기억하는 상상의 공동체가 민족이다. 고전소설이 전하는 지혜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하는 거울이며 당대의 삶을 이해하는 기준이 된다. 조상들의 모습과 바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중첩되는 이유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신산스런 삶은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시대정신과 삶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도 바로 우리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고전이다. 다시 읽고 되새기고 그 깊은 맛을 음미해 보기 전에 좋은 안내서가 될 만한 책이다.


101108-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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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나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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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십대의 뇌가 여전히 진행 중인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연결 고리 수백만 개가 이어지고 또 제거된다. 신경화학물질이 십대의 머리를 씻어 내리면, 새로운 색깔, 새로운 모습,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십대의 뇌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며, 안팎의 영향에 취약하다. 그들의 뇌는 여전히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P. 26

“도대체 그 머리 속엔 뭐가 들었니?”

아이들 말로 ‘미친 존재감’이나 ‘폭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십대의 행동은 너무 많다. 십대는 오늘도 매일 부러지고 다치고 아프고 졸리다. 멀쩡하던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어른들은 십대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름다운 추억이나 일시적인 충동이었다고 포장하기 쉽지만 그것이 ‘십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선택적 기억으로 인해 어른들은 자신의 ‘십대’와 요즘 아이들을 비교하지 못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세대 차이도 나겠지만 ‘십대의 뇌’는 여전히 ‘십대’일 뿐이다.

저널리스트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십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THE PRIMAL TEEN』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우리가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십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십대의 뇌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생각과 행동이 ‘뇌’에서 출발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십대의 뇌는 성인의 뇌와 같은가?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완성되는 것인가? 오랫동안 뇌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십대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십대는 ‘예정된 광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김두식은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이것을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자기 몫의 ‘지랄’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십대들의 예측 불가능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단순히 ‘지랄’로만 볼 것인가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길을 찾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인생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과 목숨을 건 무모한 행동, 위협적인 태도와 절도, 폭행 등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만한 일들도 흔하지 않게 벌어진다. 이런 ‘지랄’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춘기’라는 말로 그들을 이해한 척 넘어가버린다. 그때는 원래 다 그런거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러나 과연 그런가?

저자는 이 책에서 십대의 일반적인 행동 특성과 성향들을 일상생활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원인을 뇌에서 찾는다. 회백질,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편도핵과 해마, 에스트로겐과 세로토닌, 호르몬과 페르몬, 전두엽 등의 역할과 의미를 차근차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여온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십대의 말과 행동 습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뇌’를 이해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사춘기의 특성을 제목으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사례와 분석을 시도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십대를 살펴본다. 잠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스케이던과 수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심리학자 에이미 울프슨은 로드아일랜드의 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가 적정량인 9시간에 턱없이 모자라는 6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울프슨과 카스케이던의 또다른 연구에서 수면시간이 9시간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오전에도 기회만 주어질 경우 바로 REM 수면에 들어가는 경향을 보엿는데, 이는 수면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증거이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도 뒤떨어지고, 슬픔이나 좌절감의 정도를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서 이들은 유쾌하지 못한 것이다. - P. 255

등교 시간을 30분만 늦추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 미국에서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 뉴욕시 북쪽에 위치한 카토나라는 마을에서 수업시간을 30분 늦추자 출석률이 증가했고 짜증이 덜해 졌으며 정도에서 벗어난 확률도 적어졌다고 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 신체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상식처럼 믿어졌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현상들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면 대안을 마련하기도 쉬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쨌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십대’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수많은 비밀이 우리의 ‘뇌’에 숨어 있고 그 비밀은 아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십대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것도 결국은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작이며 관계의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쏟아대며 ‘지랄’을 하고 있는 ‘십대’를 알고 싶을 때 우선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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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바버라 스트로치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나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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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십대의 뇌가 여전히 진행 중인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연결 고리 수백만 개가 이어지고 또 제거된다. 신경화학물질이 십대의 머리를 씻어 내리면, 새로운 색깔, 새로운 모습,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십대의 뇌는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며, 안팎의 영향에 취약하다. 그들의 뇌는 여전히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 P. 26

“도대체 그 머리 속엔 뭐가 들었니?”

아이들 말로 ‘미친 존재감’이나 ‘폭풍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십대의 행동은 너무 많다. 십대는 오늘도 매일 부러지고 다치고 아프고 졸리다. 멀쩡하던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상상도 해 본적이 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어른들은 십대를 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름다운 추억이나 일시적인 충동이었다고 포장하기 쉽지만 그것이 ‘십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선택적 기억으로 인해 어른들은 자신의 ‘십대’와 요즘 아이들을 비교하지 못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세대 차이도 나겠지만 ‘십대의 뇌’는 여전히 ‘십대’일 뿐이다.

저널리스트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십대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THE PRIMAL TEEN』은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우리가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상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십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십대의 뇌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생각과 행동이 ‘뇌’에서 출발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십대의 뇌는 성인의 뇌와 같은가?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빨리 완성되는 것인가? 오랫동안 뇌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십대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십대는 ‘예정된 광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김두식은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이것을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람은 한 번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자기 몫의 ‘지랄’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십대들의 예측 불가능한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단순히 ‘지랄’로만 볼 것인가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길을 찾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인생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충동적인 행동과 목숨을 건 무모한 행동, 위협적인 태도와 절도, 폭행 등 범죄자의 길로 들어설 만한 일들도 흔하지 않게 벌어진다. 이런 ‘지랄’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춘기’라는 말로 그들을 이해한 척 넘어가버린다. 그때는 원래 다 그런거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그러나 과연 그런가?

저자는 이 책에서 십대의 일반적인 행동 특성과 성향들을 일상생활을 통해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원인을 뇌에서 찾는다. 회백질,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편도핵과 해마, 에스트로겐과 세로토닌, 호르몬과 페르몬, 전두엽 등의 역할과 의미를 차근차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여온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십대의 말과 행동 습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뇌’를 이해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구성은 사춘기의 특성을 제목으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사례와 분석을 시도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십대를 살펴본다. 잠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스케이던과 수많은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심리학자 에이미 울프슨은 로드아일랜드의 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가 적정량인 9시간에 턱없이 모자라는 6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울프슨과 카스케이던의 또다른 연구에서 수면시간이 9시간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오전에도 기회만 주어질 경우 바로 REM 수면에 들어가는 경향을 보엿는데, 이는 수면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증거이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도 뒤떨어지고, 슬픔이나 좌절감의 정도를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도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서 이들은 유쾌하지 못한 것이다. - P. 255

등교 시간을 30분만 늦추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 미국에서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인 뉴욕시 북쪽에 위치한 카토나라는 마을에서 수업시간을 30분 늦추자 출석률이 증가했고 짜증이 덜해 졌으며 정도에서 벗어난 확률도 적어졌다고 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 신체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상식처럼 믿어졌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현상들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면 대안을 마련하기도 쉬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쨌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 같은 ‘십대’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그들의 ‘뇌’를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수많은 비밀이 우리의 ‘뇌’에 숨어 있고 그 비밀은 아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작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십대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한다는 것도 결국은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작이며 관계의 발전을 위한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쏟아대며 ‘지랄’을 하고 있는 ‘십대’를 알고 싶을 때 우선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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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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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료 - 김남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정직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시 읽는 즐거움을 모르면 혀의 한 부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짧은 인생에서 맛보아야 할 수많은 즐거움 중에 시 읽기를 놓친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다. 힘들고 지친 저녁 무렵 잠시 쉬어가라고 나무 밑에 놓여 있는 의자이며, 서걱이는 모래 바람이 지나갈 때 입안을 헹굴 수 있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이며, 길을 잃고 어둠 속을 헤맬 때 멀리 보이는 희미한 등불 같은 것이 한 편의 시가 아닌가. 메마른 영혼을 적셔주고 꽉 막힌 사고의 틈을 열어주기도 하며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 시를 읽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소설과 다른 시가 가진 모양과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다가서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언어가 보여주는 진경은 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에 비해 철학은 고통스럽고 진지한 사유의 결과로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은 머리가 아프다고 손을 내젓지만 철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를 해석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왔고 지금도 그러한 노력은 계속된다. 하지만 일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철학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우선 철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예술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다. 심미적 감식안을 가지고 있는 철학자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감각적인 예술과 만나는 일은 대중과 조우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예술적 직관과 철학적 사유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 있고 그들이 만나는 자리가 바로 대중과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은 아닐까.

오랜만에 김남주의 ‘어떤 관료’를 읽으며 예전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대학생의 입장에서 세상에 대한 날선 비판과 기성세대에 대한 통쾌한 비난으로 읽었다면 이제는 경험적 깨달음과 성찰의 시선으로 이 시를 보게 된다. ‘관료’가 아니라도 어느 조직에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이 시를 제대로 감상했다고 보기 어렵다. 자신의 주인에게 복종하는 ‘개’와 같은 사람들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충성과 봉사의 대상이 누구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아니 오히려 그것을 신념으로 내세우며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의 용기가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에서 강신주는 ‘어떤 관료’를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연결시킨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섬뜩한 말로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근면과 정직과 성실과 공정함을 돌아본다. 아이히만은 바로 이런 덕목을 충실하게 지켜온 ‘어떤 관료’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우슈비츠의 원혼에게 진 빚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자리에 김남주의 시에 등장하는 ‘어떤 관료’나 혹은 우리 주변에 유사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을 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러한 깨달음과 철학적 관점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에 이 책은 보기 드문 인문학이 된다.

『철학, 삶을 만나다』로 강신주와 첫 만남은 강렬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통해 자아와 현실 세계와의 관계망을 성찰했다면 이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으로 우리 시의 아름다움과 현대 철학의 만남을 지켜 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시 읽기의 즐거움도 아니고 현대 철학의 쟁점 소개도 아니다. 시를 도구로 철학을 보여주려는 책도 아니고 철학을 동원해 시를 해석하려는 책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는 시와 철학의 진지한 만남을 이야기한다. 한 줄의 시 속에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고 단 한 편의 시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인간을 성찰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즉 재미있고 진지한 시 읽기가 곧 철학을 하는 것이며 철학하기는 곧 시 읽기와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개념과 이론을 토대로 예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시를 읽고 그와 유사한 철학자나 개념을 소개하고 그것이 어떤 관계로 놓일 수 있는지 살펴보는 구조이다. 전체 21명의 시인과 21명의 철학자가 만나는 장면마다 ‘정-반-합’의 관계처럼 3개의 글들이 모여 각각의 완성된 글이 된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 글은 실제 강의를 진행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시를 고르는 과정이 즐거움으로 가득했으리라 짐작된다.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철학자와 시인들이 소개되고 철학적 개념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번잡스런 요약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더 읽어볼 책들’이 그런 단점을 보완한다. 책은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만났던 많은 철학자들의 개념들이 다시 정리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새로 도전하고 싶은 책과 철학자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기쁘다.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된 책의 네트워크! 오늘도 그물을 따라 어슬렁거릴 여유가 허락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랑이란 ‘하나’의 지배가 균열되었을 때 ‘둘’이 생각되는 장소이다. (……) 사랑이란 그 자체가 비-관계, 탈-결합의 요소 속에 존재하는 이 역설적 둘의 실재성이다. 사랑이란 그런 둘에의 ‘접근’이다. 만남의 사건으로부터 기원하는 사랑은 무한한 또는 완성될 수 없는 경험의 피륙을 짠다.
- 바디우의 <철학을 위한 선언> 중에서


101103-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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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의무를 묻는다 -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
이한 지음 / 뜨인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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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금지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사회면을 오르내린다. 부작용에 대한 특정 기사와 반대의 목소리에 대한 기사들이 주류를 이룬다. 학생들의 머리 길이와 교육적 효과, 치마 길이와 성적, 체벌과 사제 간의 관계에 대한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분석도 없다. 학생들의 인권에 대한 담론은 기대할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영국의 토마스 페인은 조지 워싱턴과 벤자민 플랭클린 조차 독립에 반대하던 시대에 군주제에 반대하며 민주적 공화정이 ‘상식’임을 외쳤다. 『상식, 인권』(박홍규 옮김, 필맥)을 읽다가 우리에게 ‘상식’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체벌, 머리카락과 치마길이, 강제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적 특수성과 문화적 차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변화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한 줄로 서서 앞으로 나란히를 배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질서와 규칙을 내면화한다는 명목으로 인권과 상식은 버려야하고 경쟁과 이기심은 극대화된다. 대한민국의 학교 ‘즐거운 곳’일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은 나의 오랜 의문이기도 하다. 방법적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우선 미성숙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동등한 인격체로 학생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학생들도 교사에 대한 예의와 존경을 전제해야 한다. 상급 학교 진학률과 취업률로 학교와 교사가 평가되는 한 상식도 인권도 멀어져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똑같은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마치 군사작전이나 전쟁을 방불케하는 교육과정이 실현될 뿐이다. 국영수 중심의 ‘개정 2009 교육과정’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문제제기가 부족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제 학교가 아니라 ‘효율성’과 ‘성과’의 기준으로 평가받고 실용적 목적으로 학문에 접근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전인격적 인간 육성’ 혹은 ‘글로벌 시대의 리더’가 되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인성지도를 요구한다. 사회와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비판과 기대만큼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학생들은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소홀히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럽게 내면화된 논리일 수도 있고, 본능적으로 인간이 가진 속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정과 학교에서 진정한 ‘사람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고민하게 하느냐를 돌아보자.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라는 부제를 단 『너의 의무를 묻는다』는 권리가 인권(인간의 권리)이 아니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주어지는 투표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정치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의무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해 보자는 책이다.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인간의 존엄성에서부터 시작되는 ‘진짜 의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익 추구나 강제성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의무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의 진지함에서부터 ‘정의’에 대한 이론과 ‘시민 불복종’에 대한 기준 등 공동체 안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마땅한 의무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한다. 전체 7장에 걸쳐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 이 책은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사회교과서’라는 부제를 달아주고 싶다.

흔히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가 꽤나 고차원적인 철학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에서 출발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외부적인 영향이나 이기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보편타당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상식에서 그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완벽하게 이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가치 판단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 타인의 보편적 권리를 침해하고 보편타당한 상식에서 벗어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없는 사회이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사람들이 누구인지 눈밝게 감시하고 다함께 ‘상식’의 힘을 믿어야 한다. 자신의 ‘의무’를 돌아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의지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중요한 것은 다수의 건강한 상식과 의무의 이행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앞서 바로 당신의 ‘의무’는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 근본적인 질문과 성찰로부터 우리들의 진정한 ‘권리’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리들의 ‘의무’와 ‘권리’는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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